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40화 (551/2,000)

30권 31권

현재 절대계에서 회색의 절대자가 터트린 폭탄발언이었다.

창조주를 대신하여 현재 절대계의 번영을 이끌어내어 완벽한 지배력을 굳힌 10중심에게 치명타를 입힐만한 사실을 회색의 절대자가 직접 주장한 것이다.

‘창조주를 능가하는 강함을 가진 10중심이 미쳐서 절대계를 전부 파괴한다.’

반대세력들조차 감히 이용할 생각도 못하고 입을 딱 벌리면서 공포에 떨만한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런 민감한 사항을 질문하는 흑염의 절대자의 표정에는 의외로 아무런 분노나 절망, 감정조차 없었다.

보아하니 이미 여기저기서 확인한 모양인지 단지 의견만 들으려는 것뿐이었다.

“맞습니다.

다른 10중심들이 사이안님의 근신에 모두 동의하신 사실이 증거입니다.

멀쩡한 정신이면 사이안님에게 평생 원한을 살 일을 하실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결코 원한을 잊지않고 복수하는 회색의 절대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이 미쳤다는 확실한 증명입니다.”

“……아주 직설적이네.”

단호한 대답에 잠시 말없던 자신을 노려보던 흑염의 절대자는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긴 사이안의 권능과 성격을 생각하면 우리가 미친 짓을 한 것이 맞기는 하군.

나중에 몇 배로 당하겠지.

그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하하? 내가 왜 그랬지?

힘은 부쩍 강해지고 있는데 직감이 잘 발동이 안 되서 아예 모르겠어.

네가 도전자로 나섰다고 하니 일단 대화부터 하라고 알려주었는데 이것도 정말 오래만이다.

이러면 미친 것 맞네.

맞아.”

자신이 미쳤다는 말에 긍정의 말을 하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부하들을 돌아보면서 크게 외쳤다.

“나 정말 미친단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지금 당장 미치겠다.

젠장-! 안주하고 술 가져와.

전투는 일단 취소다.

한진호와 사이안의 아들하고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아까 근원이라고 불린 흑발의 투신이 이미 준비를 해놓았는지 술통과 안주를 양손에 들고서 달려서 가져왔다.

후다다다다다닥-!

눈앞에 앉아도 자신보다 큰 흑염의 절대자와 같을 정도의 커대한 술통과 잘 구운 소 한 마리가 사이에 놓였다.

술통에 걸맞게 세숫대야만한 술잔까지 준비한 근원이 술통을 따서 바로 잔을 채우고 공손하게 양손으로 바쳤다.

꽐꽐꽐-! 척-!

그것을 오른손으로 받아든 흑염의 절대자가 그대로 먼저 들이켰다.

꿀꺽-!

단 한 모금으로 그 많던 술을 모두 마셔버린 흑염의 절대자가 다시 잔을 내밀자 다시 가득 채웠다.

꽐꽐-!

그런데 자신에게 따를 차례가 되자 잔과 술통을 그대로 앞에 던진다.

꽝-! 딱-!

알아서 따라 마시는 표현이다.

술통 입구에서 튄 술이 바닥을 적신다.

그리고 그 술의 일부가 바지에 튀었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기가 막혀서 그대로 맞아주었다.

옷에 묻은 알싸한 술 향기보다 바닥에 흐른 술이 지금 자신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

자신은 10중심의 가장 큰 힘이라고 불리던 한진호의 아들이다.

절대계의 운영을 총괄하는 회색의 절대자에게 직접 ‘진리(眞理)의 절대자’란 현자로서 최고위의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절대계의 후계자로서 낙점을 받아 모든 10중심에게 각자의 고유권능을 직접 교육까지 받았다.

더구나 반려는 절대계에서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용신족의 여제(女帝)였으며 아들은 용신제라 불리는 최고 수준의 강자였다.

모체가 영원체이기에 영원체의 권능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감히 이렇게 무례한 존재는 이제껏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10중심 바로 다음의 직위로서 이들이 올려다보지도 못할 위치였던 나다.

그런데 그들에게 반역하자마자 주변에서 바로 이렇게 나오는가?

이게 바닥에서 겪는 일상이로군.’

모두가 지배세력인 10중심을 거부하고 도전한 대가였지만 세상의 몰인정에 새삼스럽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파괴신이 되어 일탈을 하기에는 현자로서 자부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야.

사정이 나빠졌다고 바로 태도를 바꾸는 이런 놈들이 잘못이지.

모두 치워 버리면 돼.’

그래서 노기와 살기로 확 달아오른 눈으로 무례를 저지를 투신을 쳐다보았다.

“근원이라 했더냐?

넌 죽었다.”

영원체의 살벌한 살의가 담긴 말에 근원이라는 투신의 표정이 순간 확 굳었으나 지지 않고 투기를 피어 올린다.

이들은 어차피 자신을 적으로 생각하고 왔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흑염의 절대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킬킬킬-! 사이안을 닮아서 성질이 급하구나.

네 아버지인 한진호라면 술자리에서 이 정도의 무례야 웃으면서…….”

거기까지 말하던 흑염의 절대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과거야 이런 도전적인 태도가 활기차서 좋다고 칭찬했던 한진호였다.

하나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과 동격인 10중심이 아니라면 조금의 심기만 거슬려도 가만두지 않았다.

‘왜 이제까지 변화를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수련자인 한진호도 신경질적으로 이상하게 변했어.

강함만 신경 쓰던 녀석이 아주 작은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조금만 거슬리면 반드시 처벌한다.

이러면 한진호까지 미치고 있나?’

잠시 술잔을 기울여서 입에 술을 담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미치는 것이 확실한지 물어보자 현자란 놈들은 이동구성으로 입을 다물었지.

몇 대 패니 그제야 뭐든지 완벽하게 정의하거나 확신할 수는 없다고 헛소리만 지껄이면서 말이야.

결국 잘 모른다는 뜻이지.

그러나 사이안과 동등한 현자라는 진리의 절대자라고 불리는 이 녀석은 이렇게 확실하게 미친다고 단정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그 쓸모없는 것들보다는 낫군.

그럼 다른 대책이 없다는 뜻이다.’

본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은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10중심으로서 권한을 위임받기 직전부터 직감이 심각하게 위기를 경고하고 있었지만 창조주의 직위와 권리에 대한 욕심에 무시를 했었다.

그 후 영원불멸의 신체를 얻었으나 대신 권능이 자꾸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는데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울렸다.

까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억-!

바로 한진안이 휘두른 목검에 얻어맞고 까불던 부하가 그대로 뒤로 날려지는 소리였다.

10중심과 절대계의 지배세력에게 혼자서 선전포고를 할 수 있는 강자에게 겁 없이 술병과 술잔을 날리면서 도발했던 근원이다.

특출한 충성심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명력으로 가장 아끼던 부하가 맞았으니 화는 났지만 강자를 몰라보고 도발하는 죽을 짓을 했으니 할 말이 없었다.

진리의 절대자로서 성향과 힘까지 생각하면 안 죽인 것도 자신의 앞이라 봐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무리 짓지 못한 말을 마쳤다.

“……날려버렸겠지.”

“당연합니다.

제 아버지도 정상이 아닙니다.

10중심 전원이 이미 약간씩 미쳐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 않습니까?”

지금 미쳐있다고 말하는 10중심 중 자신의 아버지인 한진호와 키워준 사이안도 있다.

그런 존재들과 관련된 문제인데도 용서가 없었다.

위협적인 도전자로 인해 활성화된 본능이 더 큰 위기감각을 보낸다.

‘역시 진리의 절대자인가?

진실 앞에 인정사정이란 개념 자체가 없군.

아니 이 냉혹함은 영원체와 가깝다.

전 창조주보다 더해 보이는데?

사이안 이놈. 도대체 애를 어떻게 양육한 거지?

역시 그 때 무리를 해서라도 개입을 해야 했나?’

과거에 사이안이 아직 어렸던 진리의 절대자를 데리고 와서 권능 좀 가르치라고 할 때 딱 감이 왔다.

이대로 사이안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이 아이는 반드시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사실을 말이다.

무엇보다 자신과 가장 밀접한 일이었다.

‘나만 보면 잔소리를 퍼붓는 사이안이 둘이 되면 내가 못 견딘다.’

과거라면 벌써 주먹다짐을 해서 입을 막았겠지만 요즘은 늘어난 부하들을 먹여 살리느라 신세진 것이 많아서 그러지도 못한다.

그래서 선선히 가르치면서 올바른 인성교육을 좀 하려고 했는데 바로 옆에서 딱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감시당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나빠져서 소리를 쳤다.

‘너 안 바쁘냐?

가라.’

‘너와 흑염 세력만 조용하면 누구도 안 바빠.

혼란의 원흉들의 두목인 너를 내가 감시하면 절대계가 평안해.

도대체 그것들은 언제 처리할 거야?’

‘아 젠장-! 내 부하들 건들지 말라고 했지.’

‘그것들에게 큰 피해를 본 일족들에게 정식 항의서가 끝이 없단 말이다.

애들도 아니고 다른 존재에게 과거의 감정이입을 정도껏 해.

넌 이제 개인이 아니야.

절대계의 1할을 지배하는 10중심이란 말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떠돌이 용병노릇을 할 거야?

내가 그 꼴이 보기 싫어 저번에 만들어준 흑염의 본성은 왜 다른 일족에게 팔아먹었어?

그것도 그런 헐값으로?

너 벌써 미쳤어?’

‘어쩔 수 없는 재해로 일족이 전부 본성을 잃고 떠돈다는데 불쌍하잖아?

그리고 아무리 네 것이지만 나에게 영구적으로 넘겨주었잖아?

그런 내가 필요해서 팔았는데 왜 다시 뺏어서 우주로 내쫓아?

넌 인정도 없냐?

불쌍한 존재들에게 그러고 싶어?’

‘야 이 멍청아-! 지성체가 살 수 있게 인공적으로 조성한 행성붕괴가 쉽냐?

어쩔 수 없는 재해 좋아하네.

너에게 동정심을 사기 위한 거짓말을 가장한 진실이다.

환경을 가꿀 생각은 하지 않고 욕심만 부리다 자원을 극심하게 소모하고 오염되어 행성을 버렸는데 나중에 결국 붕괴한 것이다.

다 자업자득이고 또 그럴 것이니 용납할 수 없다.

본성을 멸망시킨 일족은 우주를 떠돌아야 한다.

아니면 스스로 살 행성을 개발하는 것이 정당한 조치다.’

‘아오오오-! 혈압이야-!

또 내 잘못이라 이거지?

이 꼬마는 네가 말한 대로 잘 가르칠 테니 그냥 가라.’

‘쓸데없는 수작 부리려 하지 말고 내 앞에서 해-!

너에게 나쁜 물이 들으면 골치 아프다.

너와 달리 앞날이 창창한 아이이니 이상한 말은 할 생각도 하지 말고 흑염의 권능만 가르쳐.

아니 넌 남을 가르치지도 못하지.

대련만 해.’

‘날 못 믿어?

그리고 내가 어디가 어때서?

나도 나름대로 존경과 충성을 받고 산단 말이다!’

‘10중심이면서 범죄자들 보호자 노릇이나 하는 놈을 어떻게 믿어?

그리고 충성을 바치는 인원이 겨우 50명?

그 50명을 감싸는 덕분에 나머지는 전부 적이지.

참 잘하는 짓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냉정한 덕분에 충성을 바칠 인원이 한 명도 없는 너보다는 내가 낫다-!’

‘뭐가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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