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34화 (545/2,000)

30권 31권

자신에게 바람가의 혈족을 제외하고 아직도 이렇게 덤빌 수 있는 상대가 남아있다니 정말 기쁜 일이었다.

진리에게 대부분의 외부활동을 맡겨두고 수련만 했어도 점점 다가오던 권태가 완전히 날아간 기분이었다.

‘2대 10중심. 처음에는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보니 정말 잘했다.

가족도 아니니 마음 놓고 상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유로운 광전사는 힘의 극한에 이르러서 어지간한 물질은 여파로 붕괴시켜 버린다.

귀여운 손자들에게 이런 험악한 권능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정말 몸을 풀게 되었다.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더욱 힘을 상승시켜서 대응해갔다.

“과거에 결국 이루지 못했던 흑염의 몰아(沒我)와 바람의 여유로운 광전사를 비교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구나.

자아. 다시 시작하자.”

우둑-! 우둑-! 우지지지-! 우드드드드득-!

양손을 맞잡고 머리로 서로 밀어붙이려는 두 거체의 몸에서는 끝없는 투기와 살기가 피어올라서 바람성을 뒤흔들고 행성외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배신자들의 군세가 몇 배나 많아서 상황이 안 좋아지자 다른 진리대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려고 왔던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진리는 신족의 창조신들만은 박대하지 않았다.

초월자과 같은 다른 존재들이 가까이 오면 재능을 인정받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멸시키거나 두들겨 패서 내쫓았다.

그런데 신족, 그것도 창조신만은 그래도 직접 대화를 받아줄 정도였다.

‘물론 너무 기준이하면 바로 소멸이다.’

허계 봉쇄군 아니 이제 진리 친위군의 총책임자가 무수하게 소멸된 이유다.

그래서 최고위원회의 자신들이라면 이렇게 직접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전투가 끝나면 바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저 흑발의 거인신과의 결투가 시작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살기와 투기. 파괴신 그 자체인가?’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지?

흑염의 절대자와 한진안이 장시간 서로 힘겨루기를 들어가는 광경을 본 창조신들은 얼이 빠져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허계의 창조주인 진리의 강함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와 맞상대하는 저 흑발의 거인신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승부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괴력을 가진 신체로 견디고 피한다.’

결판을 내려고 진리가 몸이 커져서 상대한다.

나중에는 저렇게 검은 불길을 두른 광전사가 되어 버티는 모습까지 보자 공포가 뼈에 사무칠 지경이었다.

진리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 중에 저런 파괴신이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하필 지금 이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도움요청을 깨끗하게 포기했다.

“지금은 그냥 돌아갑시다.”

“그럽시다.”

이미 오랜 기간을 진리를 겪은 창조신들이었다.

진리의 성향대로라면 지금 요청을 했다가는 귀찮다고 바로 근처의 아무나 보낼 것이다.

그럼 바로 앞에 있는 저 거인신이 대상이 된다.

만약 지금 진리와 힘으로 맞상대로 하고 있는 저 무지막지한 파괴신을 진리대리로 보내는 날이면 차원의 마도신보다 더욱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

‘상과 벌을 같이 주는 진리의 성향이라면 확실하지.’

‘파괴신인지 의심부터 가는 저 거인신은 절대로 안 돼.’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지금 자신들이 바라는 것은 지금의 불리한 전황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차원의 마도신과 같은 광역권능을 가진 창조신이었다.

저런 대인권능을 가진 흑발의 거인신은 일시적인 충격요법밖에 안 된다.

수백만의 군세가 충돌하는 전투를 혼자서 제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이다.

‘최전선에 나선 창조신들은 동등한 광역권능을 가진 조력자를 원한다.’

‘수십만의 배신자들의 군대를 지역우주단위로 쓸어버린 광역권능이 너무 인상이 깊었어.’

그런데 그 정도의 광역권능을 가진 창조신이 허계라고 흔하지가 않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서 진리에게 직접 요청을 넣으려고 했는데 하필 저런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차원의 마도신에게 고개를 숙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는 신족이 절대 권력의 부여라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일단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봅시다.”

그렇게 말하면서 힘없이 멀어지는 위원회의 창조신들의 뒤를 한 명의 시선이 쫓고 있었다.

창조신들이 멀리 사라지자 공간에서 모습을 나타낸 존재는 이계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 중 최강이라고 인정받는 허무의 베인 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시킨 대로 이계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전부 군대로 결속시키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창조주를 모시는 신족의 군대와 진리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존재외에는 어떤 세력의 침입도 바람가는 용서하지 않는다.

덕분에 소수인원으로 움직인다면 이 주변만큼 안전하고 조용한 곳이 없기에 집합장소를 여기로 정한 것이다.

그래도 혹시 진리의 눈에 뜨이면 바로 수련장으로 끌려갈 수 있으니 몸을 숨긴 채로 말이다.

덕분에 창조신들의 대화를 몰래 들어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네.

배신자 신족들도 벅찬 주제에 뒤에 버티고 있는 초월자들은 어쩌려고 망설이지?

아직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고 보나?

빨리 차원창세신 코아를 불러다 정리하고 초월자들하고 결판을 보아야 하는데 뭐 하는 것이지?”

나중에 벌어진 사건을 종합하고 보니 망설이는 심정은 이해가 한다.

그러나 이미 실질적인 권력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있었다.

“절대권력을 만장일치로 내놓으라고 해보았자 어차피 서열 1위인 진리대리가 아냐?

힘조차 대등한 상대가 현세계에 없는데 권력을 쓰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있나?

더구나 현재 신족이 가진 모든 문제의 해답을 혼자서 실행이 가능하다.

이미 절대 권력자가 아니야?

단순한 명분이겠지만 정말 한심하네.

배신자들조차 어쩌지 못하면서 뭘 망설이는 것이지?

이거 이러다 정말 끝장나는 것 아니야?”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수습할 존재가 신족에게는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마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요즘 옆에서 계속 같이 다니는 불복종의 디스였다.

“쳇-! 고리타분한 신족들이 명분 찾는데 당연하지.

이러면 우리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야?

이 정도 전력이면 어디가도 한 구역을 점유할 수 있지 않아?

뭐 하러 그런 폭력만 휘두르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주우주의 존재의 부하가 되어야하지?

우리끼리라도 다른 존재들처럼 할 수 있어.

안 그래? 다시 고려해 보자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그동안 도움을 준 허무의 이름으로 모이게 하니 제법 전력이 커졌다.

예상되는 전력만 해도 창조신급의 강자가 일천 명이다.

신족이나 초월자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지역의 패자노릇을 할 정도는 된 것이다.

그런데 겨우 신력을 올리자고 허계 창조신의 부하가 되어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들이었다.

하나 허무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도 너희들과 똑같이 두들겨 맞았다.

그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 정도로 강해질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기술이 더 필요해.

아니면 현세계에서 다른 방법이 있나?”

현세계의 정기농도는 허계와 비교하면 정말 절망스러울 정도라서 아무리 수련을 해도 신력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늦었다.

신력이 부족하니 어떤 권능을 알고 있어도 사용할 수가 없어 발전 속도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제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강해져야만 했다.

아무리 강력한 창조신이라지만 겨우 단 한 명에게 이렇게 뒤흔들린다면 결국 끝장이었다.

‘진리에게 칭호를 받은 존재라면 누구나 동감하는 일이다.

저 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결투가 그걸 더욱 확실하게 증명한다.’

바람성의 본가에서 벌이는 진리와 흑염의 절대자의 힘겨루기는 이미 물리현상을 넘어섰다.

단순하게 손을 맞잡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파동에 행성주변 전체가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 존재가 수없이 존재하는 절대계가 바로 곁에 있는데 잠시간의 권력 따위는 얻으나 마나였다.

“쳇-! 있을 리가 없지.”

주변 정기가 약하니 신력의 증가를 도울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단지 마시기만 하면 되는 차원의 마도신이 준 정기술과 같은 것이라면 더없이 좋은 것이다.

‘일을 다 했다고 갑자기 돌아가서 추가로 얻지는 못했으나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세력의 견제를 받을 위험도 감수한다.’

그동안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세력화되지 않아서 박대는 받았지만 견제는 덜 받았다.

이렇게 일단 군세화가 되는 모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는 누구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일을 벌이고 보니 군대를 만들라고 지시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허계로 돌아 가버렸다.

그것도 진리대리로서 시킨 일은 다 했으니 더 이상 하려면 절대 권력을 넘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냥 자기가 위원회에게서 빼앗아 쥐기만 하면 되는데 갑자기 다시 넘겨주고 결정하라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로군.’

이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수장이 되어버린 허무의 베인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였다.

‘이제 실수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모처럼 모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전부 위태롭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직 전력이 남은 신족과 지배세력이 된 초월자들에게 강제로 흩어져서 봉인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

신족이 절대 권력자를 정식으로 허용할리가 없잖아?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절대권력자의 선택권을 부하들에게 넘기다니 지극히 무모했어.”

이 점만은 사정을 들은 모두가 동의했다.

“그것도 그렇게 마음껏 날뛰고서 말이야.

잘 구슬려도 될까 말까한 일을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군.”

그러나 허무의 베인은 잠시 말을 하지 않다가 대답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서는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만 잠깐 만난 차원창세신 코아는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뇌계에서는 반드시 이계로 돌아온다고 예측했다.

현자계열의 최강인 회색은 절대로 손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투자했다면 반드시 이득을 회수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불가능하면?”

“바로 폭발한다고 하더군.

1대 회색의 절대자는 판을 뒤집어 엎어버리려고 했다고 한다.

지금 2대 회색의 절대자는 아예 자신이 불리한 상황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런 2대 회색의 현자인 이상 제안을 거부당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허계에 있다면 현세계를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만장일치가 아니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걸 뒤엎고 직접 올리는 없다.

“직접 못 오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

누구를 시키려고 해도 재구현의 제약은 어떻게 하고?

현재는 차원창세신 코아만 제외된다면서?”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나도 돌아올 것 같아.”

허무의 베인 정도의 강자의 예측은 거의 확정과 같다.

예지능력이 없어도 칭호를 받은 존재 중 최고라는 위치를 얻은 재능과 경험으로 하는 결정은 거의 정확했다.

‘이걸 무시하면 허무의 이름으로 모인 모두를 부정하는 것 밖에 안 돼.

나도 잘못되었다는 뜻이지.’

결국 불복종의 디스도 일단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만에 하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돌아와서 군세의 집합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럼 가장 다른 길을 찾자고 주장했던 자신은 배신자 신족들처럼 소멸당하고 신령조차 가두어질 것이 거의 확실했다.

진리대리로 오자마자 수백만의 신족학살을 벌인 존재에게 일을 방해한 반대자에 대한 자비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이 이상은 위험하군.

불복종도 통할 대상을 보아가면서 해야 하지.’

“그럼 준비는 다 해놓아야 하겠네.”

“그러는 것이 좋겠다.

일은 험하게 시키지만 보상도 후하게 챙겨주니 할만은 하지.”

“그렇기는 해.”

불족종의 디스도 얼마 전에 마셨던 신력을 올려주는 정기술이 잊히지가 않았다.

너무 진한 정기로 만들어진 술이라서 마시고 나서 한참을 고생했지만 온 몸에 힘이 넘치고 신력조차 급상승되었다.

‘성분이 뭔지 알기 위해 나중에 황급하게 돌아가서 술병이라도 회수하려고 했지만 흔적도 없었다.’

또 마신다고 동일한 효과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복제만 가능하다면 위험과 수고를 감수하고 따를 충분한 대가였다.

비록 불복종이 기본권능이라 대부분의 흐름이나 결정에 반발하는 디스였지만 따를 가치가 있다는 사실만은 동감이었다.

처음에 가담을 거부하던 일부 칭호를 받은 존재들도 정기술에 이끌려 몰려들어오고 있다.

“얼마나 모았지?”

“거의 전부지.

다들 이런 기회만 노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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