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31권
신족의 창조신이 마력을 쓰는 마도신인 것도 문제지만 창조신계에 오기 전에 벌인 짓을 보면 성질이 더 큰 일이었다.
정식 입문을 반대하는 창조신들과 결투를 벌인 일은 항상 벌어지는 일이니 이해는 했다.
다수에게 동시에 도전했으니 오히려 격려를 받을 일이다.
그런데 조금 밀린다고 1대 흑염의 절대자의 구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다.
안정을 중시하는 신족의 입장으로는 어처구니가 없는 선택이다.
‘창조신계에서도 이런데 이계의 신족에게 무슨 신뢰를 받아?
보나마나 잔뜩 성질대로 행패부리다가 뒷감당을 하기 싫으니 진리에게 아무 말도 못하게 수작을 부렸군.’
본인은 선택권을 이계의 신족들에게 넘겨서 정당하게 지배권을 넘겨받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밖으로 드러난 사실만 조합하여 내린 정황은 진리대리로서 성질대로 처리하다가 불만 제기를 막은 정도였다.
그런데도 본인은 전혀 그러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만약 사업이 안 되면 반드시 되게 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이러니 마도신은 능력은 신뢰를 해도 일단 신중하게 써야 한다.’
그러나 말하는 사업도 나쁜 점은 없고 이계의 신족이 어찌되든 상관이 없었다.
주신성도 절약되었느니 기분 좋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알았다.
손해 볼 것은 전혀 없으니 일단은 따라주지.
사업은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잘 해봐라.
창조신성의 대략적인 제조방법은 창조신계의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으니 도서관에 가서 보도록 하라.
제조의 핵심방법은 자료만으로 위험하니 따로 시범을 보여주겠다.
그리고 이번에 뭔가를 부수면 2배로 손해배상을 물리겠다.”
그 말에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진 차원의 마도신이 목소리를 높여서 다시 말했다.
사업은 찬성했지만 이계의 진리대리로서 쌓은 업적에 대해 완전히 불신하고 있었다.
‘모처럼 정말 잘 되었는데 말이야.
이런 평가는 넘어가서는 안 돼.’
이계의 신족은 정말 엉망이라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바람가의 본가를 막는다는 불가능한 일에 쓸데없이 전력만 낭비하던 허계 봉쇄군이었다.
강제로 본래의 진리 친위군으로 재조정해서 본성 서우리나의 방위를 맡겼다.
그리고 막아서는 배신자들의 군세를 몰살시키고 본성까지 점령했다.
진격로도 만들어 주고 거기에 군대 배치까지 끝냈다.
여기에 이계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까지 발굴하여 예비전력으로 삼을 조치까지 다 해놓았다.
‘누구라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임무수행을 하기 힘들 정도지.’
창조신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공적으로는 더없는 성과였는데 안 믿어주면 의미가 없었다.
잔뜩 진정을 담아서 다시 이야기했다.
“창조신장이시여. 저를 믿어주십시오.
정말이옵니다.
이계에서 저는 정말 완벽하게 진리대리로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하나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내가 누가 뭐라고 했더냐?
창조신계에서 사고 치면 3배로 배상을 시킨다고 말했을 뿐이다.”
방금 손해배상이 2배에서 3배로 늘어났다.
이건 차별이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다.
“위대한 창조신장이시여. 처음 말씀에는 3배가 아니라 2배였습니다.”
“내가 2배라고 그랬다고?
사고 치면 4배로 물어내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고서?”
창조신장은 차원의 마도신이 창조신계에 있는 동안 말썽을 절대로 안 부리겠다는 대답을 하지 않으니 손해보상기준을 더 늘려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은 수작을 못 받아주겠다는 듯이 정확하게 본심을 이야기한다.
“이제 원하는 대로 해주었으니 다른 창조신들과 충돌은 절대하지 말고 조용히 공부나 하다 가라.”
“그것이 제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쪽이 먼저 시비를 걸어서입니다.
이제까지 전 제가 먼저 시작한 적이 없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가만히 있어도 존재 자체가 거슬리니 가서 시비를 거는 것이다.
그럼 알아서 피해야 하는데 바로 정면에서 싸운다.
덕분에 박살나는 것은 주변뿐이다.
창조신계의 붕괴되었던 성문과 성벽이 증명한다.
이러고도 끝까지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우기니 결국 짜증을 내고 마는 창조신장이었다.
“지금 당장 성문과 성벽의 수리비용을 물어내라고 지시를 할까?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들이 직접 움직인 대가를 지불해 보겠느냐?
우리가 사용한 권능을 정기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아느냐?”
신족에서도 최고 수준의 신력 10조가 넘는 창조신장과 5조 이상의 창조신들이다.
이들은 다른 주우주로 약간만 도움을 주어도 어마어마하게 대가를 받을 수 있다.
그 보상기준은 500주우주와 전쟁참전 대가로 마신황제와 최고위 마신들에게 100조 이상을 제시한 것을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물론 차원의 창조신성을 만들고 주신장이 되느라 500주우주의 전공보상을 거의 다 쓴 차원의 마도신이 당연히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기가 팍 죽었다.
‘오죽하면 이계를 이용해서 사업구상까지 했겠는가?
모두 주머니가 빈 탓이다.
그 많던 정기를 주신장이 되기 위해 전부 썼다고 하더니 정말이군.’
신계주신이 빈털터리가 되면 정말 힘들다.
구두쇠가 상급자로 인정받기 힘들다.
지금도 마도신에 지지세력이 없어서 아슬아슬하다고 하던데 더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더 벌어야만 하니 이해할 수 없다.
역시 실질적인 배상이야기가 나오자 항의하던 기세가 팍 사라졌다.
“공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만 물러가옵니다.
신족에게 영광 있으라.”
뭔가 진정이 빠졌지만 황급히 마무리까지 한다.
바로 다시 납죽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재빨리 물러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는 창조신장 승가람마였다.
‘조용히 지내라고 했는데 납득하지 못했군.
보아하니 또 무슨 사고를 칠 것만 같다.’
상급 창조신의 결투와 여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에게 구현되어 창조신은 파괴불가인 성문과 성벽을 박살내던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모처럼 고민을 드러낸 창조신장을 보면서 주변의 최고위 창조신들도 거의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창조신계 입문에 찬성은 했는데 역시 마도신 답게 성질도 능력도 만만치가 않았다.
순순히 통제에 따라줄 것 같지가 않았다.
‘창조주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창조신장의 권위와 신력으로도 제압이 되지 않는다.’
‘역시 현실부정의 마도신이로군.
기존의 제어나 위세는 먹히지 않아.’
‘이러면 주변에서 문제가 안 생기게 시비를 걸지 않도록 주의를 주어야 하겠다.’
세력이나 힘으로 압박하면 방금 정문에서처럼 서로 승부를 내자고 달려들 테니 잘 달래서 써야했다.
‘관여하지 말라고 직접 주의를 주어야 하겠군.’
나중에 차원의 마도신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면 찬성한 자신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부단히 문제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하여 바로바로 시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신전에서 서둘러 나와서 도서관으로 걸어가던 차원의 마도신은 계속 방금 일을 분석하고 있었다.
원하는 대로 전부 되었는데 반응들이 영 꺼림칙했다.
“내가 무슨 말 실수를 했나?
아닌데?”
방금 했던 말이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벌였던 짓이 지금 상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니 못 했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모르겠다.
언제 내가 평판을 신경 쓰고 살았나?
일단 창조신성 제조부터 익히고 보자.
그 다음에는 칭호에서 의지만 빼서 부활시켜야 하고 다른 주우주에도 가야 해.
할 일이 산더미야.”
워낙 지금 할 일과 고민이 많아서 하나하나 신경을 쓰기가 무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등에서 휘날리는 빛과 암흑의 날개에 은은한 검은 불길이 마치 숯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오리진의 직접지원은 권능만이 아니라 성향까지 영향을 준다.
그 방식이 더욱 능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 연결이 되는 오리진도 당연히 아주 약간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 파악할 여유는 흑염의 절대자나 차원의 마도신이나 없었다.
흑염의 절대자는 한진안의 용서 없는 태극천검의 검격이 목을 날려버릴 기세로 덮쳐오니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크와아아아아-!”
생전 처음 회피에 전력을 다하여 몸을 뒤로 튕긴다.
아슬아슬하게 목을 스쳐간 빛의 검 날에 의해 또 다시 피가 튀어 오른다.
이번에는 기세도 아니고 검 날에 스치자 그대로 갈라져 버린다.
성대가 잘려지고 목뼈가 거의 들어나며 피를 왈깍 쏟아내었다.
죽지는 않겠지만 전투속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슈가가가가각-! 파슉-!
아슬아슬하게 목을 죽지 않을 정도로 베어 버린 한진안은 검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의도와는 다르게 겨우 목의 4분의 1만 잘려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음? 뭔가 이상한데?
내 공격을 분명 방금 회피를 했느냐?
그럼 절대회피(絶代回避)인가?”
거의 절반의 타격이 반감되었다.
그런데 흑염에게는 회피능력이라고는 없다.
오로지 신체능력을 극대화하여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 분쇄한다.
‘그렇지만 방금 분명 자신의 공격을 거의 피해냈다.’
그것도 거의 신체변형까지 하여 접촉부위를 최소화까지 했다.
그럼 절대급의 회피능력이 맞았다.
“커허허허허헉-!”
회피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반으로 잘려져서 대롱거리면서 몸에 걸릴 위기였던 목이었다.
조금씩 흔들리며 상처가 커지는 목을 양손으로 부여잡은 흑염의 절대자의 손에서 극도로 농축된 신력이 터져 나오면서 상처를 복구한다.
저러니 더욱 이해가 안가는 한진안이었다.
“그리고 그 회복능력은 또 뭐냐?
아무리 너라고 해도 흑염권능의 완전한 통제 때문에 다른 권능을 사용할 여력은 없을 것인데?”
최소로 했지만 필살필멸(必殺必滅)의 태극천검(太極天劍)의 공격이다.
1대 10중심의 영원체를 초월한 신체의 방어를 뚫고 신령을 죽여 버린 위력인데 회복을 해내고 있었다.
흑염이 가진 치유력은 물론 대단하지만 어디까지나 육체의 자연치유력에 기반을 하고 있다.
저런 식으로 완전히 상식을 초월하지는 않았다.
“신족? 그것도 최고위의 창조신급의 회복력? 아니 이정도면 거의 복원이다.”
죽음에서 되살아나면 부활이고 소멸에서 돌아오면 재생이다.
말소에서 다시 구현된다면 그것은 복원이 된다.
즉 회복의 최상위 개념으로서 이쪽 면에서 특화된 신족도 극소수만이 가능하다.
당연히 파괴에 특화된 흑염의 절대자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원리인지 파악이 안 된다.
‘나는 바람가의 대가주이다.
어떤 오의나 권능도 나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바람가는 모든 권능을 수집하여 수련으로 자신만의 오의로 만들었다.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권능은 겨우 10중심의 고유권능 정도였다.
그런 바람가의 대가주인 자신이 모른다면 10중심이 직접 개입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럼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만이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바로 시야만을 영원체로 전환해서 현상의 원인을 추적했다.
슈아아아학-!
그리고 바로 보였다.
흑염의 절대자의 등 뒤로 가늘게 이어진 원안에 가두어진 삼각형의 칭호가 저 멀리 주우주로 이어져있었다.
오리진의 직접지원을 받은 일족의 권능이 다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음? 근원인가?
근원의 칭호를 가진 차원의 마도신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근원의 권능은 인정할 만하다.
진리가 주우주로 도망친 1대 10중심들의 잔당들을 직접 추적했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설마 영원권능의 타격조차 회복을 하다니 예상외의 진화였다.
“역시 근원. 설마 태극천검의 타격까지 회복하다니 정말 끈질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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