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27화 (538/2,000)

28권 29권

패배를 예측하고 인정한다.

하나 자신은 10중심의 패배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단 10명으로 모든 신족과 창조주, 영원체들의 군세까지 물리친 절대적인 강자들이 그들이다.

계속 반복되는 전투로 한계 없이 강해져 나중에는 어떤 악조건의 전쟁터에서도 작은 부상조차 입지 않고 승리를 거듭했다.

그런데 이렇게 패배를 예상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너만은 힘보다 먼저 지혜를 가지게 했다.

또한 너는 어머니에게서 영원체의 자격까지 얻었으니 창조주의 의무도 아무 부담이 없다.

그러니 너의 대에서 우리 가문은 마침내 세상 전부를 초월할 것이다.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아-!

너는 10중심의 세력 다툼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회색의 절대자님과 대등할 정도로 현명해졌다면 이제 나만큼 강해지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도 10중심도 세력조차 필요가 없다.

너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앞으로 네가 이끌 너의 아들과 혈족으로 이루어질 바람가의 힘이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절대계와 세계 모두가 너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저기 너를 위해 준비한 목검을 들어라.

이제 시작하자.”

난생 처음 잡아보는 목검이었다.

그러나 마치 매혹되듯이 손잡이를 잡아갔다.

처음에 수련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세상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현자의 길을 가고자 했던 결심도 그 세상을 단숨에 절단하는 힘 앞에 사라졌다.

사이안님에게 배웠던 수많은 지식과 권능도 절대적인 힘 앞에서 어떤 대책도 찾을 수 없었다.

영원체들과 정신체들이 이런 힘을 가진 10중심들 앞에서 느꼈을 절망감과 암담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창조주가 무슨 생각으로 넘겨주었는지도 정확히 깨달았다.

자신도 절반은 영원체였기에 알 수 있었다.

‘영원체인 나는 알 수 있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의지의 승부를 건 것이다.

영원체인 이상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었고 창조주의 자리를 걸어서 물러날 수 없게 만들었다.

받아들인 순간 이미 졌다.’

절대계 전부를 주관하는 창조주가 되면 혜택도 엄청나지만 정신과 존재에 걸리는 부담이 막대하다.

영원체를 초월한 힘을 가진 강자라도 결국은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수많은 의지의 부대낌과 반복되는 경험의 허무함은 영원불멸의 정신과 육체를 가진 영원체가 아니라면 결국 미치게 된다.

‘불사불멸의 정신체조차 시간이 가면 결국 소멸을 선택하는 이유다.’

더구나 창조주의 의무까지 부여하여 부담을 가중시키면 끝장이다.

최고의 현자인 회색의 절대자조차 바로 파악할 수 없게 영원의 시간을 기준으로 한 인내의 승부였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표면적인 완전 승리와 같은 창조주의 제안에 적극 찬성한 다른 10중심들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스스로 자멸하는 순간을 조용히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설사 미쳐버린 10중심이 설사 절대계를 소멸시켜도 영원체들은 본질적으로 어쩔 수는 없다.’

10중심들의 미래는 결국 파괴신이 되어 급격하게 힘을 소모하고 자멸하는 길뿐이었다.

이 결말은 창조주의 의무와 권리를 충실히 실행할수록 빨라진다.

‘왜 사이안님이 10중심들이 절대계에 직접 관여하여 지배하는 것을 그렇게 반대했는지 알겠다.

열심히 할수록 파국이 더 빨라진다.’

자신들이 거의 승리한 최종 단계였다.

그러나 모든 신족세력을 잃은 창조주가 넘겨준 마실 수밖에 없는 극약을 먹어 외통수를 맞은 10중심이었다.

사이안은 이 절망적인 패배를 반전시킬 수단이 필요했다.

설사 다른 10중심들과 원수가 될지라도 말이다.

그것이 회색과 바람의 힘을 합한 반영원체인 자신이었다.

‘또 난세가 온다.

그것도 모든 10중심들이 미쳐 날뛰는 종말의 때다.

그럼 강함이 무엇보다 우선한다.

10중심들을 전부 제압할 정도의 힘이 필요해.

그러나 가능할까?’

아버지가 10중심의 무력의 상징 ‘파워 오브 엠블렘’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자이나 10중심 내에서 종합적인 서열은 가장 하위이다.

세력이 없어서 그런 평가를 받기도 하나 실질적인 무력역시 최강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직접 보았다.

바람가의 가주계승을 위해 여기 오기 직전에 사이안님은 자신을 데리고 다른 10중심을 방문했다.

사이안님이 다른 10중심들을 거의 협박하다시피 하여 어쩔 수 없이 보여주고 가르쳐 준 그들의 힘은 정말로 대단했다.

그리고 위화감도 느꼈다.

그들의 전력과 전부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10중심님들도 아버지처럼 숨긴 힘이 있어 보였다.

전력을 다했다고 하지만 아무 부담이 없었으니까.’

그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수단을 총동원해도 현재의 아버지에 받을 바람가의 오의로는 승산이 없다.

바람가의 오의는 분명 대단하나 종합적이다.

각각의 영역에서 특화되어 있는 다른 10중심과 비교하여 위력 면에서 손색이 있는 것이다.

‘황금의 절대자인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님을 상대로는 어떤 방식으로도 결코 이길 수 없다.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님과 근접전을 벌이면 패배하신다.

검편의 절대자 아스나스님과 진검 승부를 하시면 베이게 된다.

소마의 절대자 소마님과 마도의 승부는 순식간에 지게 된다.

다른 분들도 개인 전투력은 아주 약간 떨어지나 신족이라서 세력까지 전부 나설 것이다.

결국 바람은 누구와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복잡한 심사였다.

아버지와 자신만이 있는 바람가의 힘만으로는 다른 10중심과 세력을 단 하나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전부를 제압하다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태는 위중한데 선택의 길이 너무나 좁고 험하다.

여기서 가장 현명한 방법은 창조주에게 사죄하고 부하로 들어가는 길이다.

각자 엄청난 제약을 당하겠지만 이 길이 아니면 결국 모두 미쳐버릴 것이다.

사이안님이 아무것도 말씀해주지 않고 아버지에게 넘긴 이유는 나보고 선택하란 것인가?

내가 나서서 창조주에게 다시 지배권을 바치고 충성을 바칠 것인가?

아니면 10중심들을 제압하고 절대계의 창조주가 될 것인가?’

양쪽 다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10중심들을 이길 힘이 부족하기에 창조주에게 고개를 숙이고 목숨을 구걸해야하는 것이 맞았다.

창조주는 아무리 반역자들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힘을 가진 강자들을 다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 것이다.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림은 과거에 먼 선조가 했었고 나는 그 땅의 소유권을 힘으로 얻었다.

거기에 무엇을 하든 너의 자유이다.

너야말로 10중심이 마련한 최고의 힘이자 지혜이며 진정한 창조주이다.

우리의 모든 권능과 지혜를 익히고 발전시켜 마침내 세계와의 전투에서 최종 승리를 거둘 것이다.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아버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준비해온 것이다.”

이것 역시 정신체의 오산이면서 오만이다.

절대계를 만든 것은 영원체들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결국 창조주의 것이며 영원체들이 주인이다.

그 속에 있는 모두가 살아갈 권리를 그들에게 빌린 입장이다.

창조주의 권리를 받았으니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정말 주인이 되었다고 착각해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뿐이다.

‘창조주의 자리는 결국 영원체의 것이다.

사이안님의 말씀대로 투쟁을 할 수 있어도 주인은 될 수 없어.

협상을 하고 권위를 받아들인 순간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되었다.

하나 이런 부질없는 기대를 하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 없구나.

그리고 영원체로서 자부심을 잃고 이런 치졸한 수단을 쓰는 과거의 창조주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싫다.’

영원체로서 파악한 모든 것을 가슴에 묻고서 바람가의 수련에 들었다.

그 후 10중심들은 역시 창조주의 기약 없이 반복되는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의무에 의지가 마모되어갔고 서서히 미쳐갔다.

‘처음에는 이유 없는 짜증 정도지만 점점 광폭해지고 긴장을 풀면 발작하듯이 부수려고 한다.

세상을 혐오하여 파괴하려는 광증의 시작이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신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반기를 들고 덤벼들고 나서야 삶의 의미를 찾고 겨우 진정이 될 정도였다.

그 후 벌어진 미숙한 영원체이자 절대자였던 자신과 10중심의 전투는 당연히 열세였다.

처음에는 10중심 전원은 고사하고 단 한 명을 상대로도 처절한 패배만을 거듭했다.

1대 10중심들도 겨우 단 한 명이 반역을 하겠다고 직접적으로 대들었으니 버릇을 고쳐줄 생각으로 나섰다.

‘수없이 찢기고 베인 그때의 고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래도 영원불멸의 영원체로서 어떤 부상이나 타격도 원상복귀가 된다.

절망적인 무력의 차이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강해졌다.

마침내 바람가의 절대권능 불가해의 팔시조를 완성하고 10중심들과 대등한 전투를 벌이게 되었을 때 과거의 창조주가 찾아왔다.

만나면 반드시 가만 안두겠다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하나 그 때 나온 제안은 정말 뜻밖이었다.

또 다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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