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26화 (537/2,000)

28권 29권

영원체의 영원불멸을 믿고 10중심의 서열전에도 여유롭게 근처에서 구경하던 기존의 대응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솟구쳤다.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분명 자신보다 약하지만 영원체라서 신체와 권능이 영원불멸이다.

어떤 부상도 권능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잠깐-! 왜 영원체인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왜 도망쳤지?

그리고 저 검의 붉은 빛과 푸른빛은 도대체 뭐야?

내가 왜 분석이 안 돼?

어……, 어라? 정말?

영원 권능과 마도?

그래서 정신체는 스치기라도 하면 죽어?

설마 나도?

뭐가 어째?

급소에 직격되면 죽음도 아니고 말소?

10중심인 나를 말소하는 것이 진리라도 가능한 일이야?’

대답하라-!

언제나 동전의 앞면.’

재촉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영원의 동전의 앞면은 최대치의 위력을 보여주면서 경고와 정보를 쏟아내고 있었다.

단지 받아들이기만 하기도 벅찰 정도다.

‘뭐야? 저 태극천검에는 단순한 물리공격이 아니고 영원의 권능과 마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그것도 파멸유혼검의 불멸과 불살과 동급의 필멸(必滅)과 필살(必殺)?

유일용신제가 쓸 때는 단지 권능 증폭기였잖아?

설마 사용하는 사용자에 따라 능력이 다르다고?

무슨 그런 황당한 절대기가 있어?

이러면 절대기의 서열 자체가 의미가 없잖아?’

진리에게 모처럼 꺼내어진 태극천검은 기쁘다는 듯이 붉은 빛과 푸른빛을 사방에 비추었다.

화우우우우웅-! 사아아아앙-!

공기를 가르는 것 같은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빨간색과 파란색의 빛이 마치 빛의 검 날처럼 둘러싼다.

이제 평범한 양날 검이 아니었다.

거의 키와 같이 길어지고 손바닥만 한 넓이로 만들어진 빛의 대검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진리 아니 바람가의 대가주인 한진안이 말을 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사이안님에게 배운 지식과 지혜로 세상 전부의 이치를 통달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단이 이룰 수 있는 일에 몰두하여 개인의 무력을 너무나 경시했지.

실로 오만하였다.

그런 나를 이끌고 나의 아버지 108대 한진호님이 처음 이 수련장에 섰을 때 말씀하셨다.

내 아들아. 네가 보았을 때 이 검으로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무엇이더냐?”

그리고 왼손으로 가볍게 빛으로 만들어진 검 날을 쓰다듬으면서 튕긴다.

투웅-! 파아아아아앙-!

분명 빛으로 만들어진 검 날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행위가 분명할 진데 정말 금속을 치는 소리가 울린다.

‘신체 변형이 아닌 신기의 변형이다.

거기에 신력과 마력을 집중시켰다.’

예측되는 위력도 무섭지만 진리가 풍기는 기세가 더 위협적이다.

흑염의 절대자의 몸은 이미 완벽한 전투태세로 들어섰다.

본색을 드러낸 태극천검의 검신을 다정하게 쓰다듬는 행위에서 지극히 위협적인 투기와 살기가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진리가 이런 투기와 살기를 보이다니?

정말 진심으로 하실 작정인가?’

이제까지 진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기세를 보인 적이 없었다.

어떤 적을 만나도 산책을 나온 듯이 평온하게 쓰러트려왔다.

그 대상이 설사 주우주의 창조주를 맡은 영원체라도 전혀 다름이 없었다.

“오로지 현자의 교육만을 시키시다가 이제 수련을 시킬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하나 10중심과 아버님이 있는데 나까지 강해져야할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말씀드렸다.”

정말 먼 과거의 회상이었다.

하나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검을 쓰다듬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그리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비록 바람가의 오의와 태극천검이 아무리 위력이 있다고 해도 결국 개인의 검에 불과합니다.

검을 든다면 개인을 이길 수 있어도 세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집단이며 보다 나은 이상입니다.

사이안님께 대등한 현자로 인정받은 저는 아버지를 모시고 10중심의 모든 세력의 정점에 올릴 수 있습니다.

저희 바람가도 이제 절대계에 나서서 세력을 가질 때입니다.”

참으로 당돌했으나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아는 한 10중심에서 무력의 상징이라고까지 불리는 아버님을 단독으로 이길 존재는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자신의 지혜만 보탠다면 충분히 정점에 도달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사이안님이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느냐?

잘 배웠구나.

물론 개인의 힘은 집단의 힘을 능가할 수 없다.

그러나 법칙에는 항상 예외가 있다고 말씀도 하셨겠지?

그 예외가 바로 우리다.

보거라.

이것이 바람가의 힘이다.”

그렇게 말한 진리는 검을 쥔 손으로 가볍게 횡으로 그었다.

너무나 가벼운 동작이지만 그 결과는 처절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세계가 갈라졌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흑염의 절대자의 바로 머리 위를 스쳐간 검격(劍擊)이 끝도 없이 그어진다.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검기에 위로 치솟아있던 머리카락의 일부가 잘려져 버렸다.

그래서 허공을 날아서 떨어지는 잘려진 머리카락들을 보니 흑염의 절대자는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머리카락이 단지 기세로 잘려?

그리고 추정되는 사정거리가 절대거리 코아 이상?’

방금 보인 검의 휘두름으로 생긴 위력이 감지범위를 벗어나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위력의 감소도 없이 그대로 말이다.

‘검격이니 연속발동이 가능할 것인데 맞으면 정말 잘려 버린다.

그럼 절대로 정면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검에 몸이 닿으면 잘린다는 사실은 당연하지만 흑염의 절대자인 자신에게는 아니었다.

절대계에 태어날 때부터 10중심의 절대기가 아니라면 상처조차 입히기 힘든 몸이었다.

‘진리를 만나기 전에는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다.

그런데 정말 접촉만으로 나를 벨 수 있는 무기가 있었어?’

정말 일반적인 나약한 존재들처럼 검에 베이게 된다는 결과를 단숨에 꿰뚫어 본 흑염의 절대자는 완전히 경직되어버렸다.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날카로운 검 앞에 맨 몸으로 선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흑염의 절대자에게 진리 아니 바람가 109대 한진호는 나직하게 말했다.

“바람가 혈계오의(血系奧義). 태극천검 절대참(太極天劍 絶代斬).

말 그대로 절대계를 단번에 양단하는 검격이다.

그 당시의 아버지께서 이걸 바람가의 힘에 대한 증명으로서 보여주셨다.

혼자서 내가 아는 세상 전부를 베어버리는 절대의 무력에 너무나 놀란 나에게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네가 계승할 세상 전부를 능가할 바람가의 힘이다.”

자신의 투기에 창백하게 질려 식은땀만 흘리는 흑염의 절대자에게 태극천검을 들어 올린 한진안은 과거의 생각에 젖어 들어갔다.

‘모든 상식을 파괴하는 힘에 질겁한 나의 표정 또한 저와 같았다.’

한없이 올라가는 기세는 과거를 생각해서 저 멀리 피한 바람가의 오리진들조차 목을 움츠릴 정도다.

영원체의 심혼조차 뒤흔드는 기세에 이어 자부심과 열정이 꿇어 넘칠 것 같은 한진안의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무사는 죽음도 삶도 모두 적의 주먹과 검 끝에 두고 산다.

패배하면 죽고 승리하면 산다.

그래서 약자는 사라지고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수련을 멈추지 마라.

바람가의 후손이 약해지면 용서는 없다.

내가 직접 처벌하겠다.”

가주 인정식에서 처음 보게 되는 진리가 아닌 한진안 할아버님은 정확하게 무사였다.

약해지면 죽인다는 협박을 하면서 자신들을 쏘아보는데 정말 진심이었다.

직접 나서지 않으시고 바로 윗대의 선조가 계승식을 하는 사실이 천만다행이었는데 그걸 저 멍청한 흑염이 자청해서 끌어낸 것이다.

더구나 상대가 쉽게는 죽지 않는 흑염의 절대자라서 아주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었다.

‘진심으로 손을 봐줄 모양이시다.’

‘저 흑염 놈.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요?’

‘1대처럼 혼자면 죽어도 상관없는데 오리진이 사라졌다고 흑염일족들이 날뛰면 골치가 아픕니다.’

정말 혼자면 죽든 말든 상관없다.

다른 강자나 자신들이 나서서 대체하면 끝이다.

하나 문제는 이끌고 있는 1조이상의 신력을 가진 흑염 일족이 1억이 넘는다는 점이다.

오리진을 잃고 제어력을 잃은 흑염일족이 날뛰기 시작하면 흑염의 영역은 단숨에 재로 변해버릴 것이다.

‘흑염일족의 제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

그런 바람가의 오리진의 걱정과는 전혀 다르게 사태는 진행되고 있었다.

진한 미소를 띠우면서 한진안은 계속 검을 소중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그리운 아버지와의 추억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람가의 힘은 개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람가의 선조들에게는 이런 힘이 없었지.

초월적인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완력만 쓰는 일반적인 인간의 무인 수준이었다.

하나 강함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가졌던 선조들은 영혼의 안식조차 포기하고 후손에게 힘을 계승하는 길을 선택했다.

나의 윗대의 모든 선조가 태극천검에 모두 영혼으로 남아서 강해지는 수련만을 생각하고 후손들에게 실현시켰다.

혈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영혼이 모여 연구하면서 우리 바람가의 힘은 대대로 자손들에게 계승되어 발전되어 왔다.

처음에는 약할지라도 대를 이을수록 강해진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바람가의 힘이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태극천검 절대참의 실현모습이었다.

절대계가 통째로 두동강이 났다가 점점 복구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그런 힘을 발휘하도 숨 하나 고르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왜 창조주가 권리를 이양할 수밖에 없었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1대 10중심들은 영원체들조차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힘 자체였다.

“나도 오로지 혼자서 세상 전부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기를 갈망했지.

그리고 마침내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님을 뵙고서 여기까지 도달하였다.

꿈을 이룬 것이다.”

거기까지 자랑스럽게 말하던 아버지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우우-! 꿈을 이루고 나면 현실이 다가온다.

10중심이 되어서 창조주의 권리와 영역을 나누어 지배권을 받았으나 의무도 받았지.

절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창조주의 의무는 너무 막중하구나.

강해지기 위해 수련하고 싸워 승리하기만 했던 과거가 차라리 나았다.

영역관리는 무리이고 남을 시킬 수도 지배할 수도 없구나.

그리고 나는 수련만 한 무사이기에 가진 것은 힘뿐이다.

그래서 절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조차 너무나 힘들다.

지금도 나의 의식은 수많은 지성체와 정신체의 갈망으로 흔들린다.

아마도 다른 분들도 거의 상황은 같겠지.

수를 셀 수도 없는 의지의 외침을 듣고 그 중 가장 옳은 길을 선택하여 이끈다.

방해가 되면 설사 자신이라도 배제한다.

이건 영원체가 아니라면 어떤 힘을 가진다고 해도 무리였다.

사이안님은 처음부터 이걸 예상하신 것인지도 모르지.

도전자인 우린 끝까지 싸워 이겨야지 어떤 유리한 협상도 결국 패배라고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셨다.

그러나 영원체들과의 전투는 아무리 이겨도 끝이 없어 지쳐가고 있었다.

그 분의 냉소대로 우린 끝없는 승리에 지쳐서 최종적인 패배를 선택한지도 모른다.

지금은 확신한다.

직접 싸워 이길 수 없는 영원체들은 승산이 없는 전투대신 창조주의 승부를 걸어온 것이다.

이 창조주의 승부는 영원체가 아닌 우린 아마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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