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이 창조신계로 입문식을 하고 있을 때 2대 흑염의 절대자는 이계의 본가에 있는 진리를 만나고 있었다.
흑염만으로 가능한 영원권능 ‘몰아 파호톤’의 습득에 몸이 달아서 바로 그대로 달려온 것이다.
“진리-! 진리-! 흑염이 수련 받으러 왔습니다.”
감히 진리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본가의 대문을 부서져라 열어젖히고 들어온 흑염의 절대자를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영 못 마땅한 눈으로 쏘아볼 뿐이다.
더구나 바람가는 지금 차원권능을 부여한 새로운 주우주 창조에 전력을 다하는 시기라서 더욱 그러했다.
거의 대부분의 일은 후손들이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간 점검과 보완은 반드시 진리가 해야 한다.
덕분에 모두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무척 바쁜 과정이었다.
하나 진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반갑게 맞이했다.
절대계 10중심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기 발로 바람가의 본가로 찾아오다니 굉장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청해서 수련을 받으러 오다니 드디어 회색의 절대자의 뒤를 잇는 것은 포기한 모양이군.
흑염의 절대자로서 자각을 한 모양이구나.
아주 좋은 일이야.’
이미 육체수련은 정점에 도달한 흑염의 절대자였다.
그 이상의 경지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했다.
오직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감수할 생각이라니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바로 바람가의 수련장에서 흑염의 절대자를 마주한 진리가 아주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물었다.
“정말 내게 직접 수련을 받겠다고 했느냐?
그것도 자청해서?
후회는 없겠지?”
“저……, 저 그것이…….”
진리와 직접 마주하자 10중심 중 최고가 될 수 있는 영원권능을 얻을 수 있다는 흥분이 팍 가라앉은 흑염의 절대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것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양손을 들어 올리자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기세가 일어난다.
주변에는 혹시 모를 피해 방지를 위해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회색의 절대자와 결투를 벌이면서 주우주의 경계까지 날려먹은 전과가 있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거의 적지와 다름없는 바람가의 본가에 찾아와서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절대계의 권력을 놓고 적대적인 그들조차 보고 있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흑염의 영원권능을 공개한다.
‘따라할 수 있으면 해봐라.
나도 처음에 안 되더라.’
그런 자신감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길어져라.
강해져라.”
그래서 갑자기 손끝을 바라보며 외치자 어이가 없어진 바람가의 오리진들이었다.
신력도 권능도 발동하지 않고 외침으로 무엇인가가 일어날 리가 없다.
하나 이변이 일어났다.
슈가가가가각-! 슈가가가가가-!
바로 손끝에서 맹수의 발톱처럼 튀어나오는 손톱의 변형과 거기에 집중되어 불길이 되어 넘실거리는 흑염의 권능을 보고 깨달았다.
단순해 보이는 저것이 얼마나 위험한 위력을 가졌는지 말이다.
‘저건 영원체의 몸조차 위험할지 모른다.’
‘신체 변형?
아니 신체 진화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흑염에 또 저런 권능이?’
흑염의 절대자는 충격에 빠진 바람가의 오리진들을 의기양양한 얼굴로 쓱 흩어보고 검은 불길로 타오르는 손톱을 진리에게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아직 미숙하지만 영원권능이 될 몰아 파호톤의 기본 형태입니다.
여기서 변형이 추가되어서 파호톤의 모양이 되어야 하는데 신체단련 부족으로 안 된다고 합니다.
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진리에게 가면 해결된다고 하더군요.”
검은 불길이 치솟는 길어진 손톱을 쳐다보던 진리는 뭔가를 생각하면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몰아 파호톤이라?
흑염의 권능에 몰아가 있었나?
아니 있었군.
과거에 있었어.”
뭔가를 고민하다가 마치 기억이 난 듯 말하는 진리에게 오히려 흑염의 절대자가 놀랐다.
“이걸 아십니까?”
진리는 1대 10중심의 모든 권능과 오의를 개방했다.
그리고 2대 10중심에게는 본인의 경험까지 넘겨주면서까지 전력으로 길러냈다.
그 중에는 미완성인 부분까지 있었는데 이것만을 빼고서 전수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얼마나 절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지탱할 강자를 만들기 위해서 전력으로 노력했는지는 자신들이 가장 잘 알았다.
바람가의 혈족보다 더한 정성과 배려를 한 것이 바로 자신들이다.
‘진리가 그럴 리가 없지.’
그런데 갑자기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급박하게 경고한다.
‘뭐? 위험해?
뭐가?
이 강화손톱만으로도 진리의 대련은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그게 아냐?
위험한 상대는 진리가 아니라고?’
뭐가 뭔지 모를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련한 음성으로 말하던 진리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보는지 모르지만 뭔가 등골이 서늘한 위기감이 몰아쳐오고 있었다.
“몰라.”
“예?”
“진리인 나는 모른다.
하나 다른 측면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하는군.
하긴 본래 그쪽이 이런 힘을 쓰는 측면에서 주력이기도 하다.”
“예?”
이제는 당장 도망가라고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재촉한다.
언제는 몰아 파호톤을 얻을 방법은 여기밖에 없다고 몰아붙인 주제에 너무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그러나 직감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언제나 똑같이 여유롭던 진리의 기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좋은 기회다.
2대들도 영원의 다음 단계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겠구나.
조금 이른 감이 있으나 이렇게 자청해서 오는 경우는 드무니 그냥 보낼 수도 없지.”
전혀 의외인 말을 하는 진리를 보면서 어리둥절한 흑염의 절대자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진리의 기세가 완벽하게 변했다.
영원체 특유의 완전함과 모호함에서 나온 것은 당장이라도 터질듯이 부푼 투기였다.
아니 살기였다.
500억년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세를 드러낸 진리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파멸유혼검을 그대로 아공간에 집어넣고 새로운 검까지 꺼내든 것이다.
후우우우우우웅-!
‘진리가 투기와 살기를?
말도 안 돼-!
그리고 저거 설마 태극천검(太極天劍)?
바람의 절대기?
유일용신제 손에서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초월적인 강자들이 기존의 규칙을 수정하는 일이 넘쳐나는 절대계에 유일무이하게 변함없는 법칙이 있다.
‘진리 앞에 적은 없다.’
진리와 대등한 강자는 없다.
전부가 오로지 치워야할 장애물에 불과했기에 감정을 실을 이유도 전력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적을 타도하는 신기로서 너무나 이질적인 불멸(不滅)과 불살(不殺)이 걸려있어 결코 죽음을 내리지 않는 파멸유혼검이야말로 그 법칙을 증명한다.
하나 이제 오른손에는 항상 쥐어졌던 파멸유혼검 대신 손잡이에 태극무늬가 새겨진 고풍스런 문양이 태극천검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진중하면서도 장난기가 서렸던 음성이 사라지고 강렬한 투기가 넘치는 음성이 울렸다.
“흑염의 몰아(黑炎의 沒我)―!
그것은 육체면의 나의 스승이셨던 1대 흑염의 절대자께서 미쳐가던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완성시키려고 노력했던 진정한 투사의 파괴력-!
신체강화의 정점에 이루어 더 이상 상승시킬 수 없는 본인의 육체였기에 이룰 수 없는 오의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의지로서 신체를 변형시켜 더욱 강화하고 진화를 이루어서 영원체를 능가한다는 혼자만의 이상이자 꿈이셨다.
그래서 진리는 모른다.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수련을 받은 것도 나고 익힌 것도 나다.
그러니 당연히 불완전한 영원체를 완전하게 유지하는데 전력하고 있는 진리는 모를 수밖에 없다.”
말투도 변했다.
절반정도 섞인 가벼운 감정이 사라지고 오직 진중한 신념만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가볍게 흑염의 권능이 집중되어 타오르는 강화손톱을 잡았다.
덥석-!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이것을 발동하면서 보인 위력을 잘 알고 있는 흑염의 절대자가 기겁을 했다.
‘몰아를 발동하고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손톱도 아닌 이빨로 파멸유혼검을 물어뜯어버렸다.
그러면 아무리 진리의 몸이라도 위험하다.’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의 몸에 위해가 생긴다.
그것만은 아주 애매한 중간자적인 위치에 있는 10중심으로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들인 유일용신제야 당연히 미쳐 날뛰겠지만 자신도 용서할 수 없었다.
“진리-! 위험……!!!”
다급하게 경고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파스스스스스-!
진리의 손아귀에서 마치 촛불처럼 사그라지는 흑염의 불길이었다.
더구나 물질적인 강도로는 더 이상 없을 강화손톱들이 단지 손가락으로 고무처럼 휘어지고 모양이 변형되고 있었다.
‘무슨 힘이 저러지?
아니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이 분야에서는 극한에 위치하고 있는 흑염의 절대자는 바로 알아보았다.
단지 육체능력만으로 저렇게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아무런 증폭도 없이 순순한 힘이 정도란 뜻인가?’
최고의 신체능력을 가졌다는 흑염의 절대자조차 놀랄 힘을 보인 진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감을 보였다.
“좋아-! 몰아가 맞다.
이제야 겨우 영원체를 능가하는 신체수준에 도달했구나.
그것도 아무런 정신과 신체의 어긋남이 없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힘으로 말이다.
아주 수고했다.
역시 10중심 중 최강의 육체인 흑염답다.”
어지간한 일로 칭찬을 하지 않는 진리가 보인 극찬에 흑염의 절대자가 당황해서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하나 다음 말에 완전히 창백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좋은 시기에 잘 찾아왔다.
시작단계이니 조금만 더 수련하면 이건 모두 너의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도는 바람가의 대가주(大家主)이자 109대인 나 한진안이 잘 알지.
이제 내가 직접 수련을 시켜주마.
바람가의 가주의 계승방식대로-!”
“에? 바람가의 가주의 계승식 말입니까?”
바람가의 가주의 계승방식.
그것은 바로 다음 바람가의 가주로서 인정하는 의식이었다.
1만년의 수련을 마치고 선대와 진심으로 싸워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최후의 시련이었다.
‘선대를 능가하거나 능가할 가능성을 보여야 끝난다.
그 전까지 멈추지 않는데 설마 그걸 바람가도 아닌 나에게?
그건 재능의 문제가 아닌데?’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잘 알고 있는 흑염의 절대자는 기겁하고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도망칠 기회는 이미 없었다.
진리가 인간의 초월자로서의 모습까지 보였는데 용납할 리가 없는 것이다.
바로 바람가의 계승식이 시작되려고 한다.
“시작한다.
준비를 해라.”
스르르르르릉-!
손에 쥔 태극천검이 검집에서 마찰하는 소리를 내면서 꺼내어지자 붉은 빛과 파란 빛이 폭발적으로 발산된다.
1.5m 정도의 길이에 넓은 검신을 가진 양날검인 태극천검의 오른쪽은 붉은 유리와 같았고 왼쪽은 푸른 유리처럼 투명했다.
정말 유리라면 강도는 전혀 기대할 수 없어 보였지만 이것이야말로 바람가의 가주의 상징인 태극천검(太極天劍)이다.
‘부수기는 고사하고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은 흑염의 파호톤 밖에 없었다.’
그런 강도를 가지고 영원권능을 발휘하고 심지어 마도까지 자유자재로 증폭하고 운용한다.
그렇게 발동된 위력은 각각 따져도 10중심들의 절대기외에는 비교대상이 없었다.
108대 한진호에 의해 절대기로 진화한 뒤에 모든 부분에서 두 번째의 자리를 자랑하는 최고의 절대기가 바로 태극천검이었다.
태극천검을 쥐었던 유일용신제가 얼마나 강대했었는지 혼자서 1대 10중심의 신체에 도전했던 기록이 증명했다.
‘절대기만 믿고 설치다 진리에게 혼나고 바로 뺏겼지만 말이야.’
“몰아를 익히려는 넌 강해졌다.
파멸유혼검의 배려는 필요가 없지.
또한 이제처럼 적당히 해서는 효과가 없다.
아직 사정을 보아주겠으나 잘못하면 너라도 죽는다.
그러니 목숨을 걸고 와라-!”
진리가 10중심에게 목숨을 걸고 오라는 뜻은 말 그대로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수련단계에서조차 엉망으로 당하고 나가떨어지기 만한 자신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변한 기세와 태극천검을 보자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지금 진리의 상태는 설마 바람가 109대 한진안인가?
1대 10중심 전부를 혼자서 타도했다는 전투태세?
정말 진심으로 싸울 생각인가?’
쿠우우우웅!
진리 아니 1대 10중심 전부를 혼자서 쓰러트리고 죽였다는 109대 한진안과 단독으로 마주친 흑염의 절대자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아무리 진리가 무서웠어도 파멸유혼검을 들고 있으니 죽음은 없었다.’
그런데 그걸 거두고 검을 바꾸어 들었다는 의미는 아차하면 죽인다는 뜻이었다.
얼마나 상황이 심각하지 이미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저 멀리로 떨어져서 관망을 하고 있는지 오래였다.
‘저것들이 영원체라고 까불더니 진리가 파멸유혼검 대신 태극천검을 빼어든 순간 이미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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