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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623화 (534/2,000)

28권 29권

자신들의 본성을 파괴하고 신체까지 죽여 버린 적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여기에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폭력을 휘두르니 일단 고개를 숙여야 했다.

마치 하위신이 된 것처럼 주변정리를 하게 된 이계의 창조신들이 엉망이 된 땅을 고르기 시작한다.

신령 상태로 대지를 평평하게 만들고 부서진 조형물들을 다시 복구하는 것을 본 이계의 창조신들을 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하지만 역시 최고위 창조신들답다.’

10조가 넘는 신력을 가진 창조신장의 신력과 권능 속에서도 용케 자신만의 권능을 사용하고 있다.

최고위 창조신을 차지한 신격과 재능만은 거짓이 아니란 뜻이다.

‘적응이 빠르다.

조금 더 단련시키면 쓸 만하겠어.’

배신자들의 본성은 이미 자신이 날려버렸으니 몸값을 받기는 글렀다.

그렇다고 소멸시키자니 힘 낭비고 봉인시켜 버리면 그래도 같은 창조신들이라서 나중에 평판이 떨어진다.

창조신들의 지극히 감정적인 사유였다.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고 했지.

왕이 다른 왕을 죽이면 동족을 살해한다고 불안감을 느낀 주변의 왕들에게 쌍욕을 먹기 때문이다.’

신계관리주신으로 부려먹자니 기존의 주신들에게 치도곤을 당하고 무용지물이 되는 꼴이 보였다.

개인능력도 떨어지는데 머릿수도 부족하니 버틸 방법이 없다.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처럼 차원신계 내부라도 뭉쳐서 자력으로 버틸 힘이 없다.’

결국 남은 길은 자신과 같이 전쟁터와 같은 장소를 같이 다니면서 강제로 도움을 주게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이게 최선의 자비였다.

그럴 가치도 없는 하위신들은 모두 신령연옥에 처박아 놓은 상태였지만 말이다.

‘공짜로 정기는 못 먹인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사용해야지.’

그들도 차후에 연산력과 신격을 보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자격이 된다면 해방시켜서 활용할 것이다.

깔끔하게 자기가 벌인 사고의 정리를 떠넘긴 차원의 마도신은 전신갑옷을 입은 상태로 바로 창조신계에 들어섰다.

‘임명식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니 서둘러야 한다.

얕보이지 않는 행위가 너무 과다하면 안 좋아.’

정문을 빠르게 통과한 시야에 최고위 창조신급인 차원신계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은 공간에 끝없이 높은 솟은 개인 신전들이 보인다.

신계가 보여줄 수 있는 발전과 번영의 최선두가 여기 있었다.

다만 불안한 점이 있다.

일반적인 지성체의 상식으로는 지극히 이질적인 신족인데 창조신계라고 다를 리가 없다.

처음 신계에 들어왔을 때 여신부 때문에 당혹했던 느낌이 생생했다.

‘설마 여기도 여신부가 있는 것 아니겠지?’

복구 완료된 성문 주변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투신들을 보니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창조신장님이 계신 주신전까지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길도 화려한 채색을 제외하고는 별 특이사항은 없었다.

혹시라도 몰라서 확인을 한다.

“주신전으로 가는데 주의사항은 없나?”

여신부가 없냐고 대놓고 물어볼 수 없어서 돌려 말한 물음인데 투신의 반응은 바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도로를 가리키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빨간색 도로가 여신들 전용이고 파란색은 남신들 전용입니다.

그러니 파란 도로를 따라서 가시면 됩니다.”

정말 말 그대로 모든 도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 위를 남신과 여신이 나뉘어서 걸어가고 있었다.

정확히 절반씩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진 도로가 단지 환경미화인 줄 알았는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또 처음 보는 생소한 광경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여신 전용만이 아니라 남신 전용도 있어?

이건 또 뭐야?’

역시 신계답게 또 이상한 것이 있다.

그렇다고 처음 신계에 들어섰을 때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난장판을 칠 수는 없다.

‘이미 필요한 정도의 사고는 쳤고 아쉬운 것은 자신이다.’

여기서 배우고 얻어갈 것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주신의 실수를 수습하는 것은 지금은 쉬운 일이다.

하나 창조신의 경우는 너무 격이 다르다는 것을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임시 부활로 절실하게 깨달았다.

머뭇거리면서 결국 직접적으로 물었다.

“혹시 여신부가 창조신계에 있나?”

그러자 투신의 무뚝뚝했던 얼굴에서 미소가 스치면서 바로 정중하게 대답을 했다.

“여신부를 대신하여 양성 평등부(兩性 平等部)가 있습니다.”

“…….”

당장 폐지하고 싶지만 대부분 여신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어서 차원신계에 아직 있는 여신부는 없다고 한다.

하나 비슷한 것이 역시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양성 평등부?

듣기는 좋은데…….’

양성 평등부가 있다는데 뭔지 모르니 할 말이 없었다.

약간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고 위병을 맡은 투신이 더욱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 했다.

“창조신계는 남녀평등을 완벽하게 준수하기에 지역도 동등하게 구분되어있습니다.

남성 전용을 뜻하는 파란 색깔의 도로와 시설만 이용하시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창조신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열 1위의 위대한 주신장님.”

빨리 통과하라는 우회적인 말이다.

결국 파란색 도로를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과연 마치 쌍둥이처럼 빨간색과 파랑색으로 시설물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색깔별로 나누어진 도로와 시설이 정확하게 2개씩 지어져 있었다.

도로도 2개, 식당도 2개가 붙어있는 식이다.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왜 하나만 만들면 될 것을 두 개를 만들어야 하지?

지극히 비효율적인…….’

또 뭔가 불합리를 느끼고 불만이 생겨 개선사항을 도출하려던 차원의 마도신은 황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휘-! 휘-!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바로 지웠다.

왜 창조신장이 징계대신 물벼락만 내렸는지는 이제 알았다.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창조신에게 징계를 하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을까봐 무마한 것이다.

그렇게 반대파 창조신들과 드잡이 질을 하고 1대 흑염의 절대자의 부활사태를 일으켜서 겨우 들어온 창조신계에서 쫓겨날 수는 없는 것이다.

‘창조주의 전권대리인이자 신족의 지배자인 창조신장은 결코 불만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창조신장님이 주관하시는 창조신계를 함부로 비판했다가는 바로 추방될 수 있다.

양성평등이 뭔지 이해는 잘 못하겠지만 이곳의 규칙을 잘 지키고 아무하고도 안 싸워야 한다.

아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공부나 하자.”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은 다짐을 했다.

조용히 창조신성에 대한 권능습득만 하면 일단 1차 목적은 완료였다.

너무 날뛴 결과로 창조신들이 저렇게 공개적으로 질겁하고 있으니 2차 목적까지는 힘들겠지만 상정한 예측범위이내였다.

‘창조신성의 제조법만은 어떻게든 습득해야 했다.’

생각에 골몰하면서 주신장의 화려한 전신갑옷을 입고 초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주목은 끌지 않았다.

다행히 신계 내부에서는 공간이동은 금지되어 있어 도로에 창조신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빠르게 이동을 하는 자신을 신경을 쓰는 존재는 없었다.

‘아는 신이 하나도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라는 것은 이럴 때 편하군.’

묵묵히 앞만 보고 나아가니 나타난 거대한 광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남성전용이라는 파란색 도로만 충실하게 따라왔는데 갑자기 색깔이 끊어졌다.

그리고 전혀 다른 색깔의 도로와 광장이 보였다.

‘분홍색 도로?

여긴 또 뭐야?’

분홍색의 광장 위에서는 여신과 남신들이 서로 팔짱을 끼거나 다정하게 걸어가는데 남신이나 여신 혼자는 없었다.

모두 남녀가 쌍으로 다니는 광장에 혼자 들어가기가 뭔가 아주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 또 무슨 문제가 될 것 같았다.

‘분홍색은 또 무슨 의미야?

이걸 어쩐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지금 창조신장님과 최고위 창조신님들이 창조신 임명을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차원권능을 펼쳐서 같은 청색의 도로를 걷던 남성 창조신의 이동을 확인해 보니 모두 분홍색의 광장 바로 근처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지하로 가는 통로로 내려갔다.

‘지하? 지하에도 광장이 있나?’

바로 근처에 역시 지하로 내려가는 출입구가 있었다.

번거롭게 이게 무슨 짓인지 의문이었지만 바로 아래로 이동을 한다.

지하에도 똑같은 크기의 광장과 시설이 있었지만 분홍색이 아닌 다시 청색과 적색으로 구분되어있었기에 고속기동을 하여서 결국 주신전에 도착했다.

주신전이라고 적힌 빛나는 명패를 보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간 마음이 급한 차원의 마도신은 저절로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색깔 때문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래?’

창조신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잘 알려진 공식적인 자료만이다.

이런 세세한 관습이나 풍습 같은 사항은 언급이 안 되니 문제를 피하려면 최대한 조심을 해야 했다.

더없이 호화로운 주신전의 정문을 지나니 수많은 창조신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남녀로 나뉘어서 또 다시 색깔로 분리된 도로와 내부 사무실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잠시 입구에 서 있자 이미 통보가 되었는지 안내를 맡을만한 하위 관리신이 가까이 와서 말을 한다.

“이번에 정식 창조신으로 인정되실 주신장 서열 1위 차원의 마도신이십니까?”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복장과 서열 1위 주신장의 전신갑옷, 신력파형으로 오류가 있을 리가 없지만 확인하는 과정으로 묻는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맞다.”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았다.”

건물 내부라서 초고속 이동은 자제하고 조용히 같이 걸어가던 차원의 마도신은 결국 궁금증을 못 참고 질문했다.

“빨간색은 여신 전용이고 파란색은 남신 전용인 것은 알겠는데 분홍색은 무슨 뜻인가?”

그 질문에 앞에서 인도하면서 걸어가던 투신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분홍색은 결혼했거나 약혼관계인 신들의 전용입니다.”

“…….”

뭔가 또 이상한 소리가 나오니 이해가 안가서 다시 물었다.

“그럼 지하는 독신 전용인가?”

“예. 그리고 이혼한 신들도 거기에서 살게 됩니다.”

지상은 결혼한 신들이 사는 영역이고 지하는 독신인 신들로 나뉘어져 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왜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갔다.

“뭐 하러 그렇게 하나?

아니 독신인 신들이 이런 차별을 참나?”

지하의 광장도 인공조명으로 충분히 밝았지만 결국 땅 밑이다.

자연적인 태양빛이 안 닿는 지상보다 지하가 생활환경이 안 좋다는 사실은 신이나 인간이나 똑같았다.

이런 차별을 단지 결혼이나 사귀는 상대가 없다는 이유로 감수하라니 말도 안 되었다.

하나 관리신은 차분하게 답변을 계속했다.

“양성 평등이 완전히 이루어지자 계속 결혼률이 낮아져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조치입니다.

결혼은 고위직에 임관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창조신님들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주우주 중 가장 강력한 499주우주라고 해도 창조신은 귀중하다.

신계를 만들 수 있는 주신은 특별취급을 하고 있는데 더 상위인 창조신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물론 그런 조치를 참아줄 창조신도 없지.’

수없이 전쟁에서 죽어가면서 공을 세워 창조신이 되었더니 막상 창조신계에서는 결혼 안했다고 차별을 받으면 정말 참기 힘들다.

전부 난리를 칠 것이다.

무엇보다 법을 만들고 결정하는 것이 창조신이니 예외를 두었을 것이다.

‘결국 창조신계에서도 차별은 하위신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소리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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