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하나 흑염의 절대자에게 본능에 특화된 권능이 있다.
무수한 사냥과 전투로 단련된 절대적인 본능의 직감은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여기에 아까 파멸유혼검을 입으로 물어서 뜯어내고 육체를 변형시켜 시공간절단을 마구 써대던 광경도 떠올랐다.
믿을 수 없지만 저 말이 사실이라는 뜻이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오른쪽 뺨을 손가락으로 긁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 상황이든 전부가 동시에 패배해서 죽었다면 약속대로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하겠지.
그럼 루츠를 다시 불러라.
이야기 해보겠다.”
“예.”
또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지만 천만다행으로 포기를 한다.
판단이 가장 빠르다는 점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진실과 거짓을 파악하고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있는 흑염의 얼마 안 되는 좋은 점이다.
그리고 다시 외부로 끄집어낸 루츠 크라이만의 의지는 불만 없이 동의했다.
이들이 칭호의 상태로 살아 온지도 벌서 500억년이 넘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잡아야 하지.’
진리에 대한 복수의 의지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지켜본 절대계와 주우주는 지금 끝없는 발전과 번영을 거듭하고 있다.
5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과거 절대계의 주축으로서 활동했던 흑염세력이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급으로 떨어질 정도다.
더 시간이 지난다면 복수는 고사하고 정말 주신급이 될지도 모르기에 빨리 강해져야 했다.
그런 설명을 들은 1대 흑염의 절대자도 납득을 한다.
“좋다. 그런 상황인가?
정상으로 부활되어도 너희들이 겨우 창조신에 밀린다고?
그러니 가장 발전가능성이 큰 신족이 되어 새로 시작하는 것이 장기간으로 보면 낫다?
이거 참으로 재미있는 세상이 되었군.
진안 그 아이다운 솜씨다.
거래내용은 전부 사실이로군.
하나 다시 묻겠다.
과거의 권능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도 되겠는가?”
뭔가 지극히 만족하는 눈빛으로 본능에 여러 가지를 확인하던 1대 흑염의 절대자는 다시 확인한다.
근원의 루츠 크라이만은 확고한 의지를 담아서 대답했다.
“하-! 지금의 주우주나 절대계라면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반드시 과거 이상의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니 거의 100배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저의 판단입니다.
비록 칭호가 되었다고 해도 저희들의 의지는 계속 단련을 해왔습니다.”
“하하하핫-! 좋구나. 그 패기-!
좋아-! 그 정도면 되었다.
하지만 흑염세력이 신족에 정식으로 받아들여진다니?
과거였다면 꿈도 못 꿀 일이로군.
하긴 신계주신 자체가 순수한 인간초월자 출신에 흑마도사라니 내 감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모두가 진실이니 받아들이지.
다른 부하들에게도 안부를 전하고 이렇게 명령한다.
정당한 전투에서 패배해서 죽었으면 그걸로 끝이다.
복수는 그만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말이다.”
“하-!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죽어서 임시로 부활한 상태에서도 부하의 살길을 마련해주고 앞날을 생각해주는 과거의 상급자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이미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존재감은 거의 소모되어 거의 반투명해있었던 것이다.
하나 이미 자신의 삶은 개의치 않는지 다시 나타난 차원의 마도신에게 말했다.
“거래는 만족한다.
나 흑염의 영원권능이 될 예정이었던 몰아 파호톤의 전수는 힘들겠지만 요령이라도 알려주마.”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무지개색의 양피지를 꺼내서 지금 내용을 적어나간다.
전혀 의외의 상황에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질문을 던졌다.
“뭐냐? 이 서류는?”
“카르마의 계약서라고 이럴 때 아주 유용한 계약서입니다.”
“어디다 쓰는데?”
“서로 어길 수 없는 계약을 할 때 씁니다.
물론 완전하지 않지만 최소한 안전장치는 됩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게 방금 협상 내용을 카르마의 계약서에 옮겨 적었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2대 흑염의 절대자와 차원의 마도신에게 영원권능 몰아의 파호톤을 전수 또는 요령을 알려준다.
2대 흑염의 절대자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무조건 도움권 10회를 준다.
차원의 마도신은 1대 흑염세력의 칭호에서 의지를 빼내 신령으로 부활시키고 육체를 준 다음 신계관리주신으로 임명하여 신계주신으로서 보호한다.
1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2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2대
499주우주 주신장 서열 1위이자 차원독립신계주신 차원의 마도신.’
빠르게 적은 내용을 흩어보고 바로 대상들에게 내밀었다.
아직 절대계까지는 공간도약은 무리지만 카르마의 계약서는 전뇌계가 주관하고 있으니 똑같은 내용이 2대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가 있을 것이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잠시 계약서를 흩어보고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이다가 2대 흑염의 절대자의 이름을 보고 잠시 감상에 젖었다.
진리에게는 반드시 타도하고 모든 흔적을 지워야할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이어서 썼다는 것에 감명이 큰 모양이다.
곧바로 자신의 옆에 나타난 무지개색의 만년필로 서명을 완료했다.
하나 역시 2대가 말썽이다.
읽기만 하고 있었다.
‘다 보셨으면 서명 하십시오.’
‘어허-! 나 흑염의 절대자를 어떻게 보고 카르마의 계약서를 내미느냐?
그것도 진리가 직접 주관하는 절대등급을-!
나는 겨우 그까짓 도움권을 가지고 딴 말을 하지 않는다.
1억 흑염 일족의 오리진이면서 절대계 흑염 영역을 완전 지배하는 10중심인 내가 겨우 주우주 창조신에게 한 약속을 어길 것 같으냐?
그리고 카르마의 계약서는 주우주에서나 쓰지 절대계는 거의 안 쓴다.
이딴 종이보다 신뢰가 우선이기 때문이지.
너도 오리진의 약속을 믿고 이거 치워라-!’
‘…….’
역시 가장 못 믿을 상대였다.
절대계가 카르마의 계약서를 거의 안 쓰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 진리가 명령한 ‘주우주보다 2써클 이상의 수준유지’에 필사적인 10중심과 일족들 때문이지 너무 정직해서는 결코 아니었다.
조직이나 세력의 발전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에 약간의 계약위반도 용납하지 않는다.
하위신의 구두약속의 위반조차 철저하게 심판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순순히 서명을 할 생각이 절대로 없어보였다.
과거 절대계 최고의 현자였다더니 자신이 손해볼만한 일은 절대로 안하려고 한다.
역시 이런 수작은 단호하게 잘라야 했다.
‘진리가 주관하는 절대계에서 구두약속이라도 어기는 날이면 바로 10중심과 일족들에게 전부 끝장이 나니 사용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나 진리가 도움과 대가만 받으면서 거의 관여하지 않는 주우주는 필수입니다.
마도신인 제가 누구 말을 믿을 것 같습니까?
제 신계까지 관여되었는데 신계주신인 제가 카르마의 계약서도 아니고 말만 듣고 진행하라고요?
자꾸 거부하시면 이거 확 찢어버리고 발 빼겠습니다.’
바로 나온 협박성 발언에 바로 험악한 말이 튀어나온다.
‘너 내게 너무 겁이 없는 것 아니야?
흑염의 영원권능이고 뭐고 너 먼저 박살을 내주는 수가 있다.’
‘박살이나 아작이고 뭐고 정말 서명 안 하실 겁니까?
바로 찢고 빠집니다.’
양피지의 양끝을 잡아서 잡아당기자 바로 반응이 왔다.
‘멈춰-! 서명 해주마!
자기 오리진을 협박하는 싸가지 없는 놈 같으니라고.
그런데 느낌이 정말 별로 안 좋은데.
네가 너무 약해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반응이 확실하게 안 와.
뭐. 꼬여보았자 주우주 정도의 문제겠지만…….’
그런데 서명은 하지 않고 은근슬쩍 자신이 해야 할 조항을 건들려고 한다.
스스-!
눈을 부릅뜨고 카르마의 계약서을 주시하던 차원의 마도신이 발견을 못할 리가 없다.
절대계를 지배하는 10중심이 겨우 주우주 창조신과의 계약에 수작을 치려는 것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무조건이란 단서조항은 손대지 마십시오―!
그걸 왜 지우려 하십니까?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거부하시려고요?
흑염의 절대자답게 화끈하게 하시지 이게 뭐하시는 일입니까?
1대는 바로 서명하시는데 이게 무슨 추잡한 짓이냐고요?
이걸 다른 10중심이 보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저도 흑염일족이기는 하니 제발 오리진의 체통도 좀 차리십시오.”
살짝 수정을 하려는 것을 들켰으면서도 당당하게 아깝다는 식으로 말한다.
“치이이-! 이건 당연한 것이다.
다른 10중심들도 뭐라고는 안 할 것 같은데?”
이제 말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진리가 직접 주관하는 절대등급 카르마의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의지로 은밀하게 전달하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
하긴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절대 직감의 권능을 가진 2대 흑염의 절대자만큼 진리의 무서움을 아는 존재도 없다.
어떻게 싸우려고 해도 오로지 처참한 패배밖에 없다면 싸울 엄두가 날 리가 없다.
“그럼 확실하게 하자.
다른 10중심과 관련된 사항에는 도움 못 준다.
특히 진리나 바람가와 얽히면 무조건 거부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것이 있다.”
결국 이런 식이다.
무조건 도움이라고 말은 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
도움을 요청하면 이렇게 이런저런 사정으로 발을 뺄 것이라고 예상해서 내민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하나 이유가 말이 안 된다.
자신이 또 10중심의 일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
유일용신제님이 서열 1위가 되면 바람가의 주도는 확정이 되고 미래의 자신도 자신의 힘 따위는 필요가 없어진다.
“제가 미쳤습니까?
10중심님들과 진리와 또 얽히게?”
“넌 이미 몇 번 했잖아?
그리고 너의 오리진이기도 한 흑염의 절대자에게 감히 카르마의 계약서를 내미는 네가 정상이냐?
후환이 안 두렵냐?
이거 끝나고 뒷일은 생각 안하지?”
계속 이러면 나중에 가만 안둔다고 당장 카르마의 계약서를 치우라는 압박성의 발언이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카르마의 계약서는 계약을 무효화하려는 어떤 수작을 용납하지 않는다.
‘최소한 도움권 10회를 다 사용하기 전까지는 자신을 건들 수는 없다.’
그리고 자신이 미래를 고민하고 망설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후환이고 뒷일이고 잘 모릅니다.
당장 살기도 힘든데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의 고민입니까?
최선을 살다가 그 때가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요.
여기 말씀대로 다시 보완했으니 서명하십시오.”
카르마의 계약서에 ‘10중심과 진리, 바람가와 관련된 도움은 배제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 내용을 보고나서야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으. 그래도 감이 안 좋아.
으음.”
서명을 하려는지 만년필은 들었지만 또 은근슬쩍 조항에 손을 대려한다.
그것은 사정이 있으면 거부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바로 지워버리고 외쳤다.
“일방적인 거부권 조항을 넣지 마시라고요-!
정말 이러실 겁니까?
영원권능을 안 배우실거예요?”
“……너 정말 수작 부리면 가만 안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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