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차가운 상하급자관계에 한탄을 하면서 한 항의였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오히려 훈계까지 들었다.
‘무조건적인 부하만의 아군이라?
듣기는 좋겠지만 부하가 아닌 자들에게는 저런 재앙도 없다.
결국 부하를 제외한 모두가 적이 되지.
무엇보다 신계나 일족을 이끄는 자는 저렇게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도 신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알 것 아니냐?
항상 자신의 안위와 일족의 발전을 최우선하면서 속마음을 숨겨야지 저런 감상적인 공개발언이라니 말도 안 된다.
저렇게 공정하지 않은 존재는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고 결국 자신만이 아니라 맡고 있는 조직까지 멸망하게 된다.’
‘정설이니 동감이기는 합니다만…….’
2대 흑염의 절대자도 뭔가 기분이 나쁜 듯 화를 내는 감정적인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제 모든 신체의 회복은 끝났다.
차원공통원소를 회수하자 바로 신체의 제어권이 돌아온다.
근원의 칭호에서 구현된 루츠 크라이만도 알았지만 저항은 없었다.
단지 흐르던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뿐이었다.
“비록 이런 상황과 처지지만 다시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우리의 왕이시여.
부디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알았다.
잠시 쉬고 있도록 해라.”
부하가 칭호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한 1대 흑염의 절대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근원 루츠 크라이만은 사라졌다.
그리고 신력과 마력, 흑염의 권능까지 최대한 동원하여 균형을 맞추는 차원의 마도신만이 남았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등 뒤에서 빛나는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가 완전하게 신체를 장악했음을 알리고 본래 의지로만 전달하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새어나왔다.
“전멸을 각오한 복수와 500억년의 변치 않는 충성이라?
이런 동화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직접 보면 아주 가끔 부럽기는 합니다.”
‘……동감이다.’
그리고 슬쩍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 1대 흑염의 절대자의 눈치를 보면서 의지를 보냈다.
아무래도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아 보이니 지금 거래를 걸면 아주 안 좋은 꼴을 당할 것 같다.
성질을 부리면 감당이 안 되는 상대니 역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더러운 일은 골머리 싸면서 뒤에서 처리했더니 인정과 찬양은 앞에서 설치던 다른 놈이 받아가는 점이 더 짜증나고요.’
‘……열 받지.’
‘그러니 상대하는 것은 관두지요.
조금만 연습하시면 하실 수 있잖습니까?’
‘이미 해봤다.
분명히 될 것 같은데 마지막에서 잘 안 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예? 믿을 수 없는 일이요?’
과거에는 최강의 육체와 최고의 두뇌로 이름나서 끝없는 자신감을 가진 2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라니 희한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강렬한 진심이 담긴 어조의 의지가 전해져 온다.
‘남이 하는데 내가 바로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도 육체계열이라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럴 수는 없어-!’
‘…….’
평범하게 남이라고 아래로 보는 대상이 사상 유례가 없는 최강의 육체를 가진 1대 흑염의 절대자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데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광호한 발언이 얼마나 진심인지 절망적인 감정이 넘쳐났다.
‘불가능도 아니라 거의 되는데 완벽하게 안 되어서 슬프다는 뜻인가?
그러니까 조금만 노력하고 시행착오하면서 수련하기 싫으니까 나를 시켜?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지금 억지로 시킨 일도 혼자서 가능은 한데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 같으니 바로 요령을 알아내란 소리였다.
몸으로 익히라면서 거의 난도질당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황당해서 신령이 뒤틀리는 느낌이 아니라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서 넘칠 것 같았다.
도저히 못 참아서 의지가 전해지지 않게 극도로 조심하면서 최고로 투덜거렸다.
‘에이-! 퉤-! 퉤-! 퉤-! 더럽게 불공정한 세상-!
누군 비슷하게 흉내를 낼 엄두조차 못하고 있는데 해보니 바로 안 된다고 절망해?
말을 바꾸면 조금만 연습하면 가능하단 소리잖아?
그런데 나를 사지로 내몰아서 당장 알아오라고?
자기 노력보다 내 생명의 가치가 작다 이거지?
1대는 저렇게 훈훈한데 2대 흑염의 상하급자의 관계는 뭐가 이따위야?
하긴 신족도 치사하게 대가도 안주고 부려먹으려고 하는 짓은 똑같았지.
나와 내 신계만 빼고 진리의 완전한 세계에 확 다 흡수되어버려라.’
2대 흑염의 절대자나 다른 창조신들이 들으면 당장 두들겨 맞아 죽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만의 화풀이도 길지 않았다.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뭔가 화를 억지로 참는 기세로 부른 것이다.
“너 그만 혼자 중얼거리고 이리 와.”
“예-!”
후다닥-!
강자의 지시에 반사적으로 신속하게 자동으로 움직인다.
마음은 어쩔지라도 몸과 입은 아주 정직하고 신속하게 제 살길을 찾았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다리를 쭉 펴서 벌린 자세로 편하게 주저앉아 있는 1대 흑염의 절대자 앞에 양쪽 무릎을 꿇고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뭔가 고민을 하는 눈빛으로 차원의 마도신을 지긋이 쳐다보면서 묻는다.
“도망은 안 가지만 두려워하는 것을 보니 부하가 될 생각은 아직 없는 것 같고 내게 지금 바라는 것이 있지?”
“맞습니다.
제 지금 상급자가 방금 보이신 신체변형권능을 알기 원하십니다.
해봐도 모르겠다고 전수를 원하십시다.”
‘……하아. 이 죽일 놈.’
바로 사정을 까발리자 2대 흑염의 절대자의 한숨이 들려온다.
부정하거나 숨길 필요도 없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흑염의 권능은 본능에 의해서 시작하여 절대 직감으로 완성된다.
그 앞에서 거짓이나 왜곡된 진실을 보이면 바로 들키고 분노를 산다.
약자인 자신의 입장으로는 그것이 바로 자살행위였다.
“이거? 흡-!”
이번에는 오른손 약지 단 한 개의 손가락만을 펴서 가볍게 기합을 주면서 힘을 주었다.
슈가가가가각-!
그러자 이번에는 마치 검처럼 확 길어진 손톱이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예기를 보이면서 주변을 절단한다.
장난처럼 쉽게 보였지만 위력만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일반 파호톤 이상!?’
아무리 적게 보아도 그 이상이었다.
더구나 사정거리가 검처럼 길어진 것까지 생각하면 위력이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런 것도 된다.
하아아아압-!”
우둑-! 드드드드득-!
커다란 기합을 지르며 왼쪽 손목을 오른손으로 힘껏 움켜잡고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근육에서 힘줄이 터질듯이 솟구치고 검은 불길이 양손을 감싼다.
그리고 각 손가락에서 솟구친 손톱들이 팔목을 파고들어가듯이 접촉되었다
슈가가가가가-!
오른 손등의 피부와 근육을 따라서 검붉을 선이 생겨난다.
각 손가락의 손톱들의 길어짐이 마치 검신모양으로 뻗은 손톱을 따라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달받은 오른손 약지의 손톱이 추가적인 변형을 시작했다.
검신의 끝부분이 부풀어서 서서히 외날 도끼형태를 취했다.
파호톤처럼 신체와 거의 같은 크기가 아닌 작은 외날 손도끼 정도로 변형이 끝났는데 느낌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도끼 모양의 손톱은 자신에게 걸려들면 무엇이든 양단되고 박살냈다고 스스로 선포하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거?
2대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를 받고 있는 내가 측정이 안 돼?’
파괴력이 추정불가였다.
그럼 적어도 일반 파호톤의 백배이상의 파괴력이란 뜻이었다.
“흑염의 권능은 투기와 살기의 융합체로 파괴력 자체다.
결코 물질에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유일한 그릇인 본인의 신체를 마음대로 변형하여 신기로 삼는다.
이렇게 설명한 사이안은 이 불안정한 경지를 ‘몰아(沒我)’라고 불렀다.
신체 스스로가 한계를 잊은 상태인데 자연스럽게 도끼모양이 되니 파호톤이다.
그래서 ‘몰아 파호톤’라고 부른다고 했다.
“내가 시도한 이 미완성의 형태를 보고 예비 판정했던 권능등급은 ‘영원(永遠)’이었다.
완성이 된다면 영원체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파괴하겠지.
그러나 아마도 나는 죽기직전까지도 완성하지 못했나 보구나.
바람에게 패배한 것을 보니 말이다.”
“몰아 파호톤-!?
또 하나의 영원권능(永遠權能)……, 히긋-!”
너무 당황해서 창조신 체면에 딸꾹질이 나온다.
절대계와 주우주를 통틀어서 영원등급은 권능은 단 하나였다.
바람가의 대가주이자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의 ‘절대해의 팔시조(絶代解의 八時調)’뿐이었다.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초월 진화시켜 과거 1대 10중심들을 동시에 이겨낸 위대한 권능만이 영원등급을 인정받았다.
입문 자격조차 다른 10중심의 모든 권능을 사용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영원권능이 왜 튀어나와?
그것도 흑염 단독으로?’
지극히 충격적인 소리지만 지금 더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대체 갑자기 이걸 왜 자세히 보여주면서 설명까지 하지?
이건 보나마나 거래의 규모를 키우려는 의도다.
뭘 요구하려고?’
또 극도의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금 등 떠밀고 있는 존재도 정말 막무가내에 끈질기기가 만만치 않았다.
과연 반응이 바로 왔다.
‘으으으으으음-! 몰아 파호톤.
흑염의 불완전한 영원권능.
몰아는 지금 2대 흑염의 경지에는 없다.
그럼 폭혈의 1성 폭음, 2성 뇌음, 3성 멸음, 4성 무음의 다음 단계이겠군.
그래서 나조차 되려다 안 되는군.’
그리고 보는 이나 듣는 이가 못 마땅하게 보는 자신밖에 없다고 반드시 얻겠다고 탐욕을 숨기지 않는다.
칭찬까지 하면서 말이다.
‘좋아. 잘했다.
지금처럼 어떻게든 정보와 요령을 알아내라.
이제까지 했던 모든 무례와 실수는 당장 용서한다.
아니 앞으로 무슨 짓을 해도 가급적 잘해주마.
그리고 미친 회색, 아니 회색의 절대자와도 이제 잘 지내마.’
‘아 그러세요?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예의 없는 놈-! 네 놈들 따위가 무슨 회색이냐?
확 같이 쥐어짜 버리고 싶구나.’
감격은 고사하고 삐딱하게 나오자 바로 욕설과 함께 본심이 튀어나왔다.
‘가급적 잘해준다.
그것은 수틀리면 다시 갈구겠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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