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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612화 (523/2,000)

28권 29권

그 말을 듣자 벼락과 같은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완전히 융합되었다고 생각한 근원의 칭호가 통째로 뒤흔들린다.

차원의 권능과 흑염의 권능에 밀려 조용히 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강화되더니 그대로 튀어나왔다.

‘뭐……, 뭐야-!?

근원의 의식이 갑자기 구현되고 있다!

이런 제길-! 갑자기 왜 이래?’

마도신의 절대적인 권능통제력조차 튕겨지면서 육체의 제어력까지 빼앗겼다.

흑염의 절대자의 말이 방아쇠가 된 거처럼 근원의 칭호가 일순간 폭발적인 위력으로 완전히 우위를 점한 것이다.

이미 과거 근원보다 강해진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원인은 이제 알고 있었다.

신체를 복구한다고 근원의 칭호를 최대한 사용한 부작용이었다.

근원의 생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차원공통원소를 추가했다니 잔류의식조차 완전해져 버린 것이다.

‘아악-! 또 차원공통원소냐-!

이거 정말 너무 효과가 좋아서 못 쓰겠다.’

하나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차원공통원소를 신체에서 회수하면 다시 불완전해져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근원의 칭호를 활용한 신체회복이 끝나면 바로 사라진다.

하나 그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신체의 제어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자신의 입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눈에는 눈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왕이시여. 우리들의 유일한 군주시여.”

“루츠?! 너냐?”

갑자기 존재가 달라지고 튀어나온 익숙한 음성에 눈이 동그라질 정도로 놀란 흑염의 절대자였다.

하나 놀랄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서 더없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부하가 사죄를 청한다.

“저 근원, 아니 당신만을 따르던 ‘루츠 크라이만’이 왕께 경의를 표하옵니다.

그리고 용서하소서.

당신의 복수조차 하지 못해 드리고 이렇게 뵙게 되니 진정 면목이 없습니다.”

“나의 복수?

무슨 복수?

난 원한을 맺은 상대는 결코 남겨둔 적이 없다.”

겁 없이 덤비는 놈들은 주변까지 날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어중간하게 처리하면 만만하게 보고 끝도 없이 달려든다.

복수를 하려고 하면 피해가 얼마가 되든지 아예 뿌리와 주변 흙까지 갈아버렸다.

악명과 두려움은 받아도 원한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복수를 언급하면서 신족의 창조신에게서 나타난 부하의 상태를 보니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본래의 신체가 아닌 일시적으로 신령에 빙의가 된 상태라는 것을 안 것이다.

“그런데 네가 왜 그런 꼴이 되었느냐?

신체는 어디가고 신령만 있어?

아니 그것도 완전히 조각조각 분해가 되어서 권능을 사용할 의지만 남아있다니?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내 부하에게 이런 조치는 허용할 수 없다.

감히 내가 살아있는데 누가 이따위 벌을 준단 말인가-!

왜 이런 일이 벌어져?

내가 죽지 않는 한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다.

응? 아아아아아…….”

자신의 죽음을 언급하자 동시에 막혀있던 기억들이 모두 돌아왔다.

비록 급작스럽게 구현되었지만 죽음을 전혀 의식도 인정도 하지 않던 육체가 방해가 될 만한 모든 기억을 자연스럽게 봉인했다.

하나 방금 죽음이란 단어를 언급하자 자연스럽게 풀린 것이다.

일순간 깨어난 방대한 기억과 사실의 진위에 혼란했지만 곧 수습을 했다.

흑염의 부하가 칭호 형태로만 생존한다는 사실은 자신이 죽어서 아무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정하자 생생하게 모든 기억이 났다.

진정한 신체가 겪고 있는 일조차 말이다.

“난 죽었군.

몸 상태가 아주 안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단지 임시적인 육체인가?”

내 신체는 ‘이그드라실’의 8중첩으로 만든 ‘8륜 봉인’으로 봉인되어있나?

“예. 아주 먼 과거에 잠시 정신혼란으로 약해지신 틈을 타서 반기를 든 바람가의 한진안과 싸우다 결국 패배하셨습니다.

다른 10중심들도 모두 함께입니다.”

그 말에 잠시 놀랐으나 바로 인정을 했다.

회색인 사이안과 바람인 한진호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면서 길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10중심 중에서도 전투력과 권능에서 특출 났던 그 둘이 힘을 합쳤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전원이 동시에 쓰러졌다고?

역시 바람가의 한진안인가?

사이안이 제 친자식처럼 키우더니 결국 해냈군.”

그 말에 근원의 구현된 신령에 밀려 무의식의 영역에 강제로 처박힌 차원의 마도신은 의아했다.

자신을 죽이고 절대계의 창조주의 권한을 빼앗겼는데 전혀 원한 따위는 없어보였다.

아니 마치 싸우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죽음을 당한 사실은 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는지 바로 부하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모처럼의 세대교체인데 최대한 충성해서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지 괜히 복수하겠다고 설치다가 그 꼴이 되었냐?

설마 다른 녀석들도 모두 똑같은 신세냐?”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하는 근원 루츠 크라이만이었다.

비록 차원의 마도신이 차원공통원소로 흑염권능에 남은 잔류기억을 기반으로 구현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분명한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맞았다.

아니면 이렇게 자신의 죽음보다 부하들의 사정부터 물을 리가 없다.

“흑염의 부하가 복수 외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가 있겠습니까?

모두 끝까지 저항하다 잡혀서 말소나 소멸만을 피했지만 신령은 전부 칭호로 바뀌었습니다.”

다른 10중심들이 탐낼만한 강자들이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줄 수 없어 고생만 시키던 자신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렇게나 아끼던 부하들이 전부 복수를 선택하고 대항하다 결국 칭호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결국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 무식하고 무모한 것들아-!

아무리 혼란한 상태라지만 내가 포함된 10중심을 동시에 이긴 상대를 너희들이 어떻게 이겨?”

한진안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본래 그렇게 되어야 했다.

또 정상적인 권한위임을 위해서는 반대파의 정리는 필수였기 때문이다.

방금 전의 일부 기억을 회복 못한 자신도 반대파인 엄청난 수의 신족과 신계를 부수고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너희들의 능력이면 잠시 고개 숙이고 살았으면 다른 세력들처럼 최고 지배층이 되었을 것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냐?”

“흑염의 부하답게 끝까지 복수하고자 하는 의지와 감정에 충실했습니다.

진리가 된 한진안에게 가장 높게 인정된 것은 황금이 아닌 바로 흑염입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복수하겠다고 설치다 칭호가 된 주제에 겨우 흑염의 절대자가 가장 높게 평가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는 부하의 말에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직하게 한마디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멍청한 놈들.

이러니 내 부하나 되었지.”

무의식 속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은 맞장구를 쳤다.

‘진리가 흑염을 황금보다 더 중히 여긴다는 저 말이 맞긴 맞다.

2대 흑염의 절대자만큼 진리가 공을 들여서 키운 2대 10중심은 없으니 말이야.’

1대 10중심이 전부 동시에 진리에게 쓰러지고 그 휘하세력은 거의 대부분 절대적인 힘의 차이를 절감하고 투항을 했다.

하나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최후의 순간까지 항전을 선택한 흑염의 세력이었다.

당연히 전향을 선택한 다른 세력의 머릿수에 밀려서 이계에 도주하면서까지 복수를 하려고 했기에 진리가 직접 나서서 추격해야 할 정도로 지독했다.

그렇게 정리가 끝난 이후로 대부분의 10중심의 2대는 바로 채워지거나 후보가 임명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흑염의 절대자만은 계속 공석에 후보조차 없었다.

지금 2대 흑염의 절대자를 제외하고는 진리의 마음에 들은 후보조차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기준이 높게 된 이유는 흑염의 육체와 권능특성도 있지만 1대 이상의 절대적인 충성을 받을만한 존재를 고른다는 기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회색의 절대자를 노린 2대 흑염의 절대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리 입장으로는 정말 크게 고민을 하고 부여한 직위다.’

1대 흑염과 맞먹는 육체능력과 절대계 최고의 현자라고 칭해지던 연산능력을 가졌기에 임명했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2대 흑염의 절대자임을 부정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자신들에게 멍청하다고 욕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근원의 루크 크라이만은 힘차게 외쳤다.

“주신 대로 돌려드렸을 뿐입니다.

우리들의 왕이시여.”

“……사이안의 말이 역시 맞았다.

나 때문에 너희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하더니 역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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