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3m가 넘는 거구가 이를 갈면서 아무리 공간이동을 반복해도 바짝 쫓아오고 있는데 차원의 마도신은 아주 침착했다.
아니 여유가 있어서 1대 흑염의 절대자를 분석하면서 골똘히 대책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이런 상태인가.
보아하니 ‘폭혈(瀑血)’도 ‘파호톤’도 사용 못해.
공격의 정밀성도 떨어지고 중거리 수단도 없군.
더구나 ‘언제나 동전의 앞면’도 아주 부족해.
절대 직감이 아니라 단지 본능정도인가?’
2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이런 식으로 도망을 쳤으면 어디서 날라 왔는지도 모를 ‘파호톤’에 의해 이미 난도질을 당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발동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에 의해 절대로 명중하는 파호톤의 투척공격을 견딜 수 없다.
그러나 ‘파호톤’정도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완벽히 제어하면서 절대권능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쉬울 리는 없다.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2대보다 육체적인 힘은 분명 위이다.
그러나 흑염의 권능의 운용수준이 너무 다르다.
아니 이건 흑염의 권능이라고도 할 수 없어.
단지 본능에 의지해서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야.’
획-!
다시 공간이동을 하기 직전에 바로 앞까지 달려온 1대 흑염의 절대자를 뒤돌아보면서 분석을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 전력을 발휘하는 나라면 정면에서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 사이에 또 주먹이 머리를 박살날 기세로 떨어지지만 다시 영역반사식 무작위 공간이동으로 익숙하게 피해낸다.
창조신의 인지조차 벗어난 초고속이라고 하지만 결국 신체를 이용한 물리이동이었다.
일정영역으로 접근하는 순간 바로 무작위 공간이동을 하게 만든 자신보다는 반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걸 파악하지 못하는 한 자신을 잡을 방법은 없었다.
꽈아아앙-!
또 다시 허무하게 빗나간다.
전력으로 주먹이 빈 공간을 치고 그 여파로 성벽의 일부가 산산조각이 나서 날린다.
이미 수십 번을 반복해온 일에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제 괴성을 지르는 1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잡히면 아예 말살이 아니라 두고두고 다져주겠다고 다짐을 한 흑염의 절대자가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에 이동장소는 조금 먼 자신이 처음 소환된 정문이었다.
하나 거의 검은 번개가 내달리는 속도로 내달린다.
자신의 신체의 잔해가 흩어진 위에 모습을 드러낸 차원의 마도신의 목은 바로 신체복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렸는지 여기저기 구석에 숨어서 눈치만 보고 있는 이계의 창조신들에게 의지를 보낸다.
“적의 분석을 완료했다.
반격을 개시한다.
집합하라.”
“!!!”
‘정면승부를 할 생각인가?’
‘무모하기가 끝이 없군.’
하나 이계의 창조신들은 정체파악조차 불가능하고 저 살벌한 살기를 날리는 흑발의 거인신에게 덤빌 생각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전부 모른 척 외면을 하려는 낌새를 느낀 차원의 마도신은 순간 열을 받았으나 이해는 했다.
‘흑염의 살기와 투기에 완전히 질려버렸군.
하긴 창조신의 입장으로 견딜 수준이 아니지.’
자신도 2대 흑염의 절대자와의 사투경험이 없었으면 덤빌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자신이 벌인 사태이니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했다.
그것도 주변이 납득할 수준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닥까지 전력을 끌어내야 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싸우기 전에 포기하다니 한심한 것들.
뭐-! 좋아.
어차피 너희들도 이미 말려들었으니 알아서 해라.
난 일단 합체(合體)다.”
그리고 다음에 벌어지는 기괴한 광경에 헛바람을 내뱉는 이계의 창조신이었다.
“헉-!”
“컥-!”
순식간에 신체만이 아니라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주신장의 갑옷까지 복구를 완료한 차원의 마도신의 목이 신체의 잘린 목 부분과 맞닿는 광경이었다.
두둥-!
접촉부위에 무슨 충돌소리와 함께 황금빛이 새어나오고 눈에서까지 방사되자 저게 살아있는 몸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겨우 저런 조치로 신체가 완전히 되살아났는지 바로 목을 좌우로 꺾으면서 몸을 푼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까 반사적으로 코아로 공격한 것이 미친 실수인줄 알았는데 그게 정답이었다.’
피하거나 외면해서 시간을 끌어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존재감이 너무 강력해서 세계에 새겨진 흔적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절대적인 신체능력이 전력질주 정도는 소모로 보지 않았다.
‘도주를 쫓아오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분노를 해서 투기기 강화되기 시작하니 오히려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러다 잘못해서 현실에 완전 고정되면 뒷감당 자체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급격하게 힘을 사용하게 하거나 타격을 주어서 존재감을 소모시켜야만 한다.
방금 구현화가 되어서 가장 약한 이때가 유일한 기회다.’
이미 자신이 구현해서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죄책감과 책임감 따위는 싹 지워 버린 지는 오래였다.
자극을 너무 했는지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반드시 죽이겠다고 살기를 피우면서 추격을 해오니 이건 이미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였다.
책임을 지는 것도 살아야 가능했다.
‘일단 살고 보자.’
우둑-! 우둑-!
다행히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상대라 허점이 끝도 없이 보인다.
그리고 각고의 수련과 끝없는 보완을 실시한 창조신의 신체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손바닥에 맞아 완전히 납작해져서 뼈와 살이 분쇄되다시피 했지만 그러고도 생명의 기운은 유지하고 있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5만년동안 파멸유혼검으로 두들겨 맞아 뼈와 살이 무수히 분리되면서 얻은 생명력이었다.
거기에 근원의 칭호가 가세하고 차원공통원소가 완전하게 하자 신족으로도 이해 못할 끈질김을 가능하게 한다.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무방비로 공격을 당하고도 이 정도라니, 이제 어지간해서는 죽을 일은 없다.’
목과 연결이 완료되자 ‘근원’의 칭호와 흑염의 권능이 다시 요동친다.
이미 상태는 만전이었다.
“1대 흑염의 절대자님. 파악은 끝났습니다.
이제 저의 차례입니다.
500억년동안 진리에게 단련되고 2대 흑염의 절대자님에 의해서 완성되어 흑염일족으로까지 승화된 진화를 보여드리지요.
그리고 마도신의 진정한 전력도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바로 재빠르게 고개를 공손하게 숙이면서 부탁을 한다.
“상황이 이러니 여기에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정반대의 속성인 마력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마도신의 진정한 전력발휘-!
그것은 본인만 생명을 거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가용한 전력 전부를 끌어들여서도 부족하다.
중립이나 적의 일부까지 사용해야했다.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고 땅만을 바라보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은 눈빛은 확고부동하게 빛났다.
‘이제 이계에서의 절호조로 하늘높이 솟아올랐던 자만심은 완전히 버렸다.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고개를 숙이는 부탁 정도야 쉬운 일이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결국 낯간지러운 아부와 애원까지 곁들였다.
“위대한 흑염일족의 오리진님이시여.
일족의 곤란을 버리지 마소서.”
그 대상이 바로 직전까지 의뢰를 받고 서로 죽이려던 원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나 또 대답도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기다리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무시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흑염 오리진과 직통회선이니 분명히 들었다.
더구나 이런 의지전달이나 다른 분야에서 회색의 권능은 흑염의 절대자보다 확실히 위이니 수신거부도 못해.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일부에게 2대 흑염일족이 지면 진리가 가만 안둘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도울 수밖에 없다.
아니면 직접 나서던가 말이야.’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아무리 권능이 빈약해도 마도신인 자신이 정면에서 싸워서 이길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무작위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하며 도망가는 자신을 바짝 뒤쫓는 신체능력과 물리무효 따위는 무시하는 괴력이다.
더구나 도망치는 와중에 견제로 발동해본 여러 가지 권능들은 몸 전체에서 방사되는 검은 불길에 모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튕겨나가고 있었다.
‘방어도 아닌 한없이 높은 신격에 의한 자연적인 권능무효화였다.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외부 권능이 아예 안 먹히고 있어.’
이러면 그 당시의 신족이나 정신체에게 최악의 상대였다는 정보는 틀림이 없었다.
창조신계의 성벽과 성문이 반파가 된 비상사태인데도 얼굴도 보이지 않는 창조신장님과 고위 창조신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를 부르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광역권능의 여파에 창조신계도 날아갈 것이다.’
결국 1대 흑염의 절대자를 주변 피해를 억누르면서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은 2대 흑염의 절대자뿐이었다.
흑염의 바람성의 영원의 심판을 통과한 이상 자신도 흑염일족이다.
그리고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무슨 일을 벌이면 바로 흑염일족에게 책임이 온다.
아니 그 전에 1대보다 우월해야 2대가 의미가 있으니 외면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족의 의지연결을 열어서 자세한 사정을 이미 보내고 이렇게 간곡하게 설득하는 중이었다.
“제가 길을 열어드릴 것이니 직접 하셔도 좋습니다.
걸으시기 귀찮으시면 강림도 괜찮습니다.
흑염일족의 영광을 위해서 제 한 몸 희생하겠습니다.”
더없이 간곡한 어조에 결국 반응이 왔다.
어이가 없다는 의지였지만 말이다.
‘그런 몸을 만들어 놓은 주제에 뭐라?
네가 이제 강림 정도로 죽겠냐?
게다가 몸 바쳐서 흑염일족의 영광?
정식수련도 안 받은 네 놈이 언제부터 흑염일족이라고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냐?
그리고 바람가의 오리진들에게 대가를 받고 필사적으로 흑염일족의 오리진인 나를 봉인하려고 노리지 않았냐?
더구나 나를 죽이려고 발악하는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인 주제에 내게 도움요청이라니 아주 뻔뻔하구나.’
‘…….’
전부 드러난 꺼림칙한 과거 사실이었다.
하나의 일만 생각해도 흑염일족이라고 오리진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면목이 없는 일이다.
‘전부 들통이 났군.
이놈의 전뇌계가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하면서 다 떠벌렸어.’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물러나면 마도신이 아니었다.
정직하면 죽는다는 이번의 교훈도 있으니 끝까지 무죄를 주장해야 했다.
“저도 속은 피해자입니다.
미래 자식이 저까지 이그드라실로 영구 봉인을 하려던 것을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잘못된 상식으로 미래와 저를 판단하는 오판을 하시면 과거 절대계의 최고현자이셨던…….”
‘아, 됐다-!
내 과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하여간 미래나 현재나 쌍으로 미친놈들.
너희들과 말 섞으면 신령 자체가 뒤틀려.
이런 것들이 무슨 회색의 절대자라고?
더구나 어떻게 인지는 모르지만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일부를 구현을 했어?
아주 간이 붓다 못해 터졌구나.’
지극히 불쾌한 어조의 2대 흑염의 절대자였지만 그 이상의 비난은 없었다.
굉장히 약해보이는 1대 흑염의 절대자의 구현체지만 그래도 1대 10중심이었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과거 봉인이 임시 해제된 신체와 싸워서 알게 된 특성을 생각하면 비상사태였다.
직접 나서서 바로 제압하는 것이 빠르겠지만 그랬다가는 의외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는 최악의 경우는 완전 부활한 1대 흑염의 절대자와 사투였다.
약간의 의지가 있으니 신령도 없이 신체만 본능적으로 움직이던 과거와는 격이 다른 치열한 결투였다.
‘내가 직접 나서면 안 된다니?
단순한 잔류기억에 의한 구현체가 아니라고?
최악의 경우 8륜 봉인에 묶인 신체의 정보를 흡수하여 정말 저기서 부활할지도 모른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하긴 투쟁 속에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영원체를 능가한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신령도 없이 본능만 남은 주제에 탈출할 기회만 노리고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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