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미 자체처리가 불가능했다.
또 다시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엄청난 잡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저 흑발거인을 구현한 것은 모든 창조신계의 창조신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창조신계 입문을 반대한 10명의 창조신을 도발하기 위해서 몇 개의 신전을 부수었지만 그 정도야 499주우주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창조신들의 다툼으로 신계나 행성 하나 둘 정도가 날아가는 정도야 항상 벌어지기에 문제가 안 된다.
하나 창조신계가 전부 날아가거나 창조신장이신 승가람마님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는 날이면 신족으로서는 마지막이다.’
강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499주우주라도 창조신장님에게 도전은 용납하지 않는다.
승가람마님이 가지신 신족의 발전과 진화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칭호 ‘가람(伽藍)’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499주우주 신족의 모든 발전을 떠맡고 계신 그 분께 위해가 가기 전에 당장 무슨 수를 짜내야만 하는데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과거의 정보대로라면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벌릴 수 있는 파괴는 하루에 창조신계 정도는 전부 부수고도 여유가 남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대로 창조신계로 가게 하면 절대로 안 돼.
승가람마님과 전투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바로 모든 신족의 반역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광역권능은 고사하고 권능이 하나도 없이 육체능력만으로 직접 때려 부수는데도 그 정도이다.
게다가 육탄전 능력은 10중심 중 최고 수준이다.
1대 흑염의 절대자와 거의 비슷한 근접전 전투형태를 가진 창조신장님이나 창조신들은 걸리면 순식간에 끝장이 날 것이니 창조신계 자체의 전력으로는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럼 이 사태를 불러들인 요소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차원공통원소 멈춰-!
돌아오란 말이야-!’
절규를 하듯 최선을 다해서 주변에 퍼트렸던 차원공통원소를 전부 회수하기 시작한다.
차원공통원소가 흑염권능을 완전하게 만들어서 나온 효과로 구현화한 1대 흑염의 절대자라면 이렇게 회수하면 바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효과가 있는지 창조신계를 향하던 1대 흑염의 절대자의 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우둑-!
하나 반응이 그게 다였다.
“응? 방금 뭔가 간지러웠는데?”
뭔가 이상한 듯 등을 북북 긁더니 바로 이동을 한다.
그렇게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바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창조신계로 걸어가자 차원의 마도신은 왜 생각대로 되지 않는지 전혀 몰라서 분통을 터트렸다.
효과는 믿을 수 없이 정말 좋은데 감당이 전혀 안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급하다고 상위의 존재에게 받은 파악할 수 없는 권능을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었어.
문제가 발생되면 해결할 수가 없잖아.
그나저나 차원공통원소를 끊었어도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또 뭐가 잘못된 거야?’
또 욕심대로 명예와 성과만을 쫓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창조신들을 하나하나 처리했다면 이렇게 될 이유가 없었다.
아니 창조신들에게 신력을 인정받겠다고 마력을 제한하지 않았다면 차원공통원소가 나올 리도 없었다.
부풀은 자만심과 명예욕으로 더 큰 것을 욕심내다가 곤란한 처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분노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화를 낼 여유도 없어서 모든 연산력을 총동원해서 계산을 다시 시작한다.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 정보는 마도신의 권능으로도 분석불가지만 결국 구현한 것은 자신이다.
최소한의 파악은 가능했다.
‘강제로 차원공통원소의 일부를 육체가 붙잡고 있나?
마도신인 나보다 권능의 장악력이 높다는 뜻인가?
아니다.
분명 전부 회수했다.
그럼 저건 차원공통원소가 만들어낸 진정한 실체인가?
아니다.
이제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존재감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저건 세계에 각인된 존재감이 만들어낸 흔적이다.
이건 천만다행이다.
내버려두면 없어진다.’
강렬한 태양빛을 눈으로 직접 보면 눈꺼풀을 감거나 고개를 돌려도 빛의 흔적이 망막에 남는다.
그런 식으로 1대 흑염의 절대자란 강렬한 존재가 다시 주우주에 구현되자 세계 자체에 커다란 자국을 남긴 것이다.
자연스럽게 원상태로 회복이 되어서 사라지겠지만 하나 그 짧은 시간조차 주우주로는 감당이 불가능했다.
‘대략 하루정도의 시간이 지나가거나 힘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그 동안에 창조신계가 전부 날아갈 수도 있다.
어쩔 수가 없다.
어차피 내가 구현한 이상 신력 200억을 넘길 수 없다.
아무리 1대 흑염의 절대자라고 해도 그 정도의 신력이고 나라면 최소한 발을 묶을 수는 있다.’
2대 흑염의 절대자와 간접 전투경험도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이다.
결정을 내리고 모든 신력을 회복으로 돌리자 몸 전체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펴진다.
뿌드드드드드드드드득-! 우드드득-!
그렇게 회복을 하면서 다급하게 1대 흑염의 절대자의 흔적을 불렀다.
걸어가기 귀찮은지 이제 달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저 신체능력으로 만약 달리는 날이면 쫓기도 불가능했다.
항상 좌표계산이 필요한 공간이동은 도주나 회피용이지 추적용으로는 거의 쓸모가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루카 에일레스님.”
“응?”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만 돌려서 뒤를 돌아본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입을 딱 벌렸다.
아주 신기한 광경을 본 것이다.
“허어?”
방금 전에 사이안으로 오인한 창조신의 머리가 허공에 떠있었다.
약간 꺼림칙해서 몸의 뼈를 전부 작살을 내서 무력화 해놓았는데 몸을 그 상태 그대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전신의 뼈를 박살내서 권능사용을 막고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었는데?
저 부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어?’
머리가 허공에 떠 오르자 전신의 뼈가 부서져서 흐물흐물한 육체도 따라서 대롱거리면서 떠올랐다.
그리고 목부터 시작해서 뼈가 맞추어지고 근육이 붙는 요란한 굉음이 울렸다.
뿌드득-! 슈가각-!
전신에서 뼈가 맞추어지고 근육이 회복되는 속도가 자신이 보아도 기가 막힐 정도로 빨랐다.
불사의 신체를 가졌다고 떠벌리며 버티는 놈들을 많이 처리해봤지만 저 정도로 신속하면서 완벽한 회복은 처음 볼 정도였다.
‘신족으로 보아도 아주 신기한 몸이구나.
불사체를 제압하는 전신복합골절을 일으키는 공격을 너무 쉽게 회복하는데?’
숨을 몇 번 몰아쉴만한 짧은 시간에 완전회복을 완료한 차원의 마도신을 보면서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보아도 기적적인 치료효과만큼 대량의 정기와 신력을 소모한 것으로 보이지만 보충도 기가 막힐 정도로 빨라 보인다.
이러면 어지간한 부상은 아무 이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왜 불렀냐?
복수라도 하려고?
그럼 와라.”
“그게 아니라…….”
차원의 마도신은 처음에는 당당하게 싸워서 발을 묶으려고 했지만 직접 시선을 받으니 그런 생각이 싹 날아갔다.
검게 번들거리는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이 단숨에 신령자체를 말소시킬 기세였다.
‘무……, 무슨 눈빛이 저런가?
오직 살기와 투기?
흑염의 절대자이니 당연하지만 지독하다.
저러니 창조신들도 다 도망갔지.’
2대 흑염의 절대자와 간접전투도 몇 번 경험이 있어서 자신이 있었는데 이건 아예 경우가 달랐다.
자신을 제외한 전부를 철저하게 먹잇감으로 보는 절대적인 포식자의 눈빛이면 기세였다.
더구나 어떻게 알았는지 뚫어져라 유일한 급소인 자신의 이마의 중앙만 보고 있었다.
덕분에 신력이 대등하면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싹 날아갔다.
‘2대 흑염이 투우(鬪牛)라면 1대 흑염은 맹수다.
그것도 먹이를 노리는 흑표범.
싸우면 즉시 죽는다.’
위기를 느낀 몸 전체가 바로 도망을 치라는 듯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창조신계가 자신이 구현한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파괴가 되어서 반역자로 낙인이 찍힐 판이었다.
막을 시도는 고사하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
덕분에 어쩔 줄 몰라서 식은땀만 흘리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면서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실망했다.
창조주에게 권한을 넘겨받은 후부터 대부분의 존재들이 다 저런 식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대단한 회복권능을 가져서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똑같군.’
모든 능력이나 권능은 경험과 수련에서 시작한다.
상위 존재가 부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결국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효과가 감소된다.
그러니 저 정도로 굉장한 회복능력을 얻으려면 수만 번의 부상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적어도 억 단위를 가볍게 넘는 치명상을 당하고 회복을 거듭해야 했다.
한마디로 치열한 전투를 수없이 겪고도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덤비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쯧-! 조금 싹수가 있나 했더니 역시 똑같군.”
바로 혀를 차고 뒤돌아섰다.
14써클에 도달한 창조신 정도면 나름대로 손맛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신을 무시하고 무방비하게 걸어가는 1대 흑염의 절대자를 쳐다보면서 안심이 되었는지 길게 숨을 쉬면서 긴장을 푸려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검은 구슬이 차원의 마도신의 이마 중앙에서 튀어나오고 그대로 사라졌다.
퍼어어억-!
그리고 바로 1대 흑염의 절대자의 뒤통수에서 폭음이 터지고 충격이 전해진다.
머리도 앞으로 아주 약간 고개가 흔들렸다.
마치 세계에 녹아들은 것처럼 너무나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다.
덕분에 방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안 되어서 잠시 멍해진 1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내가 공격을 허용했나?
그럴 리가?
창조주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신체를 강화한 이후로 나의 직감을 벗어나는 존재 따위는 10중심에도 없다.
그런데 내가 기습을 당했다고?’
하나 먼 과거에는 익숙했지만 지금은 아주 생소한 감각인 통증이 뒷머리에서 느껴졌다.
아주 천천히 오른손을 뒤로 뻗어서 자신의 뒷덜미를 만졌다.
그리고 약간의 액체가 만져졌다.
자신의 눈가로 가져가서 보자 빨간색의 액체였다.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흐릿하지만 말이다.
“……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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