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가볍게 응답하면서 이만 가보라는 흔드는 손짓에 동시에 후방의 투신들이 모두 다급하게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창조신들의 전투는 주신의 신격도 없는 그들에게는 전투여파만으로도 소멸을 불러오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
투신들이 썰물처럼 철수하는 소리에 이계의 창조신들은 순간적으로 공황에 빠졌다.
분명 최고의 지배자가 분명한 창조신장의 신계에서 창조신이 이런 짓을 벌이면 치도곤이 아니라 반역죄까지 물을 수 있는 중죄다.
더구나 신계내부에 신력포까지 쏘아대면서 신전들까지 파손했는데 추궁이 아니라 격려라니 이계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주변 상황은 전혀 상관없이 몰려오고 있는 창조신들의 위치와 신력, 권능을 파악을 전력으로 실시했던 차원의 마도신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강자에게 영광 있으라.”
차원공통원소를 가진 자신에게도 예상외의 강적들이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마치 주문과 같은 말을 하면서 다시 신력의 원을 중복하여 발현시킨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기에 출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지 않지만 높아진 재능과 신체능력은 신력증폭을 가능하게 했다.
파아아아아아아아-!
다시 나타난 신력의 원이 만들어낸 빛의 기둥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정문이 열려진 틈을 가득 채운 빛의 원기둥 안에서 낭랑한 영창이 울렸다.
“집속 차원신멸포 연속발사(集束 次元神滅砲 連續發射).”
그러자 벼락과 같은 울림이 터져 나왔다.
우르르르르르르르릉-!
신력의 원이 만든 빛의 기둥이 순간적으로 수축을 반복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엄청난 굵기의 황금빛의 신멸포를 쏘아 내었다.
꽈꽈꽈꽈꽈-! 파파파파파-!
폭포처럼 정문의 벌려진 틈 사이를 가득 채운 빛의 줄기들이 공간이동을 하면서 도약을 시작한다.
당연히 목표는 이제 진입을 시작한 창조신들이었다.
그것을 감지한 창조신들은 진입을 멈추고 방어태세를 취했다.
“또 신멸포의 집중사격이다.”
“경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신멸포들이 갑자기 공간도약을 통해 눈앞에서 쏟아지자 창조신들의 얼굴빛이 변했다.
한 명이 거의 지나갈 정도로 좁게 열려진 정문 사이로 들어서자마자 쏟아진 집중포화였다.
뒤따르는 창조신 때문에 후퇴나 옆으로 피할 수가 없으니 무조건 손실을 각오하고 막아야 했다.
가장 먼저 포격에 노출된 맨 앞에 섰던 창조신이 기겁을 해서 소리를 쳤다.
위력이 처음 당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증폭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건 함정이다-!”
“뭐야? 대신족이 무슨 함정?”
진리에 의해 개조되어 봉인된 대신족은 이성이 거의 없다.
즉 이런 식으로 함정을 짜지 않고 오로지 힘으로 덤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미 신족은 10억 년 전의 최초의 종족전쟁 때 패배했을 것이다.
그러나 10억 년의 세월을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강해진 창조신은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았다.
쿠쿠쿠쿠쿠쿠쿵-!
신력을 집중시킨 주먹으로 정면에서 공간도약으로 날아오는 포격을 전부 쳐낸 창조신은 은은하게 통증이 밀려오는 주먹을 보면서 의문을 표시했다.
“포함된 신력은 겨우 200억 정도?
그런데 왜 이렇게 강력하지?”
겨우 200억의 신력만이 담겼는데 창조신이 신력을 집중해서 강화시킨 신체에 통증을 안겨주고 있다.
무방비로 맞으면 위험할 정도였다.
뒤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창조신들이 다급하게 분석결과를 외쳤다.
“신력을 중첩강화해서 쏘아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대신족이 아니군.”
대신족은 신력과 권능을 행사하기 위한 조정이나 가공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미 행성크기의 신체로 넘쳐나는 정기와 강력한 신력이었다.
크기 자체가 무기라서 그대로 쏘아도 충분한데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운 추가과정을 도입할 리가 없다.
하나 그렇다고 정기와 신력을 융합하는 신멸포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창조신은 들어 본적이 없다.
신전이 무너지고 갑자기 공격을 당한 흥분이 가라앉고 경계심이 높아지자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창조신계가 공격을 당한 상황인데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아니 정문이 조금이나마 열린 상황인데 경계를 맡은 투신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직 신격이 낮아서 자발적인 정보제공권한은 없지만 창조신인 자신들이다.
신계가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이런 경우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 보니 왜 신계자아가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지?”
“맞다.”
“신계자아-! 무슨 일이냐?
적이 누구야?”
심상치 않은 위력의 정체모를 신력포가 공간도약으로 쏟아지는데 그대로 전진할 만큼 무모하지 않았다.
바로 적을 확인하려는 창조신들의 호출에 신계자아는 나직하게 한마디를 전한다.
“창조신장님의 전언입니다.”
갑자기 나온 창조신장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약간 당황했지만 고개를 숙였다.
하나 다음 말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흘린 씨앗은 스스로 거두어라.”
쿵-!
이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은 창조신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결정은 근래에 단 한 번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창조신계의 정식입문에 대한 반대였다.
전능의 휘의 이겨서 마도신이 주신장 서열 1위로 올라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승부를 결정지은 전투결과가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절대계의 10중심의 개입으로 끝난 흐지부지한 결투를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전능의 휘가 직접 넘겨준 주신장은 어쩔 수 없지만 당연히 창조신계의 정식입문은 반대의사를 표시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격이란 뜻이었다.
상위의 창조신들이야 이런 하위 창조신들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결국 최전선에서 같이 싸워야하는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무능한 동료는 강력한 적들보다 더욱 무서웠기 때문이다.
“차원의 마도신이라고 했던가?
그놈이 벌이고 있는 짓이로군.”
“반대에 대한 협상이 아닌 결투신청인가?
그럼 개입을 하실 리가 없지.”
“분명 권능이 행성을 이용한 마도와 신멸포의 난사였지?”
“원거리 공격과 지원을 하는 광역권능이 주특기였다.”
“그럼 신멸포도 이렇게 쏘아댈 수 있겠군.”
이제 모든 사태의 원인과 적을 알았다.
원거리 광역권능을 난사하는 마도신을 상대로 거리를 두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이미 적의 위치까지 알고 있는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빠르게 전진을 하려는 창조신들의 얼굴빛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또 다시 포격을 쏟아지려는데 숫자가 심상치가 않았다.
“무슨 수량이 이렇게 많아?”
“이게 혼자서 쏘아대는 신력포라고?”
방금 전의 정면에서 쏟아진 포격의 수십 배 이상이 마치 경고와 같은 것처럼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간도약의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강력한 신체에 아무 충격도 주지 못하고 너무 느려서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고 우습게 여겼던 신력포를 이용한 공격이다.
그래서 사장되었는데 엄청난 물량을 이런 방식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직접 당하니 이건 악몽이었다.
아니 그보다 자신의 앞길에 조금 방해를 했다고 다짜고짜 창조신계에 찾아와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쏘는 놈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설사 이긴다고 해도 최악의 평판을 가지게 된다.
출입이 허용되어도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인데 이런 짓을 벌인다는 사실은 이미 각오했다는 뜻이다.
“이익-! 완전히 미친놈이었군.”
“그보다 막아-!”
“이런 숫자를 직격당하면 위험하다-!”
“관통당해서는 안 된다.”
꽈꽈꽈꽈꽈꽈과-!
폭포처럼 쏟아지는 차원신멸포와 그것을 남김없이 튕겨내는 창조신들의 공방이 정문을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낳았다.
그 진동과 충격을 반대편에서 느끼면서 계속해서 신멸포를 쏘아내는 차원의 마도신은 다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약자에게는 기회를 줄지어다.”
이미 차원공통원소로 만든 차원권능의 영역에 들어간 이상 대화정도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의지의 전달과 감정의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러니 창조신들 사이에서 짧게 교환된 정보교환과 감정정도야 쉽게 알 수 있었다.
‘창조신의 자격이 없는데 받아들이면 안 되기는 하지.
너희들의 생각은 나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바로 내 일이니 납득할 수는 없지.’
본인들의 입장에서 남의 일이고 기준이하라고 쉽게 했던 반대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신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결정의 무게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달랐다.
기분으로 가볍게 한 반대에 남은 신생이 뒤틀린 격이다.
‘시끄럽게 우는 개구리를 쫓기 위해 돌을 던졌는데 맞고서 죽어버린 격이지.’
죽은 개구리가 자신이 되었으니 용납할 수 없었다.
실력을 보일 기회도 없이 약자가 되어서 창조신계의 입문이 거절된 자신이 받은 피해와 분노를 고스란히 갚아주지 않으면 분이 안 풀렸다.
‘하나 나는 창조신계의 입장으로는 약자였고 저들은 다수에 강자다.
일대 일 결투로 힘겹게 이긴다고 해결될 리도 없고 저것들에게도 피해가 있을 리가 없다.’
강력한 다수가 모여서 벌인 결정을 개인이 뒤집을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처음부터 끼어들지 않는 것이 정답이지만 만약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면 판을 뒤집는 수밖에 없다.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져서 같은 피해를 강요해야 했다.
혼자만 죽을 수 없으니 다 같이 죽자는 방식이다.
누군가가 먼저 포기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다 같이 똑같은 약자에 광대 꼴이 되어서 진창에서 괴로워해 보자 이거다.’
결국 대부분 둘 다 끝장나는 결론을 알지만 먼저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다시 전력으로 발동시킨 신력의 원에서 신멸포들이 무수하게 쏘아져 나간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제 적응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창조신들이 빠르게 전진을 하여 거의 시야에 보일 듯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포격에 어쩔 수 없었는지 여기저기 부상을 입었지만 강렬한 살기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 대상은 차원의 마도신만이 아니라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이계의 창조신들에게 향해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자신들보다 높은 신격을 위협으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억울하게 살의를 정면으로 뒤집어쓴 이계의 창조신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히이이이-!’
‘커어어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 기겁을 한 이계의 창조신들이 난리를 치든 말든 차원의 마도신은 신력포를 더욱 강화해서 쏘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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