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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걸어가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대답에 기겁을 하는 이계의 창조신들이었다.
창조신계로 오려면 반대하는 창조신들을 정리하라는 내용의 공문은 이미 자신들도 보았다.
‘그걸 위해서 창조신계에 있는 창조신들을 찾아다니면서 싸울 생각인가?’
‘주변에 신고라면 간단한 인사만 하고 다니면 되는데 왜 그런 짓을 해?’
하나 정말 싸울 생각인 모양이고 이미 정문이 조금 열린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신력과 강력한 권능들에 비명을 지르고 싶은 지경이었다.
허계의 강력함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이건 아예 비교대상자체가 아니었다.
이렇게 힘의 차이가 격심한데 갑자기 전투지원을 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만…….”
당연한 말이었다.
아까 신계관리주신이라고 불리던 존재들에게도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오리진이니 뭐니 자랑하던 존재들에게는 권능의 수준차이가 너무 커서 꼼짝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보다 강할 것이 분명한 창조신들과 전투지원이라니 가능할 리가 없다.
하나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감안했다는 듯이 짧게 말했다.
“어떻게 쓸지는 내가 알아서 한다.
버티기만 잘해라.”
“…….”
그제야 차원의 마도신의 심산을 알아냈다.
부하들이나 상급자나 똑같은 생각인 것이다.
‘우리의 신격을 방패막으로 삼을 생각이다-!’
‘또?’
자신들의 신격은 최고위 창조신이다.
당연히 이하의 신격을 가진 존재의 공격에 당해도 소멸 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신령상태라면 대부분의 즉사성의 권능을 무효화 한다.
하나 타격이나 고통은 없는 것이 아닌데 강제로 그렇게 만들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타의에 의해 궁지에 끝없이 몰리니 어이가 없어지고 잡념과 독기만 커져갔다.
‘신격만은 우리가 주변의 누구보다 높은 것 같다면 이렇게 신력의 차이가 크면 한계가 있는데…….’
‘죽을 신체가 없으니 괜찮겠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그렇다고 도망도 못 치겠으니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없다.’
고민을 할 여유나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이렇게 살벌한 강자들이 넘치는 허계에서 차원의 마도신의 포로라는 신분까지 잃으면 무슨 꼴이 될지 직감한 탓이다.
‘잘못하면 최고위 창조신의 신격만 강제로 이용당하는 노예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신들에게는 포로란 신분도 감지덕지였다.
힘없는 자가 보물을 가지면 죽임을 당할 충분할 이유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강함과 자신들의 신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창조신이 상대라고 해도 이길 승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정문의 열려진 공간이 바로 보이는 앞에 섰다.
그리고 주변을 주의 깊게 살핀다.
앞을 바라보니 정확하게 한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었다.
문이 살짝 뒤로 밀려 열려진 틈은 너무나 두꺼워서 마치 끝도 없이 이어진 계곡처럼 보였다.
그렇게 지형을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은 갑자기 아공간에서 아까 창조신장이 보낸 공문을 꺼냈다.
자신을 반대한 창조신의 이름과 좌표의 확인을 시작했다.
정문의 틈새너머로 차원권능을 날려서 창조신계의 지형까지 확인을 한 차원의 마도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린다.
“전부 안에 있군.
그럼 여기가 딱 좋겠군.”
우우우우우웅-!
다음에는 머리 위에 몸 전체를 덮을 정도로 확대된 커다란 신력의 원이 떠올랐다.
그 광경을 보는 이계의 창조신들은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다.
정문을 힘들여 열었는데 들어가서 전투를 벌어야할 창조신을 찾지 않고 뭔가를 준비한다.
어째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은 것이다.
신력의 원이 일순간 수없이 복제되더니 마치 빛의 원형기둥과 같은 모습이 되자 바로 영창이 터져 나왔다.
“다중 차원신멸포(多重 次元神滅砲)-!”
파가가가가가가가강-!
몸 전체를 뒤덮은 신력의 원에서 수천발의 신력포가 중첩되어서 쏟아져나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렇게 발사된 신력포들은 정문의 열려진 틈새를 지나서 창조신계 어딘가로 차원이동을 하면서 사라졌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위력의 신멸포들이 갑자기 공간도약을 하면서 사라지자 다급하게 물었다.
‘이건 이 신계 전체에 선전포고를 한 것 같은데?’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차원의 마도신이 강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렇게 하고도 무사할 곳이 아니었다.
지금 신계 내부에 쏘아 넣은 공격에 반응한 듯 성벽 주변에서 수없이 달려오는 존재들의 강함조차 끔찍할 정도였다.
그리고 수도 너무나 많았다.
다급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 뭐를 하신 겁니까?”
“선전포고 겸 도발.”
“!!!”
이건 무슨 간담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들이 권능을 상위신격으로 막아준다고 해도 어차피 신령만 남은 허신상태라서 한계가 있다.
인간의 유령과 같은 상태라서 직접공격이나 여파는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싸우는 것은 차원의 마도신 혼자다.
그런데 이렇게 두려울 정도로 강대한 신력이 흘러넘치는 신계의 정문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 누구를요?”
“누구가 아니라 누구들이다.”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조정해주는 대답은 바로 나왔다.
곧 창조신계 내부에서 폭발음과 진동이 정문까지 울렸다.
꽈꽈꽈꽈꽈꽈꽈꽈꽝-! 우르르릉-!
무엇이 파괴되고 폭발했는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분노에 찬 음성이 알려주었다.
“크아아아아아-! 보호막을 수복하고 겨우 쉬고 있는데 어떤 자식이냐?”
“누구냐?
어떤 놈이 창조신계 내부에서 중급 창조신인 나를 기습해.”
“내 신전이 박살났다-!
어떤 간 큰 놈이냐?”
“이런 대신족 같은-!”
갑작스런 공격에 신계 내부에서 난리가 났는지 투기와 살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둘이 아니었다.
적어도 10명이상이었다.
허계의 창조신장이 내린 공문을 쳐다본 이계의 창조신들의 등에서 소름이 오싹 퍼져나갔다.
“……설마 아까 명단에 있던 창조신들 전부를 동시에 도발하신 것입니까?
하나씩 상대하실 생각이 아니라 한 번에 싸우시려고 말이죠?”
“맞다.”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차원의 마도신은 역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정면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뒤에 있는 이계의 창조신들의 표정이 완전히 검게 썩어 들어가도 말이다.
상대가 얼마나 강대한 창조신들인지 알 정도로 목소리에 함유된 신력과 신격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그리고 방금 공격에 당한 상대가 하나 둘이 아닌지 여기저기서 욕설과 의지들이 쩌렁쩌렁하게 울려져 왔다.
“누가 감히 내 별장을 부셔-!
이걸 얼마나 들여서 겨우 산건데?”
“뭐가 공격한 것이지?”
“엄청난 위력의 신멸포(神滅砲)였다.
공간이동을 하면서 날아왔는데 대신족(代神族)의 주신들이라도 쳐들어온 것인가?”
“절대계 회색영역의 전투는 어쩌고?”
“일단 공간이동의 흔적으로 보아 발사 위치는 정문 쪽이다.”
“주신장 놈들과 수문장 놈들은 뭐하고 있나?”
“투신들을 집결시켜.”
“으득-! 필요 없어-!
내 손으로 전부 찢어 죽여 버린다.”
“그게 좋겠군.
절반은 내 몫이다.”
듣기만 해도 살벌한 소리를 내뱉으면서 더없이 강대한 창조신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우르르르르르르릉-!
그 진동을 느끼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훗-! 과연 499주우주의 창조신들.
파악이 빠르다.
너희들도 준비해라.
적들이 온다.”
“…….”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상대를 한꺼번에 끌어들인 차원의 마도신의 태평한 모습에 이제 넋이 나갈 지경인 이계의 창조신이었다.
‘준비는 도대체 뭘 하라는 것인지…….’
‘도……, 도망쳐야 해.
잘못하면 정말 신령조차 소멸된다.’
하나 도망은 고사하고 물러설 곳도 없었다.
아까 주변에서 감시만 하던 강력한 투신들이 완전히 살기어린 시선으로 뒤를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무슨 사태인지 확인을 하느라 덤벼들지는 않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후퇴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지만 위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바로 덤벼들 것이다.
신격은 창조신이나 주신이 아닌 것 같지만 지독하게 강해보이는 투신들이 후방으로 들이닥치면 승산은 전혀 없었다.
하나 그들 중 대표인 것 같은 투신이 앞으로 나서서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보고를 한다.
“창조신장님의 전언입니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방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이미 신멸포가 쏘아진 위치를 확인한 창조신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신경을 분산할 여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과연 499주우주의 창조신답게 생각보다 더욱 강했던 것이다.
하나 완전히 무시를 할 수 없어서 말을 받았다.
“……말해라.”
신족의 최고지배자인 창조신장의 전언을 이런 식으로 받는다는 것은 불손하다고 할 수 있지만 보고하는 투신이나 주변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전투 직전상황에서 예의를 차리는 어처구니가 없이 무능한 창조신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투준비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짧게 정리해서 보고했다.
“창조신계의 정문을 혼자의 힘으로 여신 점에 대해서 치하를 하셨습니다.”
“감사드린다고 전하라.”
“…….”
역시 돌아보지도 않고 하는 말에 대표로 나선 투신이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한다.
“현재 이 전투 상황은 창조신계의 상위 창조신들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운(武運)을 바랍니다.”
“아아. 관객이 있으면 즐겁다.
너희들에게는 위험하니 물러나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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