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96화 (507/2,000)

28권 29권

어느 집단에나 있는 신고식은 같은 절차이다.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고 상위자들을 인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이고 선물을 하면 받아들여진다.

물론 똑같은 수준은 아니다.

험악한 상황을 겪는 것은 아무런 세력도 능력도 없는 존재들뿐이다.

명문신족의 오리진인 전능의 휘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환영식이 벌어진다.

“……하나 마도신인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겠지.”

당연히 아무런 지지 세력도 명성도 없는 신입자이기에 혹독한 신고식이 기다린다.

그렇게라도 대가를 주고 섞일 수 있다면 자신도 가급적 그렇게 하고 싶다.

하나 자신의 등 뒤에 찬란하게 빛나는 13쌍의 황금빛의 날개와 13쌍의 암흑의 날개는 기존의 창조신들과 별개의 존재임을 증명한다.

일반적인 창조신과 이렇게 완벽하게 구별되는 상태에서 고개를 숙일수록 곤란해질 뿐이다.

이렇게 되면 창조신의 자격이 있음을 압도적인 힘과 능력으로 증명해야 했다.

마력을 사용하는 것이 편법이라고 경계당하니 순순한 신족의 힘만으로 말이다.

‘마력이 아닌 신력만으로도 창조신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상황파악은 끝났다.

암흑의 날개 13쌍을 바로 거두고 황금빛 날개 13쌍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마력의 써클까지 발동을 중지했다.

마도로 인한 신력증폭이 끊어지자 최대출력이 1조를 넘나들던 주우주 최고의 마도신에서 겨우 210억의 최상급 주신의 본신신력만이 남았다.

지극히 실망스런 수준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흑염의 권능과 불가해의 8시조를 동원하면 일반창조신의 상대는 가능했다.

비록 불완전하다고 하지만 절대계의 10중심의 권능은 주우주가 감당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들도 강력한 창조신들이니 예의와 준비는 갖추어 주여야 했다.

“주신장의 전신갑옷을 보내라.”

“전송하였습니다.”

얼굴을 가린 검은 로브를 벗고 이동해온 신족의 최고의 투신을 증명하는 황금빛의 갑옷을 그대로 걸친다.

순식간에 발끝부터 얼굴까지 완벽하게 덮은 황금의 전신갑옷이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빛을 내뿜었다.

좌르르르르르르륵-!

황금빛의 금속이 그대로 전신을 감싸고 장식된 신력을 높이는 보석들이 찬란한 위엄의 빛을 뿜어낸다.

주신전의 넓은 공간이 그렇게 발산되는 보석의 빛으로 가득 채워질 지경이었다.

물론 특별한 권능이 아니다.

최전선에서 서서 아군의 지휘를 원활하게 하고 적군의 주목을 끌기 위한 장식이다.

‘가장 강한 자가 바로 신계주신이며 그러하기에 최선봉에 선다.’

모든 위장이나 은신을 배제하고 극도로 화려하게 만들어 전장의 어디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든 499주우주 특유의 철학이 담긴 산물이었다.

그렇게 마도신으로서 전투복장을 벗고 주신장으로서 정식 전신갑옷까지 걸친 차원의 마도신이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려는데 뭔가가 시야를 가리듯이 날려졌다.

딱-! 팟-!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2줄기의 마력의 손톱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마신왕을 능가하는 위력을 가진 마력의 손톱은 아무리 지금의 자신이라고 해도 돌파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창조신의 신력의 12써클이 완전하지 않은 이상 무리였다.

“…….”

그리고 양 옆에서 마력의 손톱을 발동하여 막고 있는 전율의 진군과 전지의 성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왜 막느냐는 시선이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대답만 들려왔다.

“정말 마도신은 생각에 빠지면 주변은 아예 보이지 않는 모양이네.”

“집중력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는데 이건 참 문제 일까나?”

혼자서 웃다가 중얼거리고 창조신계로 간다는데 주변 상황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전직전으로 전력으로 발동된 신계관리주신들의 권능과 신력을 혼자서 와해시킨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혼자서 중얼거리고 뭔가를 잔뜩 구상하더니 바로 창조신계로 가는 문을 열고 이동을 하려 했다.

더구나 또 창조신계로 전쟁이라도 하러가는지 주신장의 전투복장까지 챙기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왜 신계가 이 난리인지 깨달았다.

‘이번에는 창조신계인가?

정말 일만 벌이네.’

‘왜 신계에 자꾸 큰 일이 벌어지나 했더니 신계주신 본인이 바깥에서 벌이고 다녀서 그랬구나.

이러다 정말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끝장인데 알까나?’

지금 차원의 신계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데 만약 창조신들과 불화가 추가되면 더 이상은 자신들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창조신 하나 둘이면 모를까 4명 이상이 몰려오면 필패였기 때문이다.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 더 이상의 사고를 치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아직 경범죄가 급증하고 사태의 해결도 안 끝났다.

“신계주신이면 정리는 완벽하게 하고 가셔야지.”

“하급자들과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지 않을까나?”

그 말에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대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자신이 부재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는 안전망 같기에 대우는 해야 했다.

무엇보다 차원공통원소와 부여된 차원권능으로 강화된 자신이지만 이 정도의 투신들과는 일대 일로는 아직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귀찮은 일에 관여하지 않고 싶기에 단호하게 말했다.

“전 신계에서 전투행위만 아니라면 관여하지 않습니다.”

“…….”

“…….”

뭔가 끝없는 고집이 느껴지는 한마디에 전율의 진군과 전지의 성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 보니 정말 신계가 어떻게 돌아가든 발전만 하면 된다는 사고에 완전히 젖어있었다.

‘정말 안 망하고 발전하면서 본인의 신계주신의 지원만 이상이 없다면 방관할 생각인가?

이건 신계주신이 파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정말 용케도 신계주신을 유지하고 있네.

아니 부하들이 이렇게 반항적이고 강력해서 개입을 할수록 문제가 발생하니 어쩔 수가 없나?

모두 유능하고 알아서 잘 살면 방치가 답이기는 하지.

그래도 이건 너무 극단적이잖아?’

다시 확인해 보아도 차원의 마도신은 신계주신으로서 권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보나마나 개인의 수련시간 확보였다.

자신들도 일족을 지배하고 운영을 해본 입장으로서 이해할 수도 있는데 이건 한참을 넘어섰다.

‘아무리 그래도 최상위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말을 안 듣고 마음에 안 들어도 결국 똑같은 부하인 걸 모를까나?

어떻게 자신의 마음에 흡족한 부하만 데리고 있을 수 있을까나?’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사심이 넘치고 이기적인 생각에 저절로 마력의 손톱에 힘이 들어갔다.

파지지지지지지직-! 파가가가가가가-!

금방이라도 목을 날려버릴 기세로 마력의 손톱들이 강화되자 차원의 마도신은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뭔가 불만을 산 것 같은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이러지?

부하들이 원하는 대로 권력을 다 나누어 주었으니 알아서 잘 살아야 할 것 아냐?

받은 권리만큼 의무를 한다는 기본이 아닌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신계주신으로서 넘치도록 일하고 있다.

최고위 창조신계까지 발전시켜주었고 신계주신으로서 개인권리만 받았지 전체적인 권력은 모두 위임했다.

신계운영의 대부분은 바로 여기 신계관리주신들에게 있기에 그 책임도 이들에게 있었다.

개인적인 세력을 가진 이들이 바라고 원하는 일이었고 혼자서 전담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에 허락했다.

모든 권한을 부여했는데도 책임을 지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당연히 가만 안둘 생각으로 벌인 일이다.

그래서 굉장히 억울하지만 최고의 마신이며 투신으로 칭송받는 존재들의 일치된 위력은 아직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이계에서 절호조의 쾌조로 한없이 높아졌던 자신감이 확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창조신들과 신력만으로 싸우기 위해 마력을 임시 봉인했기에 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냥 창조신계로 가서 준비할 것을 잘못했다.

결국 신계운영에 개입해야하나?’

이들을 동시에 뿌리치고 가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기세에 밀려서 다시 영광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신계주신으로서 지금 해야 할 일을 말하는 두 마신의 말이 들렸다.

“설명.”

“정리.”

신계관리주신들도 이제는 세력과 개인적인 힘의 차이가 벌어진 자신과 싸우지 않아서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보였다.

결국 주신장의 전신갑옷의 투구부분을 해제하고 얼굴을 드러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이번 경범죄가 갑자기 증가한 일은 약자가 된 존재들이 서로 살고자 벌인 짓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습니다.

해당 고위신들에게 가벼운 처분만을 준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다짜고짜 본론만을 이야기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의문만 더해지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과거 서로 죽고 죽이는 원수라서 이제 같은 신계에 있으면서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적대세력에 강제로 교체된 고위신들은 기가 막혔다.

목숨만은 붙여놓으라고 지시를 받았지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위기였던 것이다.

이게 가벼운 처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항의를 하기에는 창조신의 신격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차원의 마도신이 워낙 무서우니 입을 닥칠 도리밖에 없었다.

그리고 감히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도 없었다.

창조신이 되어 처음 얼굴을 보인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은 방금 전까지 흉포하게 목검을 휘두르면서 폭력을 행사하던 잔혹 무도한 투신이 아니었다.

나라를 흔들만한 미녀가 주변의 소란을 우려해서 얼굴을 가린다는 경우는 들어보았다.

그런 식으로 항상 얼굴을 가리던 로브나 투구를 벗고 본 얼굴을 드러낸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은 진정으로 아름다웠다.

‘무슨…….’

신족 특유의 창조력을 나타내는 황금빛의 눈이 태양처럼 빛난다.

투신 특유의 의지를 보이는 굳게 다물어진 입술과 지극히 이상적인 형태로 조형된 이목구미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마도신 특유의 마력이 뭉쳐진 검은 진주와 같은 흑발이 그대로 얼굴을 감싸면서 가슴까지 장식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마신족과 신족의 아름다움의 장점만을 끌어 모아서 만든 모습에 모두의 경계심이 날아가 버렸다.

‘세상에 고위 창조신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저 정도는 결코 아니었는데…….’

주우주 전부를 영원체가 만든 이상 모든 존재의 미적 감각이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영원체가 보기에 아름답다고 하는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정신체의 신체는 신격이 높을수록 이상적인 완전한 형태로 변화되어 가게 된다.

그 모습은 영원체들과 유사해지기에 창조주에 대한 복종심이 기본인 신족은 매혹되게 된다.

창조신이 나타나면 그 모습을 본 하위의 신들이 감히 거역할 생각을 못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이 드러낸 얼굴에 전지의 성이나 전율의 진군까지 심미적 충격을 받아서 잠시 무방비가 될 정도이니 휘하의 주신이나 고위신들의 반응은 볼 것도 없었다.

잠시 말이 없어진 주신전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전지의 성이었다.

성마신이기에 저렇게 마력과 신력이 조화되어 있는 형상에 가장 심미적인 충격이 덜한 덕이다.

그리고 바로 손뼉을 쳤다.

짝짝-! 짝짝-!

신계주신이 말하는데 휘하의 신계주신관리는 모를까 자신이 데려온 전능일족의 여주신들까지 정신없이 쳐다보고만 있으니 수치였다.

이렇게 정신이 없다는 것은 본인들의 신격과 권능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하게 의지까지 보내주었다.

‘미인은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미인에게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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