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과거라면 당장 노발대발하면서 받아쳤겠지만 지금 상황이 극히 좋지 않았다.
왜 신계내부에서 이러는지 모르지만 정말 전쟁직전이었다.
더구나 상대해야할 주신들이 너무 강력했다.
막 부활을 해서 전력을 발휘하기 힘든데다가 과거의 정상적인 몸으로도 감당이 가능할지 의문인 상대인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직접 나서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만 오랜 정치적인 감으로는 직접 나서서 진압할 것 같지는 않다.’
내부의 반대세력을 신계주신이 나서서 제압하면 그것이 바로 반역이고 대량의 숙청이 필요하다.
하나 휘하의 신계관리주신들끼리 싸우면 단지 세력다툼일 뿐이다.
신계발전을 위해서 여기까지 참아오면서 막대한 투자만을 해온 차원의 마도신의 스스로의 신계 전력을 깎아 내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 증거로 저런 살기와 투기가 넘치는 신력의 중심부에서도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고 상황만을 주시하고 있다.’
‘역시 우리의 힘과 효용성을 보여주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약간의 전력이라도 더 필요하다.’
그러니 시선이 여전히 멱살이 손아귀에 쥐여져 있는 이계의 창조신들의 신령에게 갔다.
주신보다 약한 것 같지만 그래도 신격은 틀림없는 창조신들이었다.
높은 신격은 어디든 쓸모가 있었다.
‘이 허약한 창조신들의 신령도 받아들이실 생각인가?’
‘뭐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
그나저나 이거 심각한데?’
‘이 몸 상태로 처음 큰 거 한 방을 견디겠나?”
신계관리주신들이 본격적으로 보인 신력과 권능들의 위력이 심상치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퍼붓는 최대의 공격을 예상하면 부활한지 얼마 안 된 몸의 내구력으로는 감당이 힘들어 보인 것이다.
‘일단 최초 전력공격만 버티면 나머지는 머릿수로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은근히 유도했는데 바로 원하던 해결책이 나왔다.
500주우주의 오리진으로서 이미 오랜 기간 대립과 화합을 같이 해온 사이기에 무슨 의도인지 바로 알아챈 것이다.
‘그럼 일단 이 놈들을 맨 앞에 세우자고.’
‘그래도 창조신의 신격이 있으니 주신의 권능에 소멸되지는 않겠지.”
이미 전투가 직전인 것 같았고 과거 일족의 뒤에서 지휘만 하는 편한 신세가 아니라 직접 최전선에서 싸워야할 병사의 입장이 되었으니 꺼릴 것이 없었다.
바로 손에 쥐었던 창조신들의 신령들을 그대로 자신들의 앞에 방패막으로 세워버린다.
그리고 시정잡배들처럼 은근한 협박과 회유도 곁들였다.
‘잘 버티어라. 아가들아.’
‘도망만 안치면 잘 말씀드려서 처우를 개선해주마.’
순식간에 최전선에 방패로 세워진 배신자들의 창조신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도망을 치거나 창조신으로서 포로의 예우를 해달라고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이건 말이 통하거나 도주가 가능한 상대들이 아니었다.
상위의 신격도 문제지만 권능의 수준차이가 너무 커서 아예 통하지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무슨 말만 하면 바로 폭력이니 상식적인 대응자체가 안 통했다.
고귀한 지배층이었던 자신들이 이제 최전선에 강제로 방패막으로 세워졌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에 절망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버틸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각오를 하고 전면을 주시하는 순간 순식간에 의지가 사라졌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
이제 거대한 바다의 소용돌이처럼 유형화되어 주신전 자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신력의 충돌이 거기 있었다.
신력 200억이 최고수준인 이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밀도의 신력과 권능들이 각자의 위력을 뽐내면서 주신전 전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신의 신령조차 소멸을 면치 못할 것 같은 그런 엄청난 신력의 충돌 중심에서 차원의 마도신이 정말 기쁜 듯이 웃어젖혔다.
“쿳-! 카하하하하하하하하-!
보아라-! 미래-!
드디어 중급 신계에서 정식으로 창조신계에 도달했다.
이게 바로 나의 신계다-!
나는 일 년 만에 여기까지 발전시켜 왔다.
모든 준비는 되었다. 코아-!”
그 순간 신력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뭔가에 충돌한 듯이 굉음이 울렸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 정도의 신력이 뭔가에 의해 충돌하거나 폭발하면 어지간한 신계는 전부 소멸한다.
이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얼굴이 창백해진 신계관리주신들이 다급하게 보호막을 가동했지만 폭발음 밖에 아무런 징조는 없었다.
다만 신력의 충돌 전부를 빨아들인 듯이 검은 빛을 환하게 뿜어내는 거대한 검은 구슬이 차원이 마도신 머리 위로 모습을 나타내었을 뿐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머리를 위로 들어서 엄청난 검은 빛을 뿜어내는 코아를 보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신계에 있는 모든 신들의 권능과 신력을 흡수하여 창조의 신력이 가득 차 있다.
성공이다.’
이제까지의 코아는 상대를 분해해서 정기로 바꾸는 것만을 중점으로 했다.
하나 지금의 코아는 아주 달랐다.
신격과 정기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조차 대부분의 권능을 습득해야 하기에 혼자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서 뒤로 미룬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창조신계의 전부를 동원하면 가능한 것이다.
“너조차 익힌 권능의 숫자 부족으로 완성을 하지 못한 창조의 코아다.
나 혼자가 아닌 신계의 지원을 받으면 이런 일도 가능하고 이렇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데 나보고 신계를 포기하라고?
말도 안 돼는 일이지.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그렇게나 바라던 더없이 강력한 힘과 창조의 힘을 얻은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신계관리주신들과 세력 다툼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다만 지금보다 더 위를 바라보고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모든 신계관리주신들이 전력으로 발동시켰던 신력과 권능이 한순간에 흡수되어버린 믿을 수 없는 사태에 공황상태에 빠진 주신전에 조금 놀란 전지의 성의 음성이 울렸다.
“호오? 이미 상황 끝인가 보네?
역시 안 와도 되었네.
그런데 이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
자신의 반대편의 신계주신대리의 자리에 가이아나를 앉히고 바로 뒤에 앉아서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전지의 성을 쳐다보았지만 할 말이 없는 전율의 진군이었다.
자신도 뭐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이 안 되었던 것이다.
넘치는 창조력을 뿜어내는 코아를 바라보던 차원의 마도신은 그것을 아공간에 바로 수납했다.
본인의 힘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지극히 불안정한 임시적인 코아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흥분된 감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빠르게 이 코아로 해낼 수 있는 일을 확인하고 계획을 수정해갔다.
‘많아야 2번 내지 3번인가?
하나 이 정도로도 충분해.’
이계에서 사용하기가 과분할 정도로 창조력이었다.
신족의 본질이 창조력이며 지배력의 증명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클 것이다.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에게 부탁한 그것만 손아귀에 돌아오면 이계의 10중심이고 뭐고 나의 상대는 안 된다.
세력도 명분도 말이지.’
이계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준비가 완료했다.
그것은 모든 신력과 정기가 고갈된 상태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초월자들의 군세, 거기에 신족까지 포함된 전력과 혼자서 상대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독재에는 수혜자가 될 신족까지 배신할 확률도 컸다.
하나 신족에게는 다른 일족에게 없는 커다란 장점이며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상위의 신격과 신력을 가진 존재에 대한 존경과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본성이다.
자신보다 나은 존재를 보면 질투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끌어내리려하는 지성체들과의 차이이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차원의 마도신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계의 대부분을 점유한 초월체들과 협상을 할 수도 있다.
오히려 그들과의 전쟁의 초토화가 될 이계를 생각하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도 나았다.
그들조차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지분을 약속하고 화합을 유도하는 방식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재 이계의 꼴을 보면 보나마나였다.
초월자들은 창조신 수준으로 강해졌지만 이계의 정기밀도는 극도로 희박했다.
그것은 그들이 발전시킬 생각도 없이 거의 전부의 정기를 독점하고 있음을 뜻했다.
지성체들의 개인주의적인 욕망이 상위존재로 진화했다고 바뀔 리가 없다는 증명인 것이다.
‘휴우우우우-! 개인의 욕망보다 집단의 이익우선.
이것이 신족이 지배종족이 된 이유이지.’
힘만을 따지면 신족을 뛰어넘는 부류는 많았다.
마신족도 전투력만을 보면 신족을 뛰어넘는다.
창조력도 더 높은 일족도 무수히 많다.
황금족이라고 불렸던 과거 1대 황금의 절대자를 배출시킨 종족은 진화와 창조력 그 자체였다.
하나 결국 창조주의 선택을 받는 종족은 우주의 번영을 최우선으로 해야 했다.
멸족의 위기 마지막 순간에도 일족이나 개인보다 우선시할 수 있던 신족뿐이다.
이계의 창조주님이 어떤 기준을 추가해서 뽑았는지 모르지만 이 기본 기준을 충족할 일족은 자신이 생각해도 신족 아니면 대신족(代神族)뿐이었다.
잠재적인 가장 큰 문제가 이계 창조주님의 의사이겠지만 부흥이 끝나서, 잠이 깨고 나서 이후의 일은 진리대리인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하나.
가서 공부 좀 해야 하겠군.
창조신계로 가는 문을 열어라.”
“예.”
우우우우웅-!
그대로 창조신계로 가는 문을 열은 신계자아가 갑자기 추가적인 보고를 한다.
“창조신장님으로부터 전언입니다.
창조신계에 오시려면 현재 차원의 마도신님께서 가지신 직위와 위치, 재산에 따른 주위 창조신들의 의심과 불만을 직접 잠재우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첨부된 것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창조신들의 명단입니다.”
돌발적인 지시지만 놀라지도 않는다.
아니 이계로 파견을 가면서 늦추어진 측면이 더 컸다.
‘치이-! 신고식인가?’
신계주신이 되었을 때도 벌어졌던 일이 창조신이 되었다고 안 일어날 리가 없다.
화면에 빛의 문자로 몇 명의 창조신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다행스럽게도 거의 일반 창조신이었다.
주신성을 시간과 정기만 주면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위 창조신들은 최고위 창조신성이라도 큰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주신성을 많이 만들어보았자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신계주신이 없다면 쓸데없는 위험요소만 늘리기에 자제한다.
다만 주신성을 쉽게 만들기 힘든 일반이나 중급 창조신만이 간절하게 원할 뿐이다.
좌르르르르륵-!
현재 이의를 제기한 일반 창조신들의 위치까지 나와 있고 거의 군대의 명령서와 같은 간략한 지시문이 무엇인가를 뜻하고 있었다.
신고식에 대해서 창조신장은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니 알아서 하란 소리였다.
‘싸워서 굴복시키든가 아니면 찬성의 대가를 주라는 뜻이군.’
창조신계의 신고식조차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약한 존재는 필요가 없으니 오지 말라는 뜻도 되었다.
“……방식은 자유인가?”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창조신께서는 약간의 성의를 보이고 넘어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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