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88화 (499/2,000)

28권 29권

차원의 마도신이 깊은 자성의 의지를 가지고 한 말이었지만 흥분한 전율의 진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자중만으로는 안 돼-!

신족을 죽이는 것은 중지해.

이건 영락없이 정체를 숨기고 신계에 숨어든 마신왕 같잖아?”

일족까지 불러들여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걸 승인을 한 신계주신이 이러면 지극히 위태로웠다.

이 정도로 강력한 창조신에게 그럴 리는 없겠지만 탄핵이라도 받아서 신계주신의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투자가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전부 쫓겨나는 것이다.

‘그전에 아무리 마도신이지만 이 정도로 마력만 강대해지면 마신족으로 자동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대한 마신왕이 생기는 것은 마신족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그로 인해서 최고위 창조신성과 신계관리주신의 지분을 잃는다면 엄청난 손해다.

어차피 마신족의 사상으로는 마신족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아무리 정당한 상황에서 신족살해라고해도 이정도의 신살(神殺)의 권능이면 창조신으로서 큰 문제야.

그런데 이렇게 위협적이라니?

아무런 죄가 없어도 의심과 질투만으로도 끝장날 수 있어.

창조신성과 주신계가 아깝지도 않아?

자중이 아니라 앞으로 창조신을 계속할 것이면 더 이상 신족들은 죽이지 말고 살려!

그래야지만 신살의 파동이 약해져.”

“…….”

신족을 마신이 살리라고 조언한다.

명문 마신족을 두 개나 지배했던 최고의 마신이 하는 소리치고는 이상했지만 지극히 정론이다.

신을 죽여서 얻은 신살의 권능이다.

너무나 많이 죽여서 강화되어 신력으로 위장조차 불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그럼 신력과 창조력을 더 강화하여서 균형을 맞추면 된다.

하나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하아아. 그게 쉬우면 제가 이렇게 안 되었지요.

이계에 워낙 정리해야할 일이 많아서 앞으로도 엄청나게 처리해야 되는데 벌서 이렇게 티가 나다니…….”

차원의 마도신이 정중한 말투이면서 한탄하는 어조에 전율의 진군은 이제야 본론을 물었다.

장기간 이계로 파견을 간다고 말하고 갔는데 하루 만에 돌아왔으니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향을 보아서는 포기는 절대 아니니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의뢰를 어떻게 처리했기에 그렇게 되었는데?

진리대리로 자리만 차지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창조신으로서 업적이 욕심이 나서 아예 송두리째 뒤집어엎는 전쟁을 일으키고 왔다고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아니 지금 신족을 많이 죽였다고 고위마신이 마신왕이라고 칭송하고 있는 사태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공개적으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많고 조언도 필요하니 이계의 상황을 솔직하게 늘어놓았다.

차원의 마도신의 긴 설명을 단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듣기만 한 전율의 진군은 몸을 의자에 깊숙이 실었다.

이계에서 벌인 일과 왜 그렇게 했는지의 이유, 향후 전망까지 들으니 정말 길었다.

덕분에 사태는 잘 알겠는데 자신이 마신족이다보니 신족의 상황을 파악하기가 참 미묘했다.

그리고 워낙 벌인 일도 컸다.

‘겨우 하루 만에 이계에서 이백만이 넘는 신족을 소멸시키고 오십 명이 넘는 창조신들까지 잡아왔어?

이게 정말이면 마신족의 입장으로서는 참 잘한 일이고 위대한 업적이지만 신족들이 알면 큰일 아닌가?

마신이 다른 세계의 마신을 수백만을 학살한 셈인데?

아니 약한 놈들을 약탈하고 돌아온 일이니 뭐 상관없나?

아니 신족은 마신족과 기본사상이 다르니 이러면 안 되지 않나?

뭔가 아주 상황이 이상한데.’

마신족이 악마족으로 불릴 때는 지성체가 있는 행성을 습격해서 통째로 털어먹는 약탈로 살았으니 이런 행동이 죄가 될 수 없다.

막말로 약해서 털린 놈이 멍청한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약탈의 방해자인 신족을 많이 죽일수록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지.

과거에 살던 투신들이 아니라면 분명 거부감부터 먼저 들 것이다.’

역시 무릎을 꿇은 채 같이 듣고 있던 고위마신들은 존경을 넘어서 숭배의 눈빛까지 보내고 있었다.

과거 정기 좀 먹겠다고 행성을 털면 항상 싸웠던 신족이다.

자기들도 결국 목적이 같은 정기면서 비난까지 해대니 용서할 수 없었다.

영겁의 세월을 살면서 자신들이 신족과 싸워 죽인 숫자가 십만이 안 넘는데 앞의 창조신은 이백만을 하루 만에 처리했다.

‘저 정도의 신격과 강함을 가진 존재가 거짓으로 공을 부풀릴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라면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마신족의 입장에서는 정말 영원히 찬양받을 정도의 공적이며 능력이었다.

“오-!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신족의 영웅신이시군요.”

“정말 훌륭한 마신왕이십니다.”

이런 최고의 칭송을 받은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척 봐도 깐깐하고 오래되기는 태초의 투신 저리 가라할 정도의 고위마신들이 대놓고 찬양까지 한다.

더구나 전율의 진군과 동격으로 극존칭을 하면서 꼬박꼬박 위대한 마신왕을 붙이면서 공손하게 고개까지 숙이고 있다.

창조신으로서는 아주 큰 문제였다.

‘누가 위대한 마신왕이냐!

그리고 빛의 창조신에게 저 정도의 고위마신들이 이런 공대라니 이건 또 무슨 경우야?

내가 이계의 일을 뭔가 잘못 판단했나?’

이대로 망할 바에는 화끈하게 한 번 제대로 싸워보라고 벌인 일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이계의 배신자들부터 거의 박살내고 왔는데 마신족들의 반응을 보니 이거 아주 꺼림직 했다.

본래 신족과 마신족의 반대의 성향을 가졌으니 마신족이 이렇게 창조신에게 찬사를 보낸다면 신족의 반응은 거의 비난일색일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아까부터 꼬박꼬박 위대한 마신왕이라고 부르는데 슬슬 위기감도 생겨왔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는 한데 결코 마신왕이 아니거든.

주신장이며 창조신인 내게 그런 호칭은 그만두지 않을래?

다른 창조신들이 들으면 굉장히 곤란해지거든?’

그러나 정말 처음으로 자신을 존경한다는 존재들을 만났는데 정면에서 면박을 주기가 아주 힘들었다.

용병신이나 신계주신으로서 적의나 경계라면 많이 받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마신족이냐고?

나는 신계주신인 빛의 창조신이란 말이다.

내가 뭘 잘못했나?’

정말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여기에 어지간한 남신보다 호탕한 성격인데 심각한 얼굴로 침묵하는 전율의 진군을 보자 정말 뭔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만 하던 전율의 진군은 결국 포기했다.

약육강식을 기본 체계로 하는 마신족에게 신족의 복잡한 사상과 정치다툼은 전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아아-! 신족의 일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위험해.

전지의 성과 신계주신 대리를 불러서 상의 해.”

다만 수많은 일족으로 다스리던 지배자로서 지금 사태의 위험성을 알고 있어서 충고했다.

지배의 본질은 신족이나 마신족이나 같다.

도움은 고사하고 하위자를 위협만 하는 상위자가 오래 갈 리가 없다.

자신부터 그런 상위자들을 처치하고 올라섰기에 너무나 잘 알았다.

“예?”

“전지의 성은 성마신(聖魔神)이라서 자신의 주신성에 마신계와 신계를 전부 세워서 운영하고 있으니 잘 알거야.

그리고 가이아나란 신계주신대리는 처음부터 여기의 대표인 여신이었다면서?

신족의 일은 신족에게 묻는 것이 맞지.”

“흠-!”

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의 입장에서는 그러기에는 아주 곤란한 상황이었다.

성마신이지만 전능신족의 여신을 담당하는 오리진인 전지의 성과 바로 아래인 상급 여주신인 가이아나였다.

앞으로 신계보다 자신들 일족을 우선시하게 될 확률이 지극히 컸다.

‘신계보다 일족을 우선시하는데 정확한 조언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지금의 신계 상황은 자신이 바라던 일이다.

일단 여주신과 정령주신, 가이아나의 태초의 투신과 전능신족의 식객들의 3파전을 유도하여 계속 경쟁을 유도한다.

그리고 중립세력으로 자신과 직속세력,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을 동원하여 안정을 유지하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성장과 발전은 경쟁에서 나오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중화시키기에 이 체제를 무너트릴 생각은 없었다.

이런 혼란한 세력경쟁의 와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존재는 공생의 계약으로 묶여진 전율의 진군이다.

여기에 자신이 없으면 당장 신계에서 천덕꾸러기신세가 되어 쫓겨날 확률이 큰 초월자 출신의 하급신들과 주신급의 신들이었다.

이들이 확실하게 세력을 만들어서 가장 큰 세력이 되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했다.

“그건 나중에 하지요.

어차피 저에게 신살(神殺)의 권능을 왜 가졌냐고 추궁할 수 있는 존재가 주우주에서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니까요.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려고 해도 탄핵을 하려고 앞장선 창조신에게 전쟁을 걸어서 입을 닥치게 하면 됩니다.

저보다 상위의 창조신을 직접 어떻게 하지는 못해도 휘하는 모두 몰살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궁지에 몰리면 그렇게 나올 줄은 어지간한 창조신이라면 다 예측하고 있을 것이니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는 희박합니다.”

“그렇기는 하지.”

전율의 진군은 상위 창조신들이 함부로 도발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지극히 높은 악명이 도움이 된 경우였다.

신계주신이 없을 동안 차원신계와 주신전을 탐색하기 위해 상위의 창조신들이 많이 개입하기는 했지만 원거리 권능뿐이고 직접 온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마신왕보다 강하다고 평가받은 자신이 수문장을 맡고 있고 성마신인 전지의 성이 식객으로 버티고 있으니 상급 창조신이라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차원의 마도신이 가진 상승불패의 전투신이란 명성과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란 악명이 크게 작용하여 직속인 주신계 조차 굉장히 평안한 상태였다.

‘창조신성이 탐이 나기는 한데 차원의 마도신이 어떻게 흉악하게 나올지를 몰라서 건드릴 수가 없다는 뜻이지.

창조신성과 본인의 신계를 맞바꾸면 손해이니 말이야.

더구나 이 정도로 강해졌다면 이제 상위 창조신과도 맞상대가 가능할지도 몰라.’

차원신계의 운영에 대한 복잡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기에 더 이상 개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본인이 저렇게 강해진 이상 주변의 평가는 큰 문제가 없으니 일단 일족들을 불러서 세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전율의 진군이었다.

그런 심경의 변화를 짐작한 차원의 마도신은 화제를 전환했다.

가장 표면적으로 시급한 일은 이계를 완전 평탄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급하게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자신이 차원의 오리진에게 받은 권능의 분석이었다.

‘이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너무 효과가 뛰어나잖아?

신족만이 아니라 마신족에게도 작용하는지 확인을 해야 해.’

“일단 이것부터 보아주십시오.”

우우우우우웅-!

황홀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빛의 입자가 모래처럼 반짝이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빛의 입자는 퍼져나가서 주신전을 가득 채운다.

마력과 상극인 신력이 확실히 보이는 빛이 자신들을 덮치자 마신족인 전율의 진군과 고위마신들은 놀랐지만 살기가 없어서 그대로 받았다.

신계주신과 전율의 진군과의 공생관계는 잘 알고 있으니 해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 의뢰대가로 얻은 차원공통원소(次元共通元素)라는 것입니다.

마신으로서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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