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86화 (497/2,000)

28권 29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목까지 박살냈다.

조금만 잘하면 될 것 같으니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그런데 괴수신이 워낙 크다 보니 바늘은 고사하고 솜털보다 못한 검이나 주먹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마법신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번에도 운석낙하라는 궁극마법을 마법신이 되어 성공했다고 자신만만해서 도전한 것이다.

물론 운석이 하늘에서 낙하 중에 눈치를 챈 괴수의 브레스에 박살이 나서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넌 이제 마법신이라며?

더 큰 한 방 없어?

운석 낙하와 같은 자잘한 것 말고 말이야.”

“그건 저 괴수신에게 이빨도 안 들어가.

머리가 날아가도 재생하는 것 보았지?

운석을 브레스로 막지 못해 직격을 당해도 죽을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크기가 더 커야해-!

마도신인 주신님은 행성들을 가지고 놀던데 마법신이니 달이라도 떨어뜨려서 잡아보란 말이야.”

“…….”

“영창시간이 더 필요해?”

“……무식한 것들.”

그 말을 들은 마법신은 이 무식한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궁극마법 중에서도 위력만을 따지면 가장 강한 것이 운석 낙하다.

작은 행성조차 파괴할 정도로 최고의 위력을 가진 마법을 자잘하다고 폄하하니 말이다.

물론 이번에 쓴 운석은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이 행사하는 행성마도에 비하면 무척 초라하지만 그래도 비난 받을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이 멍청이들아. 주문만 길게 외워서 다 되면 누구나 마법사 되겠다.

그런 행성 마법들이 쉬운 줄 알아?

나도 어떻게 행성을 그렇게 쉽게 다루는지 감도 못 잡겠다.

그리고 운석 낙하는 마법으로는 거의 마지막 수준이란 말이다.

절대 약한 것이 아니야.

저 괴수가 이상하게 강한 거야.”

이렇게 정상적인 마법신의 기준으로 말했지만 워낙 비상식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마도신이 바로 앞에 있으니 말이 아예 안 통한다.

이 이상의 마법은 없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실망한 용사신과 동료들의 투덜거림만 돌아올 뿐이다.

“에이-! 마법신이 되어도 별 것 없네.”

“너도 초월자시절이 나은 것 같아.”

“아참-! 너 내 돈 갚아라.

이제는 거의 필요 없지만 혹시 모르니 받아야겠다.”

“맞아. 이제 영원히 사니까 반드시 받아야지.

무슨 일이 앞으로 있을지 어찌 알아?”

“신이라서 빌려준 사실이 잊혀 지지도 않아.

이건 좋네.”

“이……, 이……, 이 끈질긴 놈들.”

창조신성의 지분을 주겠다는 용족의 말에 홀랑 넘어가서 자신까지 포함하여 계약을 해버린 이 원수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고민을 하는 마법신이었다.

모든 초월자들이 처음 신계에 들어오니 개인 신전도 없는 빈털터리 하급신 신세이다.

다행히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이 특별히 앞마당 우주수의 숲에 도시를 마련해 주셨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우리들이 무슨 엘프라고 숲에서 오두막치고 살면서 만족하겠는가?

어떻게든 도시로 가야해.’

그런데 신계에 개인 신전은 정말 더럽게 비쌌다.

그렇다고 지금 신계에서 노숙하려고 시도하면 신계의 주도권을 놓고 살벌한 기세로 대치하고 있는 양 진영의 고위신들에 의해 바로 끌려간다.

물론 주신전의 경비 노릇을 장기간 하면서 정기를 모아 신계에 작은 신전부터 구입을 하면 된다.

시간은 엄청나게 들어가겠지만 이제는 무한한 수명과 젊음을 가진 신인 이상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이다.

‘꾸준한 저축이 정석인데 이것들이 또 사고를 쳤다.

뭐-! 신생(神生)은 한 방?

같이 하기 싫으면 당장 빚 갚으라고?’

창조신성의 지분을 나누어 주는 대가로 괴수토벌를 요청한 용족의 의뢰를 받아들인 것이다.

권신과 검신의 무모한 행동을 막아야할 용사신조차 동조하고 거기에 자신까지 빚을 들먹여서 끌어들였으니 이런 원수가 따로 없다.

모처럼 거대한 용족의 본체를 드러내고 요청이자 명령을 하신 백금신룡 에렌드라님의 앞이라 압도당한 덕도 컸다.

보상도 더없이 좋아서 다른 초월자들도 대부분 계약했는데 악몽의 시작이 되었다.

이 괴수들이 너무 강하고 많았다.

과거 순진한 수련마법사 시절에 용사와 만나서 여행을 같이 했을 때 처음 겪었던 지옥의 고생길이 또 열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일 하지 말자고 했지?

뭐 하러 용족이 자기들이 받은 창조신성의 권리를 나누어주겠어?

당연히 함정 아니야?”

홧김에 마신 술이 무척 독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진 마법신이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주변도 모두 그런 꼴에 같은 하위신이니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신이지만 가장 밑바닥 하급신이다 보니 체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점은 좋았다.

아공간에서 양피지를 꺼내들고 원수이자 동료들의 앞에서 흔들면서 외쳤다.

“이 카르마의 계약서 어쩔래?

위반 조건이 이렇게 살벌해?

거기다 어길 생각조차 막아?

이래서는 포기도 절대 못해-!”

카르마의 계약서.

하위신은 이름조차 부르기 어려운 최고위의 상위존재가 주우주에 걸어놓은 절대의 계약과 법칙이었다.

오로지 발전과 강자만을 고려하는 이 계약은 조금의 왜곡이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주신조차 잘못하면 바로 처분되는 가공할만한 강제력을 가진 계약서였다.

신계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배우는 일인데도 간과한 것이 탓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계약을 하다니 이런 머저리들이 없었다.

물론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기는 하지.

나도 설마 강제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마법신인 자신조차 그래도 신인데 계약서가 뭘 어떻게 하겠냐고 설마하면서 빚 독촉과 주변 분위기에 휘말려 서명했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계약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할 때마다 마치 독을 먹을 것처럼 피를 토하고 쓰러지게 되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모두 그런 경험을 반복한 용사신과 동료들은 굳은 얼굴로 술을 마시고 외쳤다.

“아 젠장-! 그 이야기를 왜 또 해.”

“술이나 마시고 다시 그 왕 도마뱀 토벌계획을 짜자.

그래도 거기가 제일 만만해.”

“만만한 괴수가 저 정도니 이러다가 또 죽겠다.”

“다른 초월자 팀도 성공한 적이 없으니 우리가 무능한 것은 아니야.”

그리고 이런 광경은 이미 우주수의 숲 초월자 도시의 술집들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젊어지고 늙지 않는 신이 된 것은 정말 좋은데 하급신의 생활은 과거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더구나 신들의 시간개념이 너무나 달랐다.

‘거의 기본이 일만 년 단위라니 참을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모두 백금신룡 에렌드라가 괴수신을 제압한 만큼 창조신성의 지분을 나누어 준다는 말에 모두 낚인 것이다.

주신들까지 힘을 합쳐서 잡았는데 괴물 정도야 하면서 간이 부어서 덜컥 계약을 했다가 모두 똑같이 무한 죽음과 부활의 반복 중이었다.

수로 밀어붙이는 것도 안 된다.

초월자 출신의 하급신도 많았지만 창조신성의 괴수신들의 숫자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10명이상 모여서 신력이 강해지면 귀신처럼 알아채고 벌떼같이 몰려오니 그럴 수도 없다.

그래도 지분을 받아서 신국을 세운다는 것만은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인간적인 상식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신족의 인내와 노력요구 탓이다.

“10만 년의 저축이 누구 개 이름이냐?”

단순 경비업무만으로 언제 개인 신전을 구입해서 신계로 나가냐?

초월자 때도 같았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어.

무조건 해보자고.”

“그러게 말이야.

초월자의 200년의 삶도 지겨울 정도로 길었는데 신들은 뭐든 1만 년 단위야.

그런데 다른 고위신 분들도 다들 그런 과정을 겪어서 개인 신전을 샀다는데 할 말이 없어.”

정상적인 방식이라고 하지만 주신전 경비 일을 10만 년을 성실하게 일하여 겨우 작은 신전을 마련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직 생명체 시절의 시간감각이 남아있는 자신들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런 판국이니 과거 초월자시절처럼 어떻게든 큰 공을 세워서 출세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용족이 내걸은 괴수신들의 토벌임무에 걸려서 진퇴양난의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초월자 출신의 하급신들은 용사신과 일행들처럼 술과 안주를 들이키면서 괴수신을 잡아서 영역을 확보할 방법을 토론하고 있었다.

지분을 받아 신국을 세우고 신앙을 받아서 신력을 키우면 최고위 신도 꿈이 아니었기에 포기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그 전에 넘어야 할 장벽이 정말 컸다.

“이 괴수 놈들은 정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

“제길-! 신계주신님이 공에 따라서 창조신성의 지성체 관리 권리를 주신다고 했을 때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야 했어.”

“처음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은 용족들은 가진 지분이 흘러 넘쳐서 저렇게 뿌리는데 우리는 눈치를 보다 이게 무슨 꼴이냐?”

“신계 주신님이 또 보상이 짭짤한 일이라도 안 벌이시려나?”

가끔 이런 간 큰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신계의 핵 역할을 하고 있어도 신계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부 알 수 있는 차원의 마도신은 조용히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주신장이 되면서 창조신성 하나를 늘리고 주신성까지 보유한 신계다.

개인이 노력하면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런데 하부에서 이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뜻은 하나를 뜻했다.

“……정체하고 있군.

제한된 삶을 살았던 초월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가?

아니 다른 신족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우우웅-!

이런 시각으로 신계 전체를 흩어보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상급신을 위한 자리는 많은데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아니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이 워낙 강력하고 각자 세력화하면서 고위직에 대한 기준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는 탓이 컸다.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 신계내부의 신들도 많은데 각 주신들이 친분으로 끌어들인 고위신들이 높은 자리를 바로 차지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저 하위신들이다.

초월자 시절의 욕망과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또 동족들끼리 모여서 세력화하려고 있었다.

지성체 간의 아무 의미 없는 전투를 신계 내부에서 벌이려고 하는 것이다.

경쟁은 좋지만 내전은 용납할 수 없었다.

‘초월자 출신의 하급신들은 감정이 풍부하고 성급하다.

다른 주신들과 고위신들처럼 기다리면서 내실을 다지지 못해.

왜 초월자 출신의 신들이 감정이고 불안정하다고 차별을 받는지 이제야 알겠군.

자업자득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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