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78화 (489/2,000)

28권 29권

그 말에 황룡왕은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떤 세계에서도 가장 위에 서는 일족은 가장 강대한 능력을 가진 최우수종족이었다.

과거의 신족은 그러했으나 현재의 신족은 그 자격이 없었다.

오히려 초월자들이 진화한 세력이 더욱 강력했다.

‘오랜 기간 반복하여 거의 극한의 경지에 도달한 정기가공 능력만 제외하면 오히려 열등하기까지 하지.’

지배자로서 선신과 악신을 하루에 하나씩 죽여서라도 강제로 끌고 가겠다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방식은 납득이 갔다.

다만 정말 뒷감당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과감하고 지독했다.

하지만 지금 신족이 서로 의견을 다투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를 타계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수법이었다.

마치 차원창세신 코아가 눈앞에서 살기와 투기, 아니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내뱉는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미 현세계의 신족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초월자들을 추격할 수 없다.

기존의 신족을 전부 희생시키더라도 초월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신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적의 세력을 줄이고 아군을 부흥시킨다.

전투를 통해서든 아니면 운영을 위해서든 동일 시간에 적보다 몇 배의 효율로 발전해야 한다.

이미 세력의 차이가 다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든 이상 이런 극단적인 소수정예를 통한 극한의 효율성을 유지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과거 현세계에도 강력한 신들이 넘쳐났다.

수천수만이 넘는 신이 쓸 정기를 단독으로 투자하여 만들어낸 초월적인 투신들도 수천 명이나 있었다.

그때는 초월자들은 물론이고 전우주의 모든 종족들이 신족의 위대함과 강력함에 고개를 숙였다.

‘정말 초신(超神)의 제조만이 답인가?’

혼자서 수천의 신의 정기를 독점하고 그 이상의 역할을 감당하는 우월한 재능과 권능을 발휘한 그들은 초신(超神)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그 강대한 힘으로 신족의 모든 도전자들을 꺾고서 창조주의 지배종족으로 간택되게 했다.

그러나 임무가 끝나고도 서로의 우열을 겨루기 위해 전투를 멈추지 않으니 신족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전우주의 혼란에 분노한 창조주님에 의해서 초신의 제압에 특화된 환수주신들이 만들어지고 신족과 힘을 합쳐서 전부 제압하고 허계로 추방하였다.

이렇게 문제가 지극히 크지만 일단 만들어진 초신의 능력은 다른 종족을 압도한다.

신력이 클수록 신족의 권능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데 가장 강한 투신이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았으니 약할 리가 없다.

자신도 환수신족의 절망적인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몇 번이나 시도할까 망설였던 방법이다.

하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망설이지도 숨기지도 않고 대놓고 선포했다.

선택권을 최고위 창조신들의 만장일치에 넘긴다는 말은 자신의 귀에는 이렇게 들려왔다.

‘어차피 이대로는 죽는다.

그러니 나의 말을 따르라.

물론 반대하거나 뒤쳐지면 죽인다.

신족 전부의 운명을 걸고서 도전하던가 아니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선택하라.’

극도의 약육강식을 통한 생존경쟁.

그 속에서 탄생하는 더없이 강대한 존재들이 이끌면서 영원히 경쟁하며 발전하는 세계.

그것이 진리가 창조주로 있는 허계였다.

물론 자신도 그렇게 했다면 지금의 몇 배 이상의 성과를 보였을 것이다.

하나 적군은 물론이고 현재의 아군조차 대부분 소멸시킬 그런 끔찍한 계획을 추진하여 받게 될 증오와 비난을 감수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허계도 너무나 강대한 힘을 가진 진리가 없었다면 이미 수억 번은 망하고도 남았지.

어설프게 흉내 낼 일이 아니야.’

여기에 더해서 승리를 위해 아군을 끝없이 채찍질하여 희생시키며 강해지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죄가 없는 자라도 얼마든지 처단할 수 있다.

단지 선신과 악신이라는 이유로 소멸시켰다면 일반신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제정신이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배방식이지.’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는 미래는 끔찍했다.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피와 시체가 깔리고 그 위를 차원창세신 코아가 신족을 이끌고 전진하는 미래는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그런 끔찍한 전쟁의 시대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허계의 존재가 현세계 신족의 운명을 전부 걸고 싸우려 하고 있다.

더구나 악명 높은 마도신이 주재하다니 이건 반드시 막아야할 일이었다.

“저의 왕의 기준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주우주의 마도신에 대한 평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만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말을 들은 창조신들이 고민에 빠지자 오히려 마음이 급해졌다.

설마 창조신들이 그럴 리가 없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방식을 선택하면 자신들도 지극히 위험했다.

신족을 선별하고 집중하여 만들어진 초신(超神)들은 분명 이 불리함을 뒤집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신을 초월한 존재라고 불릴 정도로 더없이 강력했기에 일반신들과 기존의 질서와 통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마음대로 날뛰었다.

환수신족과 신족이 그들을 완전 제압하기 위해서 얼마의 희생을 치렀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다.

‘겨우 제압을 했는데 도저히 소멸시킬 방법이 없어서 진리에게 넘겨야 했지.’

그런데 진리는 그들을 아무런 제약도 걸지 않고 전부 허계에 던져 넣어버렸다.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신이 잘 안다.

다시 돌아온다고 난동을 부리다가 허계의 강력한 신족들에게 모두 간단히 제압되어서 정령계라는 감옥에 영구히 갇혀버렸다.

현세계에서 초신(超神)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대했지만 허계에서는 조금 강한 주신일 뿐이라는 사실에 얼마나 무섭고 허탈했는지 모른다.

“부디 신중하십시오.

초신(超神)의 탄생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건 신족 전부를 걸고 벌이는 도박과 같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확률이 낮고 만약 실패하면 정말 끝장입니다.

또한 과거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초신(超神)들이 벌였던 일을 기억하십시오.

우월한 힘과 살육에 미쳐서 계속 전쟁과 투쟁을 반복하여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괴멸로 몰아넣었습니다.

환수신족인 저희들은 바로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창조주님께서 직접 만들어내신 종족입니다.

창조주께서 잠들어 계신 이번에는 신족만이 아니 아니라 현세계 전부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저희들조차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 겨우 정돈되었던 우주는 다시 혼돈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때 얼마나 창조님께서 진노를 하셨습니까?

또 다시 창조주님의 노여움을 사시는 것만은 안 됩니다.”

“…….”

황룡왕의 간곡한 조언에도 창조신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처음의 바위에서 떨어져나간 대부분의 파편과 황룡왕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겨우 주먹만큼 남은 부분만이 보일 뿐이었다.

선별로 버려진 파편이 될 신족 중에서 자신들이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생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온 자신들이라서 삶의 미련 따위는 없었다.

다만 자신들의 오판과 무능 때문에 잃어버린 신족의 영광이다.

이것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희생을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나 지금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것은 허계의 차원창세신 코아가 단 하루 동안 벌인 일로 인하여 명백하게 드러난 현재의 신족의 상태였다.

500억 년의 문제가 단 한 명의 창조신에 모두 해결되었는데 자신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허어. 우리 영광스런 신족이 선별이 필요할 정도로 쇠퇴했었는가?”

“다시 선별을 통해서 초신(超神)을 양산한다?

그 저주스런 존재들을 부작용을 알면서도 만들어야 한단 말이지?”

“현재 신족의 능력으로는 10명도 힘들다.”

“후우우우우-! 우리만으로는 어렵겠군.”

대다수를 희생하여 초월적인 소수를 만들어 싸운다는 극단적인 방법조차 워낙 몰락하여 스스로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니 한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렇다고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만장일치로 권력을 넘길 수는 없었다.

허계의 존재이전에 겨우 하루에 소멸된 신족의 숫자가 적이지만 200만이 넘었다.

겨우 1억 남짓 남은 신족의 입장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나 절망적인 선택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외부 상황은 극적으로 개선되어 있다.

주신들과 창조신 모두가 한번 해보자는 공통적인 교감이 생길 정도였다.

“일단 자체적으로 처리를 해본다.”

“본성의 복구를 서두르고 점령한 적의 본성 피오리나를 활성화시킨다.

“그리고…….”

화면에 떠 있는 적의 본성 피오리나의 중앙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뚫은 거대한 검은 구멍은 바로 공간이동의 문이었었다.

어떻게 가능한지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현세계 전부를 중앙으로 관통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다.

‘피오리나에 만들어진 공간의 문을 제외한 접근은 원천봉쇄하고 있다.

시공간 왜곡처럼 물질과 비물질을 막론하고 접근하는 즉시 분쇄되어 길의 강화에 쓰이고 있어.’

창조신에게도 엄청나게 위험하지만 초월자들의 방해나 다른 세력의 어떤 간섭도 거부하는 길을 얻은 것이다.

하나 큰 문제가 있었다.

물건을 던져서 시험을 해보니 오로지 일방통행이었다.

원하는 위치에 저 검은 길을 통해서 나갈 수 있으나 다시 돌아올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전진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극단적인 진격로였다.

‘투신을 투입할 수 있으나 후퇴시킬 수 없다.’

후퇴를 고려하면 공간의 문이 아닌 검은 길 외곽을 따라서 전진하면 된다.

하나 그러면 바로 본의 아니게 배수진을 치고서 이동하는 꼴이 된다.

검은 길은 내부이동과 배출이 아니라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빨아들여 분쇄하여 스스로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간의 문이 뚫린 채 유지되고 있는 피오리나를 점령한 1군과 3군이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멈추어 있었다.

그러나 일단 배신자들의 세력은 거의 와해되었고 돌아올 수 없으나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만으로도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은 ‘희망과 절망의 검은 길’이고 줄여서 검은 길이었다.

그러나 현장의 투신들은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생사의 일방통행(生死의 一方通行).’

삶은 길게 살수록 죽음과 가까워지나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이 길도 똑같이 멀리 전진 할수록 결코 쉽게 돌아올 수가 없었다.

삶은 길게 살수록 포기하기 힘들며 만약 포기하면 바로 죽음이었다.

그런 식으로 검은 길로 군세를 전진시켰다가는 후퇴할 방법은 없다.

패배했다가는 오직 전멸뿐이었다.

주 전력이 전멸되면 신족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사라질 뿐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런 좋은 기회가 다시는 없었다.

‘배신자들이 저 검은 길의 효과를 눈치를 채고 집결하고 있다.

빼앗겨서는 안 돼.’

배신자들의 투신의 수는 150만이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15만을 줄였으나 아직 135만이나 남아있었다.

그러나 1군과 3군의 전력은 겨우 20만이다.

6배의 병력의 차이는 아무리 투신의 수준과 신기의 질이 높다고 견딜 수준이 아니다.

일반적이라면 당장 포기하고 후퇴하라고 할 수준이지만 겨우 얻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결국 결정을 내렸다.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피오리나와 검은 길을 사수한다.”

사실상의 옥쇄를 각오한 총동원령이었다.

그것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 전시체계와 전력지원에 비해서 뒤지지 않을 정도의 조치였다.

그렇게 이계는 500억 년 만에 배신자들과 전면전을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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