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9권
황룡왕은 분노해서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오려 했다.
그래서 아픈 과거의 기억까지 전부 들추어가면서 독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이렇게 성심껏 설명했는데 이해는 고사하고 뭔 소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비록 견제를 받지만 그래도 최고위원회와의 친분은 큰 도움이 된다.
하나 이런 답답한 모습에 화가 나지 않으면 환수신족의 왕이 아니었다.
더구나 본래 자신은 후방지원만 맡던 일반 관리신이었다.
그래서 주변 적들의 별 관심도 받지 못했는데도 전선이 완전히 밀리자 악전고투를 하면서 겨우 살아남고 결국 환수주신까지 되었다.
전쟁이 끝나서 겨우 안심하고 있었는데 최고위원회의가 유일한 환수주신이라고 망해가는 일족을 전부 떠맡겼다.
골머리를 썩으면서 500억 년동안 위엄 있는 왕의 모습을 연기하며 운영한다고 울화가 치밀 대로 치민 상태였다.
‘이 빌어먹을 순수 신족 놈들-!
지배방식을 아는 것이라고는 무책임한 다수결에 소수의 희생강요밖에 없지?
창조주님께 지배권을 위임받아서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신족처럼 똑같이 다스리려 했다가 초월자들에게 뒤통수까지 맞아서 망했으면 좀 변해야 할 것 아니야?
이것들은 발전이란 것이 없어.’
속에서는 불길이 치솟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창조주의 지배권을 위임받은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의 힘은 환수신족으로서는 대적불가였다.
본인들이 가진 창조신들의 힘도 강하지만 지배권의 일부를 가진 이상 현세계의 존재라면 대항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같은 지배권을 가지거나 허계의 존재가 아니라면 대응할 수 있는 힘이 크게 제한을 받았다.
더구나 창조주님의 직속 감찰세력이었던 환수신족에 대한 영향력은 거의 최상이었다.
개인전투력으로는 현세계 최강의 힘을 가진 환수신족이 괜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정이 이렇게 불리한데 머리수도 거의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 결과 자신과 사방신의 왕들도 창조신 2명 이상을 감당하지 못했기에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창조주님께 내리신 지배권과 창조력 때문이지.
도저히 이들에게는 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압도적인 우세를 9할 이상이나 배신자들과 초월자에게 빼앗기고 이 꼴이 되다니 말이 되나?
더구나 왜 감당도 안 될 외부세력을 불러들여?
이렇게 당하는 것이 당연하잖아?
이것들 정말 괜찮을까?
정말 창조주님을 직접 모시고도 끝장나는 것 아니야?
평화시대가 맞기는 한데 항상 불안해서 살수가 없네.
확 전부 때려치우고 허계로 전향해버릴까 보다.’
하나 환수신족이 강력하다고해도 주우주로 가면 중간밖에 못 간다.
허계 상위 지배일족들의 강력함을 생각하면 기반 없이 갔다가는 정말 영원히 소수일족으로 떨어지는 수가 있었다.
내부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 계약자들이 일족 전부를 지원할 만큼의 여유는 절대로 없었다.
그렇게 강했다면 주우주에서 직접 뽑아 쓰지 환수신들과 계약을 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환수신족이 현세계라면 최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주우주에 맨몸으로 갔다가는 정말 생존조차 위험하다.’
이러니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는 것이다.
마음속은 울화통이 터지려 했지만 품위가 넘치는 표정과 자세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던 황룡왕은 분노를 깔끔하게 지웠다.
빨리 설명을 끝내고 향후 대책에 슬쩍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추가해야 했다.
‘이런 기초적인 일에 시범까지 보여야 하나?
직계 교육을 시킨다고 생각하고 하자.’
그래서 저 멀리 땅에 떨어져 있던 길쭉하고 울퉁불퉁한 커다란 바위를 끌고 와서 창조신들이 보이는 허공에 띄웠다.
“아마도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기에는 이게 현재의 현세계입니다.”
“?”
뭘 하려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의 창조신들을 보면서 바닥에 놓고 힘껏 밀었다.
지지지직-!
당연히 구르기에는 부적합한 바위는 굴러가지 않고 조금 바닥에 밀리기만 했다.
바위표면이 워낙 굴곡이 심하고 비대칭이기도 했으니 당연했다.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창조신들의 얼굴을 보면서 설명을 간단하게 했다.
“그리고 이 굴러가는 것이 신계 운영입니다.
그리고 방해하는 부분이 바로 선신과 악신입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악신은 자기에게 이익이 안 된다고 방해하거나 선신은 도리를 따지면서 가로막습니다.
왕의 입장에서는 도움도 안 되는 주제에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아주 골치 아픈 놈들입니다.
선신이면 희생적으로 일해서 기여하고 악신이면 나가서 적을 해치우면 이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내부에서 편하게 자기 마음대로 살면서 주변을 끌어들여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지 절대 외부로 안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 행동이 결국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알 정도의 머리는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자기가 아주 착한 놈이라고 떠벌리거나 더 독한 놈이고 주장하는 놈들은 국가운영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그제야 창조신들은 조금 이해가 가는 표정을 했다.
자신들도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획기적인 방법들을 고안해서 실행하려고 하면 위원회의 주신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서 거의 무산되었다.
약간의 수고로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조차 폐기된 것이 부지기수였다.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주장이라서 과반수가 찬성해서 넘어갔는데 만약 정말 그런 속셈이었으면 당장 처분해야 했다.
“명분은 기가 막히죠.
착한 놈은 상위자의 솔선수범을 내세우고 나쁜 놈은 하위자의 생존권을 앞세웁니다.
그러다 국가가 망해도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사정상 어쩔 수 없다고 난리입니다.
모두 왕의 책임이라는 거지요.
이 정도면 어떤 설득도 보상도 안 통합니다.
바라는 것을 주면 오히려 더 내놓으라고 설칩니다.
그래서 왕인 저는 주기적으로 이렇게 합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길쭉한 파편의 양쪽이 파괴되었다.
파강-! 파강-!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을 따르는 어리석은 백성들까지 다 죽일 수 없으니 가장 골치 아프게 날뛰는 놈들만 주기적으로 제거합니다.”
양쪽의 커다란 파편이 떨어지자 비대칭이면서 길쭉했던 바위가 조금은 공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힘으로 밀자 조금 굴러갔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하니 곧 멈추었다.
이제야 뭔가 깨달은 창조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수신족은 10만이하의 멸족에서 황룡왕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100만으로 늘어나서 신계 전력의 일부가 될 정도로 부흥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평가는 지극히 안 좋았다.
저런 식으로 반대자는 바로 처단해서 독재자로 유명한 것이다.
그러나 저런 이유였다면 납득할 만했다.
자신들도 무조건 반대하는 주신들을 전부 처분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나 신족은 다수결의 의사결정을 통해 소수의 의견도 받아들이고 법에 의해 운영된다.
그 법을 수호하는 자신들이 결코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설명을 위해서 바위를 교보재를 사용한 황룡왕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하루에 선신에 악신을 하나씩 죽이겠다는 뜻은…….”
가볍게 손가락을 연속적으로 튕기자 울퉁불퉁했던 바위표면에 공격이 적중되면서 또 다시 파편이 튀었다.
파가가가가가가강-!
바위가 서서히 완전한 공 형태로 변하면서 찾으면서 공격의 충격에 의해 서서히 앞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파가가가가가가각-! 스으으으-! 팟-!
그리고 황룡왕의 연속적인 공격에 점점 가속되면서 바위는 계속 앞으로 굴러나간다.
이미 구르는 것을 방해하던 불규칙한 면은 전부 사라지고 완벽한 바위공이 되었다.
그리고 뒤에서 계속 때리는 공격의 충격에 점점 가속하더니 결국 날랐다.
포탄이 되어서 본래 있던 자리에 있던 벽을 내려친 것이다.
꽈아아아아아앙-!
벽에 충돌한 바위덩어리가 벽에 굉음을 내면서 커다란 구덩이를 팠다.
분명 같은 재질인데 마치 대포에라도 맞은 것처럼 쩍쩍 갈라졌다.
그런데 벽에 처박힌 바위공은 흠집 하나도 없었다.
마치 쇠로 만든 포탄처럼 말이다.
“!”
그 광경을 보는 창조신들의 얼굴은 완전히 굳었다.
차원창조신 코아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이제야 거의 깨달은 것이다.
황룡왕은 자신이 만든 돌 포탄을 다시 회수하고 자신의 손에 들어서 창조신들에게 보였다.
“돌도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될 만한 존재들을 제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끝없이 두드려서 연마하면 단단한 부분만이 뭉쳐서 쇠보다 단단해집니다.
다만 명심하십시오.
이런 과정을 겪고도 남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점을 말입니다.
저는 엄청난 희생 때문에 감히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처음에는 집체만한 크기였던 바위가 지금은 겨우 손에 쥘 크기만이 남아있었다.
하나 그 위력만은 쇠로 만든 폭탄보다 컸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건 과거 우리가 현세계 초기에 실시했던 선별과 개량과 같다.’
과거 창조주의 지시로 전 우주를 관리했을 때 무수하게 했던 일중의 하나였다.
끝없이 종족을 만들고 시련을 부여하여 살아남은 강대한 종족만을 번성케 했다.
보다 강한 정기를 가진 생명체와 지성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이다.
이건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다만 과거 시험하던 주체가 자신이었다면 지금이 시험을 받는 쪽이라는 것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해할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단 한 번도 시험을 받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아주 먼 과거에 지배종족이 되기 위해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
창조신들 모두가 급박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결론을 내렸다.
“……현세계의 신족을 초기 생명체와 지성체들처럼 선별하겠다는 뜻인가?
허계의 창조신인 자신이 직접 우리를 선별하여 집중 강화하겠다는 말이지?
우리가 이해한 것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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