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74화 (485/2,000)

28권 29권

그리고 화면은 또 다시 바뀌었다.

화면을 본 창조신들과 주신들의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1군과 3군의 사령관이 창조신이 수십만의 군세를 이끌고 앞 다투어서 진군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통제나 명령을 받지 않고 말이다.

‘이건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위원회가 군부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었다는 증거였다.

목표가 저 멀리 보이는 적의 본성 피오리나의 점령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행성 중앙을 관통한 검은 선은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모르게 끝없이 뻗어있었다.

“아군은 배신자들의 봉쇄를 넘어서 진군하고 있다.

그 목표는 과거 잃었던 영역의 회복이다.

저 검은 선은 내가 이계 전부를 관통시킨 진격로(進擊路)이다.

아군은 저 길로 돌진할 것이며 과거 영역 전부를 완전히 되찾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다.”

“…….”

더 이상 발 구름 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오직 소리 없는 침묵과 전율만이 가득할 뿐이다.

그 속에서 오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외침만이 퍼져나갈 뿐이다.

“지금 전 우주는 잘못된 관리와 지배로 퇴보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창조주께 지배를 위임받은 신족의 정당한 관리를 원한다.

하나 현재 신족은 너무나 약화 되고 줄어들어서 그럴 자격도 힘도 없다.

아군은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해져야 한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게 이끌 것이다.

신족의 영광을 위해 과거의 잘못조차 묻지 않겠다.

여기 있는 모든 신들에게 기회가 부여될 것이다.

마도신(魔道神)인 내게는 선과 악, 옭고 그름은 물론이고 기존의 질서조차 의미가 없다.

오직 승리만이 가치가 있도다.

모든 신이 승리하는 강자가 되어서 영광의 미래로 나아간다.”

잠시 말을 하지 않고 13쌍의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를 전부 펼쳐서 전력으로 전개했다.

조를 능가하는 최대출력의 신력이 황홀하게 본성의 영역 전부를 뒤덮었다.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신력과 권능-!’

그것은 창조주를 바로 옆에서 모시는 신족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자 강제력이었다.

“나의 상승불패(常勝不敗)의 전투신의 명예와 최악최흉(最惡最胸)의 마도신의 악명을 걸고 진리대리 차원창세신 코아로서 선포한다.

이계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신족들이여.

드디어 너희들의 시대가 왔다.

일어서라-!

싸워 승리하라-!

그리고 쟁취하라-!

이제 모든 영광은 승자인 신족의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이 결정타였다.

어느 정도의 신들이 일제히 발을 굴렀는지 몰랐다.

본성 전부가 뒤흔드는 충격이 환호와 함께 퍼져 나갔다.

쿠우우우우웅-! 쿠우우우웅-!

“와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와 발 구름에 본성이 뒤흔들리는 광경을 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들이 나를 믿고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마음속 깊이 갈망하던 바람을 이루어주겠다는 강력한 지도자에게 보내는 일시적인 지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권력을 얻기는 충분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동조한다면 혼자 힘만으로도 충분히 이게 전부를 통제할 수 있었다.

다시금 강대한 권능과 신력을 한껏 담은 투기의 파동이 확고부동한 의지와 신념을 전달하면서 신들의 정신을 뒤흔든다.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와아아아아아-!”

누군가로부터 시작한 환호와 발 구름 소리가 더욱 커져간다.

이미 반수 이상이 찬동한 이상 권력의 흐름은 자신에게 있었다.

세상을 이끄는 것은 약한 다수가 아니다.

약자의 중심에 서서 대중의 의지를 좌우할 수 있는 극히 소수의 강자였다.

하나 그런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그 옆에서 말없이 돕는 지지 세력이었다.

일명 ‘침묵하는 대중’이다.

곁으로 표현하지 않는 강자들인 그들은 어지간한 일에는 반응을 하지 않으나 지금처럼 거대한 변화 앞에서는 달랐다.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가장 커다란 힘이 되어서 유리하게 변화를 이끈다.

그들에게는 지금 보여준 변화는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다.

이들까지 자신을 지지하고 돕는 한 자신의 지배를 막을 세력은 없었다.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 충분하다.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독재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나 과거 영역까지 전부 되찾으려면 이 정도로는 역시 무리였다.

이 이상의 완전무결한 지지가 필요했다.

‘일반적인 독재자라면 넘칠 정도지.

하나 나는 부족하다.

지금 이계는 최악이야.’

최악이기에 극약처방만이 남았다.

물론 극약을 먹으면 당연히 대부분 죽는다.

살기위해서지만 제정신으로 먹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망할 확률이 지극히 높은 자신이 하려는 일은 절대 대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겨우 다수의 지지로 이루어진 권력이 아니었다.

무슨 짓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완벽한 절대 권력이었다.

그것은 힘만이나 다수의 지지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과 질서를 넘어서 상칙조차 무시하려면 기존의 지배층조차 하나의 남김없이 모두 흡수해야 했다.

‘아니 지금 1억 남짓한 이계 신족의 사정으로는 버릴 수 있는 숫자조차 없다.

과거 영역까지 전부 관리하려면 1천억 이상이 있어야 한다.’

결국 결정을 내리고 말을 이어간다.

“하나 분명 그 길에 도태되고 희생되는 신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내가 최전선에 나서서 투신들의 희생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력을 다해도 성공하기 힘든 그 길을 내부의 여론이 흔들려서 결심이 무너지면 끝이다.”

더없이 강대한 신력에 감화되어 열광하는 감정이 모두에게 전염되어 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의외의 말에 또 다시 침묵에 빠졌다.

“그래서 나는 선포한다.

앞으로 나는 가장 악한 신과 선한 신을 찾아 하나씩 소멸시킬 것이다.

신분고하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분될 것이다.”

“!!!”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신족의 영광을 되찾는 대가로 권력을 가지겠다고 공약하는 창조신이 이유도 없이 하루에 2명씩을 소멸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다니 미치지 않은 이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정작 본인은 태평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할 생각도 이해시킬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나의 지배는 이해하기 힘들고 분명 너희들에게 영광을 가져오나 동등한 희생을 가져옴을 명심하고 들으라.

힘으로 강제로 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나는 빛의 창조신이다.

적군은 용서 없으나 아군이라면 아주 관대하지.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이여.

너희들이 진리님에게 요청한 도움의 수준은 이미 완료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본래는 진리의 위엄으로 배신자들의 위협을 완전히 막고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다.

그리고 배신자들과 협상을 통해 단판을 지어서 통로가 열려고 했다.

그런데 전선돌파와 본성 함락이 끝났으니 이미 넘칠 정도의 성과였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지만 이미 완벽한 패배자로서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소.”

“이미 나의 진리대리로서 기본적인 임무는 완료했다.

앞으로는 부가적인 협조이겠지.

그래서 지금 선택권을 주겠다.

과거의 신족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여론분열을 막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래서 하루에 2명의 선신과 악신을 소멸시키겠다는 극단적인 방식이 바로 나다.

이런 나의 지배를 여기 있는 창조신들이 단 한 명이라도 거부한다면…….”

그리고 이어진 말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진리님께 임무를 완료했다고 보고하고 이대로 주우주로 돌아가 주겠다.”

이미 모든 방해는 거의 끝났다.

그 전공과 초월적인 힘을 바탕을 바탕으로 엄청난 권력을 쥘 수 있는 창조신이 갑자기 결정권을 자신이 패퇴시킨 과거의 권력자들에게 넘긴 것이다.

그것도 만장일치의 찬성을 전제로 말이다.

위원회의 창조신들이 너무나 손쉽게 권력을 되찾을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하나 의문이 가득한 창조신들의 시선을 흐릿한 미소로 답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나는 빛의 창조신으로서 아군에게는 너무나 자비롭고 관대하다.

의심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아무런 분풀이 없이 바로 되돌아가 주지.”

그 말에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은 어이가 없었다.

자비롭고 관대한 창조신이라면 오자마자 본성을 박살내고 적군 수백만을 학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빛의 창조신이 어떻게 된 것이 바로 전쟁이었다.

자신들과 의논조차 하지 않고 배신자들의 본성을 날리고 점령까지 날려버렸다.

절대로 대화나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마도 앞으로 똑같이 하겠지.’

‘일반신까지 제물로 바치는 끝없는 전쟁과 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이걸 우리보고 전부 찬성하라는 뜻인가?’

‘정말 돌아갈 생각은 있는가?

이런 권력을 두고서?’

저 광폭한 허계의 창조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미칠 것 같은 최고위원회의 창조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절대계로부터 전해들은 지금 회색의 절대자의 비공식적인 별명이 생각났다.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2대.

미친 회색 또는 광기(狂氣)의 현자.’

절대계 최고의 현자로서 임명된 회색의 절대자가 영광이나 위대한 현자가 아닌 광기의 현자다.

얼마나 악명을 쌓았는지 모르지만 허계의 창조주인 진리 바로 다음 서열인 10중심으로서 상상도 못할 호칭이었다.

‘10중심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악명은 다른 10중심을 월등히 능가한다고 했다.’

이유는 알고 있다.

황금의 절대자의 운영으로 잘 관리되던 회색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넘겨받자마자 기존의 지배층들이 덤볐다고 전부 일일이 소멸시키고 남겨진 세력은 대신족을 끌어들여서 전부 박살을 내고 있으니 당연한 평가였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 미친 회색의 현재였지.’

어떤 권능으로 이렇게 강대한 존재의 미래와 현재를 동일시간에 이렇게 안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지 모르지만 어차피 같은 존재였다.

미래가 절대계의 회색영역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현재가 현세계라고 안 그런다는 보장은 없었다.

‘무엇보다 무슨 뜻으로 저렇게 말을 하는지 자신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현세계의 운명을 건 선택을 강요받으니 머리가 정말 터질 지경이었다.

‘아니 정말 이만 돌아가라고 말하면 갈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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