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권
마치 오랜 기간 주고받은 상위자와 하위자의 관계처럼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아니 사유를 물어보았자 더 두들겨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 이상하면 자기만 손해였다.
“그래. 반드시 공개적으로 이계의 최고지배자가 된 차원창세신인 코아가 시켰다고 알리고 이유를 불문하고 소멸을 시켜라.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전부 데리고 가서 반항을 할 엄두조차 주지마라.”
“……알겠습니다.”
왜 이러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 말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악한 자를 죽이면 명성이 생긴다.
그 놈에게 당한 약자들의 감사가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착한 자를 죽이면 악명이 당연히 생긴다.
선한 자에게 도움 받은 자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명성과 악명은 결국 인지도로 통했다.
“진리대리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름을 이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최대한 거창하고 화려하게 처단하고 소멸시켜라.”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도였다.
누구도 상급자 전부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만 기억할 뿐이다.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의 이름조차 전부 아는 신이 드물지.’
지나가는 촌부가 왕의 이름을 모르고 태평성대를 노래한다면 그 왕은 국가의 위기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그 왕이 나라에 변란이 생겨서 긴급하게 군대를 모은다고 한다면 과연 그 촌부가 응하겠는가?
결코 그럴 리가 없다.
하나 모두가 알고 있다면 다르다.
악명이면 무서워서 오게 되고 명성이면 자발적으로 모인다.
그리고 악명과 명성이 전부 있다면 국가의 전력 전부를 동원할 수 있다.
물론 반란을 통재할 수 있는 무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절대적인 독재는 최고 지배자에게 극히 위험한 통치방법이나 하겠다는데 말릴 방법이 없군.
하긴 허계의 존재라면 돌아가면 그만이니 상관이 없겠군.’
만나자마자 약하다고 두들겨 맞고 욕만 먹었으니 충언을 할 의리는 물론 없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다음에 주변 동료들을 데리고 자리를 서둘러서 뜨려고 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술병에서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이런 독한 술을 수십 병을 마시고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육체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더욱 당황하게도 아공간에서 술병을 몇 개 꺼내더니 하나를 자신에게 던졌다.
휘이익-! 탁-!
“일을 시키는 대가로 한 병씩 주마.
여기서 전부 마시고 가라.”
먹으면 자신조차 죽을 것 같은 독한 술을 주면서 무슨 큰 은혜를 내리는 것 같았다.
‘이 독한 술을 뭐 하러?’
아무리 보아도 창조신이상의 힘을 가진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정도로 특별하게 만들어진 독한 술이다.
하나 본래 술을 못한다고 사양하고 빠져나갈 상대가 아니었다.
“네놈들도 처먹어.”
그리고 쓰러져 있던 다른 이들까지 강제로 깨워서 술병을 입에 꽃아 넣는 폼을 보니 억지로 마시게 하고도 남았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눈을 딱 감고 조금 마셨다.
냄새만 독하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저렇게 마셔대고도 멀쩡하니 실제로는 별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꿀컥-! 꿀컥-! 커허허헉-!
이……, 거 뭐야?”
술이 입과 목에 닿는 순간 정말 용암을 삼킨 것처럼 뜨거워서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끝없이 기침을 했다.
“쿨룩-! 쿨룩-!”
도대체 창조신을 넘어서는 자신을 이렇게까지 당혹하게 만들 술을 어떤 재로로 만들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겨우 두 모금 마셨는데도 몸속이 화끈하다 못해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머리도 어질어질한 것이 정말 인간으로 돌아가서 독주를 진탕 마신 것 같았다.
가장 강하다는 자신이 이런 정도이니 억지로 입에 부어넣은 다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상태는 볼 것도 없었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커어어어어-! 독이다-!”
“멍청한-! 독이 우리에게 들을 리가 없잖아? 커어어!”
“케에에-!”
“우엑-! 우엑-!”
“컥-! 컥-!”
자신이 이렇게 쓰러질 정도이니 무의식중에 강제로 삼켜진 다른 이들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속이 불타서 재로 변하는 것 같아서 얼굴은 새빨개지고 어떻게든 토해내려 했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오히려 술병을 목구멍에 더 밀어 넣어서 못 토하게 했다.
그리고 술병까지 입안으로 박아 넣어 버렸다.
한마디로 아수라장 같은 술판이었다.
‘끔찍하군.
술로 군기를 잡나?’
몇 모금만 마셔도 이런데 억지로 전부 들어 마셨다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슬쩍 술병을 뒤로 숨기고 땅으로 버리려고 했다.
주변이 모두 빈 술병에 술 냄새가 가득하니 조금 흘렸다고 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숨은 막히고 몸속이 뒤집어지는 고통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들의 귀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쏘아붙였다.
“그건 주우주만이 아니라 절대계에서도 거의 없고 이계에서는 꿈도 못 꿀 보물이다.
내가 우주수의 수액을 몇 만 년의 시간을 투자해 계속 농축시켜 만든 정기 술이지.
신체가 여력이 있고 소화만 시킬 수만 있다면 거기 담긴 정기로 적어도 신력 1천만을 증가 시킬 수 있다.
주신 이하의 하위신이 먹으면 당연히 터져죽겠지만 너희는 칭호가 있으니 안 죽을 것이다.
참고 처먹어서 조금이라도 강해져라.
일을 잘하면 하나 더 줄 것이니 죽어라고 일해.”
본래 이계의 허약한 존재들이 먹을 수 있는 보물이 아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께 3만 년 동안 훈련을 받으면서 너무나 부족한 신력을 어떻게든 채워보겠다고 이것저것 만드느라 더 혼났다.
시간은 많았으니 아주 많이 만들기는 했는데 창조신의 영역에 든 지금은 대부분 효과가 떨어져서 이제 별 쓸모가 없었으니 이렇게라도 써야했다.
하나 칭호를 받은 존재들에게는 머리에 벼락을 맞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입에 박힌 술병과 위에서 날뛰는 술을 어떻게든 토하려던 다른 칭호의 존재와 막 술병을 기우려서 땅에 비우던 허무의 베인은 기절초풍하게 놀랐다.
‘신력 1천만의 증강-!
그럼 이게 술 냄새가 아니라 정기가 농축된 냄새였어?’
현세계에서 본신신력 1을 수련으로 올리는데 정상적으로는 10년을 고생해야 한다.
그럼 적어도 이 술이 1억 년의 수련효과와 동일하단 소리였다.
1천만의 신력이 늘어난다면 생존의 가능성만 있다면 독이 아니라 극약이라도 삼켜야 했다.
쪼르르르릇-!
그리고 귀에 천둥처럼 조금씩 흐르는 물줄기 소리가 들렸다.
바로 조금 마셔도 못 견딜 지경이라 몰래 버리려던 술이 술병 입구를 지나서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1억 년의 수련을 앞당겨줄 보물을 땅에 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허어어어억-!”
저절로 헛기침을 하면서 이제까지 내었던 가장 빠른 몸동작으로 머리를 땅에 박아 넣으면서 입으로 떨어지는 술을 받아마셨다.
“벌컥-! 벌컥-!”
천만다행으로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받아 마신 허무의 베인은 이를 악물고 조금 남은 술병의 술도 모두 삼켰다.
누구에게 빼앗길 여유로 주지 않기 위해서 땅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였다.
신력을 1천만이나 올려주는 보물이라고 인지하자 몸 전체를 태울 것 같은 뜨거움도 견딜만했다.
잘 확인하자 과연 신력이 요동치면서 증가한다.
‘과연 일반적인 술이 아니라 엄청난 정기가 농축된 것이다.
너무 고농도라서 신체가 버티지 못해 거절 증상이 생기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대로 칭호를 완전발동하면 버틸 수 있다.’
하나 그냥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칭호를 가동시키고 소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자신만큼 강함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체감한 존재는 드물다.
현세계에서 최고의 강자라고 해도 진리님의 기준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약자였다.
칭호를 가진 존재들의 대표로서 죽어라 일한 성과보고를 해야 겨우 살아남을 뿐이다.
그렇게 500억 년 동안이나 약자라고 무시당하고 구타만 당한 설움은 거의 강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가지게 했다.
하나 아무리 수련을 해도 본신의 신력 상승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워낙 주변의 환경상태가 너무 나쁜 것이다.
더구나 현세계의 모든 문제의 해답을 가진 권능들을 전뇌계를 통해 알고 있는데 신력이 부족하여 쓰지 못하는 그 무력감은 당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
‘주우주 창조신들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을 하려면 최소 본신신력 1천억이 필요하다고?
그건 현세계에서 편법을 아무리 동원해도 최소 2천억 년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신력수치다.”
오죽하면 대가도 받지 않고 돕기만 하는 전뇌계의 전뇌신에게 정보가 전부 거짓말이 아니냐고 항의를 할 정도였다.
하나 주우주에는 그런 존재들이 몇 십만 단위로 우글거리고 지금도 서로의 존망을 건 생사의 투쟁을 통해 계속 유입되거나 죽어 나간다는데 질릴 지경이었다.
더구나 창조신들이 집결하여 권능을 사용하는 모습들까지 보여주니 할 말이 없었다.
저런 강대한 권능은 자신이 가진 신력으로는 정말 영원한 꿈이었다.
‘500억 년간 죽어라 키운 본신신력이 겨우 250억이다.’
하나 이런 보물들을 상복할 수 있다면 신력 1천억도 꿈이 아니었다.
비로소 진리님에게 맞지 않고 살 수 있는 창조신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자청해서 마신 정기술은 정말 지독했다.
배 속이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태울 기세였다.
“크으으으으윽-!”
그러나 분명 신력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 마신 고농도의 정기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신체가 빨아들이며 신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다.
신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마시기만 하면 신력이 늘어나는 이런 보물이 허계에 있었나?
이러면 허계가 아니고 절대계가 맞는군.
그런데 부족해.
몸이 더 필요로 하고 있다.’
수련을 끝없이 하여 허용치를 키운 신체가 정기부족에 목 말라하다가 고농도의 정기를 접하자마자 신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데 고통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왜 그렇게 신력이 안 늘었는지 이유를 알았다.
너무나 약한 농도의 정기 속에서 아무리 수련을 해도 신력이 늘 리가 없는 것이다.
이러면 약간의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부족해.
더 필요해.’
속을 뒤집고 태우는 것 같은 고통을 참다못해서 핏발이 선 눈으로 다른 칭호를 가진 존재들의 입에 박힌 술병을 쳐다보았다.
강제로 전부 먹이려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토해내서 절반은 남았다.
눈빛에서 저절로 강력한 욕망을 기반으로 투기가 흘러나왔다.
침과 위액의 범벅이라서 지극히 더럽지만 당장이라도 강탈해서 마시고 싶었다.
하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지켜보고 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왜 여기서 모두 마시고 가라고 했는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1천만의 신력을 술 1병을 마셔서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나 다른 강자들 사이에서 전쟁이 터질 것이다.
“그것 마시기……, 싫으면 내게 다오.”
더럽고 그런 것은 따질 겨를이 없었다.
5명이 절반씩은 남겼으니 적어도 2천5백만의 신력을 늘일 수가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몸의 신력이 폭증하는 반응을 보아서는 그 이상의 효과도 누릴 수가 있었다.
저 정도의 신력을 얻기 위해서 고련해야할 시간만 단축할 수 있다면 더한 오물이라도 마실 용의가 있었다.
평상시에는 세상에 관심을 완전히 끊고 아무 의욕이 없는 허무였다.
그런데 완전히 바뀐 허무의 베인의 살벌한 기세와 요구에 다른 칭호를 가진 존재들도 눈치를 챘다.
속이 타는 것 같은 고통에 정신을 못 차렸지만 신력이 정말 늘어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
“…….”
모두 잠시 말을 하지 못했지만 다음 행동은 동일했다.
‘신력이 증강된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먹고 죽자.’
꿀컥-! 꼴컥-! 꿀컥-! 꿀컥-! 꿀컥-!
모두 눈을 딱 감고서 술병의 남은 술을 모두 삼켜버린 것이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왜 칭호를 받았는지 안다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과 위기도 웃으면서 받아들이는데 이런 고통정도야 우스울 뿐이었다.
그리고 약자의 설움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강해질 수 있는 기회 앞에서 동료고 뭐고 없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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