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권
흥분을 약간 하자 몸에서 흑염의 권능이 날뛰면서 신체능력을 폭증시키는 소리가 울렸다.
우둑-! 우둑-!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는 허무가 급히 외쳤다.
조금 친해져서 편해질까 하다가 너무 나간 것을 안 것이다.
“한다니까요-!
절대계의 배신자에 이계의 선봉장이 되어……, 아하하하하하핫-!
유모 감각이 아예 없으시군요.
인생 힘들게 사시겠어요.”
“유모가 아니라 유머다.
세상 모두를 증오하며 기회와 능력만 있으면 모두를 소멸시키고 홀로 존재하기를 원하는 놈이 거짓말은 참 잘한다.
칭호를 가진 존재들은 다 그러하니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다.
살고 싶다면 내가 지시하는 상대들을 소멸시켜라.”
허무의 베인은 자신의 심리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갑자기 소름이 오싹 끼쳤다.
과거에 모든 것을 잃고 죽어가면서 절규하면서 진리와 만났을 때 자신은 그러했다.
하나 진리를 만나고 칭호를 받아 힘을 얻자마자 너무 약하다고 바로 처참하게 두들겨 맞으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당장의 복수보다 강해져서 일단 살아남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더니 복수할 상대도 사라지고 의미도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도 마음속에서는 모두 허무하니 전부를 없애라는 외침이 메아리쳤다.
“……없앨 상대는?
제 허무에 당하면 소멸밖에 없습니다.
참고하십시오.”
기분이 더럽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고 따라야 했다.
“가장 선(善)한 존재와 가장 악(惡)한 존재를 하루에 하나씩 너의 권능으로 지워라.”
“예? 뭐 하러?”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지시에 조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 하필 반말이었다.
그 처분은 바로 내려졌다.
또 다시 목을 잡혀서 허공으로 들려진 것이다.
쿠우웅-!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는 당장이라도 박살을 낼 기세로 주먹이 나왔다.
무슨 재질인지 모르지만 검은색으로 빛나는 갑옷으로 빈틈없이 감싸진 주먹에서 풍겨지는 살기와 투기는 무시무시했다.
흑염권능의 위력을 생각하면 바로 결과가 나왔다.
‘맞으면 죽는다.’
“꽥-! 살려 주십시오.
말 한마디에 이러시기가 어디 있습니까?
진리께서는 오히려 편하게 반말하라고 하시는데?”
왜 발전이 느리냐고 화를 내는 진리님에게 혼나면서 가장 처음 배운 것이다.
이런 무자비한 강자에게는 빌어도 안 되고 덤벼도 안 된다.
어떻게든 아부를 잘 해서 요구를 충족시켜야 살 수 있었다.
하나 그것도 안 통할 것 같으니 진리님의 이름이라도 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적중되어서인지 살 길이 열렸다.
당장이라도 머리를 날려버릴 기세였던 주먹이 멈추고 잠시 후 잔잔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홀로 군림이 가능한 진리가 아니다.
회색으로 살기 위해서는 너무나 거대한 조직이 필요하고 절대적인 위엄도 원한다.
그래서 나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싸가지 없는 반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진행은 네가 알 필요도 없고 이해도 불가능하다.
너의 허무의 권능으로 소멸시켜 나가면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나는 차원이며 근원, 그리고 마도이니라.
10중심의 조율을 맡은 회색이기도 하다.”
말대로라면 도대체 가진 권능이 몇 개인지 몰랐다.
하나 절대권능을 여러 개 동시에 완전하게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덕분에 왜 자신이나 다른 칭호를 가진 존재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권능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당했는지 알았다.
완벽하게 익힌다면 권능은 확연하게 그 특성과 위력을 드러낸다.
흐름을 읽어서 피하거나 무엇인지만 안다면 반격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뭐가 뭔지 모르게 미숙하게 이것저것 익히고 있으니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정체도 몰라서 이 꼴로 당해버린 것이다.
‘익힌 권능들이 모두 불완전해서 전혀 파악과 대응을 할 수 없구나.
그러나 불완전해도 우리보다 신격과 경지가 더 높으니 더 재앙이다.
기본적인 위력이 아득히 위이고 불안정하여 허점이 있는 대신 예측을 불허한다.
이렇게 정확한 흐름을 타지 않고 불규칙하다면 내 칭호로도 대처할 방법이 없어.’
상위의 신격을 가진 존재가 발현하는 권능을 흡수하여 무(無)로 돌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 정도로 상위의 권능을 무효화시키려면 아무리 허무가 상위의 칭호라고 해도 사전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다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많이 모아서 대응을 하려고 해도 이렇게 무참하게 당하고 쓰러질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경지로는 절대로 덤벼서는 안 될 상대였다.
그러나 꼼짝 못하고 황당하게 당한 이유를 알고 조금 마음이 약해진 모습에 자연스럽게 반발심이 커지고 간도 부어올랐다.
“참……, 잘 나셨어요.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뭐라고?
내 카르마에 악영향이 오더라도 죽여줄까?
‘허무’의 칭호가 필요하지 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니 그 전에 일단 다져주마.
싹수없는 입부터 내밀어라.”
“흐읍-!”
이번에는 대꾸를 할 여유조차 없이 바로 주먹이 휘둘러졌다.
퍼억-! 쫘르르르륵-!
그날 이계 칭호를 받은 존재 중 최강이라는 허무의 베인의 이빨 전부가 박살나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전뇌계에서 무슨 정보를 들었는지 겁이 없어지려는 허무의 베인이었다.
가볍게 이빨을 주먹으로 모두 외출시켜준 다음에 파멸유혼검으로 아주 다져버린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득-!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약해빠진 주제에 참으로 싸가지가 없군.
더구나 눈치까지 빠르니 더 열 받는 도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그래서 부족하다-!”
완전히 뻗은 상대를 때려보았자 반응이 없으니 기분만 더 나빠진다.
더 화풀이를 할 상대를 찾아서 주변을 보니 칭호를 받은 존재 중 최강이었던 허무가 이빨이 다 털려서 쓰러진 것을 보고 눈이 커져서 쳐다보고 있는 것들이 걸렸다.
이놈들은 직접 상대해보니 완전 불합격이라서 꺼릴 것이 없었다.
“응? 뭘 꼴아봐-!
너희들도 덤벼보겠다고?
칭호를 받고 몇 억 년이 지난 주제에 겨우 주신급?
이 약해빠진 쓰레기들아-!”
살기와 투기를 마구 뿜어내면서 파멸유혼검을 들고 다가오는데 의도를 모르면 바보다.
“잠……, 잠시만-!”
“저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놀라서 눈이 커진 것입니다-!”
하나 그런 말이 통할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용서 없이 마음에 안 드는 전원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퍼어억-! 퍼억-!
덤으로 옆에서 벌벌 떨던 5명도 두들겨 패서 피투성이로 만든 이후에야 울화가 조금 풀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허무의 소유인 정원의 의자에 앉아서 아공간에서 뜨거운 차 한 잔을 꺼내서 상황을 정리했다.
이계가 약하니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더 컸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으으으음-! 하도 약해서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쓸 만 한 놈이 하나도 없어.
점령은 가능해도 발전은 무리다.”
부수는 것은 모두 자신이 하면 된다.
하나 이후의 일이 문제였다.
아무리 자신의 차원권능이 지역우주를 능가하는 권능영역을 가져도 수많은 행성과 신계의 관리는 무리였다.
쓸 만한 주신을 뽑아서 위임해야하는데 이 수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계도 행성 위에서 10분의 1로 힘이 감소되는 제한은 같다.
이러면 거신족은 완전히 무리이고 행성의 정기가 강화되면 자연 발생되는 괴수와 하위 초월자들에게도 밀린다.’
행성과 영역을 완벽하게 정리해서 넘겨주어도 이렇게 약해서는 말이 안 된다.
괴수들과 초월자들에게 밀려서 정리는 고사하고 말아먹는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다 결국 폭발하는 자신의 모습도 말이다.
벌컥-!
속이 답답해서 그대로 삼키듯이 마시고 담뱃대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창조신의 몸이라서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최소한 기분은 해소가 되는 것 같았다.
‘후우우우-! 배신자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나 혼자로 충분하다.
그러나 늘어나는 영역 관리가 안 돼.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믿고 맡길만한 존재들이 필요한데 겨우 주신급으로 뭘 하지?
행성 표면 위라면 초월자들의 합공에도 죽어나갈 것이 뻔한데.’
자신의 문제가 아닌 이계의 전체적인 수준문제이니 아무리 고민을 해도 신속한 해결책이 없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 마셔도 답이 없었다.
‘성질대로 혼자 처리하기는 지금 이계영역 만이라면 상관없다.
앞으로 다시 되찾을 광대한 영역까지 생각하면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독립적으로 신계를 유지할 만한 강대한 창조신 혹은 주신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이계의 기본적인 수준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맡길만한 강대한 주신이 없었다.
‘창조신은 허무 하나이고 이놈도 칭호를 제외하면 수준이 아슬아슬하다.
뭐가 이따위냐?’
전혀 위로가 느껴지지 않는 담배를 꺼버리고 아공간에서 술 한 병을 땄다.
땅-! 벌컥벌컥-!
특별히 만든 술이지만 창조신에게는 효과가 적다.
그래도 마신다는 행위와 전혀 다른 자극이 머리를 식히고 있다.
하나 역시 잠시간의 기분전환 뿐이었다.
“에라이-! 이게 모두 약해빠진 너희들 탓이야.”
마시고 있던 술병을 그대로 뻗어있는 칭호를 가진 존재들에게 던져버렸다.
퍽-! 퍽-! 퍽-!
신체에 술병이 충돌하여 여기저기 튕겼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존재들이 반응을 할 리가 없다.
입에서는 끝없이 넋두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빌어먹을-! 대충 아무나 찍어서 마음대로 하라고 파견을 보내는 곳이 멀쩡할 리가 없지.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완전히 망한 상태에다가 부하들의 수준까지 이 정도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미래의 말대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수련이나 하다가 돌아갈까?
이런 망해가는 세상 따위는 알게 뭐야?
하지만 나중에 빛의 창조신이 담당구역을 방치했다는 소문이 나면 어쩌라고?”
아무 상관없는 이계를 방치했다고 떨어질 카르마는 아니지만 빛의 창조신으로서 평판은 바닥이 될 것이다.
창조신이 되니 카르마보다 평판유지가 뭔지 꼼짝할 수 없었다.
‘주우주에서는 여기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거기에서는 전투서열이 겨우 1만 위 근처의 약자신세다.’
더구나 자신은 차원일족의 오리진에다가 이것저것 다른 창조신이 탐낼만한 것을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조금의 약점만 보이면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덤벼들 것이다.
양보하려고 해도 욕심을 부려서 의뢰를 받은 것까지 이것저것 얽혀 있다 보니 꼼짝할 도리가 없었다.
화를 풀 상대들이 모두 뻗어서 무반응이니 신경질적으로 술병을 꺼내서 들이키는 것을 반복할 뿐이다.
뽕-! 벌컥-! 뽕-! 벌컥-!
한참을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있자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허무의 베인이 정신을 차리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주먹 한 방에 날아가 버린 이빨들이지만 완전회복이 된 것을 보니 역시 칭호의 효과는 믿을 만했다.
칭호가 신체를 재구현하는 것이 아닌 단지 권능의 덩어리이다 보니 제약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들 몸 주변에 가득 쌓여있는 빈 술병을 보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주신이하라면 냄새만 맡아도 아찔할 정도로 독한 술병이 수십 병이 널려있는 것이다.
실제로 허무의 베인은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기겁할 지경이었다.
‘뭐가 이렇게 독한 술이 다 있지?
이걸 차원창세신 코아가 전부 마셨으니 정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방금 덤볐다가 단 한 방에 이빨이 전부 나가고 정신을 잃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은 절감했다.
성질도 진짜 더러우니 자중해야 했다.
도주도 불가능하다.
바로 옆에 뻗어있는 불복종의 디스보다 잘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도주능력만은 특출한 불복종의 디스가 꼼짝없이 잡혀 끌려온 것을 보니 도망도 글렀다.’
그래서 눈을 감고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는데 막 술병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고 입에 부어 마시던 차원창세신 코아가 외쳤다.
“크-! 주신일 때는 그래도 조금은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제 보충 외에는 의미가 없군.
허무의 베인은 시킬 일이 있으니 앞으로 나와라.”
“!”
500억 년 동안 진리가 수시로 약자에 대한 진심어린 폭력과 매도로 몸과 신령에 새겨 넣은 생존본능은 정직했다.
강자의 명령에 자동적으로 아주 공손하고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사사사삭-!
맞아서 이빨을 털리고 쓰러진 적도 없다는 듯이 재빠르게 일어서서 신속하게 옆으로 다가온다.
조금 떨어진 정면에서 양손을 모으고 아주 예의 바르게 서있는 허무를 바라보면서 혀를 차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아무리 보아도 이놈은 나와 너무 닮았다.’
그러니 기분전환으로 두들겨 패도 기분이 나쁘고 아예 안 보자니 쓸 만한 부하가 전혀 없었다.
이 꼴이지만 이계 최강의 강자를 기분으로 무시할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았다.
“쯧-! 칭호를 가진 존재들을 전부 모아서 군대로 만들고 내가 시킨 일을 실시하라.”
“알겠습니다.
가장 선한 자와 악한 자를 하루에 1명씩 말소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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