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권
차원창세신 코아가 엉덩이를 오른발로 걷어차서 저 멀리 앞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크어어어어-!”
“어어억-!”
“억-!”
“커에-!”
목이 줄로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히 다른 4명도 똑같이 끌려가서 공중을 날았다.
털썩-! 털퍼덕-!
작은 집의 마당에 그대로 겹쳐져서 땅에 처박힌 5명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고통이 아닌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언제 이런 수치스런 꼴을 당한 적이 있던가?’
‘도망자라고 해도 이런 처참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는데.’
현세계를 뒤집었던 진리에게 칭호를 받고 힘을 얻었기에 정식직위도 세력도 가질 수 없었다.
견제와 감시로 타의에 의해 거주를 수시로 옮길 수밖에 없는 떠돌이 신세에 도망자의 입장이다.
하나 최고위원회의 창조신과 맞먹는 강자는 귀중했기에 최소한의 대우는 받았다.
끝없이 나빠지는 사정으로 진리가 최고위원회의 수장이 되어버린 이유와 같은 이치로 배신자들과의 대치에 1천 명이 넘는 창조신급의 전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나 이번 진리대리로 온 저 미친 투신은 아예 쓰레기취급에 필요 없으니 자살하라고 수시로 두들겨 패니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그런데 지극히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가 울렸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오래간만에 왔으면 안에 들어오지 않고서?
응? 목에 묶은 쇠줄은 또 뭐야?
창조신의 영역에 들어선 너희들을 묶을만한 줄은 현세계에는 없는데?”
땅에 겹쳐서 쓰러져 있는 자신들을 허리를 숙여서 쳐다보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발끝까지 내려오는 검은 장발을 늘어트리고 얼굴조차 절반이상 가려진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얼마나 신체단련을 했는지 헐렁한 옷 위로도 근육의 약동이 느껴질 정도였고 고집스럽게 맞물려진 입가에는 아주 흐릿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지만 어딘가 세상 모두에게서 관심을 끊은 초탈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마치 내일 세계가 멸망을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가라앉은 분위기였는데 처음 보는 희귀한 광경에 평정심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아웃사이더 신세지만 어디 가서도 밀리지 않는 강자들이 단체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광경이었다.
‘허무-! 도와줘.’
‘피해-! 아니……, 피하면 안 되지.’
‘저 진리대리라는 미친놈을 제발 이겨주라.’
“진리님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울어?
말도 안 되는 일이……, 헉-!”
숙여서 쳐다보던 턱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고 단련된 몸은 감각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전혀 인지가 안 되는 공격을 무의식적으로 양손바닥으로 막아내자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팍-!
머리를 관통하는 것 같았던 위기감에 비해 지극히 충격이 약해서 의아했지만 양손으로 잡은 것이 주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당연히 주먹과 연결된 몸이 바로 앞에 있어야 했는데 아무리 주의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칭호와 권능, 감각을 총동원하자 바로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까지는 알아냈다.
검은 전신갑옷을 입고 머리에 로브를 쓴 창조신을 말이다.
‘이건 뭐냐?
분명 앞에 보이는데 있는지 없는지 혼란이 온다.’
생소한 경험에 경계심을 잔뜩 심어서 물었다.
“넌 누구냐?”
“마도 창조신(魔道 創造神)인 나의 공격을 무의식으로 막은 것은 이계에서 처음이군.
일단은 합격이다.”
“마도 창조신(魔道 創造神)?
그리고 현세계가 아닌 이계라고?
넌 허계의 투신인가?
그럼 네가 이들을 이 꼴로……, 윽?”
질문은 많았지만 말은 더 이상 못했다.
분명 손바닥으로 막아낸 공격의 여파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막았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먹을 잡은 손아귀에서 근육과 뼈가 전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두두두두둑-!
이미 칭호는 완전 가동된 상태였기에 이럴 리가 없는데 충격파가 그대로 온 몸을 뒤틀고 있었다.
허무는 뭔가 이상했지만 지극히 익숙한 공격에 침음성을 질렀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무로 돌리는 나의 허무의 권능은 상성으로 모든 칭호의 위에 있다.
그런데 아무 효과가 없다고?
그럼 칭호가 아니다.
단순히 힘의 차이?’
필사적으로 신체를 조작하여 충격을 완화시키려했지만 역시 부족했다.
신력조차 없이 자신을 이렇게 몰아넣을 수 있는 전투기술은 거의 없었다.
“크으으으-! 공격이 방어를 완전히 무시하고 관통한다고?
내 허무의 방어까지?
설마 진리님의 불가해의 팔시조의 지시무저(地時無底)인가?
진리님의 혈족이십니까?
그런데 왜 저희들을……, 큭-!”
의문을 질문으로 해소할 여력이 없었다.
양손바닥으로 파고든 추정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파가 결국 몸속으로 관통되면서 그대로 근육과 뼈를 파괴해버린 것이다.
카드드드드드득-! 퍼퍼퍼퍼퍼퍼-!
가까스로 모든 허무의 권능으로 흘려서 몸통이 파괴되는 것은 막았지만 양팔의 근육과 뼈가 너덜너덜해지면서 축 늘어졌다.
순식간에 근접 전투력의 태반을 잃어버린 허무가 이를 악물고서 다시 팔에 힘을 집중시켰다.
‘손을 놓아서는 안 돼.
접촉에서 떨어지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다.’
하나 너덜너덜해진 손으로는 무리였다.
그렇게 일단 쥐었던 주먹을 충격에 놓치자 상대의 위치를 도저히 특정할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전력으로 산산이 부서진 팔을 재생시키는데 긴 감탄이 들려왔다.
“호오오오오? 산산조각이 나지 않는다고?
허무의 칭호는 접촉한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가?
나의 공격을 인지한 것도 칭호 덕이었군.
그럼 칭호의 효과를 제외하면 불합격.
칭호만 아니라면 겨우 주우주 중급 주신이로군.
이정도 수준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서열 1위이면 이걸 어이 해야 할꼬?
그렇다고 지금 주신계나 신계전력을 불러올 수는 없지.
저 놈의 칭호를 준다고 하면 전능의 휘라도 나서서 싸워 줄 것인데 정말 아깝구나.
휴우우우우우우-!”
결국 긴 한숨을 내쉬면서 모습을 나타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마당 한구석에 있는 작은 탁자에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칭호의 효과가 위험하기는 했지만 겨우 중급주신으로는 자신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창조신이 된 자신의 근원의 효과를 이길 수가 없었다는 점이 정확했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말했다.
“너도 자살하지 않을래?”
“…….”
진심으로 자살하라고 말하는 소리에 잠시 어이가 없던 허무였지만 바로 모든 잔류충격과 피해를 허무의 칭호로 흡수하고 양팔과 근육을 되살렸다.
뼈와 근육이 요란하게 회복되는 소리가 울렸지만 이렇게 만든 차원창세신 코아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미동도 없다.
당장 반격을 해야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직접 바로 앞에서 보이는 데도 공격이 명중할 거라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는 점이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도저히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
흡수하여 없앤 권능여파를 보면 신의 권능만은 아니다.
도대체 뭐냐?
이 창조신은?’
아직 전력전투는 무리지만 그래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양팔을 들어서 전투태세를 취한 후에 물었다.
“넌 뭐냐?”
“진리대리로 파견 된 차원창세신 코아다.”
정체를 너무 쉽게 밝히는 대답은 정말 기가 찬 사실이다.
최고 위원회에서 드디어 원하던 수준에 도달한 투신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했는데 허계의 투신이라고 한다.
‘진리님의 대리라면 엄청난 신분이다.
그런데 허계의 존재라면 당연히 재구현의 제약을 받아야 한다.
왜 이렇게 강력하지?’
허계의 존재들이 강하지만 현세계에 신체를 다시 구현할 때 생기는 1만분의 1의 능력감소를 생각하면 이건 상상도 못할 수준이다.
최소한 창조신은 아득하게 넘어서있다.
‘권능도 적어도 2써클은 감소하는데 이건 창조신 이상이다.
설마 14써클인가?
하나 신력 1,000조가 넘는다는 10중심 본인은 아니다.
그럼 신체 재구현의 제약은 어떻게 처리했지?
아니 오히려 능력이 더 활성화된 느낌인데?’
창조신의 신격을 상징하는 총 26쌍의 빛과 암흑의 날개는 아예 실체화할 기세로 더욱 빛나고 있다.
허계의 투신이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에 의문은 많았지만 어떻게든 목줄로 묶인 저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했다.
직접 상대를 할 수 없는 수준차이를 이번 공격을 막으면서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빛에서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살기와 느껴지는 집념은 끔찍한 수준이었다.
‘무슨 눈빛이 저렇게 살벌하지?
건들면 안 된다.
회복할 시간이 더 필요해.’
조금 공손하게 말투를 바꾸어서 다시 물었다.
“진리님의 대리시라고?
그런데 왜 우리를 왜 이렇게 하지?
우리는 진리님께 칭호를 받은 존재로서 비록 현세계를 배신할 수 없으나 결국 친 허계파다.
진리대리로 온 이상 도울 의도는 충분히 있다.
거의 같은 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왜 이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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