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54화 (465/2,000)

26, 27권

간략하면서도 만감에 빠진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서 서우리나를 울렸다.

그 말을 듣고 마신왕의 살신(殺神)의 권능에 난자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던 창조신들은 이를 악물면서 일어섰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권력이나 뭐고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단독으로 파견 온 허계의 투신에 의해 현세계 최고의 전력인 허계 봉쇄군이 통째로 넘어갔다.

더구나 단독으로 본성의 모든 방위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조차 무참하게 패배했다.

이걸 모든 신들이 보았으니 끝장이었다.

아니 저렇게 강대하고 냉정하면서 과감한 창조신이 독단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할지 생각만 해도 두려울 지경이었다.

‘장기간의 조율보다 한순간의 결판으로 끝장을 보려고 한다.

과연 진리가 대리로 보낼만한 힘과 성향.’

‘이대로 우리들의 시대를 실패한 채로 끝낼 수는 없다.

안 돼-!’

‘그런데 몸이……, 크으윽-!’

‘태양 속에도 이상이 없는 창조신의 신체가 죽어간다.

무슨 권능인가?’

처음 겪어보는 악마족이 아닌 마신족의 강력한 살신의 권능이 그대로 몸을 죽여 버릴 기세로 날뛰고 있었다.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강대한 창조신의 신체가 파열되고 피를 토하게 했다.

하나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에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뚜두두두두-!

지금이라도 쓰러질 듯이 몸을 흔들면서도 100명의 창조신들이 섰다.

그런 그들을 미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주신이면 꼼짝할 수 없을 정도의 살신의 권능인데 용케 서는군.

아직 자존심은 남아있는가?

아니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한(恨)인가?

입만 살아있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었군.

일이 진행되면 최선봉에 세워달라고 난리가 나겠군.’

최고위원회는 그래도 이계의 최고지배층이었다.

자신은 절대권력을 얻기 위해 전부 패배시켰지만 어디까지나 진리대리로서 한 일이다.

만에 하나 외부의 전력과 패배하기라도 사기를 좌지우지하는 큰일이었다.

하나 저 정도의 단련이라면 동급의 존재를 만나면 언제든지 패배할 우려가 컸다.

승리를 확신하게 하는 최정예의 전력으로 써먹을 방법이 없었다.

과거에도 그런 일이 발생하여서 이계의 창조주님이 절망하셨다는데 자기 휘하에서 그렇게 되어 지배권을 더 빼앗기는 날이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

더욱 강한 투신들이 필요해.

이 이상한 놈들을 써야겠다.

기대가 점점 낮아지지만 진리에게 칭호를 받았다면 최소한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공격을 하고서 지역제압까지 완벽하게 하려면 자신을 제외하고도 상대에게 압승을 거둘 강자들이 더욱 많아야 했다.

그리고 진리에게 직접 위임받은 이계의 칭호를 받은 강자들의 명단이 자신에게 있었다.

다들 도주 중이고 숨어있다고 하지만 이것이 있는 이상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구나 지금은 너무나 좁은 이계다.

지역우주에서 몇몇의 위치를 추적하는 정도야 차원권능을 가진 자신에게는 쉬운 일이다.

‘1천 명이 넘는 이계의 창조신을 넘어서는 강자라면 최소한 배신자들을 압살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의 부작용이 나오기 전에 빨리 진행한다.’

마음속의 결정을 내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이 만든 폐허와 패잔병들에게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내용은 약간 이 상황과 조금 달랐다.

만약 이계와 결판을 내다 약간이라도 밀리면 미래의 말 대로 조용하게 살려고 준비했던 인사말이었기 때문이다.

“진리대리(眞理代理) 회색현재(灰色現在) 차원창세신 코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후로 잘 부탁합니다.”

나름대로 정중하게 신경을 써서 더 준비를 더했는데 이제 쓸모없는 말이었다.

자신은 이계에서 누구보다 강자였다.

약자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나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주어야 했다.

그래서 본론을 바로 말했다.

“진리대리에 걸맞은 최고의 환영식과 축제 준비를 바로 시작하라.”

자기가 다 박살내고 환영식을 하라는 황당한 지시에 멍해진 얼굴의 최고위원회의 창조신과 주신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망해버린 이계는 보통의 수단으로는 부흥할 수 없다.

아니 정상적인 방식은 자신과 맞지 않았다.

‘모두를 설득하고 이끌 자신 따위는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할 것 같은 절대권력을 가진 폭군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지 오래였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바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비상조치의 난발만이 살 길이다.

그러니 어떤 명령도 그대로 시행할 수 있는 세력들이 필요해.’

아공간 속에서 진리에게 받은 이계의 칭호를 받은 자들의 명단을 꺼내서 위치를 살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 서우리나의 근처에 잠입하여 은둔하고 있었다.

그나마 정기가 강한 부분이 여기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고 모래는 사막에 숨겨야 한다는 것을 아는가?

최소한 비겁하거나 멍청하지는 않군.’

진리에게 받은 명단과 차원의 권능이 있으면 이계 어디에 숨어도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가장 상위에 적힌 칭호들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러 온 건지 모르지만 몇 명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었다.

‘진리님이라면 위에 올린 이름들이 바로 강하다는 뜻이다.

이놈들이 수준을 파악하기 아주 좋겠어.’

본성을 뒤집어엎고 최고위원회의 지배층들을 죽음직전까지 몰아넣고도 화려한 환영식을 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계의 신들에게 차가운 어조로 말을 마무리 지었다.

“명령 불복종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바로 극형에 처한다. 이상!”

팟-!

차원의 문을 열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모습을 본 창조신들은 한참 뒤에야 말문을 열었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피해는 컸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더구나 완전히 부순 공동신전들은 위원회가 들어설 당시 초기에 지어져 보기만 그럴듯하지 방어기능조차 없는 쓸모없는 것들이다.

덕분에 위원회 공동신전 케이프의 기능 강화를 위해 철거를 원했지만 기존 지도층의 문화재란 반대로 반대가 심해서 하지 못했다.

덕분에 그렇게나 원했던 광장이 생겼다.

더구나 이 정도면 절대로 안전하다고 장담하면서 방어보강을 반대하던 위원회의 주신들은 기가 질려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겨우 1명의 창조신에게 행성방위가 박살났으니 명분은 이제 최고위원회에게 있었다.

이러면 그동안 구상하던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망가진 자존심 외에는 오히려 현세계에 도움이 된 것이다.

“창조신의 신체가 이렇게 약했나?

크으으윽-! 마력의 손톱에 스치기만 했는데 맨몸으로 버틸 수가 없군.”

“크흡-! 아니 권능이 특별한 것 같다.

마신왕의 마력의 손톱이라 했던가?

악마족에게 이런 힘이 있었는가?”

“창조신이면서 마신왕의 힘도 쓴다는 뜻이군.”

“이게 미친 회색의 현재 차원창세신 코아.”

“진……, 진리의 대리답군.”

“커허헉-! 방식도 똑같이 지랄 맞아.”

“제길-! 앞날이 암울하군.”

죽어가는 신체를 피를 토하면서 되살리는 창조신들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이동구성으로 외쳤다.

말로 설명을 하면 될 것을 귀찮다고 이렇게 하는 방식은 정말 끔찍한 것이다.

그런 심정은 케이프 주변이 10개의 마력의 손톱으로 중심지가 강제로 광장이 된 광경을 멀리서 권능으로 바라보던 존재들도 동감이었다.

오랜 도망생활로 익힌 주변과 완전히 동화되는 위장과 권능의 파동도 숨기고도 혹시나 들킬 것 같아서 창조신의 권능영역의 한계인 반경 1,000km를 외곽에서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서우리나’의 행성신력포의 연사를 혼자서 제압하고 창조신이면서 악마족의 마력의 손톱을 뽑아들고서 케이프 주변의 공동신전들을 싹 조각내 버리는 데는 기겁할 노릇이었다.

더구나 최고위원회 창조신 100명을 같이 썰어버리고도 아무런 감정의 변동이 없이 환영식을 준비하라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러나 숨어 지냈지만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연락해서 일부러 보러 온 보람이 있었다.

진리님의 대리라고 해서 혹시나 득이 될 일이 있나 조사하러 왔는데 저런 마구 날뛰는 투신은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진리대리로 10중심 중 하나가 왔다고 누군가해서 나와 봤는데 영 아니잖아?

완전히 미친 놈 아냐?”

“그러게 말이야.”

“하긴 강자만을 우선하는 진리가 주관하는 허계에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남은 투신이 있을 리가 없지.”

“솔직히 그렇긴 하지.

전부 죽어라고 노력하고 있으니 최선이 안 통해.

어딘가 미치지 않으면 위로 올라갈 수 없더군.”

“응? 무슨 일로 내 말에 전부 동의를 하지?”

칭호를 받은 존재들 중 최상위에 존재하는 불복종(不服從)의 디스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칭호의 특성상 모든 것에 부정적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무차별로 깎아내려는 말을 하면 동료들이 당연히 반박해왔는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담담하게 대답하는 목소리도 생소했다.

“덕분에 허계의 투신들이 약간씩 미쳤거나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은 사실이니까.

하나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인 것을?

제정신인 인격자가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

순간적으로 소름이 쫙 끼친다.

뒤에서 아무 감정 없이 대꾸하는 말은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방금 서우리나를 초토화시킨 진리대리라는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의 목소리와 지극히 유사했다.

여기에 뭔가가 으깨어지는 것 같은 소리까지 들리자 등 뒤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우둑-! 둑-!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광경이 벌려지고 있었다.

‘진리대리 차원창세신 코아-!

언……, 언제 여기에?

그리고 왜 우릴?’

어지간한 주신은 상대도 안 되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완벽하게 제압당한 모습이다.

검은 전신갑옷에 얼굴에는 로브를 입은 창조신의 양 손에 목이 잡혀서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양발 밑에도 한 명씩 목이 밟혀서 다 죽어가고 있었다.

기척도 없이 뒤에 나타나서 동료들이 이런 몰골이 될 때까지 자신조차 몰랐다는 사실도 믿겨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진리에게 칭호를 받은 자신들을 진리대리가 이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신체 수준 정밀평가……, 내구도 주신이상 창조신 미만……, 칭호효과로 보정.”

“큭-! 시험?”

자신을 제외한 동료들을 남김없이 제압한 창조신은 분명 진리대리로 온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혹시 발견될까봐 잔뜩 간장하고 있던 자신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공간이동을 해 온 것이다.

더구나 바로 이런 식이니 대응은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든 구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바로 모든 권능을 모아서 전력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예의를 차리면 사정을 보아줄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서우리나가 박살나는 꼴을 보면서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꽈꽈꽝-!

전력으로 내뻗은 얼굴을 향한 공격에 거창한 폭음과 함께 고통서린 비명이 흘러나왔다.

“크아아아아-!”

“이런 제길-!”

불복종의 디스는 공격을 명중시키고도 당혹성을 내뱉었다.

비명은 차원 차원창세신 코아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칭호를 가진 존재를 들어서 몸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살아있는데 방패로 삼아?

더구나 너무 자연스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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