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50화 (461/2,000)

26, 27권

이미 망설이거나 고민을 할 여유는 없었다.

얼마가 되는지 모르지만 분명 자신들의 머릿수를 능가하는 숫자의 투신들이 자신들을 반란군으로 보고 포위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평균적인 수준은 당연히 현세계 최강인 허계 봉쇄군보다 못하니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싸울 이유가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장차 위원회의 수장이 될 내가 반란군이라니 말도 안 돼-!

하나 이건 넘어갈 수 없는 사태다.’

가문과 인맥을 총동원하면 대부분의 실수나 잘못은 용서된다.

하나 본성을 명령이나 연락도 없이 무장병력으로 포위한 사실은 결코 용납 받을 수 없는 중죄다.

이미 자신들을 허계의 진리에게 붙은 반란군으로 보는지 상대편 투신들의 살기와 투기의 발산에 반응한 몸이 저절로 신기에 손이 가고 쥐어졌다.

그것은 다른 아군들도 마찬가지라서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상황이지만 일생일대의 위기에 극한까지 냉정해진 이성이 어떻게든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이렇게 방위군과 싸우면 반란군으로 확정이었다.

‘오해를 풀기에는 이미 늦었다.

위성 방위선 안으로 차원 이동한 허계 봉쇄군은 본성의 턱밑에 칼을 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대로 저 허계의 창조신의 의도대로 반란군이 될 수 없으니 무장을 해제하고 설명을 하면 통할 수도 있다.’

무방비로 투항을 하고 설명을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자 신기를 잡았던 손에 힘이 저절로 풀어졌다.

상대의 투기에 반응하여 피어오르던 살기도 사그라지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딱-!

시선을 소리 난 쪽으로 향하니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가슴에 정식 계급장 대신 ‘2’란 숫자가 적힌 투신이 있었다.

방금 자신을 깨우기도 했던 투신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오른손을 들었다.

“…….”

마치 협상은 포기하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주변을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보았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커다란 군기들을 말이다.

“뭐야-! 저 군기(軍旗)들은-!

더구나 진리라고-!”

허계의 창조주인 ‘진리’의 이름이 커다랗게 적혀진 깃발들이 보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거의 1만개가 넘는 깃발을 들고 있는 투신들은 분명 허계 봉쇄군 이었다.

군세 전부를 뒤덮는 진리의 깃발과 본성을 포위한 포진은 설명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자신이라도 저런 깃발들을 들고서 본성을 포위하고 있으면 반란군이 아니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신생 처음으로 겪은 통제할 수 없는 사태에 순수한 분노의 욕설을 남이 보는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런 제기랄-! 다들 미쳤나?

돌았나?

왜 저런 걸 여기서 들고 있어?

이러면 꼼짝없이 반란군이잖아-!”

울화통을 터트리는 총책임자의 곁에서 나직하게 보고를 하는 넘버 2였다.

“……안 들었으면 그때 다 죽었을 겁니다.”

여기로 끌고 와서 반란군으로 만드는데 자세한 설명이나 설득, 보상은 고사하고 몰아붙이기만 했다.

주신이 다수 포함된 10만이 넘는 최정예 군이 단 1명의 창조신의 투기에 견디지 못하고 사자에게 쫓긴 토끼들 꼴이었다.

눈치가 빠르고 반항심이 넘치는 몇몇은 불길함을 느끼고 깃발을 안 들려고 했다가 말 그대로 팔다리가 눈앞에서 잘려나가는 처벌을 받았다.

마치 순진무구한 아이가 벌레의 팔다리를 재미삼아 떼는 것처럼 여기저기 날려대고 거기에 바로 회복시켜서 순순히 말을 들을 때까지 반복하니 견딜 도리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만들 줄 알았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시겠습니까?

무저항으로 투항을 해도 진리님의 깃발을 들고 본성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극형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니 무단 부대이동만으로도 직위박탈입니다.”

“…….”

당연했다.

군대는 결코 위원회의 통제 없이는 움직여서는 안 된다.

만약 지휘관의 의사대로 마음대로 운영이 된다면 그건 군대가 아닌 군벌이다.

바로 반란세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군대 지휘관들의 부임지는 수시로 순환 이동시킨다.

짧은 부임기간으로 해당지역을 숙지하지 못해서 임무능력이 떨어지는 것까지 감수하고 전 지휘관들을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여 군벌화를 막는 것이다.

더구나 하위 투신들이 대부분인 배신자들로 인하여 거의 망한 꼴이 된 현세계는 특히 군대의 관리가 심했다.

이렇게 강력하게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어떠한 부대이동도 위원회에 사전보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타의로 어쩔 수 없이 모르게 이동을 했다고 변명한다고 용서받을 수준은 한참 지났다.

‘그것도 부대이동을 한 곳이 본성이라면 바로 반란죄다.’

진퇴양난이었다.

하나 이대로는 자신과 상층부는 모두 사형을 면치 못한다.

본성에 피해가 발생하면 일족까지 이미 사라진 연좌제로 처벌을 받을 상황이다.

전투자체를 막아야 했다.

간단한 설명으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니 사정설명을 해야 했다.

일단 덤비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총력 전투태세-! 어떠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마라.

우리는 최강의 허계 봉쇄군이다.

방위군 따위가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라-!

시간을 벌면 내가 대화를 해보겠다.”

추태를 좀 보이기는 했지만 총책임자인 자신의 말은 아직 군세에 분명 통했다.

최정예답게 단숨에 전투태세를 끝낸 군세는 강력한 투기로서 전선방위군을 압도한다.

대치상태로 변한 양쪽 군세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 같군.

찬란한 미래가 보장된 내가 반란군의 오명을 무슨 일이 있어도 쓸 수 없다.’

하나 옆에서 들려오는 세상을 다산 것 같은 피곤한 목소리가 또 현실을 일깨운다.

“이미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은 지났습니다.

극형은 면해도 이제 군대나 사회에서 출세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서류상 명칭대로 진리 친위군의 임무를 수행하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축하드립니다.

당신만은 차원창세신 코아께서 직접 손으로 쓰시더군요.

넘버 1님.”

“…….”

자신의 가슴에는 총책임자의 계급대신 ‘1’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총책임자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보니 어느새 허계 봉쇄군의 가슴에 있던 정식 계급장은 모두 사라지고 숫자만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10만 단위까지 적힌 숫자는 자신이 생각하던 강함의 순서와 상당히 유사했다.

눈앞의 ‘2’라고 간단하게 적혀있는 투신도 자신이 생각하기로는 군세 중에서 최강의 강자였다.

허계의 탈주자들과 전투에서 가장 앞서 싸우는 모습을 보아왔으니 모를 리가 없다.

‘진리대리로 파견 온 차원창세신 코아의 소행이라면 이것이 바로 강함의 서열이다.’

개인의 순수한 강함을 판정한 평가였고 10만의 최정예 중에서도 최고라고 인정받은 증거였다.

집안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만으로 얻은 명예였기에 더없이 값진 것이나 기뻐할 수는 없었다.

개인의 반역시도만이 아니라 최고 정예군까지 가지고 있으니 아차하면 배신자들보다 더한 반란군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신중해야해.

눈앞의 투신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두들겨 맡고도 갑자기 존칭과 호의를 보이는 이유는 알만하다.’

강함으로 유명하고 허신들을 제압하는데 앞장서서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집안이 평범해서 직급은 상당히 낮았는데 순식간에 2위가 된 덕분이었다.

이런 급격한 출세는 여러 가지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기존의 체계로는 꿈도 꾸지 못한다.

“네가 넘버 2가 되었나?

다른 상급간부들은 어떻게 하고?”

그 말에 살짝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바로 대답했다.

“정신을 잃으신 다음에 전부 뒷걸음질 쳐준 덕분입니다.

덕분에 세부 명령까지 직접 해야 했습니다.

진리의 깃발을 신기를 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들라고 명령한 것이 바로 접니다.

그런데 설마 여기로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랬나?

하나 반란군은 결코 할 수 없다.

설명을 하고 저들을 통과시켜서 본성으로 내려 보내겠다.”

다행히 직접명령을 내린 투신이 따로 있느니 처벌을 피할 확률은 늘었다.

그럼 결정을 아주 빠르게 해야 했다.

‘자칫하면 전부 저 포악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의도대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없다.

저 정도의 창조신이 본성에 내려서 전투에 들어가면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이 제압을 하도라도 엄청난 피해를 본다.

그걸 방어가 주 임무인 전선방위군이 참을 리가 없다.

‘긴급 투입된 제 3 방위군들의 관심은 본성으로 강하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향하고 있다.

만약 본성에서 파괴가 일어나면 어떤 피해도 감수하고 바로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멀찌감치 물러나서 길을 열어 준다면 우리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위원회와 빨리 연락을 하고 지침을 받아야 한다.’

전선방위군은 행성에 적대하는 고위투신의 접근을 막고 격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행성표면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추적해서 막아야 하는데 가로막고 있는 허계 봉쇄군을 절대로 곱게 볼 리가 없는 것이다.

하나 이런 대치와 고민을 할 여유도 없었다.

“입장을 이해합니다만 차원창세신 코아께서 본성까지 제압을 완료하시는데 저들로 인해 방해를 받으신다면 이후에 아주 곤란해지실 것입니다.

위협은 전혀 안되나 귀찮은 추가병력을 쉽게 통과시켰으니 가만두지 않으시겠지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강자라고 인정받아서 죽이지는 않으시겠지만 아마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처벌을 내리실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큭-!”

욱신-! 오싹-!

이미 넘버 2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존칭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처벌이라는 말에 아까 맞았던 턱과 입술에서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정보로만 듣던 불살불멸(不殺不滅)의 권능이 담긴 파멸유혼검의 권능을 겪어보니 이건 참을 도리가 없었다.

적을 죽이지도 파괴하지도 않는 쓸모없는 신기가 절대기 중 최고위에 있다는 소리에 당연히 웃었다.

하나 몇 번이라도 신령을 소멸시킬 수 있는 권능과 충격이 그대로 고통으로 전환되고 목숨은 살아있게 하니 정말 소름이 끼쳤다.

왜 진리의 권능을 대변하는지 확실히 알 정도였다.

“그리고 설마 저희들이 못 막은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전선방위군이 어쩔 수 있다고 생각은 하시지는 않겠지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님들도 무리입니다.

본성의 전력이 전부 덤비더라도 버틸 수 있다고 평가받는 저희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무너졌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최고위원회의 명령을 기다린다.”

넘버 2의 전력 판단은 정확했다.

허계 봉쇄군은 최고위원회와 위원회가 전부 몰려와도 방어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허계의 탈주자를 막기 위해 원래 정예만 모아서 강하게만 만들어진 군대인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도 하지 못할 위업이다.’

차원창세신 코아와 최고위원회 창조신들의 전투에서의 승부를 예측하면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반란군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방해까지 했다가는 그 다음이 두려워진 것이다.

그런 반응에 넘버 2가 된 투신은 살짝 웃으면서 뒤로 한발자국 물러나면서 말했다.

“이래서 저희들을 이런 입장으로 만들고 혼자 내려가신 듯합니다.

이계에서 진리대리로서 혼자 오신 이상 위원회의 허수아비가 되지 않으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절대적인 권력은 힘에서 시작하고 피로서 유지한다.

그리고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어떠한 동등한 존재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빨리 마음을 결정하시는 것이 향후 직위와 지휘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저희들이 어떤 마음으로 허계 봉쇄를 견디어 왔는지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승리를 안겨줄 강자만을 따릅니다.

망설임과 저울질은 약자의 것입니다.

지금 허계 봉쇄군의 총책임자가 되실 것일지 진리친위군의 넘버 1이 되실지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으득-!

‘이놈이 내 자리까지 노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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