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46화 (457/2,000)

26, 27권

하긴 문제가 된 이계의 정령신들을 능력부족으로 소멸시키지 못하고 절대계로 떠넘겼다는 사실에 짐작은 했다.

그런데 이걸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절망해야 하나?

구분이 안 가는군.

휴우우우우-!”

뭔가 맥이 풀린 것 같은 혼잣말만 하면서 계속 한숨만 쉬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숨겨진 전력은 더 있겠지만 예산문제로 결코 총 전력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많아보았자 1할이나 2할 정도일 것이다.

이 정도면 결론은 바로 나왔다.

‘주우주는 고사하고 나의 차원신계와 주신계의 합친 전력과 거의 동급인가?

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진리의 도움을 바라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알겠다.

이계는 이미 망했군.

망했어.

끝장이 나서 멸망만 기다리고 있으니 이것저것 가릴 수가 없지.’

이계 부흥은 고사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었다.

절대계와 동일한 규모였던 이계가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계와 비슷할 정도의 전력이라면 이미 끝장이 난 상황이었다.

더구나 투신들의 수준이 주우주에도 못 미친다면 자세한 상황을 알 필요도 없었다.

일반 신들의 수준도 최하일 것은 당연했다.

이걸 부흥시킬 생각으로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지려고 했지만 미래의 자신이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대충해.

이계에서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러고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하면 돌아오면 된다.’

결국 같은 존재인데 귀찮게 하지 말라는 뻔뻔한 얼굴을 하면서 천연덕스럽게 이야기 하는 미래의 자신을 생각하면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간다.

우둑-!

한마디로 사고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하나 그럴 수가 없었다.

‘자살 희망자 주제에 웃기지마라.

난 이제 겨우 시작이다.

전진하지 못하면 뒤쳐질 뿐이다.

더구나 이런 임무에서 빛의 창조신인 내가 실패라도 하는 날이면 치명적이다.’

신들의 기억은 영원히 이어진다.

500억 년 전 이계를 초토화시키면서 반역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말살했던 진리가 아직도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단 하나의 임무도 실패는 용납할 수 없었다.

진리는 고사하고 주우주의 창조신의 입장으로도 지극히 하찮은 전력보고를 끝낸 총책임자를 보면서 물었다.

“적(敵)은?”

“예?”

남은 망한 이계를 부흥시킬 생각에 무척 심란한데 투신 주제에 적(敵)이란 단어를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얼빠지게 반응하니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빠아아악-!

그대로 다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발현시킨 파멸유혼검으로 머리를 후려갈기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총책임자는 신체만이 아니라 신령까지 뒤흔들리는 충격을 당하고 부하들 앞이라 바닥에 쓰러지는 것은 필사적으로 참고 있지만 입에서 나오는 비명만은 참을 수 없었다.

“크어억-!”

“투신이 적 몰라? 적-!

위협하는 세력이 있으니 투신도 군대도 있는 것 아니야?”

40만이란 병력을 사용해서 막고 있는 적이 누구냐고?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는 군대를 여유가 있어서 장식용으로 유지할리는 없잖아?

더구나 아무리 결계 수준이 높아도 겨우 행성 방어막을 유지하는 병력으로 10만은 너무 과해.

아무래도 어딘가의 침입에 대비한 긴급 예비전력의 성격이 진해.

그러니 도대체 너희들의 적이 누구야-!”

총책임자는 고통보다 그 통찰에 더욱 놀랐다.

이계 봉쇄결계에 의해 이계의 존재들은 결코 현세계를 넓게 파악할 수 없다.

그런데 조그만 정황 하나로 단숨에 이계의 상황을 읽어 들어가는 상황에 기가 막히지만 또 하나를 이제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대답이 늦으면 앞 뒤 안 가리고 두들겨 맞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배신자들의 군세는 150만이상입니다-!”

“이계에 배신자가 있다고?

그리고 적의 전력이 150만 이상?

3배 이상이라고?”

“예.”

“배신자들부터 설명해봐.”

우웅-!

아예 길게 설명을 들을 모양인지 황금빛으로 빛나는 의자를 만들어서 편하게 앉았다.

맞으면서 서서 보고하는 입장으로 불만이 솟구쳤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반항하거나 항의를 하면 바로 상관모독 및 하극상으로 처분을 하고도 남을 성향이라는 것도 파악했다.

아니 지금도 은은한 살기가 눈가에 맺혀있는데 모르면 바보였다.

“그들은 원래 저희들과 한 동포로서, 발전방식에 의견이 갈려서 500억 년 전에 전쟁을 치르고 영역을 나누어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닥쳐-! 무슨 동포?

과거에 싸워 서로 실컷 죽이고 아직 싸운다면 그게 바로 원수지.

그딴 말하지 말고 배신자들 전력이나 말해.

처분해야할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

투신답게 냉정하게 적에 대한 감정을 끊어버리는 말에 나직하게 감탄한 총책임자가 계속 보고를 한다.

“배신자들의 투신들은 150만이 넘고 창조신이나 주신들의 전력은 잘 파악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나 가지고 있는 영역 수준으로 보아서는 약 절반수준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예비전력을 1,200만 이상 유추하고 있습니다.”

“머릿수는 거의 4배의 전력 차이로군.

그런데 대립만 하고 있다고?

적의 침입을 막을 요새나 방어선덕분인가?”

인간들도 3배의 전력이 있다면 철옹성이라는 불리는 요새조차 공략할 수 있다.

그런 약한 나라가 옆에 있으면 당장 먹힌다.

그러니 4배의 전력이라면 당장 전쟁을 일으켜서 점령해야 정상인데 이상한 일이다.

동포고 어쩌고 그런 감정적인 문제는 과거에 전쟁까지 벌였다면 의미가 없다.

이계는 이미 끝장이 나야했다.

그럼 그런 전력차이를 상쇄할 만한 무엇인가를 이계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신이 부족하면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와 같은 기계신이 많겠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가 추가로 있을 것이다.’

하나 대답은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방어막은 유지하고 있지만 요새는 없습니다.

지형적인 이점은 거의 없으나 투신의 질이나 신기의 수준은 저희가 몇 배 우세합니다.

싸우면 저희가 이기기에 전쟁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용병신으로 최악의 전선에서 굴러다닌 자신에게는 실로 기가 찬 소리라서 바로 쏘아붙였다.

“맨손으로 맞으면 안 죽나?

주신도 아닌 주제에 질적인 우세 좋아하네.”

“…….”

정예의 군대는 몇 배의 군세라도 이길 수 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쓸데없는 정신론에 낙관론이었다.

전쟁은 결국 숫자싸움이고 전력 확보에서 결판이 난다.

투신이나 신기의 질의 우세로 전력적인 우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환상이고 거짓이다.

정상적인 전투가 가능하다면 어떤 정예 병력도 몇 배의 엄청난 대군을 상대로는 무력하다.

상위신들조차 끝없이 몰려드는 하위신들을 상대로 싸우다가는 정기고갈로 쓰러지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상위의 투신이라도 1써클 이하의 투신 4명과 동시에 싸우면 거의 이길 수 없다.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니 주신이라고 칭송하면서 특별취급을 하지.’

병력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신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주신부터이지 결코 하위신들은 아니다.

더구나 병사의 수는 늘리기 힘들지만 신기나 훈련의 보완은 쉽다.

그리고 한번 부족해진 병사는 일반신들의 반발로 늘리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부족한 병력을 강력한 신기와 정예 병력으로 메운다는 사상은 전쟁을 아주 모르는 관리들의 말이다.

군대를 보는 관리들의 말은 언제나 같았다.

‘군대는 예산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그래서 예산부족이나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서 무조건 군대를 감축시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대군은 만들기는 너무나 힘들지만 신기나 병사수준의 향상은 비교적 쉽다.

전쟁의 승패에서 기본은 바로 자신보다 많은 수와 정면승부를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머릿수가 많은 적과 전쟁을 치르는 입장에서 적의 수준이 향상되어 버리면 바로 전멸이 된다.

그런데 과거에 전쟁까지 벌인 4배 이상의 적군을 앞에 두고 군부의 최고 수뇌부가 이따위 소리를 진심으로 한다면 더없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립은 계속 하고 있느니 충돌도 있겠지?

누구 먼저 도발하나?

우리냐?”

“배……, 배신자 쪽입니다.”

“역시…….”

뭔가 위기감을 느끼고 잠시 망설였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쥔 목검이 또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거기서 턱에 통증을 느끼면서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

본인은 듣지 못했지만 우주공간을 울리는 거대한 충격파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면서 몸도 위로 솟구쳐갔다.

빠가가가가가각-!

진심으로 휘두른 파멸유혼검에 턱을 얻어맞은 총책임자가 바로 의식을 잃고 위로 날려지는 모습에 이계의 신들은 부르르 떨었다.

총책임자라서 반드시 보호를 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이 아주 묘했다.

진리는 최고위원회의 잠정적인 서열 1위다.

창조주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위치이고 그 대리라고 해도 당연히 총책임자보다 위다.

‘상위자에게 보고 중에 문책을 당한 격이니 뭐라고 반응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방어막을 지나가던 진리에게 수백 명의 주신들이 말 그대로 분쇄기에 갈리듯이 말소된 것을 보아온 자신들로서는 대리라고 해도 감히 덤빌 수는 없었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눈앞에서 감당 못할 살기와 투기를 흉흉하게 내뿜는 이계의 투신은 정말 두려운 존재라는 점이 컸다.

대응할 엄두도 안 나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권능도 문제지만 열 받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성향을 이미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10만의 투신이 쳐다보든 말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카아아아악-! 이것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네.

강자가 먼저 싸우자고 도발하지 약자가 먼저 덤비는 것 봤냐?

약자라고 얕보여서 항상 당하는 주제에 어디서 너희들이 더 강하다고 거짓말을 해?

다음 서열 앞으로 나와서 계속 보고해-!”

맨 앞에 서서 보고하던 총책임자가 맞아서 날려졌으니 당연히 서열 2위가 바로 앞이었다.

하나 나서기에는 지극히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본래 자신은 상급간부 중의 하나였지 부책임자가 아니었다.

왜 갑자기 2위야-!’

평상시라면 기뻐서 춤이라도 추었겠지만 총책임자의 보고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저렇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니 본래의 부책임자가 나서서 보고하는 것이 옳았다.

일생일대의 출세의 기회일수도 있으나 바로 앞에서 총책임자가 약간 대답을 잘못하고 늦었다고 죽도록 얻어맞고 무참하게 날려지는 것을 보았으니 앞으로 나설 엄두가 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 투신생활로 갈고 닦여진 감각이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저긴 죽을 장소다.’

주춤-!

왜 자기가 뒤에 서야 한다면서 여러 간부에게 의지를 보내며 항의하던 부책임자에게 재빨리 자리를 양보하려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이미 한발 늦었다.

어느새 뒤에 서있던 모든 투신들이 자신만을 남기고 일제히 뒷걸음을 쳐서 뒤로 물러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만 혼자 앞으로 나선 상황이 되었다.

이건 굉장히 익숙한 상황이었다.

군대의 밑바닥부터 기어오르다시피 하여 겨우 여기까지 출세한 자신을 항상 못마땅해 한 저들이다.

‘이……, 이 놈들은 항상 나에게 책임을 떠넘길 때만 일치단결을 해-!’

평소에는 그렇게나 자기가 조금 더 잘났다고 그렇게나 싸워대던 10만이 넘는 투신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비교적 앞줄에 있던 부책임자는 이미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서 외면한지가 오래다.

더구나 자신보다 높다고 거들먹거리며 지시를 하려던 상위간부들도 모두 눈조차 맞추지 않으려고 했다.

‘이러면 내가 나선 격이잖아-!’

골치가 아픈 상급자는 많이 모셔보았다.

그러나 전군을 제압할 정도로 강자라서 부하들 앞에서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폭군은 처음 보았다.

이런 예측불허의 상급자는 하급자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언제 죽이거나 숙청당할지 몰라서 벌벌 떨어야 하니 아무리 출세를 원해도 사양이었다.

퍼어어억-!

하나 아니나 다를까 또 반응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목검이 날아와서 머리를 후려갈겼다.

“크어억-!”

몇 백 대를 맞아 보았지만 적응이 불가능한 공격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머리를 움켜쥔 잠정 서열 2위에게 추상과 같은 질문이 떨어졌다.

“앞으로 나섰다면 대답해라.

왜 압도적인 군세를 가진 배신자들에게 끝장이 나지 않은 것이냐?

만약 또 헛소리를 하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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