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42화 (453/2,000)

26, 27권

말은 길었지만 차원의 오리진이 부여한 차원권능에 취해서 실수하는 꼴을 보기 싫으니 반드시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부활은 시켜준다고 하지만 결국 사형선고였다.

판단할 의식은 없지만 본능은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였다.

얼마나 다급한지 흑염의 권능까지 튀어나왔지만 상대는 10중심도 위협하는 강자인 영원체이며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몸 전체에서 타오르며 신채를 강화하여 빠져나가려는 흑염의 권능조차 현실부정으로 완전히 무효화 해버린다.

외부로 타오르려던 흑염의 권능을 다시 본능 속으로 쫓아보낸 마도신의 오리진의 입에서 미소가 떠돌랐다.

“어허-! 어림도 없다.

그래도 화끈하구나.”

3만 년이라는 시간을 마도신의 스승으로서 수련시키면서 모든 권능과 마도, 대응까지 알고 있기에 씨알도 먹히지 못한다.

여기에 영원체이며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 영원기까지 완전히 드러낸 이상 모든 마도신은 완전히 무력하다.

‘제어하지 못하는 힘은 아무리 강해도 민폐지.

차라리 잘되었다.

완전히 통제가 가능한 순수한 마도신으로 만들어서 이계로 파견을 보내는 것이 났다.’

그렇게 마치 사냥감을 도축하듯이 완전히 제압하고 영원기로 천천히 머리를 부수려는 마도신의 오리진의 얼굴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제지가 들어왔다.

진리가 나직하게 목소리로 막은 것이다.

“그만하고 너도 여기서 앉아서 구경이나 해라.

오래간만의 구경거리가 다 끝나간다.”

“진리 할아버님. 이대로 보내면 진리 할아버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됩니다.”

머리를 노리던 영원기(永遠器)는 바로 거두었지만 신체를 죽여서라도 다시 초기화하여 단련시키겠다는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진리 할아버님의 말이었지만 이건 전부의 명예와 관계된 일이었다.

수시로 폭주하는 성향과 난잡한 권능이야 이미 알고 있으나 마도신의 권능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나 자신조차 해결이 안 될 정도가 될 줄은 몰랐다.

‘이런 불안정한 몰골로 이계로 보낼 수는 없었다.’

만약 이계에서 차원권능을 못 견디고 자멸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런 수치도 없는 것이다.

하나 진리의 관점은 완전히 달랐다.

“그 상태로 가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느냐?

영원체인 너도 항상 재미를 최우선해야 한다.

영원체의 삶은 끝이 없기에 쉽게 질린다.

그래서 삶에 항상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찾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된다.

조금 장난이 심해서 탈이지만 차호는 잘하고 있지 않느냐?”

진리가 귀여운 손자를 타이르는 말투에 마도신의 오리진도 고집을 꺾었다.

영원체의 입장에서는 정신체나 세계가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

정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활시키고 재생에 복구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지만 분명 올바른 말이었고 그런 면에서 진리 할아버님이 즐거워하시는 일을 바람가라면 막아서는 안 되었다.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 할아버님이 세상에 흥미와 삶에 재미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상을 치우신 것을 보니 불꽃놀이 구경도 이제 끝난 모양이셨다.

위를 보니 폭발 불꽃도 더 이상 없으니 이제 일할 시간이었다.

“……알겠습니다.”

하나 이런 엎어지고 흩어진 추한 꼴로 풀어줄 수 없었다.

가볍게 발목을 잡은 손을 휘둘러서 아직도 헛된 발버둥을 보이는 차원 창세신의 자세를 변화시켰다.

둑-! 둑-! 털썩-!

잠시 허공에 뜬 차원 창세신 코아의 관절과 근육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면서 그림처럼 한쪽 무릎을 끊고 신고하는 모양세가 나왔다.

마도신의 오리진의 살기가 사라지자 안도한 생존본능이 근원까지 동원하여 신체회복에 전력을 하자 의식도 바로 돌아왔다.

“으……!”

정신을 차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체에서 밀려오는 끔찍한 통증과 꼼짝도 할 수 없는 신체의 부자유스러움에 신음을 저절로 내흘러나오려고 했다.

‘큭-! 진리가 아직 앞에 있으시네.

아……, 아직 신고가 안 끝났나?’

감당 못할 충격을 받아서 기억이 아직 흐릿하지만 위기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시선 앞에 진리가 있으니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티었다.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신체 회복도 거의 끝났는데도 기억이 아직 온전하지 않았다.’

막 이계의 신들을 주신살의 창으로 꼬치로 만들어 주려고 이동하려 했는데 발목을 잡힌 순간부터 기억이 끊겨 있었던 것이다.

옷도 완전히 흙투성이에 몸 전체의 뼈와 근육이 또 박살이 난 것만은 확실했다.

‘뭐가 뭔지 모……, 모르겠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져서 이런 몰골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은 경솔한 언행은 위험하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절감하고 고개를 숙였다.

흙투성이가 되어 고개를 숙인 차원 창세신 코아에게 즐거운 표정의 진리가 한마디를 던졌다.

“집단이나 나라가 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어느새 별의 폭발로 만들어진 불꽃놀이를 보며 술잔을 기울이면서 즐거워하던 진리의 기세가 완전히 차분하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여기서 대답을 잘못하거나 늦으면 이 자리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는 깨달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입을 열었다.

‘다행히 이 물음만은 바로 대답할 수 있다.’

강자만을 우대하고 살리며 약자를 무시하는 진리의 지침을 보면서 언제나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 문제였다.

“약자들이 강자 위로 올라가면 망합니다.”

지극히 짧은 답변이지만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말을 했다가는 피를 토하고 쓰러질 상황이었던 것이다.

뭐에 당해서 신체가 이 자세로 제압되었는지 모르지만 몸속에서 흑염의 권능이 길길이 날뛰면서 구속을 해제하고 있었다.

덕분에 서서히 몸이 풀리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추가 타격을 입고 있었다.

덕분에 진리 앞인데도 자꾸 의식이 흐릿해져서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그 대답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평상 위에 앉아있는 진리뿐 아니라 주변의 바람가의 오리진님들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음속의 모든 것이 그 시선에 의해 파악되고 비추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신체의 진화인 영원체에다가 바람가의 혈족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나의 대답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확인하고 있다.

하나 지금의 말은 단 하나의 꾸밈도 없는 진실이다.

강자만을 우대하는 진리에게 아부하여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다.’

용병신 시절에 경험이 없어 약하고 무능한 주제에 지휘권에 집착하던 직계들에 의해 여러 번 죽을 뻔했고 아군도 위기에 처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용병신에 비해 신계에서 수련만 해온 직계가 전쟁터에서 약자라는 사실을 일정하지 않고 직위나 억지로 위에 서기를 고집한 어리석은 행위의 결과이다.

그래서 약한 상급자나 아군들은 모두 몰래 처분하고 승리로 이끌어서 최악최흉의 마도신의 악명을 얻었지만 반대로 상승불패의 전투신이란 명예도 없었다.

신계에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과정으로 편입되었지만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신계주신이었던 ‘누구보다 위대한 주신’이 여주신들을 쉽게 이길 정도 강했다면 천신만고 끝에 얻은 독립신계가 개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더욱 강했다면 인증전을 이기지 못해 대신족의 주신과 무승부 상태로 치고받으면서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에게 신계정기의 반을 주면서 동맹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신계주신의 자리에 앉아서 그 과정을 자신에게 대입해보니 몸서리를 쳤다.

약해서 타협을 선택한 나 역시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때의 자신도 여주신들 전부를 이길 수 없었다.

아니 죽을 각오를 하면 가능했지만 그들이 없이는 신계 자체가 유지가 되지 않았다.

신계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없어도 되지만 그녀들은 필요했던 것이다.

겨우 얻은 신계주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타협하고 양보를 선택한 자신은 어느새 누구보다 위대한 주신과 너무나 비슷해져 있었다.

그럼 언제인가는 누구보다 위대한 주신과 같은 꼴이 되어 쫓겨날 것이다.

‘힘만으로 된 신계주신이기에 나는 여주신들처럼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용병신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힘이 필요했다.

여주신들의 세력을 견제하고 유사시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주신들이 더 필요했어.

그것이 나의 편이 아닐지라도 말이야.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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