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권
방어막은 저 멀리에서 큰 놈만으로 골라서 끌어와서 사용한 행성으로 모두 박살이 나서 먼지처럼 변해 사라졌다.
하나 방어막을 소멸시키고도 별들의 폭발 여파가 남아서 소용돌이치는 우주공간은 맹렬한 충격파와 고열의 생지옥이었다.
주신이라도 치명상을 피할 수 없는 초고열지옥이 항성계 전체에 펼쳐져있는데 이계의 신들이 하나도 죽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다급하게 차원의 권능으로 이계의 신들을 확인해 보니 신기나 갑옷은 전부 박살이 나고 초죽음 상태이지만 모두 목숨이 붙어있었다.
물론 거의 죽기 직전의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채 폭발여파에 여기저기 튕기면서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지만 살아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코아로 정기변환도 실패한 것이다.
‘세계폭탄 코아가 이계에 와서 이상이 생겼나?
아니면 기폭에 쓰인 마력과 신력이 너무 부족했나?
그럴 리가 있나?
그럼 발동자체가 안 되는데?’
세계폭탄 코아는 폭파영역 안의 모든 존재와 물질을 분쇄하여 소멸시키고 정기로 환원하여 발동자에게 준다.
미래의 자신인 회색의 절대자가 하위자들이 불손한 언행을 했다고 다짜고짜 모두 코아로 분쇄시킨 이유다.
일반 정신체라면 흡수한 정기로 얼마든지 재창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코아는 신력과 마력을 마음대로 다루고 자신의 생명조차 도구로 삼는 마도신의 권능을 넘어서 현자권능으로서도 최고 정점이다.
이런 흉악한 기능이 기본이라서 발동자보다 하위의 신격이라면 코아의 폭발에 말려드는 순간 무조건 말소나 소멸이 되고 정기로 강제 환원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별들의 질량축적과 연쇄폭발로 저 견고한 결계와 이계의 군세가 동시에 송두리 채 날아갔는데 주신미만주제에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아니 창조신이라도 무사하기 힘든 저 폭발여파에서 계속 목숨이 붙어있다는 사실조차 이해가 힘들다.
이런 경우는 코아보다 적어도 2써클 이상의 권능을 가진 존재가 개입을 해야 했다.
‘그건 말도 안 돼-!
세계폭탁의 코아는 파괴와 창조를 주관하는 현자계열의 최고의 권능이다.
동급의 10중심도 저 정도로 결과를 뒤바꿀 수 없다.’
세계폭탄 코아는 10중심 최하위이나 현자계열로서는 최고의 위치인 자신의 미래가 만든 회색의 절대자의 14서클의 권능이다.
2써클 위에 있는 권능은 오직 하나로서 진리의 영원권능인 절대해의 팔시조 밖에 없었다.
‘설……, 설마?’
감히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지 못하고 몰래 시선만 보내 살펴보았으나 진리가 막은 기색이 없다.
오히려 옆의 후손들과 술잔을 나누면서 아직 미처 사라지지 않은 별들의 폭발이 그려내는 빛의 향연을 만끽할 뿐이었다.
결국 의심의 시선은 자신이 꽉 쥐고 있는 ‘10중심의 서명’으로 향했다.
10중심의 서명을 바탕으로 그들의 권능을 구사하게 만든 이 절대기는 자신으로서는 분석불가이기에 제일 의심스러웠다.
아니 차원의 오리진이 이 귀중한 것을 싱글벙글하면서 넘겨주며 이런 저런 일을 해보하고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명확했다.
‘또 차원의 오리진님의 권능 실험인가?
완전한 세계폭탄 코아의 존재 분쇄와 창조까지 무효화한다면 이건 분명 진리의 파멸유혼검에 담긴 불살(不殺) 권능의 발현이다.
10중심의 서명을 통해 발동하는 모든 권능과 마도에 불살(不殺)이 실려서 작용하는가?
내가 점유한 모든 영역에서까지 말이야.
이걸 모르다니 이것 참……, 할 말이 없네.’
나름대로 결론을 냈지만 확인을 할 수 없었다.
하나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과 ‘10중심의 서명’ 교대로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마도신인 자기가 무슨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깨달은 차원 창세신 코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적을 죽이지 못하는 무기는 투신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더구나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마구 남용하다 깨닫다니 마도신으로서 이런 수치도 없다.
‘절대기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자신으로는 알 수가 없다.
또 어떤 황당한 기능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위험한 절대기이다.’
본래대로라면 당장 던져버리던가 반납해야지만 아공간에 ‘10중심의 서명’을 소중하게 수납했다.
불살의 권능뿐 아니라 뭐가 어찌 될지 모르든지 결국 감수해야 했다.
10중심의 서명과 차원권능이 주는 한도 없이 뛰어오르는 능력증폭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쿵-! 툭-!
차원이 나뉘어져 ‘10중심의 서명’과 연결이 끊긴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살기를 줄기줄기 뿜으면서 몸을 위로 날렸다.
“권능으로 못 죽이면 직접 쳐 죽인다-! 주신살(主神殺)의 창!
날 속인 이놈들 잠시만 기다려라.”
자신의 한심함에 대한 한탄보다 일단 자신을 속여서 죽이려 한 약자들에 대한 분노해소가 먼저였다.
힘이 없어 주우주에서 당하면서 참은 과거도 지긋지긋한데 이계의 약자들에게까지 그 꼴을 또 당할 수 없었다.
허공에 떠오르며 공간이동을 하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변으로 주신들을 죽이는데 특화되어 있는 주신살의 창들이 수만 개가 화려하게 공중에서 정렬하여 나타난다.
주우주에서는 상대하는 신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겨우 바늘에 찔린 효과밖에 없어 사장되었지만 이계의 신들 정도라면 바로 즉사였다.
‘나 자신의 통제력도 높아져서 주신상의 창의 통제력도 10만 단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니 차원권능이 없이 마도와 완력만으로도 이계의 신들의 인원이 얼마라도 상관없었다.’
게다가 파멸유혼검은 상대의 목숨은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지만 타격이나 부상은 그대로 부여한다.
정신을 잃고 목숨만 붙어있어 무방비인 이계의 신들의 심장에 주신살의 창을 박아 죽이는 것은 농부가 익은 벼를 수확하는 것과 같았다.
이후에 정기만 잘 흡수하면 결과는 똑같았다.
딱-!
하나 우주공간으로 공간이동을 하려는 차원 창세신 코아의 발목을 마도신의 오리진이 잡았다.
“그만해라-!
저항도 못하는 약자들을 왜 죽이느냐?
마도신이 빛의 신이지 피에 미친 파괴신이냐?
그리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날뛰는 것이냐?
그리고 단련시켜준 마도신의 신체가 이런 난잡한 몸 상태라니?
분수에 넘치는 권능을 남용하다가는 언제 자멸할지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지?
더구나 그 ‘10중심의 서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 안 버리고 끝까지 챙겨?
이제 조금 강해지고 직위가 올라가니 목숨보다 힘이 먼저냐?
에라이-!”
마도신이 뒤를 생각하지 않고 좋은 것을 주니까 모두 넙죽 받아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이 꼴이다.
차호가 저걸 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생각하면 핏대가 올라올 지경이다.
생각할수록 한심해서 그대로 땅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퍼어어억-!
“케…….”
마도신의 오리진도 나름대로 급한 이유가 있어서 사정을 두지 않고 땅에 처박았다.
‘아니 모처럼 진리 할아버님이 행성 불꽃놀이를 즐기시는데 어딜 감히 거기에 재를 뿌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진리 할아버님이 풍류를 즐기시는데 방해를 받아서 화를 내시면 자신도 감당이 안 된다.
버릇없다고 진리 할아버님에게 몇 대 맞으면서 혼이 나는 일을 버티는 것도 큰일이지만 순간이니 참을 만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개인수련만 하면서 가만히 있던 상위의 선조들이 이런 일이 생기면 우르르 몰려와서 추가로 버릇을 가르쳐준다고 정신교육과 수련을 빙자하여 두들겨 팬다.
대항하기에는 선조들이라서 전부 자신보다 강하고 인원수도 수백만이 넘어가니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무리 영원체라도 이런 악몽이 없었다.
그런 위험을 후손도 아니고 겨우 하위 오리진 때문에 감수할 수 없었기에 짜증과 분노를 듬뿍 담아서 땅바닥에 또 메어쳤다.
“조금만 강해지면 바로 제 멋대로 날뛰려고 하느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이 놈-!”
퍼어어억-!
“꽤에에에-!”
마치 땅에 내동댕이쳐진 개구리 꼴이 된 차원 창세신 코아가 이상한 비명을 지르면서 정신을 잃자 그대로 질질 끌고 와서 진리가 앉은 평상 밑에 뉘어놓았다.
그리고 몸 상태를 살펴보고 약간 놀랐다.
자질구례하게 붙어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차원의 권능들을 싹 없애기 위해 죽일 생각으로 내동댕이쳤는데 아직 멀쩡했다.
‘분명 죽일 생각으로 메어 쳤는데 아직 살아있다니?
설마 초대 근원(根源)처럼 일반적인 물리력으로는 이제 안 죽는 것인가?
음……. 아직 그 정도는 아니군.
단지 신격에 비해 내구력과 회복력이 기이할 정도로 높은 정도야.’
이 육체를 단련하기 위해 3만 년이란 시간과 노력이 조금 아깝지만 이 신체는 안전을 위해서 포기해야 했다.
원래 가진 권능이나 마도도 엄청나게 난해하고 복잡해서 마도신이라도 위험했는데 거의 10중심급의 차원권능까지 부여된 상태다.
여기에 본인조차 성능과 위험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니 완전히 시간폭탄과 같은 상태다.
더구나 차호가 부여한 차원권능은 워낙 복잡하고 난해해서 다른 존재가 해제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그래서 아예 죽이고 새로운 마도신의 신체로 부활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몸을 끌고 오는 짧은 와중에 벌써 완전히 회복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려고 하니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에게 수련을 받을 때와는 또 다르게 발전한 것이다.
저절로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다.
“허-! 이제 이 정도로는 안 죽는군.
회복력과 생명력은 초대 근원(根源)과 거의 동격인가?
절대계에서도 이정도 회복력이면 상급인데?
그럼 직접 머리를 권능으로 날려야하겠군.”
어차피 죽일 것이니 깔끔하게 날릴 결심을 하자 바로 자신의 영원체로서의 신기를 불러들였다.
후우우우우우우웅-!
마도신의 오리진이 아공간에서 꺼내들은 전형적인 마도 지팡이 모양의 신기(神器)가 나타났다.
이것은 주우주나 절대계에서 쓰이는 절대기(絶代器)가 아니라 바로 영원체들만이 사용하는 영원기(永遠器)이다.
영원체를 능가하는 10중심을 제외한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결과를 왜곡하는 마도신의 모든 권능을 대표하는 영원기가 그 위용을 드러내면서 차원의 마도신의 머리를 노린다.
“!!!”
쿠우우우우웅-!
영원기가 발산하는 끔직한 마력의 파동과 살의는 정신을 잃은 차원 창세신 코아의 의지 대신 갈고 닦여진 생존본능을 최대한 자극했다.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잡힌 발목은 풀리지가 않았다.
아니 몸에 힘도 들어가지 않고 권능과 마도도 발동이 안 되어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같은 마도신인이지만 원래 가진 신체와 권능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빠져나가서 살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을 본 마도신의 오리진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쯧-! 이 녀석은 정말 제정신을 잃어야 본래 위력이 나오는군.
이건 다 널 위해서다.
차호가 붙여놓은 차원의 권능이 워낙 많고 복잡해서 나조차 일일이 해제는 힘들다.
그러니 신체를 죽여서 완전 초기화 하는 것이 빠르다.
그런 후에 여기서 신체를 재구성하고 다시 수련해라.
무엇보다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 휘하의 마도신이 다른 권능에 휘둘려서 자멸하는 추태를 결코 볼 수는 없지.
이계파견은 주제파악을 하고 스스로 강해진 다음에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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