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권
이제까지와는 달리 날뛰는 자신을 막는 것도 없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자 더욱 기세가 올랐다.
그래서 진리 앞이라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봐서 아공간에 숨겨놓고 능력 증폭에 몰래 쓰던 10중심의 서명까지 꺼내들어 직접 쥐었다.
이계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전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서 차원의 오리진이 준 개인 차원권능과 ‘10중심의 서명’의 도움을 조금 받고 있었는데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술술 잘 풀려가는 전황에 감격한 자부심이 부풀어 올라서 주변을 살피는 눈치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었다.
“‘10중심의 서명’ 전력발동(全力發動)-!
세계폭탄 코아-! 연산시작(演算始作)-!
썩어빠진 것들은 다 죽어서 나의 밑바탕이 되어라.”
본래 코아는 절대계 14써클의 정점에 있기에 주우주 12써클의 마도신으로 발동은 무리였다.
하나 회색의 절대자는 시간만 나누어졌을 뿐 결국 같은 존재이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10중심의 서명’에 적힌 회색의 절대자 2대 사이안이란 서명이 찬란한 빛을 뿌리면서 강제로 완전 발동시킨다.
별의 폭발로 전열이 무너진 이계의 신들을 코아를 준비하여 모두 소멸시킬 기세였다.
바람가의 본가 앞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지기 직전이나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태평했다.
진리 할아버님이 즐거워하시고 막지도 않는데 이계를 위해 끼어들 이유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너무나 약하면서 자만하는 이계의 존재들에게 애정은 고사하고 관심도 없었다.
대신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공간에서 꺼내서 잡은 절대기를 확인하고 감탄했다.
“후훗-! 저것이 차호가 10중심의 서명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10중심의 서명’인가?
절대기 수준이면서 아주 쓸 만하구나.”
“파멸유혼검에 10중심들의 권능을 덧붙였습니다.”
“10중심의 권능을 비슷하게라도 구현하는 절대기라?
범용성이 아주 좋군!
좋아-!”
10중심의 서명을 직접 보자 바로 효과를 확인한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각자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영원기(永遠器)에는 당연히 도달하지 못하고 10중심들의 본래 능력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최고의 절대기였다.
다만 사용하는 존재의 능력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지금 차원 창세신 코아처럼 말이다.
“한데 자기 능력을 초과하는 절대기는 너무 의지하면 좋지 않습니까?
오히려 도구에 사용자가 휘둘리게 되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차호 본인이 사용하면 모를까 저 정도 수준으로는 10중심의 권능을 감당 못하지.
과연 지금 하는 일이 전부 헛짓이로군.”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진리가 아예 술까지 마시면서 구경을 하는 이유를 알았다.
아무것도 없는 이계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진리 할아버님은 방대한 지역을 가지고 최고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명실상부한 최고 지배층으로 있는 이계이다.
그런데 이계의 투신들을 태풍에 낙엽을 날리듯이 저렇게 쓸어버리면 감히 덤비지는 못하지만 항의로 무척 시끄러울 것이다.
그런 소란이 벌어질 것이 당연한 이계 신들의 대량소멸을 진리 할아버님이 방관하고 있는 이유를 10중심의 서명을 보자 바로 깨달았다.
저 상태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마도신의 오리진도 10중심의 서명과 차원 창세신의 상태를 보고 문제를 바로 깨닫고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혼자 두면 겁도 없이 날뛰면서 죽을 것 같으니 조금 보호해주라고 했더니 장난만 쳐서 쓸데없는 간만 키워놓았다.
저 쓸데없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차원권능들은 다 뭐야?”
거의 집에서 연구와 실험만 하는 차호의 평소의 생활태도를 보면 보나마나 절호의 실험기회라고 이것저것 시도했을 것이다.
잘 사용도 못하는 ‘10중심의 서명’도 넘어가더라도 위력은 뛰어나지만 조금만 제어를 실패하면 폭사하는 그런 종류의 권능만 잔뜩 보였다.
아무리 마도신이 신력과 마력 등의 이질적인 권능 제어에 특화되어있지만 참으로 위험한 상태다.
저런 위험한 권능들로 부푼 능력을 믿고 차원의 마도신이 저렇게 날뛰니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는 참으로 개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저 차원권능은 일시적이지만 10중심급의 힘을 발휘할 수 있군.
평상시에도 엄청난 수준으로 개인 능력을 보완해주고 있다.
그래서 위력에 취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군.
저러니 평상시에도 막 설치던 놈이 겁이 더 없어져서 여기서조차 저렇게 날뛰지.
겨우 정신체에게 분에 넘치는 저런 차원권능을 부여하다니?
자기 대신 이계에서 차원권능의 모든 효과를 실험시킬 생각인가?
차호 이놈을 그냥…….’
최고의 영원체인 바람가의 오리진조차 놀라게 하는 10중심들의 힘에 자극을 받아서 본격적인 수련을 위해 본가로 돌아왔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지금 지극히 불안한 상태라서 대신 돌봐줄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마도신의 오리진이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마침내 코아의 연산을 완료했다.
하늘로 치켜 올린 얼굴 위로 집채만 한 크기의 검은 구슬 형태로 완벽하게 형성된 코아가 위용을 드러내었다.
우우우우웅-!
검은 구슬모양의 코아의 모습은 자신이 약식으로 만들어내던 모습과는 달리 중후한 울림까지 냈다.
이걸 극한까지 압축하여 모래처럼 만들고 중복 영창을 반복하여서 마치 검은 모래폭풍처럼 흑염의 절대자를 몰아치던 회색의 절대자의 코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단일개체로는 확실히 코아였다.
‘되었다-! 진짜 코아다.’
‘10중심의 서명’에 적힌 회색의 절대자의 서명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면서 부족한 코아를 더욱 완전하게 만든 덕이다.
이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보강된 코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상하고 최종 발동어를 외친다.
“세계여-! 모두 폭발하여 사라져라.
모든 것은 내 손아귀에 있다-!”
코아는 완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폭탄 코아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 물질과 권능을 흡수하는 권능을 가졌다.
하나 진정한 효과는 바로 폭발시킬 때 드러난다.
더없이 단단한 코아의 결정을 강제로 분리시킬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여 세계 자체를 붕괴시키고 정기로 바꾸어 흡수한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모든 신력과 마력을 형성화 된 코아에 전부 처박아서 기폭을 시켰다.
꽈아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폭탄이 점화된 것처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반구형의 검은 물결이 그대로 모든 바람성의 허공을 뒤덮어 간다.
본인이 코아의 폭발위력을 감당 못하니 폭발방향을 전방으로 제한하여 위력을 감소시켰지만 주우주의 창조신장도 감당 못할 위력과 범위였다.
‘이겼다.
완벽한 세계폭탄 코아는 10중심의 신체조차 파괴한다.
최정예가 겨우 주신정도인 이계의 신들이 견딜 리가 없었다.’
코아가 행성들의 폭발에 만신창이가 된 봉쇄결계와 여기저기 날려지던 이계의 신들을 모두 집어삼킨다.
이계의 허약한 신들로는 막기는 고사하고 말소를 견딜 방법조차 없는 것이다.
모두 정기로 환원되어 자신에게 흡수되는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크하하하하-! 이것이 완전 승리다-!”
이상적인 승리를 예상한 차원 창세신 코아가 희열에 떨며 웃었다.
그런데 마도신의 오리진이 보다 못해서 파멸유혼검으로 적당한 힘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딱-! 퍼억-!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는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과 선조들만이 아니라 이제 후손들까지 보고 있는데 휘하의 마도신이 보이는 광대 꼴을 더 이상 참아줄 수가 없어 나선 것이다.
“커억-!”
뒤통수를 얻어맞고 그대로 얼굴을 땅에 처박은 차원 창세신 코아는 불의의 일격에 화를 내려고 하다가 익숙한 신력과 상황에 바로 이성을 되찾았다.
이제야 여기가 어디인지 깨달은 것이다.
‘아-! 바람가에서 이러다니 내가 미쳤지.
더구나 진리께 신고 중이었지.’
10중심과 대등한 힘을 가진 영원체들이 모여 있는 바람가의 본가는 주신장 서열 1위이고 뭐고 겨우 정신체인 자신이 숨도 제대로 쉬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더구나 진리에게 신고 중이었는데 대답이 늦었다고 한 대 맞아서 의식이 끊긴 다음에 그대로 폭주를 한 기억까지 났다.
더구나 주변상황도 심상치가 않았다.
‘뭐……, 뭐야? 이 한심하다는 시선들은…….’
주변에 느껴지는 바람가 오리진님들로 추정되는 영원체들의 시선과 가공할만한 신력에 바닥에 박힌 얼굴을 들어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익숙한 신력인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바로 앞에 느껴져서 흙이 묻은 얼굴을 천천히 들어서보니 화가 무척 나셨는지 일그러진 표정이 보였다.
‘왜 저러시지?
그래도 지옥에서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랄까?
살았다-!’
수련 때는 그렇게나 무서웠는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마도신의 오리진이기 때문에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자신의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말씀하시는 어투가 심상치가 않았다.
“쓸데없이 힘만 쓰는구나.
그리고 마도신이 감당 못할 도구에 휘둘리다니 잘하는 꼴이다.”
“아……, 아하하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 그리고 쓸데없는 힘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위를 다시 확인해보아라.”
“시킨 대로 잘 처리했는데요.
도대체…….”
진리에게 방어막과 저것들을 처리하라는 이번 일처리는 완벽했다.
방어막과 이계의 신들을 코아로 통째로 삼켜서 몽땅 정기로 환원을 하였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연산력 덕분인지 아직 전송이 오지 않았지만 이런 깔끔한 일처리는 드물 정도였다.
조금 안심이 되어서 약간의 웃음까지 흘린 차원 창세신 코아는 마도신의 오리진이 한 말을 듣고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디멘션 기간틱 메테오와 세계폭탄 코아로 쓸어버린 바람성의 하늘은 더없이 맑고 청명했다.
‘이계의 쓸모없는 별도 없고 허접한 방어막도 없으며 하찮은 신들도 싹 말소…….’
벌떡-!
거기까지 확인을 하던 차원 창세신 코아가 몸을 확 일으키며 소리쳤다.
“뭐야? 이거?
왜 안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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