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33화 (444/2,000)

26, 27권

감히 내색은 못 했지만 속으로 이를 부드득 갈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마음속에 치밀어 오르는 울화는 일단 억누르고 황급하게 앞서가는 바람가의 일원을 쫓아갔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위압감들이 지독했지만 어디선가 신기한 동물을 쳐다보는 시선들이 계속 불안감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 걸어가던 바람가가 조금 한적한 숲속에 마련된 고풍스런 가옥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저기가 정신체 부활관이다.

진리 할아버님의 파멸유혼검에도 당연히 죽지는 않지만 완전히 빈사상태가 되니 약간의 충격으로도 신체가 붕괴한다.

주의하도록 해라.

그리고 여기나 이계에서 죽으면 절대계나 주우주의 신들은 자동적으로 신령이 저기로 간다.”

“아-! 예. 알겠습니다.”

왜 갑자기 정신체 부활관을 가르쳐주는지 의문인지 모르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 차원의 마도신에게 바람가는 계속 설명했다.

“우측은 의뢰를 주는 사무소이고 좌측은 수련실이다.

뒤에는 개인 숙소가 있으니 참고하도록 해라.”

“……예.”

뭔가 건물 설명을 계속 하는데 불안감이 밀려왔다.

신고를 하러왔는데 마치 군대 훈련병으로 끌려온 느낌이 든 것이다.

“저어기? 왜 이런 것들을 갑자기 알려주시는지?

저는 신고만 하고 바로 이계로 가야하는데요.”

“아아-! 별 것 아니다.

단지 귀찮은 일을 줄이려는 것뿐이다.

지리를 몰라서 헤매다가 어린아이들과 부딪치면 시끄러우니 말이다.”

등 뒤라서 보이지는 않지만 싱글벙글한 얼굴표정이 분명했다.

검은 비석과 같은 건축물들 사이를 계속 걷다보니 현판에 바람가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문이 보이는데 흥겨운 말투가 바로 이어졌다.

“그나저나 너 정말 용기가 대단하구나.”

“예?”

말을 하면서 현관문 앞에 도착하자 양팔로 그대로 힘으로 밀어붙였다.

쿵-!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서서히 앞의 광경이 보여 졌다.

“진리 할아버님을 본인의 의지로 찾아오는 존재는 혈족이외에는 없다.

대부분 처벌받으러 끌려온다.

예외가 있다면 진행결과 보고를 위한 10중심 서열 1위 황금이나 자주 도전하는 499주우주 창조주 정도이려나?

이들도 대부분 말로 하다 대련으로 끝나지.

그래서 강력한 그들도 꽤 오랜 시간 회복을 위해 머물게 되더구나.

그런데 정신체면서 겨우 그런 힘으로 찾아오다니?

거기에 겨우 신고라고?

클클클클-! 하여간 그 아이들이 만든 결과물이라서 그런지 꽤나 무모해.”

“…….”

영원체나 정신체나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진리의 마음에 안 들면 파멸유혼검으로 끝없이 두들겨 맞는다.

덕분에 진리를 만나고 무사한 존재는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두려워하는 진실이었다.

‘저도 그래서 찾아오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마도신과 차원의 오리진님을 말하는 것인가?

이분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선조인 것이지?’

불법 침입자라고 판정되자마자 달려온 것을 보아서는 상당히 오랜 선조인 것이지만 상당히 젊어보였다.

신에게 신체의 나이란 의미가 없지만 행동과 말이 상당히 힘이 넘쳐나 보인 것이다.

그런데 바람가의 대표들로서 활동하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을 아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굉장히 오랜 선조이다.

행동과 신분이 맞지 않아서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열린 문 사이로 마치 빛의 세례라도 되는 것처럼 눈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화아아아아아악-! 꽝-! 꽈꽝-!

이제까지 들리지 않던 굉음도 울렸다.

수백 명의 인영이 허공과 대지로 여기저기 날려지면서 벽과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정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없는 권능의 파편과 충격파가 몰려들었다.

정신체들이 막기는 고사하고 쳐다보는 것조차 감당조차 하기 힘든 파괴력을 지닌 영원체들의 최상위 권능들이 물밀듯이 쏘아져 왔다.

자신의 차원의 권능으로는 회피나 방어가 불가능한 것을 깨닫자 그대로 비명부터 터져 나왔다.

“힉-!”

그러자 앞에서 문을 열었던 바람가의 일원이 가볍게 손에 쥔 절대기를 원으로 휘둘러서 공격들을 흘려냈다.

스르르륵-! 파가가가가강-!

흉악한 기세에 비해 너무나 쉽게 흘리고 튕겨낸 공격여파가 그대로 벽과 대지에 충돌하여 굉음을 낸다.

꼼짝도 못하고 말소될 위기를 벗어난 차원의 마도신의 귀로 자상한 어조의 말이 들려왔다.

“아아-! 너 아직 정신체이구나.

그럼 이런 여파도 위험하지.

이거 잘못하면 뵙기도 전에 말소될지도 모르겠다.

결계를 쳐줄 것이니 내 뒤에서 나오지 말고 조심해라.”

“예…….”

바로 원형의 보호막이 주위를 감싸자 겨우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살아서 진리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뒤따르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주의를 준다.

“참. 정신체인 넌 이제부터 돌아보면 죽는다.

앞만 봐라.”

“예?”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에 의아했지만 감히 고개를 돌릴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등 뒤만 보고 부지런히 걸음을 걷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계속 주의할 사항을 알려주었다.

“일단 안으로 걸은 이상 후퇴도 그 자리에 멈추어도 안 된다.

오로지 앞으로 전진만 해야 한다.

어기면 바로 소멸된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온몸을 휘감는 어떤 권능이 끝없이 무엇인가를 측정하고 확인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기준에서 어긋나면 바로 소멸시키겠다는 파괴적인 의지가 넘쳐났다.

더구나 몸 전체를 울리는 폭음과 충격은 여기가 어디라는 것을 증명했다.

“절대 멈추지 않고 끝없이 변화하고 진화하여 강해진다.

이것이 무가(武家)인 바람가다.”

가까이에 누군가를 대상으로 합공을 퍼붓고 있는 수천 명의 바람가의 인영이 보인다.

그리고 공격과 동시에 반격을 당해 무참하게 여기저기 날려지고 있었다.

꽈꽈꽈-! 쿵쿵쿵-!

자신은 상대도 안 될 최고위의 영원체들이 피를 토하면서 날려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괴기였다.

주의를 들었으니 등 뒤에 바짝 붙어 이동한 차원의 마도신의 시야가 갑자기 밝아졌다.

아니 앞에 가던 바람가의 일원이 깊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여 앞이 보인 것이다.

“진리 할아버님. 이계로 파견 갈 정신체가 신고를 하러 왔답니다.”

“내게 신고? 신기하군.

여길 제 발로 찾아왔다는 말이냐?”

정신체이든 영원이든 직위나 신분에 상관없이 언제나 최고로 공정하여 공포로 자리 잡고 있는 진리의 입장으로서는 혈족을 제외한 방문은 거의 없었다.

함부로 찾아오면 결코 좋은 꼴로는 못 나가는데 그럴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진리의 당연한 반응에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재미가 있더군요.”

“오래된 네가 재미라?

알았다.

일단 합동대련은 여기까지 하지.

모두 수고했다.

쉬어라.”

그 말과 동시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10명의 바람가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진리의 권능과 행동여파를 최대한 억누르면서 악으로 버티다가 한계를 넘어버린 것이다.

쿠쿵-! 쿵-!

기절하듯이 땅에 쓰러진 10명 중에 익숙한 얼굴을 본 차원의 마도신은 기함했다.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 거기 끼어있었다.

‘힉-! 마도신의 오리진님? 그럼 저분들이 모두?’

그 수는 10명이었고 낯이 익었다.

바람가의 오리진들을 직접 본 것은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에게 강제로 끌려갔을 때였다.

그럼 저들이 현실개입이 허락될 정도로 10중심과 비견되는 강자들인 바람가의 오리진들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저 분들은 10중심들을 제외하고는 최고수준의 강자였다.

그런 존재들이 모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몸이 굳은 차원의 마도신을 바라본 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위 정신체답지 않게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걸리나 지금의 이계라면 오히려 장점이었다.

잡스럽고 하찮았던 힘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되어있으니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저절로 미소를 띠우면서 말을 했다.

“과연 안주하지 않는 폭주인 차원창세신 코아답구나.

도움은 많이 받은 것 같지만 짧은 시간에 아주 좋아졌다.

그런데 나에게 직접 대면신고라니?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해 보겠다?

그래 각오는 되어 있느냐?

일단 신고부터 해봐라.”

진리의 신고하라는 지시에 차원의 마도신은 바짝 긴장하면서 우렁차게 보고를 했다.

“신고합니다.

499주우주 서열 1위 차원의 마도신은 현 시간부로 차원창세신 코아로서 영광스럽게도 진리대리(眞理代理)를 명령받았습니다.

전부를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

여기로 오면서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속으로 연습한 신고내용을 들은 진리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아니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흐음. 아직 어리군.

고위 정신체가 안정보다 명예와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는가?

이러면……, 아주 재미있겠군.”

진리의 반응이 그러자 인솔해왔던 바람가가 폭소를 터트리면서 말을 한다.

“쿳-! 풋-! 푸하하하하-! 이것 보십시오.

이 녀석은 고위 정신체 주제에 정말 재미있다니까요.

흠흠-! 과연 그 아이들의 작품답군요.

이계의 일도 전적으로 맡기시면 아주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렇군.

오래된 네가 직접 데리고 올만하다.

더구나 다른 아이들이 고민해서 많이 보강한 것 같으니 직접 손대기도 뭐하군.

이거나 가져가라.”

툭-! 툭-!

진리는 허공에서 서류 2장를 꺼내고 내용의 일부를 수정했다.

아니 무엇인가를 많이 지운 다음에 차원의 마도신 쪽으로 날려 보냈다.

“너를 이계에서 나의 대리로 임명한다는 정식 명령서다.

너의 의지가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하도록 해라.”

아까 이계의 신들이 그렇게나 제출하라던 임명장이었다.

‘임명장! 저것이 없어서 불법 침입자취급을 받고 결국 이렇게 되었다.’

그래서 황급하게 서류를 받아들은 차원의 마도신은 빠르게 내용을 읽었다.

‘진리 이계대리(眞理 異界代理) 임명장

-대 상 : 절대계(絶代界) 10중심(十中心) 서열 10위 회색현재(灰色現在)

차원 창세신(次元 創世神) 코아

-호 칭 : 진리대리(眞理代理) 회색현재(灰色現在) 차원 창세신(次元 創世神) 코아

-진리대리 권한 : 10중심의 조력 허가, 회색의 절대자 개입 인증, 499주우주 신계 직접지원 승인.

-성 향 : 안주하지 않는 폭주.’

간단하지만 인증을 위해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들어있었다.

특히 회색의 절대자의 개입 인증과 499주우주 신계 직접지원 승인이라는 말에 저절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혼자만으로도 이계에서 무력은 충분하다고 느꼈는데 이러면 아무 문제가 없다.

얼마든지 할 수 있겠어.’

기뻐하면서 다른 하나의 서류를 펼쳐보자 거기에는 빼꼭하게 칭호들이 써져있었다.

하나 뭔가 아주 이상했다.

아무리 보아도 전투용도 관리용도 아니었다.

‘칭호 허무(虛無)? 칭호 약자(弱者), 칭호 선동(煽動)? 칭호 부화뇌동(附和雷同), 칭호 불복종(不服從)?

이게 다 뭐야?

그보다 이거 정말 칭호 맞아?

왜 이렇게 괴이해?

뭐야? 이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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