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29화 (440/2,000)

26, 27권

페미니스트도 이제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했는지 나서려 했는데 시빌 라이츠가 손짓을 해서 막았다.

‘지극히 위험한 자리다.

넌 나서지 마라.’

‘하오나 저의 일이옵니다.’

‘넌 후계다.

일족은 오리진과 후계를 절대적으로 보호한다.

그 대신 개인이 아닌 일족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지배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명심하라.’

‘……알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존재의 가치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되었다.

잘못하면 오리진과 후계가 동시에 처분을 당할 위기라고 자각은 하고 있는 것이다.

오리진과 후계를 동시에 잃은 일족이 얼마나 몰락하는지 몇 번이나 보아왔기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발언을 포기한 페미니스트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자 옆에서 보고 있던 리아스나가 발끈해서 나섰다.

연인의 곤란에 분노한 것이다.

“저희들은 싸울 이유가 없어요.

단지 사랑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데 왜 이렇게 곤란하게 하시나요?”

리아스나의 말을 들은 차원의 오리진은 더욱 미소를 지었고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얼굴을 찌푸렸다.

멸신흑뢰마신족의 오리진은 골치가 아파졌는지 오른손가락으로 이마의 양옆을 눌렀다.

주변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저런 면 때문에 과거에 수없이 고민을 했었다.

‘하나도 안 변했구나.

그러니 네가 후계가 되지 못했지.’

그리고 부하라고 리아스나의 편을 들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의 입장에서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저절로 아파지는 머리에 손을 대면서 이번 주신전을 진행하면서 계속 의문이던 말이 흘러나왔다.

“사랑이라? 거참……, 곤란하군.”

딱딱-!

영원체 중의 최고위인 바람가의 오리진님과 지배종족의 수장들인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동석하고 있다.

거기에 서로 원수인 오리진들까지 있는 이 자리는 지극히 위험하여 오리진들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발언을 잘못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일족까지 치명적일 수 있는데 잘도 감정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내 부하인가?

그나저나 페미니스트에게 사랑이라니 웃기는군.

저걸 어떻게 해야 철이 들지.

아아-! 정말 가진 권능만 아니라면…….’

하도 답답하니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겠지만 담뱃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후우우우우-!”

이 자리는 인증전을 다시 하자는 제안을 낸 차원의 마도신이 분위기와 진행을 주도하고 있었다.

길게 연기를 내뱉은 차원의 마도신이 가볍게 한마디를 했다.

“3천 명 이상.”

“?”

“?”

갑자기 이상한 숫자의 인원이 나오자 모두들 의문을 표시했다.

그리고 시빌 라이츠와 페미니스트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자신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인원수였던 것이다.

‘이놈-!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증전을 다시 하라고 밀어붙이고 있구나.’

‘설마-! 어떻게?’

순수한 사랑을 원하는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트는 결국 싸워야 했던 운명이었다.

자신이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챘는지 창백해진 시빌 라이츠와 페미니스트를 보면서 혀를 찼다.

‘쯧-! 어떤 명분이 있어도 자신만 이득을 보고 남의 희생을 강요하면 사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적당히 할 것이지.

내가 봐도 너무 했잖아.

3천 명의 후궁후보가 뭐냐?

그것도 다른 일족들이 대부분이라니?

전력 빼돌리기도 정도껏 해라.

썩을 것들.’

페미니스트는 언제나 하던 대로 리아스나가 당장은 모르게 하고 나중에 설득할 생각이지만 자신에게 처분이 넘겨진 이상 용서할 수가 없었다.

‘누구는 몇 명을 영입하고 운영하는 것도 죽을 고생인데 이놈은 도대체 이게 다 뭐냐?

알아서 찾아오고 새끼 고양이처럼 얌전하게 있는 거저먹는 수준이잖아?

이게 결코 부러워서가 아니지.

잘못하면 내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자리가 위험해.’

차원일족에게 있는 영역 내의 모든 신을 1써클을 상승시키는 광역권능의 특성상 많은 신을 모을수록 유리했다.

그러니 페미니스트가 차원권능을 가지면 정말 감당할 방법이 없다.

아니 나중에는 양보하라는 말까지 충분히 나올 수도 있었다.

‘기어오르는 하급자는 기회가 생겼을 때 철저하게 밟지 않으면 당한다.’

창조신들이 페미니스트의 느꼈던 불안을 확실하게 인지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한 번 해서 쉽게 이득을 봤는데 몇 번을 또 못할까?

3천 명은 페미니스트의 후궁과 비슷한 위치의 여성들 숫자다.

감당할 수 있는 창조신이 되면 바로 그렇게 되겠지.”

“후궁후보가 3천 명!”

“뭐라?”

물론 강대한 주신이나 창조신이라면 후궁 수십 명은 기본이다.

하나 1천 단위를 능가하는 후궁을 가진 창조신은 이제까지 없었다.

아무리 그런 쪽으로 권능이 특화되어 있어도 너무나 황당한 숫자에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조차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주신계에 있는 수십 명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까?

더구나 주신이상의 아주 아름답고 강한 다양한 일족의 여성들이지.

3천 명 이상의 여주신급의 다른 일족의 엄청난 전력들이 페미니스트에게 거의 넘어간 상태야.

지금도 이정도인데 정식 창조신이 되면 몇 만 명이 이상신족에 편입될지도 모르지.

이걸 어떻게 다른 이들이 용납할 수 있나?

다른 일족이나 주신계가 정식 창조신을 반대하는 이유이며 이상신족의 오리진이 페미니스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어떤 흠이 있어도 3천 명의 여주신과 차후의 몇 만이 될지도 모를 여주신급 전력은 포기할 수 없지 않나?

일족을 위해서 오리진이라도 후계를 위해 목숨을 걸만 하지.”

“!”

시빌 라이츠는 이를 악물었다.

결국 자신이 모든 책임을 대신 지려는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이건 다른 일족에게 너무하지 않나?

귀중한 여주신을 빼돌리는 것이니 잘못하면 전쟁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조심해서 분산해서 선정을 한 것 같지만 소문이 안 날수가 없지.

나처럼 광역의 정보수집이 가능한 마도신에게는 파악이 쉬운 일인데 다른 관리신들이 정말 모를까?

요즘 창조신계에서 입장이 굉장히 곤란하지 않나?

아무리 개인 간의 일이라도 용납할 수준이 이미 한참 넘어섰지.”

“…….”

말 그대로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귀한 여주신을 빼앗긴 격이 된 다른 오리진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 트집을 잡으면 방해하고 있었다.

뜻밖의 사태에 서로 할 말을 잃어 침묵 속에서 리아스나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당……, 당신……. 3천 명이라고요?”

“…….”

리아스나도 후궁이 많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천 단위가 넘을지 몰라서 완전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절대로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진실이 이런 자리에서 밝혀지자 할 말을 잃은 페미니스트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늘릴 생각인가요?

자신과 일족이 강해지기 위해서.”

“…….”

페미니스트의 대답이 없자 리아스나의 눈빛에서 서서히 살기마저 내비치고 있었다.

아무리 페미니스트를 사랑하고 좋게 생각을 해주려고 해도 용납할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부정조차 하지 않으니 분명 진실이었다.

저절로 꽉 잡고 있던 페미니스트의 오른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꽈아아아악-!

페미니스트의 얼굴에서 고통이 스쳤다.

중급 주신정도의 완력이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인 자신에게 영향을 줄 리가 없는데 어처구니가 없게도 고통을 준다.

더구나 몸속에서 위기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크게 떠진 리아스나의 눈에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붉게 물들어 가는 눈을 본 페미니스트는 과거의 악몽과 같았던 인증전이 생각났다.

리아스나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붉게 몸 주변에 타오르는 순간 모든 권능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무방비가 되었다.

그리고 주신의 인지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어서 작렬하는 검은 번개들에게 신체를 관통당하고 파괴당면서 정말 처음으로 공포를 맛보았다.

인증전에 임하기 전에 오리진은 몇 번이나 당부했다.

‘멸신흑뢰마신족은 정신체의 권능을 아예 소멸시키는 멸신(滅神)의 불꽃과 신체(神體)파괴에 특화되어 있는 검은 번개를 동시에 가졌다.

여성에 특화되어 있는 너의 권능자체가 안 통하니 절대로 방심하지 마라.

오로지 내가 쌓아온 수련만이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다.’

하나 오리진의 수차례의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처절하게 당했다.

마신족에서도 위력만을 감안하면 최상위라는 멸신흑뢰마신족의 가장 강력한 예비 마신왕은 정말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자신의 용모에 리아스나가 마무리를 망설이지 않았다면 정말 끝장이 날 뻔했다.

그런데 그 무서운 권능이 또 다시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과거보다 더욱 무섭게 말이다.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설마? 멸신흑뢰마신족의 권능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가?

불완전하게 끝난 신족전향 때문에-!’

신족으로 완벽하게 전환되었으면 마신족의 권능도 사라졌겠지만 불완전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마신족의 마력이라는 것은 순수성이 중요한 신족과는 달라서 약간의 불씨만 있고 연료만 있으면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었다.

즉 완벽하게 없애지 못한 마력은 신력을 제물로 삼아서 다시 부활하는 것이다.

그나마 중급주신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예비 창조신이라면 그 끔찍했던 멸신의 불꽃과 검은 번개가 전투를 지배하던 사투를 또 벌여야 했다.

‘그래도 주신수준이니 버틸 수 있다.

지금 싸워서는 안 돼.’

어떻게든 달래려고 생각을 하는데 차원의 마도신이 뭔가를 리아스나와 히메지나에게 던졌다.

주신살의 창에 박혀서 마도구 노릇을 하던 마신들의 목이란 것을 확인한 리아스나와 히메지나가 가볍게 받아들였다.

둑-! 둑-!

마신의 목을 받아드는 것을 확인하자 너무나 태평한 어조의 차원의 마도신의 말이 울린다.

“인증전을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여기 마신들의 목도 빌려 주지.

이것들은 목만 있지만 신격은 예비 마신왕급이니 전성기시절의 마력과 권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승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독점한다.

싸워서 이기고 쟁취해라.

승자가 올바르다.

이것이 강자만을 우대하는 진리를 따르는 나의 해답이다.

이제 이기기만 하면 된다.

수 만 명 중의 하나에서 유일한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거냐?”

“……!”

그 말이 결정타였다.

아직도 망설이던 리아스나가 완전히 싸울 결심을 굳힌 것이다.

마신의 머리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신력과 마력이 연동된다.

그리고 다시 등에 13쌍의 마력의 날개가 만개했다.

꽈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르륵-!

리아스나의 눈에서 신족으로 전향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었던 멸신흑뢰마신족의 권능이 되살아나는 불길처럼 솟구치기 시작한다.

눈에서 시작된 불길은 바로 머리카락으로 번지면서 붉게 타오르게 했다.

그 광경을 본 페미니스트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헉-! 과거 이상의 마력과 권능?

설마 성마신(聖魔神)?

아닌 것 같지만 이 위력은 정말이다-!’

다시 마신족이 되지는 않았지만 느껴지는 권능의 강도는 그 이상이었다.

완전히 돌아온 리아스나의 멸신의 권능의 발휘에 감격한 표정의 히메지나가 가세하자 검은 번개와 같은 방전조차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직-! 화르르르륵-!

“큭-!”

더 이상 방어만으로 견디기 힘들어진 페미니스트가 권능을 사용하여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것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각자의 신력과 마력이 충돌하는 굉음과 파동이 커지기 시작했다.

주신전을 분쇄할 정도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존재 중에서 저 정도의 전투여파를 당황해할 수준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시작된 인증전과 이 상황에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차원의 마도신이 허탈해하면서도 기뻐하는 소리가 울렸다.

“하하하……, 킬킬킬킬-! 또 부서지내.

그래도 끝났다.

역시 당사자들이 깔끔하게 결판을 내는 것이 탈이 없지.

괜히 주위에서 끼어들면 일만 꼬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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