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528화 (439/2,000)

26, 27권

황당한 소리에 멍해진 2명에 비해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반응은 달랐다.

신족과 마신족이 만나면 항상 시끄럽게 하던 일이 해결되는 것이다.

다시 인증전을 벌려서 결과를 낸다면 혼란하게 하던 일이 사라진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타당하다.”

“간단해서 딱 좋군.”

처음 받아보는 상위자의 탄성과 같은 호응에 조금 당황했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겨우 몸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오리진들을 쳐다보았다.

자연회복이 더딘 치명적인 부상과 차원의 오리진님의 위압에 당한 여파에 흐려지는 이성이지만 이를 악물고 반대의 의사를 표했다.

서로의 사정상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말도 안 돼-! 신족이 되어 주신이 된 저 꼴로 어떻게 주신장을 이길 수 있다는 소리인가?”

“이미 신족의 승리로 끝난 일이다.

그런데 무슨 명분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인가?”

반대는 같았지만 이유는 달랐다.

마신족의 입장으로서는 중급 주신이하가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에게 덤빈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았다.

예비 마신왕 중에서도 경이적으로 강했던 직계가 저 꼴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속에서 불길을 토할 정도로 화가 치밀 지경이었다.

그리고 신족인 시빌 라이츠의 입장에서는 겨우 끝낸 인증전을 다시 하게 할 수 없었다.

창조신의 인증전 중에서 전능의 휘를 제외하고는 이 정도로 난적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서로 용납 못할 이유였다.

그러니 당연히 화살이 서로에게 향했다.

하나 이제까지 이번 일로 수없이 싸워 왔지만 명분은 마신족 측에 있었다.

“뭐라고-! 비겁하게 미남계와 결혼사기로 부전승으로 넘어간 주제에 무슨 승리냐?

더구나 신족으로 전향까지 결정한 아이를 저 꼴로 만들어서 결국 정령계로 보내다니?

음모로 강자를 약자로 추락시키지 않았는가?

이것이 신족이 강자에 대한 예우인가?

마신족도 이제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런 꼴로 다시 승부하라고?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큭-!”

시빌 라이츠가 이를 악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함부로 억지를 부렸다가는 아직 안가고 있는 차원의 오리진님께 처분을 당할 확률이 지극히 높았기에 신중해야 했다.

항상 착한 척하면서 떠들던 신족이 자랑하던 말발과 명분으로 완전히 수세에 몰리자 마신황제는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힘만 내세우다 깡패로 낙인찍혔던 마신족의 시대는 갔다.

명분과 힘-!

그리고 지배를 그럴듯하게 치장하는 말발-!

지배층으로서 완벽하다.

그동안 함부로 입을 놀린다고 안 죽이고 갈고 닦게 했던 보람이 있어.

오리진 놈들이 안 죽는다고 마음대로 입을 놀려서 항상 시끄러웠지만 이럴 때는 도움이 도는군.

이제 창조력을 제외하면 신족에 모자를 것이 없다.

그것도 곧 해결될 것이다.

조금만 더하면 우리가 지배종족이 된다.

저 빌어먹을 대신족만 아니라면 말이지.

카카카카칵칵-!’

아직 차원의 오리진님의 투기에 무서운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득의의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하나 감히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얼굴을 실룩거리면서 참을 뿐이다.

그런 희색이 만연한 마신황제를 본 창조신장은 이를 갈았다.

‘오래간만에 우세할 기회를 잡았다고 아주 기고만장하구나.’

단 둘만 있는 상황이라도 용납 못할 일인데 영원체 중 최상위인 바람가의 오리진님이 보고 계셨다.

거기다 아저씨라고 호칭하는 분이 누구신지는 열려진 차원의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색으로 알 수 있었다.

다과회를 한다고 하는데 거기서 이런 신족의 추태가 알려지면 상당기간 골치를 썩어야 했다.

당연히 분노는 현재 밀리고 있는 신족의 당사자에게 향했다.

“상급 창조신 시빌 라이츠-! 왜 유리한 인증전을 거절하고 있는지 확실히 말하라.

만약 이유도 대안도 없는 반대라면 오리진이라도 용서치 않겠다.”

“……으음-!”

창조신장의 추궁까지 더해지자 저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결혼사기꾼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정식 창조신으로 길이 막혀버린 자신의 후계를 쳐다보았다.

갈수록 험악해지고 커져가는 사태에 어떻게 할 줄 몰라 하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 팔을 붙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리아스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자마자 신족으로 전향시키면서 자만하여 실수했던 과거가 생생하게 생각나자 입술을 피가 나도록 악물었다.

‘레이디 퍼스트가 싸우는 것을 피할 때 알아야 했다.

나 혼자 할 일이 아니었어.

다른 오리진들에게 고개를 숙여서라도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

신족이나 마신족으로 전향은 스스로 한다면 거의 미쳐버린다.

완전히 반대의 속성으로 바뀌는 과정을 신체와 신령이 견디지 못하고 파괴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상위의 존재가 주관해서 해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신력이나 마력을 완전히 제압하고 천천히 변환시키야지 신격이나 신력하락의 최소화가 가능했다.

‘후계의 반려로 전향을 결정했으니 내가 직접 나섰는데 그게 화근이었어.

설마 겨우 예비 마신왕의 마력과 권능이 그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지.

덕분에 전향의식은 완전히 실패하고 나도 장기간 요양을 취해야 했다.’

안정적인 전향의식은 굉장히 섬세한 신력운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주관하지 않으면 무리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2명이상의 상위존재가 의식을 주관한다.

그러나 상급 창조신인 자신이라면 예비 마신왕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자만했다.

하나 리아스나가 가진 예비 마신왕의 힘은 터무니없이 강력했다.

그래서 쩔쩔매다가 마력의 마지막 발악에 순간적으로 밀려서 신족으로의 전향이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상위의 오리진인 자신이 직접 실시한 신족전향이기에 1단계만 떨어져서 최고위 주신이 되어야 하는데 일반 주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불완전한 신족 전환으로 주신으로서도 문제가 있었다.

마신족의 잔재가 너무 많이 남아있었어.’

신족의 상급 오리진이 주관한 신족전향이 예비 마신왕의 힘에 밀려 실패했다.

이런 수치를 외부로 흘릴 수는 없기에 신족전향의식 중에 오리진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이유를 붙여서 결국 정령계로 보내었다.

당연히 페미니스트는 반대했지만 일족의 명예가 개인의 감정보다 중요했다.

직접 사정을 설명하고 감내시킬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모든 것이 약한 내 잘못이다.

아니 책임을 회피하고 오명을 덮기 급급했던 내 비겁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이런 자리에서 페미니스트의 인증전은 안 돼.

내가 직접 끝장을 본다.’

여기까지 몰린 이상 더 이상 피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나서서 멸신흑뢰마신족의 오리진과 결판을 보아야 했다.

마음속의 결정을 내린 시빌 라이츠가 입을 떼기 전에 차원의 마도신이 끼어들었다.

‘하는 짓과 얼굴을 보니 또 오리진끼리 치고받을 상황이다.’

그럼 다시 원점이었다.

마도신인 자신이 나선 일에 이런 지지부진한 전개를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고 집안들의 싸움이 된다.

집안들의 싸움은 지역싸움이 되고 결국 나라와 나라의 전쟁이 된다고 들었다.”

“…….”

갑자기 황당한 소리를 왜 하냐는 시선이 모아졌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의견을 자기가 냈으니 그렇게 추진을 진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아이들이 정당하게 승부를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나 아이의 승리를 믿지 못하고 어른들이 끼어들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끝도 없고 아무 이익도 없는 진흙탕 속의 추한 싸움이지.

리아스나를 상대로 페미니스트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일족의 오리진으로서 도저히 믿고 맡길 수 없는가?

그런 후계가 과연 쓸모가 있는가?”

“일족과 후계도 없는 오리진 주제에 뭘 안다고 함부로 남의 후계를 평가할 수 있는가?”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마신족을 이길 수 없는 약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지.

어떤 이득이 추가된다고 해도 말이지.”

“윽-!”

시빌 라이츠는 반박을 하려 했지만 이 말이 정론이었다.

약자는 후계가 될 자격이 없었다.

더구나 인증전의 결과가 이상하게 마무리가 되자 이상신족 내부에서조차 후계의 자격에 의문을 표현했다.

과연 다음 이상신족의 오리진으로서 적당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니 여성을 약자로 규정하고 보호하고 배려한다는 페미니스트의 권능자체가 다음 세대의 이상신족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만들고 있었다.

하나 여성이라는 확실한 지지층이 있는 페미니스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다른 일족이나 창조신장에게 밝히지 못 할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집요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상이겠지.

더구나 남성 일부까지 포함하면 쉽게 절반이상을 넘는가?

클클-! 쉽게 세력을 넓힐 수 있겠군.

하나 과연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까?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를 요구하는 이상은 반드시 무너진다.

서로 도움이 되어야 그것이 곧 주류가 되는데 언제까지 일방적인 손해를 본 남성과 다른 일족들이 참아준다고 생각하나?

아니 이미 반발이 시작돼지 않았는가?

왜 레이디 퍼스트에서 페미니스트로 개명을 해야 했는지 잊었는가?

과거에 해도 해도 너무했지?”

“……이상(理想)은 필요에서 왔다.

또한 필요에 의해 사라지지.

그것이 운명이며 주변의 요구에 따라 진화하고 변화하지 않는 이상(理想)은 무력하고 방해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연스런 흐름을 받아들인 것뿐이다.”

대답은 정론이었으나 힘이 빠졌다.

본래 페미니스트가 답변해야할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상대를 몰아붙이기에는 저 자신만만한 태도가 거슬렸다.

차원의 마도신에게 이번 하극상으로 인한 주신전의 주목표는 당연히 서열 2위 페미니스트다.

적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것은 전쟁신으로는 기본적인 소양이다.

더구나 마도신이면 약점을 찾아서 집요하게 파고들었을 것이다.

‘이놈. 뭔가 알고 있다.

페미니스트에 대해서 조사했는가?

설마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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