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권
차원의 마도신은 창조신장에게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가게 하시라는 명령이 생각나서 한 말이지만 답변은 무시무시했다.
“호오? 제가 준 힘까지 포함해서겠지요?
아니면 결과가 정반대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나보고 용무가 없으면 바람가로 돌아가라는 의미 같은데요?
차원권능은 필요가 없는 모양이지요.”
자신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면 당장 회수하겠다는 의미에 차원의 마도신의 속에서 한기가 밀려 올랐다.
차원의 오리진님이 준 ‘99초의 영웅신’과 개인적으로 조절해준 차원 권능으로 비약적으로 연산력과 신체능력이 급상승되었다.
이제처럼 마신들의 목이나 다른 수단으로 보완이 필요 없이 아무 부담 없이 모든 권능과 마도를 운용할 정도였다.
덕분에 어떤 제한도 없이 오리진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는데 그 중요한 것을 바로 회수하겠다고 하시자 당황해서 허탈한 웃음까지 나왔다.
“아……, 아하하하하. 물론 도움을 주신 덕분입니다.”
“칭호와 같이 부여받은 힘은 자신의 것이 아니에요.
제가 부여한 차원권능도 똑같이 본인의 힘이 아니죠.
거기에 만족하고 자만을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요?
순간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 진검승부에서는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요.
그리고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명예를 걸었다가 패배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요?’
“예…….”
보나마나 바람성에 다시 벌레로 끌려가서 근본부터 단련되는 형벌에 처해진다.
아무리 강해졌어도 바뀐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완전히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인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차원의 오리진은 바닥에 쓰러져서 움찔거리고 있는 오리진들을 보았다.
이미 어느 정도 회복을 했는지 어떻게든 이 사태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런 추태를 보이는 꼴을 모면해야 했다.’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님이 직접 오셔서 보고 있었다.
더구나 저분들이 무릎까지 꿇고서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 오리진으로서 체면 따위는 이미 벗어 던진 지는 오래였다.
필사적으로 몸에 박힌 파멸유혼검을 밖으로 밀어내고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은 팔 대신 이빨로 물어서 뽑아낸다.
둑-! 툭-! 툭-! 퉁-!
그렇게 뽑아낸 파멸유혼검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된 오리진들은 피가 솟구치는 몸을 일으켰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극심한 부상이지만 흔들림이 없는 발걸음으로 각 종족의 대표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양쪽 무릎을 꿇고서 상체를 바로하고 고개만을 숙였다.
아직도 몸에서 끝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전혀 패배한 적이 없다는 강고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본 차원의 오리진은 더 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훗-! 부러지고 휘어져도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기라니?
참으로 마음에 드는군요.
499주우주의 수준이 급상승해서 절대계의 기준 유지를 위해서 10중심들이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하더니 그럴 만도 해요.
그리고 가는 길에 이런 대접을 받다니 영광이군요.
후후후후후-!”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걷는다.
차원의 오리진의 발걸음마다 피가 적셔지고 주위로 튀었다.
툭-! 툭-!
오리진들의 몸에서 바닥에 흐른 붉은 피가 마치 카펫처럼 깔려있었고 거기를 걷는 차원의 오리진은 정말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사력을 다해 싸우고 흘려진 피와 상처는 투신에게는 자랑이자 명예였다.
더구나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이면서 파멸유혼검에 난자당하고 스스로 일어설 정도면 최고의 투신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그런 이들이 흘린 피가 낭자한 전장을 걷는다는 것은 투신으로서는 정말 흥분되는 일인 것이다.
‘가진 권능이나 힘은 절대계에 비해 아직 미약하지만 의지만은 동급인가?’
자신은 진리 할아버님의 혈족이라서 전투에 나설 필요도 없는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면서 연구에 집중했다.
대부분 일족을 만드는 식으로 지원만 하면 되지만 바람가는 결국 무가(武家)였다.
강해지기 위해 수련은 삶이며 전투와 투쟁은 운명과 같았고 생사를 건 전투는 자신을 증명하는 기회였다.
모든 것을 거는 승부를 갈망하는 투쟁본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낭자하게 뿌려진 피 위를 걷는 행위가 전장에 선 것처럼 즐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귀중한 강자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붉은 카펫 위에서 새겨지는 자신의 발걸음에 정말 아이처럼 흥분이 되어 투기마저 조금 내면서 즐거워하게 되었다.
하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 창조신들은 소름이 멈추지가 않았다.
오싹-! 오싹-! 오싹-!
마치 절대적인 포식자에게 주목당해서 스스로 죽으러 가야하는 먹이가 된 느낌이었다.
신령을 가혹할 정도로 위협하는 엄청난 투기의 압박에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속으로 신음소리를 삼키는 것이 한계였다.
‘크으으으-!’
‘허어어억-!’
‘커커커커-!’
힘의 차이를 감지 못할 정도로 신격이 떨어지는 주신장들이나 주신들도 이미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렇게 조금 흘린 투기로 주우주 최고의 지배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차원의 오리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좋아요.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워요.
원하는 대로 이 정도로 하지요.
이제 아저씨에게 가서 차나 얻어먹고 수다나 떨어야지.”
우우우웅-!
그대로 차원의 문을 열고서 그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창조신장과, 마신황제, 특위 창조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 겨우 끝났군.’
‘살……, 살았다.’
‘아아아. 조금만 더 진심으로 즐거워하셨으면 모두 미칠 뻔했다.’
상위 존재의 투기와 살기는 당연히 하위존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물론 너무 수준이 낮으면 아예 영향이 없다.
하지만 창조신장과 마신황제 정도면 거의 반영원체라고 불릴 정도로 신격이 높다.
그러니 차원의 오리진님에게서 새어나온 투기에 완전히 노출되었는데 못 견디면 미쳐 날뛰는 광전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원체의 존재감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신력조차 1,000조를 넘어가는 바람가의 오리진이 진심을 약간 보이니 이성을 유지하기도 벅찰 정도다.
아주 약간의 영향을 받는 신력이 낮은 창조신들이 바로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 용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천만다행이었다.
이런 무서운 분에게 강제소환당해서 말소를 걱정하던 오리진들도 비록 초죽음이 되었지만 살아있었다.
그리고 이대로 바로 가신다니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였다.
“아참-! 깜빡할 뻔했다.”
빙글-! 쿵-!
그 말과 함께 차원의 오리진님의 몸이 반회전해서 다시 돌아서자 심장이 멈출 듯이 크게 울리는 소리가 울렸다.
“!!!”
“!!!”
“!!!”
다 끝났다고 안심했다가 처음으로 돌아올 것 같은 분위기로 말 그대로 경악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 특위 창조신의 귀로 혼잣말같이 작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들의 행복한 결혼식을 주관해야 하는데…….”
지금 오리진들과 저기서 벌벌 떨고 있고 남녀를 보니 단숨에 사태를 알았다.
과거 인증전 때에 발생한 결혼사기 및 미남계의 문제는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자신들까지 영향이 올지 몰라서 울컥했지만 바로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걱정하지 마옵소서.
모든 것은 차원의 오리진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마신황제로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하겠습니다.”
“방해나 반대하는 것들은 모두 제 진멸(殄滅)로 일족과 영역까지 박살을 내주겠습니다.”
자신의 뒤에서 극심한 타격과 영원체의 압박감에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있는 오리진들이 방해가 된다면 직접 처단이라도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하나 차원의 오리진은 만족한 대답이 아니라는 듯이 앞으로 내민 오른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풋-! 행복이란 그런 것이 아니에요.
당사자와 주위가 모두 만족을 해야 하지요.
한쪽만 만족한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자기 위안이지요.
그래서 아주 섬세한 배려와 조치가 필요해요.
안 그런가요? 차원의 마도신?
아니 이제 차원창세신 코아라고 불러야 하겠군요.
코아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 당연히 그러합니다.”
방금 전에 영원체의 진심어린 투기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은 것은 차원의 마도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같은 차원권능이기에 가까스로 대답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리고 너무나 억울한 심정만 올라왔다.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대답을 잘못해서 일이 꼬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살기어린 시선을 노골적으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왜 또 나를 갑자기…….’
뭔가 또 꼬여가는 느낌에 어떻게든 빠져나갈 생각을 하는데 말은 계속 들려온다.
“신족과 마신족의 구분을 넘어서 미남계로 인한 결혼사기, 거기에 따라서 일족의 명예와 직위조차 추락이 되었죠.
그래서 분노한 오리진들의 격렬한 반대는 도저히 설득할 수 없어요.
인간의 표현으로는 아마도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용납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이 2명은 배제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목을 잘라 코아에게 주고 이후는 임시 오리진들을 세워서 진행시킬 계획이었지요.
이들도 이계에서 목만 남아서 고생하다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니 그때 불러와서 결혼식을 하면 되지요.”
“…….”
“…….”
역시 무시무시하게 높으신 분답게 숨겨진 정보를 전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가차 없는 처분이었다.
오리진들이 행복한 결혼을 방해할 것이 당연하니 마음이 바뀔 때까지 이계로 목만 보내는 처분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듣는 오리진들의 입장으로서는 한없이 겁나는 이야기였다.
그제야 자신들이 반드시 죽을 위기였다는 것을 알고서 더욱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은 일에 방해되는 것은 전부 없애신다.
설득도 타협도 없다는 소문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하나 아저씨에게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은 안 되겠군요.
자아 말해 봐요. 차원 창세신 코아.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지요?
이 정도도 처리 못하면 위와 아래도 없는 이계의 대리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어요.
비록 아무것도 없는 세계지만 과연 이계에 진리 할아버님의 대리로서 갈 자격이 있나요?”
“…….”
그제야 왜 직접 주우주에 개입을 하셨는지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결국 이런 이유였군.
하긴 나도 내가 진리의 대리로 파견이라는 사실이 황당하니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당연히 불안들 하시겠지.’
아무것도 할 일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다.
절대계와 주우주 위에 오로지 힘만으로 유일무이한 지배자로 군림하는 진리의 대리임무다.
본래는 10중심이나 바람가의 후손이 나서야 하는데 갑자기 주우주의 주신장을 보낸다니 안심이 될 리가 없다.
잠시 생각을 하던 차원의 마도신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당사자들을 쳐다보았다.
오리진들을 조금 더 두들겨 패고 고생시키면 당연히 생각은 바뀌겠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말씀대로 시간이 너무 걸리고 어설프게 하면 다시 본래의 마음으로 되돌아와서 방해할지 모르는 것이다.
‘무엇보다 남들은 목숨을 걸고 전쟁 중인데 사랑놀이만 하는 저것들이 아주 마음에 안 들었어.’
결국 결정을 내린 차원의 마도신은 입을 열었다.
“너희들…….”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 긴장한 페미니스트와 리아스나의 귀에 나직하지만 천둥과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의 원인은 엉성한 시작에 있다.
인증전을 다시 하라.
그리고 승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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