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5권
눈앞에서 감히 영원체이며 자신의 직속 상위자인 차원의 오리진님 앞에서 겨우 주우주의 오리진들이 서로를 향해 투기와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에게 다가올 미래는 이미 먼저 보았던 그대로 죽음이었다.
무표정해진 차원의 오리진님의 오른손의 손가락이 서서히 손바닥 안으로 굽혀지고 있었다.
상황을 전부 보고 있는지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목소리도 높아지지만 강제력은 발휘하지 못한다.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알기에 단순히 명분을 쌓은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급자들의 급박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지 한심하게 이제 신기까지 꺼내서 싸울 기세를 높인다.
남의 신계에서 전투용 신기를 꺼내 전투태세를 한다는 것은 중대한 도발행위이다.
대부분의 신계주신이 투신이나 전신이기에 선전포고와 같은데 무시하고 있다.
주신장인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데 점점 기분이 불쾌해지고 있었다.
‘주신계 정도의 신계주신은 무시인가?
하긴 상급일족의 오리진이면 그럴 만도 하지만 정말 저것들 마음에 안 드는군.’
그래도 바로 차원의 오리지님이 죽이실 것이니 꾹 참고 담뱃대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데 다음에 보이는 광경에 눈이 크게 커졌다.
자신의 차원신계의 영광의 자리가 상급 오리진의 뽑아든 신기와 신력의 파동에 못 견디고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직 정식 보수를 못해 최상급 주신급으로 만들어진 영광의 자리는 상급 창조신을 넘어서는 오리진들의 전투태세를 근처에서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의자 등받이와 손잡이까지 잔금이 마구 가고 있었다.
파사사사삭-!
“!”
모든 것을 걸고 얻어낸 주신장의 자리다.
용병신으로 목숨을 걸은 것은 당연하고 다시는 상대하기 싫은 영웅신과의 전투조차 감내했다.
직위에 합당한 힘을 얻기 위해 접근조차 하기 싫은 영원체들 능가하는 강자들인 10중심들과 얽히는 것까지 감수했다.
흑염의 절대자의 낚는 미끼 역할을 하기 위해 3만 년의 강제수련까지 견디었고 창조신급의 마도신이 되었다.
그리고 차원일족의 오리진이 된 이상 이제 최소한 힘과 가능성면에서 남부럽지 않을 신계주신이 된 것이다.
그것이 박살나려고 하고 있었다.
‘내 노력의 증명이자 삶의 상징이 처참하게 금이 가고 있다.
아니 나 자신이 무시를 당하고 있다.’
이제까지 불쾌했던 원인이 속에서 울컥거리는 느낌으로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금이 가다 못한 영광의 자리의 손잡이가 부서져서 바닥에 떨어진다.
그 꼴을 보니 담뱃대를 문 이빨에 저절로 힘이 가해지면서 또 다시 으스러지는 소음이 울렸다.
우둑-! 둑-! 으지지지직-!
아까는 놀람으로 담뱃대를 물어서 부수었지만 이번은 순수한 분노였다.
결국 차원의 마도신은 참지 못하고 입에서 울화로 인해 떨리는 낮은 음성을 내면서 의자에서 일어섰다.
“어이…….”
결국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 폭발한 투기와 살기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오리진들에게 향하면서 말이다.
주신장들은 차원의 마도신의 뒤에 주저 앉아있지만 대신족이나 마신족과의 최전선에서 치고받고 싸운 감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대충 극도로 위험한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하고 조용하게 있던 주신장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자신들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던 차원의 오리진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이다.
차원의 오리진님이란 분과 두 오리진의 시선이 바로 자신들을 향하자 소름이 오싹 밀려왔다.
당장 난도질을 하겠다는 월등히 강한 존재의 살기와 투기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왜 위험을 느꼈는지 아는 순간이었다.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려는 차원의 마도신을 불렀다.
“잠……, 잠깐……, 고정…….”
그 말에 약간의 이성이 돌아온 차원의 마도신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그만 하지 그래.
여긴 내 영역이다.
부수어도 내가 직접 한다.”
차원의 마도신은 나름대로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한 말인데 대답은 바로 왔다.
“오리진이면 같은 오리진인 줄 아느냐?
일족도 없이 겨우 자격만 가진 주제에-!”
“꺼져라-!
창조신도 못 된 덜 떨어진 주신장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마도신 주제에 어디서 나서느냐?”
꽈가가가가강-!
오리진들의 입장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원수를 만나서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하찮게 보던 상대에게 도발을 당한 것이다.
빼어들었던 신기가 그대로 차원의 마도신에게 던져지자 공격여파에 원탁이 박살이 났다.
상급 창조신에 오리진답게 어지간한 수준의 창조신은 일격에 소멸시키는 위력의 공격이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덮쳐들었다.
어처구니없이 차원의 마도신과 같이 공격에 말려들게 된 주신장들이 다급하게 몸을 날리려 하는데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방어막이 전면에 나타났다.
팟-! 팟-!
오리진들이 던진 신기가 그 막에 닿자마자 폭음대신 무엇인가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모습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신기들이 다시 나타난 것은 차원의 마도신의 머리 위였다.
파괴적인 신력이나 마력은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제어력이 넘어간 신기의 상태에 오리진들의 머리로 심각한 경각심이 퍼져나갔다.
‘방금 일격은 분명 중급 창조신은 막을 수 없는데 어떻게?’
‘마도인가?
아니 권능인가?
마신왕인 나조차 구분이 안 간다.
뭐냐 저것은?’
차원 방어막을 통과시켜 얌전하게 머리 위로 이동시킨 신기들을 보는 차원의 오리진의 마음은 착착했다.
역시나 자신의 평가는 이 정도였다.
가볍게 담뱃대를 오른손에 들고서 살기어린 말을 내뱉었다.
“이건 선전포고로 알지.
쯧-! 그래도 같은 오리진인데 항의 한 마디에 바로 처단인가?
이게 주우주 창조신계에서의 내 위치로군.
아주 밑바닥이야.
부작용이 만만치 않지만 위로 올라가는데 만만한 상급자를 이기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지.”
자신의 신계에서 완전히 무시를 당하고 드러난 최하의 평가에 분노로 이글거리는 살기와 투기가 몸에서 타오른다.
더구나 그런 짓을 한 대상이 자신보다 약자이기에 분노는 더욱 컸다.
창조신의 군세로 인하여 차원권능의 소모도 없기에 온전하게 개인권능으로 전부 사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궁극에 이른 차원의 권능은 ‘세계의 창조’이기에 그 방어력은 주우주에서 측정하기 힘들 정도다.
비록 상급 창조신에 상급 일족의 오리진이 2명이지만 단독으로 질 요소 따위는 없는 것이다.
전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심의 일격을 완전 무효화하고 승리를 확신하면서 노골적으로 전투를 바라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는 오리진들의 얼굴에 긴장이 새겨졌다.
‘상급 창조신인 나의 공격을 주신장이 무효화했다고?
아니 전환한 것인가?’
‘뭐지? 마도는 아니다.’
비록 일족을 돌보느라 전장에서 오랜 기간 멀어졌으나 모두 최고수준의 투신들이었다.
흥분을 하면 승률은 낮아지기에 전투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바로 이성이 돌아왔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느껴지는 것은 상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써 무시하고 있던 무시무시한 위기감이었다.
원인은 살기도 투기도 아닌 영광의 의자 뒤에 앉아 있는 소년모습의 존재에서 풍기는 존재감 그 자체였다.
자신들은 정신체 중 최고인 창조신이며 오리진이기에 이런 느낌을 받을만한 상대는 극히 적었다.
‘……영원체? 그러나 창조주님도 이 정도는 아닌데?
설마 바람가의 오리진님인가?’
앞에서 살기를 풀풀 날리는 차원의 마도신보다 바로 앞에서 싱긋 웃으며 앉아있는 있는 존재에게 느껴지는 위기감이 더욱 심각했다.
마치 일족이 큰 잘못을 저질러서 창조주님께 징계로 불려가서 직접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창조주와 동일하면서도 엄청난 존재감에 자신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었는지 깨달은 오리진들이었다.
‘미치겠다.
왜 하필 바람가의 오리진님인가?’
바람가 오리진님들에 대한 소문에 의하면 당장 여기를 벗어나야 하지만 모든 공간이동이 차원의 권능에 완벽하게 막혀서 불가능한 것을 이미 확인한 후였다.
가급적 조용히 있어야 하지만 대놓고 싸우자고 덤비는 차원의 마도신도 무시할 수는 없다.
방금 본 자신들의 권능을 완전히 무효화한 권능이 이해불가의 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방금 전까지 원수라서 죽일 듯이 싸우려 했던 상대방에서 재빨리 서로의 의지를 교환했다.
‘다행히 이쪽에 아직 관심이 없으시다.’
‘일단 저놈부터 빨리 처리를 하자.’
신족과 마신족은 과거에는 지배권을 다투는 용서할 수 없는 원수이지만 대신족을 상대로는 동맹이다.
하도 오래 그러다보니 공통의 적이 나타나면 당연히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시 되어 있다.
지금 바람가의 오리진이란 위협 앞에서 평온을 깨뜨리는 차원의 마도신은 공통의 적이었다.
오리진들이 입을 다물고 서서히 전투태세에 들어가는 것을 본 차원의 마도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차원의 오리진의 얼굴표정과 오른손이었다.
다행히도 무표정한 얼굴이 풀리고 손바닥 안으로 굽혀졌던 손가락들도 펴지고 있었다.
‘차원의 오리진님이 웃으시는 얼굴로 돌아오시는군.
이 상황이 재미있으신가?
아니 좋은 실험 자료를 얻을 기회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야.
하긴 차원일족의 오리진이 상급 정신체의 오리진과 맞붙는 일이 흔하지는 않겠지.
휴우우우우.’
또 순간의 성질을 못 참고 나섰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자신이 나선 것이 만약 오리진들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시면 방해한 죄로 목숨이 위험했다.
그런데 웃는 얼굴을 하시고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면서 관람하시는 분위기로 바뀐 것을 보니 일단 위기는 넘긴 모양이다.
여기에 일단 차원의 오리진님의 처분에서 오리진들을 벗어나게 했으니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도 조용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서로에게 아주 좋은 일이야.
이들이 내 손에 살아남으면 말이지.
나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후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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