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5권
마신황제는 여기까지 설명했는데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마신왕들을 보면서 아주 작은 인내의 한계를 느꼈지만 꾹 참았다.
지금 자신이나 마신족이 사고를 쳐서 저분의 관심을 끌면 마신황제라도 바로 소환을 당할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그럼 무슨 짓을 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절대계조차 우스운 바람가의 오리진에게 주우주의 마신황제는 아무 가치가 없지.’
그러나 최고위 마신왕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으니 결국 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 말까지 해야 할지 의문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러다 일이 커지면 정말 누구도 감당이 안 된다.
“이분이 바람가 대신족 오리진님의 아버지 되신다.
괴팍하기로는 아드님보다 더 하다고 소문나신 분이니 접근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
단순한 패권다툼이 아닌 지배세력의 완전교체를 노리는 대신족으로 모든 주우주의 정신체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바람가 대신족 오리진의 아버지라는 말이었다.
그보다 더하다는 말에 얼마나 위험성이 있는지 바로 깨달은 최고위 마신왕들에게 다시 다짐을 하는 마신황제였다.
“이분이 주우주에서 나가실 때까지 모두 조용히 처박혀 있으라고 해.
또 잘못되면 전 주우주 정신체들에게 역적이 된다.”
“예-!”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는 최고위 마신왕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대신족은 본래 신족의 일원이 될 예정이었다.
신계와 행성을 하나로 통합한 강대한 ‘혹성족(惑星族)’이 그들의 원래이름이었다.
신계나 행성, 생명체의 필요도 없이 홀로 존재하면서 자급자족을 넘어서서 막대한 정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자율 독립형 정신체로 계획되고 완성되었다.
물론 행성크기의 신체와 독립된 완전체의 특성으로 최초 신체구성에도 강력한 신력이 필요했기에 바람성에 벌레로 변해서 갇혀있기만 하던 패배한 창조신들이 재활용되었음은 유명한 사실이다.
하나 시작만 그럴 뿐 경지에 이르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직계까지 만들 수 있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신족이나 마신족이나 누구도 패배자들을 재구성하고 신체까지 행성크기로 개조해야하는 혹성족의 오리진을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자 결국 회심의 작품을 무시당해 버려서 격노한 바람가 혹성족의 오리진은 말 그대로 주우주의 정신체들에게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모든 바람가의 일원이 선조들에게 제례를 드리고 앉아서 한담을 나누는 날에 바람가의 본가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면서 올린 주장은 진정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주우주도 이제 어느 정도 강해졌습니다.
그러니 진리 할아버님이 창조주도 아닌 정신체를 상대로 직접 나서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정신체들의 상대는 소손이 만든 혹성족이 맡겠습니다.
지금의 정신체들이 과연 영원한 행복을 유지할 지배세력으로 자격이 있는지 시험도 같이 하겠습니다.
완전한 결판이 날 때까지 혹성족이 아닌 대신족이 이들의 새로운 이름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직접개입이 아니니 계율을 어기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공적을 걸겠으니 허락을 부탁드립니다.”
“……허허. 이것 참.”
겉은 존경하는 진리 할아버지를 위해 대신 수고를 하겠다는 명분이다.
하나 결국 주우주의 정신체들에게 무시를 당해 화가 난 것이 원인이었다.
바람가의 직접개입은 금지되었으니 만든 일족을 통한 간접개입을 통해서 전 주우주의 지배세력을 뒤집어엎어서 분노를 풀겠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이었다.
이런 사실을 보고를 받는 진리나 다른 바람가의 일원들이 모를 리가 없다.
당연히 무진장 혼이 나고 끝나리라고 예상했는데 천진난만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단숨에 분위기를 바꾸었다.
“와아아아-! 역시 내 아들-!
혹성족이 아닌 대신족이라?
지배세력의 완전교체 시도인가?
정말 재미있겠다.
저도 공적을 전부 걸게요.”
“…….”
진리는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바람가가 공적을 모두 걸겠다는 것은 독자적으로 쌓아올린 모든 권능과 자료를 전부 주우주와 절대계에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이 공적치는 결코 낮지 않다.’
신족 전부를 대표하는 오리진인 유일신황(唯一神皇) 손자가 당황해서 막으려고 하지만 힘들었다.
비슷한 공적치를 걸어야하는데 아들의 철없는 분풀이에 재미있겠다고 추가로 건 아버지의 공적치의 량이 엄청나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의미는 신족을 대표하여 활동하던 유일신황보다 이제까지 침묵하면서 연구만 하던 저 아이의 권능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뜻도 되었다.
‘바람가의 일원으로서 발군의 능력을 가지면서도 괴짜라고 유명했던 아이답군.’
더구나 개방될 정보에 이계와의 문제에 핵심이 될 능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추가된 공적치와 대신족으로 개명된 혹성족의 전면투입의 상승효과를 예상한 진리의 결정은 결국 떨어졌다.
“재미라?
그게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
절차가 똑같으면 효과도 떨어지지.
무엇보다 색다른 재미가 있을 수도 있겠군.
해 보아라.”
“캬하하하하하하-! 똑같은 과정이면 당연히 재미도 없지요.
모처럼의 허락이시니 열심히 해라. 내 아들.”
“예-!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렇게 대신족으로 개명된 혹성족은 10배 이상의 엄청난 신체능력과 권능으로 주우주의 대부분의 일족들을 초토화시켰다.
여기에 우월한 정기생산능력까지 갖추어 신족의 존재가치까지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가 됐다.
그리고 바람가 강경파의 수장으로서 현재 차원의 오리진이 대두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위처럼 조금 달랐다.
제사가 끝나고 한쪽에서 이제 혹성족에서 대신족의 오리진이 된 아들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진실이었다.
“이번 혹성족은 기존 종족보다 강하고 유용했지만 초기 진입이 쉽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두 번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고 어깨에 힘주고 다시 도전하면서 바르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바람가의 혈족이면서 내 아들답지.”
“물론입니다.
다시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힘내서 살아라.
그럼 나는 공적치나 새로 쌓아 볼까나?
이계의 저 놈들을 조금만 더 연구하면 처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 안 되네.
실험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니 곤란해.”
“고생하십시오. 아버님.”
오리진으로서 실패할 뻔했던 아들의 기 살리기였다.
하나 주변에서 인정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한 행복의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현실에 적극 개입하는 강경파의 모습이었다.
주우주와 절대계에서 외면을 받은 혹성족이 대신족이 되어서 499개의 주우주의 지배세력을 대부분 교체하는 대격변이 벌어지니 그 의미는 더욱 강해져 갔다.
바람가 최초로 실패한 오리진이 될 뻔한 대신족의 오리진에게 직접 지휘되는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침공만을 하는 대신족에게 신족과 마신족들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일부의 주우주에서는 종족 자체조차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온건파인 후손들이 당황하여 멈추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강경파의 대표라는 의미는 확정되었다.
주우주 정신체들의 수많은 희생을 슬퍼하는 온건파의 후손들에게 돌아온 것은 아들의 약진에 기뻐하는 웃음이었다.
“캬하하하하하-! 벌써 거기까지 갔다고?
과연 내 아들답지 않으냐?
하나 너무 빨라-!
이러면 재미가 없어지는데?
막기를 원한다면 뭐하느냐?
너희들도 빨리 아무 것이나 만들어서 참전시키지 않고?
그러면 끝날 일을 뭐 하러 날 찾아와?”
대놓고 온건파인 자신들에게 강경파처럼 현실에 직접개입을 하라는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반응이 없자 바로 흥미를 잃고서 연구실로 달려가 버렸다.
흥에 겨우 크게 외치는 소리만이 남았다.
“그리고 나도 이럴 때가 아니네.
모든 이론의 확립은 끝났어.
이제 구현을 위해서는 실험 자료가 필요해!
내가 주우주로 가야하나?
공적치는 전부 사용했었지?
그럼 진리 할아버님에게 대신 실험해달라고 부탁을 할까?
뭐-! 재미만 있으시다면 상관하지 않으시겠지.
카하하하하하-! 구현 실험이다-!
도전-! 도전-!”
바람가의 후손들조차 질릴 정도로 끝없이 쌓인 수많은 서류 속에서 더 없이 크게 웃는 그 모습은 최고로 인정받는 바람가답게 광기와 현기가 넘쳐흘렀다.
온간파인 후손들도 중재는 고사하고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시간이 흘렀지만 연구만 하면서 조용했기에 잊혀졌다.
그런데 주우주에서 마도신의 오리진이 보낸 자신이 세운 이론의 결과물을 보고서 더없이 기뻐하며 직접 시험하기 위해서 바람가의 대문을 혼자서 부수고 뛰쳐나가서 이계로 나섰다.
다행히 기겁을 한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바로 잡아오기는 했지만 심각한 문제였다.
화가 치민 유일신황이 징계를 하려고 했지만 또 공적치를 치르고 차원의 오리진까지 되어버렸다.
11번째로 바람가의 오리진이 현실에 직접 개입을 한 것이다.
이것이 주우주에서 직접 활동 중인 11명의 바람가에 대해서 설명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이야기한 차원의 오리진님의 과거였다.
‘너도 차원의 권능을 가졌으니 언제인가는 만날 것이다.
평소에 장난기가 넘치지만 차원의 오리진은 결코 온건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라.
또한 나를 포함해서 주우주와 절대계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11명의 바람가의 오리진을 대함에 있어서 극히 주의해라.
우린 절대계의 2써클의 우위만 유지하면 되는 10중심들과 입장이 다르다.
진리 할아버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퇴하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을 보면서 전진한다.
영원한 행복의 달성에 방해되는 것은 모두 부수고 없앤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떤 악(惡)도 그보다 더한 선(善)으로 덮는다.
더 좋은 결과가 온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고 달성한다.
우리들은 그걸 현실에서 실천하는 자이다.
방해물이라고 판단되면 설사 10중심이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는다.
아니 않겠다.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니 너 역시 방해물에 포함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
차원의 마도신은 마도신의 오리진이 알려준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단순히 겁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심각했다.
직접 겪어보니 과연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주우주에서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직위라고 할 수 있는 오리진들이 그대로 끌려와서 땅바닥에 처박히는 몰골을 보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왜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진리의 혈족이자 오리진으로서 그렇게 막대한 도움을 주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특히 차원의 오리진님은 나와 너무나 성향이 유사하시군.’
연구자면서 500억년동안이나 바람가의 자택에서 연구와 실험만을 한 모든 자료를 아들을 위해 포기하고 공개했다.
여기에 자신의 연구를 입증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바람가라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바람가의 가율조차 단호하게 무시하고 뛰쳐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계에서 바로 잡혀오자 그 다음에 주우주로 개입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일반 바람가라면 당장 징계를 당할 일을 반복하면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공적과 힘을 쌓아야 최고의 지배층인 바람가의 오리진의 이런 막무가내의 행동이 용납되는지 아찔해질 정도였다.
자신도 주신시절의 과거의 행적 때문에 이 고생을 하면서 눈치만을 보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주신장들의 하극상 징계는 아주 쉽고 깔끔하게 끝났다.
창조신들은 고사하고 창조신장님조차 개입할 징후도 없군.’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창조신들이 나서서 방해를 놓아야 하는데 연락망은 완전히 침묵이다.
그리고 다른 주신계를 반파하고 하위 주신장의 목을 하나 쳤다고 결과를 보고했는데 어떤 조사나 조치도 없이 바로 결재가 나고 끝났다.
추가 언급도 없는 것을 보니 결코 여기와 상관하지 않겠다는 창조신계의 의지가 보였다.
바람가의 오리진님에게 주우주의 오리진들이 강제로 끌려왔는데도 창조주님의 아무런 조치가 없자 모두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접근하면 안 되는 상황이란 것을 안 것인가?
어떻게 뒤처리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되다니 실로 웃기지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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