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5권
지금 중요한 점은 그나마 위협이 되었던 페미니스트의 참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지만 주신장 서열 2위인 페미니스트가 겨우 중급 주신인 리아스나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려서 용서를 빌면서 설득을 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진심으로 간청하는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던 리아스나가 벌써 거의 넘어갈 정도다.
‘잘 한다-! 정말 쉽게 넘어가네.
과거에도 저렇게 쉽게 속아 넘어갔었나?
별 관계없는 나조차 이러니 어처구니없이 유력한 직계를 잃은 멸신흑뢰(滅神黑雷) 마신족의 오리진은 울화로 쓰러졌겠군.’
히메지나가 못 마땅해서 점점 일그러지는 나의 얼굴을 보면서 뭐라고 하지만 이미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들어먹을 턱이 없다.
벌써 대꾸하는 목소리도 부드러워지는 것을 보니 이미 끝난 판국이다.
페미니스트가 리아스나와 서서히 연인분위기까지 들어가려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여성특화라더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빠른 진도였다.
‘아아-! 차원의 오리진님이 바라는 것은 과거의 연인이 화해하고 다시 맺어지는 행복한 결말이겠지?
그리고 그런 장면에서 대범하게 축하를 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인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행복한 결혼식이라고 하셨으니 대충 이런 화기애애한 식으로 끝나려나?
내 이득은 없고 손해만 나니 골치가 아프군.
그러나 하극상을 벌인 주신장의 목은 하나 쳤고 다른 주신계도 거의 반파를 시켰으니 그럭저럭 목표치는 채웠군.
최소한 이계로 파견을 간 동안 다시 덤비지는 않겠지?
이미 끝났으니 승리가 당연한 싱거운 주신장들과 전투도 흥미가 없어지려고 하는군.’
다른 주신계는 마치 그 동안 무시당한 분노를 풀겠다는 듯이 날뛰는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에 의해서 완전히 아수라장이다.
일단 주신전부터 거의 무너졌고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하극상을 벌이면 저렇게 된다는 시범을 보였으니 죽을 각오까지 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덤빌 주신계가 있을 리가 없다.
‘주신은 2명 뺏기겠지만 어차피 철없는 어린아이에, 거기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보모였다.
정령주신들에게조차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인정받을 노력도 하지 않는데 차라리 이런 결과가 나을 수도 있다.’
최소한 직속부하를 자기 손으로 처분해서 정령계로 돌려보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도 열이 올라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담뱃대를 아공간에서 불러들여 불을 붙여서 입에 물고 길게 흡입했다.
딱-! 팟-!
“흐으읍-! 휴우우우우-!”
주신장들은 차원의 마도신에게 주신장 1명의 목이 잘려 죽어서 살기가 등등한데 아주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태세는 고사하고 완전히 무방비가 되어서 마치 덤비려면 얼마든지 오라는 것 같았다.
치명적인 허점도 마구 보였지만 감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서열 10위 주신장이 마지막에 한 회심의 박치기는 동급의 투신으로서는 최고수준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고 급소까지 완벽하게 노린 회심의 공격이 차원방벽에 의해 타격은 고사하고 오히려 반탄력에 당해서 쓰러지고 목까지 잘렸다.
창조신의 공격까지 우습게 튕겨내는 차원방벽을 관통할 방법이 없다면 결코 피해를 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당한다는 뜻이었다.
‘차원일족의 오리진이라더니 정말 엄청난 방어결계다.
도저히 부술 수가 없다.’
여기에 마신왕급의 살신의 권능에 비견될만한 마도신의 현실부정으로 인한 치명상까지 포함하면 승산은 없었다.
더구나 서열 2위의 페미니스트까지 과거의 악연 때문에 저런 꼴이 되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휴우우우우~! 대충 파악은 끝났을 것인데 계속 하겠느냐?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로구나.
내가 차원일족의 오리진 이전에 마도신이란 사실도 잊지 말아라.
지금이 전력의 전부가 아니다.”
“…….”
또 다시 길게 담배연기를 들어 마시고 내쉬면서 완전히 하급자에게 하는 말투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간과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저 차원방벽 안에서 완벽하게 정식영창을 하여서 발동하는 마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
마도신과 관리신들의 약점은 바로 긴 영창시간에 있다.
하나 영창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위력은 폭증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투신들은 관리신과 전투를 할 경우 최대한 영창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접근전으로 승부를 본다.
육체를 강화하여 권능을 발동하는 투신이 당연히 영창과 연산을 필요로 하는 관리신보다 당연히 속도가 빨라서 승산이 높다.
하나 만약 관리신에게 영창시간을 확보할 만한 수단이 있다면 당연히 투신의 승산은 급격히 낮아진다.
그런데 차원일족의 오리진으로서의 차원방벽은 현재의 자신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차원방벽의 틈을 발견하기 전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모든 권능에 완벽이란 없다.
그러하기에 창조신에게는 무적이라 보이는 저 차원방벽도 분명 약점이 있을 것이다.
하나 관리신이 아닌 자신들이 그걸 분석하고 파악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매달리는 것은 하위자들의 일이었다.
상위자인 자신은 패배할 전투는 빨리 포기하고 다시 이길 수 있는 전투를 찾아야 했다.
결국 결론을 내린 주신장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털썩-!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음과 굴복을 표시한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바라는 것은 약자의 처신이었다.
비록 차원방벽을 타파할 방법이 없어 물러서지만 자신들은 강자였다.
차원방벽만 아니라면 이길 수 있다는 강함에 대한 확신은 아직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시야를 낮추어 차원의 마도신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승부의 포기를 표시한 것이다.
8명의 주신장이 모두 주저앉아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것을 본 차원의 마도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길게 담뱃대를 빨아들였다.
“흐으으으읍-! 처음이니 뭐 이 정도겠지.
나를 상위자로 확실하게 인정한다면 상관없다.”
주신장들이 전투를 포기했으니 하극상을 벌여서 발생한 전쟁은 싱겁게 끝났다.
그럼 자신이 서열 1위의 주신장이니 주신계에 더 이상 피해가 나기 전에 전쟁을 멈추어야 했다.
전쟁을 끝내고 복구를 위해서 이제 관리주신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창조신으로 승급된 예비 창조신들이 자신의 목만을 노리고 추격해오니 필사적으로 주신계 여기저기로 도망을 치는 관리주신들이 보인다.
주신계의 방위체계를 총괄해서 적을 막아야 하는 것이 관리주신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내부의 주신전 안에서 터진 전쟁이다.
외부도 아닌 내부의 어중간한 방어체계는 창조신에게 안 통한다.
그러니 도망을 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리주신이 자기 목숨 때문에 주변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도망만 치는 것이 한심하기는 하지만 이해는 가기에 멈추라는 지시를 한다.
“거기 그만해라.
관리주신들의 목은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자르지 마라.”
그 말에 주신계의 예비 창조신들과 주신들은 바로 전투를 멈추었다.
비록 몸은 전쟁터지만 놓친 주신장들이 1명이 너무나 허무하게 죽고 다른 주신장들이 굴복한 것을 보았다.
전쟁의 목적은 모두 이룬 것이다.
그러니 일족과 장래를 위해서 더 이상 불필요한 원한을 살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나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은 멈추지 않았다.
남주신 학살자라고 경원시되는 여신혈맹이나 패배자들이라고 무시당하는 정령주신이나 워낙 다른 신들에게 감정이 많은 것이다.
마치 물을 만난 것처럼 창조신으로 승격되어 주어진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의 신계와 주신들을 박살내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결국 불필요하게 급격히 늘어나는 피해와 장래에 반드시 나올 항의를 예상하고 열이 받은 차원의 마도신이 소리를 질렀다.
“그만 부수지 못해-!
주신장들이 포기한 이상 전쟁은 이겼다.
너희들이 무슨 파괴신이나 마신이냐?
신계주신인 나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분하겠다.”
살기가 배어나오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위엄이 넘치는 말에 놀라면서 자신들의 주신전을 쳐다본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은 동작을 멈추었다.
그제야 1명의 주신장이 목이 잘려서 쓰러져 있고 다른 주신장들이 제압당해 앉아있는 것을 본 것이다.
주신장 9명이면 지금 창조신으로 승급된 자신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전력이다.
그런 전력을 혼자서 감당하고 굴복시켰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아직 다 부수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지만 그렇게 강대한 신계주신이 전투 중지의 명령을 거부하면 처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했으니 결국 그대로 전투를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서 모두 전투를 멈추고 차원문으로 복귀를 하는 것을 본 차원의 마도신은 안도했다.
과거에는 보상이나 협상으로만 움직여야 했던 골치 아픈 부하들이 이제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잘 나가는 남이 보기에는 한심하지만 자신에게는 아주 장족의 발전이었다.
“휴우우-! 이쪽도 겨우 그럭저럭 이군.
이계에 파견을 갈 동안은 조용하겠지.
이제 행복한 결혼식만 보면 되나?”
길게 담배연기를 뽑아낸 차원의 마도신은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담뱃대를 문 이빨에 저절로 힘이 가해졌다.
와지지지지직-!
어느새 차원의 오리진님 앞의 공간에 2개의 차원문이 또 열려있던 것이다.
아끼던 담뱃대가 박살이 나는 굉음이 울리고 파편이 입안으로 튀었지만 전혀 신경이 써지지 않았다.
그리고 차원문에서 끌려나오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는 2명이 보일 뿐이었다.
‘창조신과 마신왕이상의 존재감?
도대체 누구냐?’
그들이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신력이나 권능의 차이는 차원의 오리진님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크다.
결국 반항한 만큼 더 강한 기세로 바닥에 처박힌다.
휙-! 꽝-! 퍼억-!
제대로 자세를 잡지도 못하고 그대로 주신전 바닥에 몸으로 충돌한 2명을 쳐다본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트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누군지 바로 안 것이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바로 일족의 오리진이자 아버지들이었다.
강제로 차원이동을 당하고 저항한 탓에 땅에 처박혀서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2명은 멸신흑뢰(滅神黑雷) 마신족의 오리진과 창조신 시빌 라이츠(civil rights)였던 것이다.
주우주 최상위 지배자이면서 자신들에게는 더없이 존귀한 그들이 차원의 오리진님에게 강제로 끌려나온 것이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차원의 오리진님의 밝은 목소리가 울린다.
“화해를 축하해요.
행복한 결혼식에는 양가의 부모님의 동의와 허락이 중요해요.
이것이 첫걸음이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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