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5권
과거에 결혼사기를 한 짓은 괘심하지만 직접 보니 창조신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능력과 품격을 갖춘 강자였다.
서열 1위가 전능의 휘만 아니었다면 분명 1위였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저질렀던 단 한 번의 약함에 대한 타협으로 인하여 이런 곤란에 처해있다.
그리고 지금 몇 억 년 전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다시 눈앞에 나타나서 앞길을 막고 있었다.
다시 감정에 흔들리려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과 페미니스트에게 동시에 하는 말을 되뇌었다.
“신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지.
단 한 번의 실수라고 할지라도 용납도 망각도 되지 않으니 말이야.
그것도 영원히…….”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속은 바싹 타들어갔다.
자신도 주신장이니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아 젠장-! 어디 무서워서 마음 놓고 살겠나?
뭐가 이렇게 신으로 사는 것이 살벌해?
저 놈도 불쌍한 것이 도대체 언제 적의 일이 지금 터져서 이렇게 되지?
신은 공소시효도 없어?
망각과 죽음이 있어 끝이 있는 인간이 이럴 때는 차라리 자비롭군.’
전임 신계주신이나 페미니스트나 단 한 번의 오판이나 현실에 대한 타협이 완전히 신생을 망쳐놓았다.
주변의 신들이 영원히 기억하고 신계기록에 남는데다가 당사자들도 저렇게 영원히 사니 피할 방법이 없다.
이제 막 신족을 시작하고 있는 자신으로서는 정말 소름이 올라오는 일이다.
용병신으로 살 때 고용주인 신계주신들이 과거의 잘못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하도 많이 봐와서 극도로 조심은 했다.
한데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인간시절의 실수로 색신이라는 소문과 용병신 때의 임무태도로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라는 별별 악소문은 다 나있는 상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쁜 평판은 바뀌어 지지가 않는다.
‘500주우주의 정예세력과 전면전을 승리로 이끈 나에게 무슨 하극상이란 말인가?
색신과 최악최흉의 마도신이란 악명덕분에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이런 곤란한 꼴이다.’
평판이 이러니 전공의 평가는 팍 줄어들고 주변의 인정과 도움은 고사하고 해코지를 안 당하면 다행이다.
과거를 안 부하들에게도 상위자로서의 위엄은 고사하고 반란이나 안 당하면 천만다행이었다.
자신이 부하 입장으로 생각해도 저러는 것이 이해가 가니 막 살았던 과거가 한스러울 뿐이다.
‘젠장-! 흑마도사에 인간 출신인 내가 설마 정식으로 신계에 받아들여지고 신계주신에 창조신까지 될 줄 알았나?
적당히 할 것을…….’
과거 용병신 시절의 과격한 행위에 대해서 할 말이야 많았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박약이었다.
미래보다 현재에서 욕망을 채울 쉬운 길과 승리가 바로 앞에 있는데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일족도 지원도 없는 용병신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구차한 변명이라는 것은 주신장이 된 지금의 자신이 더욱 잘 알았다.
이러니 절로 속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더욱 속이 뒤집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트가 말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왜 절 속였냐고요?”
“속인 것이 아니야.
그 당시의 나는 진심이었다.
단지 그 때의 상황이…….”
“신족으로 전향까지 했는데 당신은…….”
“나를 다시 믿어줘.”
“뭘 믿어…….”
서로 흥분하고 얼굴이 빨개져서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니 뒤통수에 혈압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남신이면서 저 정도의 경국지색의 미모라고 부를 정도의 용모와 실력과 신분까지 확실한 남성이 저렇게 용서해달라고 매달리면 여성은 안 넘어가기 힘들다.
리아스나가 마신족에서 신족으로 전향한 이상 정식 반려로 인정받기는 힘들다는 것은 아무리 철이 없어도 알고 있을 것이니 후궁으로 인정받기만 해도 만족할 것이다.
그러니 대충 저러다가 리아스나가 다시 페미니스트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 탓이다.
차원의 오리진님이 말씀하신대로 과거의 사랑과 다시 연결되는 아주 행복한 결말인 것이다.
‘아아-! 저러다가 못 이기는 척 저 쪽에 붙겠군.
이쪽은 살기 힘들어서 발버둥을 치는데 저 쪽은 사랑과 청춘이네.
얼굴과 능력, 세력이 전부인 빌어먹을 세상.’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서 막자니 3류 연애소설의 악역인 꼴이다.
더구나 차원의 오리진님께서 직접 주관하고 있으니 관여했다가는 절대로 좋은 꼴을 못 본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었지만 차원의 오리진님은 달랐다.
‘장난기어린 말과 행동으로 가려졌지만 냉정하고 잔혹한 완벽주의자이시다.
하긴 그런 성향이 아니시면 차원의 오리진님이 되실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럼 리아스나와 페미니스트가 겪을 고난이 보이는군.’
차원의 권능의 궁극은 새로운 세계창조다.
지금의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창조하여 말 그대로 절대자로서 군림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처음은 철저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완벽한 부정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물이 불을 끈다는 사실을 탐구하여서 정반대의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차원권능의 시작인 것이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규칙으로 채워진 세계가 차원이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성향이 완벽주의자에 냉철한 이성과 지혜를 가지는 연구자과 탐구자의 성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성 전부를 능가할 만한 광기도 있어야 한다.
그런 성향이시라는 증거는 창조신급 마도신인 자신의 행동을 예측했다는 점이다.
미래의 자신조차 현재의 자신의 행동을 예측을 못하고 결과만 기다렸다.
하나 차원의 오리진님은 사태가 커지기 전에 리아스나와 히메지나를 처분하려는 행동 자체를 사전에 막으셨다.
‘나를 예측하신다는 것은 결국 나와 비슷한 동류라는 뜻이지.
바람가의 오리진님께서 무슨 과거가 있기에 저렇게 되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지금도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리아스나와 페미니스를 쳐다보고 있지만 언제 돌변을 하실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가급적 자신에게 피해가 안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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