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9화
24, 25권
도저히 창조신으로 볼 수 없는 기적과 같은 힘의 과시에 기세가 올랐던 주신들은 완전히 경악하고 기세도 확 줄었다.
또 다시 넘볼 수 없는 힘의 차이를 느끼고 완전히 고개 숙인 주신들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은 더없이 통쾌했다.
그리고 주신계의 투신들의 뒤를 이어서 주신들 모두가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역시 각자에게 배당되었던 주신계를 향하여 차원문으로 뛰어들었다.
주우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차원권능의 힘을 보였더니 더 이상 지시를 어기려는 부하들은 아무도 없었다.
‘본래대로라면 아무리 내가 회색현재라고 해도 절대거리 코아의 연속사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10중심의 서명’과 ‘99초의 영웅신’을 조합하면 이렇게 10중심급의 힘도 가능하다.
정말 대단해-!
역시 한 방의 위력이 최고야.
안정 따위는 필요 없어.
99초만 안 넘기면 된다.’
단숨에 기어오르려 하던 부하들을 자신만의 힘으로 속 시원하게 찍어 누른 결과에 더없이 만족하여 10중심의 서명을 쓰다듬는 차원의 마도신이 나직하게 선언했다.
“같잖은 상급자 시험은 그만하고 덤비려면 지금 저 주신장들하고 연합해서 와라-!
당당하게 받아주지.
나는 이제 강자로다-! 크하하하하하-!”
지극히 감정을 건드는 유치한 도발인데도 누구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명령대로 각 주신계의 주신들에게 향해간다.
이미 빠른 곳은 주신장들과 창조신으로 승급된 예비 창조신들이 전투를 벌어지고 있었다.
역시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창조신으로 승급된 전력도 강했지만 주우주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차원권능에 완전히 허를 찔려서 대응을 잘 못하고 있었다.
‘직접 나설 필요도 없군.
주우주 전부를 영역에 두는 차원의 권능과 코아를 다중 영창하며 주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신으로 승급시킬 수 있는 나야말로 10중심급-!
주우주 최고의 경지이며 절대계에서도 상급 전사의 힘이다.
비록 주우주 한정의 최강이며 99초지만 이것도 어디냐?
이제 어떤 창조신도 겁낼 필요가 없다-!’
제한시간이 있지만 10중심급의 힘을 가지게 되어 더 이상 주우주에서는 눈치를 볼게 없어진 차원의 마도신이 득의의 웃음을 크게 지르는데 차원의 오리진이 곤란한 어조로 말을 했다.
“어라? 겨우 30초 남았네요.
너무 규격외의 힘을 사용하면 시간이 더 빨리 줄어드네요.
더 큰 힘을 사용했다면 바로 시간초과로 큰일이 날 뻔했어요.
시간 판단이 잘 안되나요?
경고음이라도 달아 줄까요?”
“헉-!”
의외의 지적에 다급하게 ‘99초의 영웅신’의 권능을 정지시키고 이마를 만져서 시간을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분명 아까 권능을 멈추었을 때는 60초가 남았었고 그 이후 5초도 안 지났는데 30초가 감소되어있다.
차원의 오리진님의 말씀대로라면 절대거리 코아의 9중창으로 25초가 단번에 감소된 것이다.
‘정말이다-!
그럼 제한시간이 일반적으로 감소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용한 힘에 따라서도 확 준다고?
그럼 99초도 안 되는 거야?
뭐야? 이거-! 사기잖아?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만 믿고 강해진 기분을 내면서 사용하면 엄청 위험하잖아?’
이마의 신령연옥 보석의 표면에 적혀진 시간이 감소하니 본인의 시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눈치를 전혀 챌 수 없는 것이다.
방금 전에도 차원의 오리진님의 경고가 아니었으면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고 통쾌하게 웃다가 제한시간을 초과하여 이유로 모르고 죽을 위기였던 것이다.
‘겨우 29초 남았다.
방금 차원의 오리진님의 주의가 아니었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안심했다가 그대로 말소될 뻔했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방금과 같은 정도의 힘을 사용하면 정말 죽나?
그래도 이 정도 힘을 가졌으니 아까워서라도 안전장치라도 몰래 해두지 않으셨을까?’
불안한 시선으로 차원의 마도신이 고개만 뒤로 돌려서 쳐다보자 장난기가 가득 어린 얼굴을 한 차원의 오리진이 양손을 주먹을 쥐고 가슴에 모았다.
그리고 과장되게 양손을 밖으로 펴면서 말했다.
“펑-!”
“헉-!”
뭐가 터지는지 다시 물어보지 않아도 되었다.
차원의 오리진님의 자상한 설명이 뒤를 이은 것이다.
“당연히 끝이랍니다.
아무 이유나 보상도 없이 도와 줄 정도로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그러니 과분한 힘을 사용할 경우의 불규칙한 제한시간 감소도 항상 염두에 두고 싸우세요.
물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조정해 주었으니 더 이상은 수정 안 해줘요.
그러나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방심하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이런 긴장감이야말로 흥미진진하지 않아요?
여기에 약자를 위해 봉사하느라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영웅의 고뇌도 무척 흥미가 있지요.
강자가 왜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약자보다 더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는 없어요.
그렇게 살려면 뭐 하러 힘들게 노력해서 강해지지요?
그럴 바에는 자기도 힘을 포기하고 약자로 보호받으면서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악착같이 그러지 않아요.
강자는 불행하고 약자들은 그 보호에서 행복하다?
거참-! 이런 억지와 같은 이야기가 이계에서는 잘 통한다니 의문투성이라니까요.
가서 직접 잘 시험해보세요.
어차피 진리 할아버님의 대리는 할 일도 없을 것이니 좋은 경험이지요.”
“!!!”
더 이상 권능을 수정 못해주고 못을 박고 거기다 주신장의 입장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영웅노릇을 하라는 말이다.
물론 영웅놀이는 팔자에도 없고 할 생각도 전혀 없다.
그러나 지금 아주 가볍게 이야기를 하셨지만 상위 직속 오리진의 말이다.
‘수련 때도 흘려서 한 말에도 반응과 조치를 못 하면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고 바로 파멸유혼검이 날아왔었지?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훈련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지나가는 말이라도 무시를 했다가는 절대로 좋은 꼴을 못 본다.’
자신의 재능이 부족해서 제대로 결과도 안 나오는데 3만 년을 붙잡고 늘어져서 결국 여기까지 만들어낸 바람가의 오리진의 끈질김과 오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다.
그러니 지시나 명령도 아니지만 하기 싫어서 아무것도 조치를 안 하면 정말 후환이 두렵다.
‘이계의 판타지 소설을 읽고 주인공이 어리석다고 비웃기까지 했는데 아무래도 납득가실 정도로는 해봐야겠네.’
보상은 고사하고 아무 이득도 없이 손해만 보는 결코 하기 싫은 영웅노릇을 할 생각만 해도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었다.
지금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반대를 하려해도 현재의 입장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
비록 빌려주신 것이지만 ‘10중심의 서명’과 직접 개입의 이득이 너무 크다.
이미 의사가 확고하신 것 같아서 더 이상 반대를 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그냥 이계의 소설이라니까요.
실제로 강자들이 그렇게 살 리가 없습니다.
아니 그보다 저를 이계에서 영웅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것을 포기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제 의사는 무시입니까?
진리대리가 정말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무엇보다 상위자의 지시를 안 듣는 하위자는 용서 못할 불효자와 같다고 바로 처리하겠다는 처음의 살기와 의지는 진짜였다.
정신체의 상위존재인 영원체의 살의를 직접 겪어보니 살이 떨릴 정도였다.
‘도움은 고사하고 끝까지 말을 안 들으면 오히려 내 목숨이 위험해.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차원의 오리진님이 나에게 화를 내시고 가버리시면 큰일이 난다.
부하들의 반란도 문제지만 주신장들을 처분할 시간이 부족하다.’
‘99초의 영웅신’의 남은 제한시간 30초로는 다른 주신장들을 완전히 제압 못한다.
여기에 휘하 주신들이 반역이나 반항을 감히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강함도 있지만 바로 차원의 오리진의 가호덕분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다.
현재 도와주시는 것이 너무 크니 적극적으로 거절할 수도 없다.
결국 차원의 오리진님이 이렇게 직접 도와주시는 의도대로 완전히 말려들어 버린 것을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결국 이계의 소설 속의 영웅들을 직접 보고 싶은 차원의 오리진님의 계획대로 될 것이다.
게다가 똑바로 쳐다보시면서 확인까지 하신다.
“꼭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신들을 이계에서 다양하게 시험해 보세요.
이건 사적이나 공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일이예요.
본인이 힘들면 시키기라도 하세요.
그러나 반드시 모든 경과와 결과보고를 정확하게 직접 보고해야 해요.
알았지요?”
‘직접 하지 않고 시켜도 된다.
나 이외에 누가 이계에 또 있다고?
그래도 조금은 봐주시는군.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모양이야.’
“예. 알겠습니다.”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 힘없이 대답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불손한 태도에도 차원의 오리진은 기분나빠하지 않고 환하게 웃었다.
강자의 도움과 희생만을 바라고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려는 무가치한 약자들의 징징거리는 소리를 들어주는 것은 무척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바람가의 오리진의 명령이라고 해도 제대로 할 리가 없고 결과도 똑바로 나올 리가 없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이 대답을 한 이상 반드시 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결과만 잘 나오면 되는 것이다.
‘이걸로 준비가 조금 쉬워지려나?
이계에 대한 시험결과가 많이 필요한데 내가 직접 하면 흔적을 안 남길 수가 없어.
들키면 진리 할아버님에게 혼이 많이 날 것이니 조심해야지.’
물론 자신이 진리대리이자 영원체로서 이계에 직접 개입하면 문제는 없으나 특이한 환경과 주변여건을 고려하면 무척 귀찮다.
겨우 이정도의 지원과 절대기의 대여로 끝나면 아주 남는 일이었다.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을 떠맡아서 잔뜩 골이 난 차원의 마도신의 음성이 험악하게 울린다.
“너희는 왜 안가냐?
과거의 숙적에 결혼사기를 벌여 너희를 이 꼴로 만든 원수인 페미니스트의 목 따러 안 가냐?
너희는 정령계로 보내버리고 자기는 주신장이 되어서 반려에 후궁들 수십 명을 두고 잘 살고 있는데 아직도 오해나 착각이냐?
이 기회를 놓치면 너희에게 다시 기회가 올 것 같으냐?
평생 패배자에 멍청이로 고개 못 들고 살래?
그보다 다른 주신들은 다 싸우는데 이런 추태를 계속 보이면 나중에 탄핵당해 또 정령계 행이다.
사랑이 밥 먹여 줘?
그 고생을 했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것 아냐?
어쩌려고 철없이 이러냐?
젠장-!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냐?”
모든 주신들이 다른 주신계로 싸우러 갔는데 멸신홍염 살신흑뢰(滅神紅炎 殺神黑雷) 리아스나와 히메지나가 남아있었다.
자신의 힘에 눌려서 더 이상 반항을 포기하고 차라리 적과 싸워 공을 세우기로 결정한 다른 주신들과는 달리 이들은 과거의 연인과 싸움을 거부하고 결국 남은 것이다.
창조신의 군세로 창조신의 신격을 얻어서 강화된 멸신(滅神)의 붉은 불꽃도 가동시키지 않고서 한 곳만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우려대로군.’
지금은 페미니스트라 부르나 과거에는 레이디 퍼스트로서 모든 여신들의 꿈이었던 존재였다.
과거에 일족과 종족조차 버리고 사랑했던 존재를 바라보는 리아스나의 눈에서 끝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바닥에 떨어진다.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고 주신계의 전장으로 이끌려 하는 히메지나의 다급한 부름만이 울렸다.
“리아스나님. 지금 이러시면 안 돼요.
제발 싸워 주세요.”
“…….”
‘누가 주군인지 모르겠군.
하긴 본래 권능의 강함에 따라 주도권이 결정되는 일족이었지.
그럼 리아스나가 히메지나보다 강하다는 뜻인가?
믿기 힘들군.’
멸신흑뢰(滅神黑雷) 마신족은 특이하게도 2개의 일족이 공존하는 일족이다.
신의 권능을 태우는 붉은 불꽃과 신체를 파괴하는 검은 번개를 가진 각 일족은 마신족의 명문이다.
이들은 완전히 다른 일족이면서 완전히 보완된 권능을 가진다.
개체로도 강력하지만 이들은 진정한 능력은 권능을 연동시키는 순간 나타난다.
한 쌍이 되면 초월 권능이상으로 위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최고의 숙련도에 이른 이들 일족 마신 2명이 합공을 하면 마신왕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위력을 보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돕는다면 거의 무적이나 불행하게도 사는 지역이 인접하고 누가 우위인지를 가리기 위해서 끝없이 싸웠다.
그러나 이런 무의미한 투쟁은 ‘멸신염(滅神炎)’과 ‘살신뢰(殺神雷)’의 권능을 완전히 통합한 멸신흑뢰 마신족의 오리진이 탄생됨으로써 전쟁은 끝나고 통합되어 마신족의 지배세력으로 올라섰다.
용병신 초기에 신족의 편에 서서 싸웠던 때 만났던 이들 마신이 합쳐진 힘은 감히 주신급의 마도신이 접근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용병신까지 다수가 포함된 신계전력이 단 둘을 당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패퇴를 당하다가 가까스로 강제분리를 시켜서 이긴 기억은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 강력한 힘에 대한 선망에 가까운 기억에 있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신상기록까지 위조하여 신계에 포함했는데 다 헛짓이었다.
너무나 허탈해졌다.
‘그 마신들은 상대하는 상위의 주신들이 쩔쩔매다 용병신까지 고용해야할 정도였는데 내 부하는 이게 무슨 꼴인가?
아니 이게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자들의 말로인가?
순간의 감정에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군.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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