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3화
24, 25권
차원의 마도신의 날려진 몸에 의해 순식간에 완전히 두 조각난 원탁과 커다란 구멍이 난 주신전의 정문을 번갈아 보면서 완전히 몸이 굳어버린 주신들이었다.
지식의 주신이 당한 공격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차원의 오리진이 방금 한 차원의 마도신에게 한 행동은 보았다.
그것은 절대 공격이 아니었다.
‘그냥 한심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톡 밀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아무리 바람가의 오리진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위력이지 않아?’
마치 아기가 이유 없이 울면서 칭얼거리자 이마를 톡 치는 수준이었는데 결과는 상급 창조신급인 차원의 마도신이 공깃돌처럼 날려졌다.
그리고 불멸의 권능으로 만든 원탁과 신계에서 가장 강력한 강도를 가진 주신전의 파괴였다.
그런데 정말 당황한 것 같은 차원의 오리진의 말이 울렸다.
“어어어어라? 왜 이렇게 되지요?
참-! 지금 파멸유혼검이 없네요.
그래도 이렇게 힘 조절이 아예 안 되나요?
주우주라서 그런가?”
그런 소리와는 별도로 원탁과 주신전의 벽만으로도 모자라서 아직도 무엇인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저 멀리서 계속 울렸다.
쿠쿠쿠쿠쿠쿵-!
신계의 신전이 몇 개가 박살이 났는지 모르지만 파괴되는 소리는 한참 뒤에야 멈추었다.
그리고 아주 멀리지만 차원의 마도신의 신력과 생명력이 위태롭게 떨어진 것이 느껴진다.
“499주우주 차원일족의 오리진. 아직 살아있나요?
벌써 죽었나요?
지금 다시 살려줄까요?”
“…….”
당연히 죽은 것을 확신하는 차원의 오리진의 말이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그러자 주신들은 더욱더 긴장을 했다.
장난과 같은 접촉에 주신인 자신들조차 힘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강대한 차원의 마도신이 당장 생사불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력 1,000조가 넘는 바람가의 오리진이 주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다시 절실하게 깨달을 정도였다.
그리고 대답이 답답해서 정신 차리라고 톡 밀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이 안 갈 정도의 타격을 받고 뻗은 차원의 마도신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는 차원의 오리진이었다.
“휴우-! 이거 파멸유혼검이 없이는 힘 조절이 잘 안되니 주우주에서는 활동이 힘들겠네요.
그럼 ‘10중심의 서명’을 빌려주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야 하나요.”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주신전에 광풍이 불고 창조의 신력이 발동되어 빛에 휩싸였다.
파아아아앗-!
그러자 완전히 박살이 났던 원탁과 주신전의 벽이 순식간에 복구가 되고 어느새 영광의 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한 차원의 마도신이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었다.
“하하핫-! 분위기가 별로 안 좋기에 조금 장난을 쳐보았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499주우주의 창조신이라면 얼마든지 활동을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연구할 것이 무한한 ‘10중심의 서명’을 바로 반납하기는 절대로 싫어서 하는 책임지지 못할 소리였다.
아무런 손대중이 없이 직접 겪어보니 바람가의 오리진은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 정도가 어쩔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은 멀쩡해 보이지만 차원의 오리진님의 손가락에 대어진 순간 뒤통수는 완전히 박살이 났고 몸은 튕겨져 나가면서 원탁과 벽에 충돌한 덕분에 전신의 뼈가 일순간에 거의 박살이 났었다.
흐려져 가는 의식대신 튀어나온 흑염의 권능이 회복시키고 근원의 칭호가 소모된 생명력을 보완했다.
그리고 현실부정의 마도로 타격의 잔류영향까지 완전히 제거해서 무사한 것이다.
‘이것도 마도신의 오리진님께 수없이 두들겨 맞으면서 신체가 강화되어 일격에 안 죽어서 이런 방식이 가능하지, 과거였으면 바로 죽었다.’
그리고 단숨에 차원의 마도신의 신체상황을 파악한 차원의 오리진이 감탄을 했다.
“호오? 멋진 회복력과 방어력, 생명력에 대한 권능의 연속발동이군요.
거기에 역시 마도신의 오리진 할아버님에게 제대로 수련을 받은 것 같아요.
적이 노리는 약점을 최대한 단련시켜 오히려 필살의 함정으로 만든다는 것이 그분의 기본적인 수련방침이지요.
마도신이지만 그 정도의 타격에 대한 저항과 회복이면 어지간해서 맞아서 죽을 일은 없겠어요.
그런데 왜 안 죽었지요?
지금 확인을 해보니 창조신의 신체가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는데요.
창조신의 권능이 영원체에게 통할 리가 없는데요?
혹시 권능이 아니라 순수한 맷집인가요?
어디 다시 확인을 해볼까요?’
왜 안 죽었는지 질문을 쏟아내면서 당장이라도 시험할 기세를 보이시자 질색을 하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다급하게 대답을 했다.
당장 실험체가 될지도 모르는데 숨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께서는 본능에 흑염의 권능과 불가해의 팔시조의 방어권능이 안착되면서 신체가 강하게 변화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안 되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한계를 넘는 타격이나 의식을 잃으면 권능까지 자동으로 발동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일격으로 죽지 않습니다.
저번에 흑염의 절대자의 강림도 이것으로 버티었습니다.”
“흑염의 절대자의 강림조차 견디고 그대로 유지하는 창조신의 신체라?
그럼 어떤 타격에도 즉사는 없다는 뜻인데 그 정도 권능이나 신체가 있던가요?
초대 근원(根源)도 그러지는 못했는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익힌 권능을 발동조차 못하고 있는 바보짓을 고백한 셈이지만 그것이 절대권능 중 최고위인 10중심의 권능이면 전혀 부끄럽지가 않았다.
‘어설프다 욕하지 마라.
너희들은 흉내도 못 낸다.’
자신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기는 차원의 오리진과 주변 주신들의 입이 딱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여신부의 일은 어떻게 넘어간 것 같다.
천만다행이다.’
겨우 주우주 신계의 일개 처부의 일이야 창조주와 동격인 차원의 오리진님께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단지 기분이 나쁜 사항이니 흥미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신계에 관심이 없으시게 일을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
하극상 처리를 완료하고 이계로 갈 때까지 여기 계실 생각이시야.’
차원의 오리진님 때문에 벌어질 문제를 생각해보니 아찔했다.
방금처럼 본인은 장난처럼 하지만 감당을 해야 하는 자신은 신계만이 아니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할 것이다.
‘되도록 빨리 이계로 가야지 잘못하면 끝장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금 보니 차원신계의 전쟁준비는 언제나 내전발발 직전이라서 만전상태라서 바로 끝났고 주신계는 당장 시작하자고 할 정도였다.
전능의 휘와 주신전을 벌이면서 겪은 전쟁의 흥분과 힘의 증명에 투신들의 전의가 끝없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였다.
주신계와 차원신계의 전력배분만 조금만 자신이 조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준비를 한다고 시간을 끌수록 문제만 커진다.
적이 준비가 강화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야.
일이 커지고 늦추어질수록 허술한 입장인 내가 자멸당하겠다.’
그래서 바로 시작할 결심을 끝내고 주신계에서 전투준비를 위해 대기 중인 관리주신과 예비 창조신들을 화상으로 호출하여 바로 지시를 내렸다.
“각 주신계를 연결하라.
직접 지시를 하는데 관리주신의 목을 가지고 사과하지 않는 주신계는 바로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주신장 서열 2위 페미니스트와 다른 주신장들이 화상면담을 요청하고 대기 중에 있었습니다.”
“바로 연결하라.”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차원의 오리진님의 손가락 접촉에 안 죽은 이유를 어느 정도 분석한 차원의 오리진님이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또 신계의 자료를 들썩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상대화를 위해 주신장들의 모습이 주신전의 허공에 비추어지자 신계자료의 검색을 멈추고 시선을 그들에게 향하는 것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차원이 마도신이었다.
‘살았다.
어떻게 적보다 아군이 더 위험하냐?’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빨리 진행을 하는 것이 유일하게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차원의 주신전의 허공의 화상에 모습을 보인 주신장은 9명이었고 이번에 관련된 대상 전원이었다.
각자의 등에서 빛나는 26쌍의 빛의 날개가 찬란하게 주신전을 비추고 눈에서 번득이는 투기의 빛이 위압감을 풍겼다.
강렬한 권능이 발산하는 휘광은 주신들이 한순간 눈을 감고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주신장들의 전력신력전개로 화면에는 빛의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차원의 마도신은 아무런 미동도 없다.
하품이 나올 것 같은 표정만 지으면서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
‘가소롭다.
수작은 대충 좀 해라.’
중급 창조신 정도의 주신장들의 전력 신력개방이면 주신이라면 감당 못할 압박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상급 창조신 정도의 신격을 보유한 자신과는 이미 관계가 없었다.
위축은 고사하고 그동안 하도 높은 분들과 관련된 의뢰로 상위의 신격을 무차별로 겪다보니 가소로울 정도였다.
‘높으신 분들만 겪다보니 이 정도의 위력행사는 반응하기조차 웃기는군.
그래도 9개가 동시에 모이니 밝기는 무척 강하네.’
지금 직접 각 주신장들의 능력 확인을 해보니 역시 주신전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주신장 9명은 12써클에 도달한 마도신의 권능만으로도 감당이 가능한 전력이다.
여기에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자격까지 갖춘 자신에게 주신장들은 적이 될 수 없었다.
단지 나중에 논란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하는 이런 절차에 지겨움을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합쳐서 발산한 전력신력전개에도 차원의 마도신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은 주신장들이었다.
상급 창조신이라고 해도 중급 창조신으로 평가받는 자신들 4명이면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9명이 모인 기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낸 것이다.
각자의 주신계의 영광의 자리에 앉아있지만 이미 은밀하게 연결한 연락망으로 바쁘게 의사교환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전력신력개방으로도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허세인가?’
‘허세라면 신력의 대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미조차 없다.’
‘설마 평가가 또 잘못된 것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창조신장님이 얼마 전에 점검하신 것을 또 조정할 만한 시간이 없다.’
‘서열이나 평가에 지금 손을 대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하려고?’
창조신계가 유지하고 있는 서열의 평가는 기존의 융통성과 조정을 눈치를 챈 창조신장님에 의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뒤바뀌고 겨우 안정화되고 있는 중이었다.
관련된 기존의 책임자들은 모든 직위를 잃고 정령계로 보내지거나 특위라는 이름으로 권위와 권력을 잃고 추락을 했다.
그런데 그런 처분을 한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문제가 발생할 리가 없었다.
권태조차 어린 표정인 차원의 마도신과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주신장들의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짜증난다는 음성이 터져 나왔다.
“인사 안 하냐?
직속 상위자를 만났으면 먼저 고개부터 숙이고 인사부터 해라!
어디서 배운 예의범절이냐?
내가 먼저 숙이랴?
응? 이 싸가지 없는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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