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1화
24, 25권
바람가의 대지에서 우뚝 솟아오르는 주우주들을 보면서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꼴도 보기 싫은 영원체들을 모두 저 주우주를 만들자마자 바로 절대계의 중앙에서 쫓아내고 강제로 창조주들을 맡겼다.
그 이후는 계속 수준을 높여서 완벽한 영원체로 만들어서 안정시켜 왔으니 효과는 컸다.
절대계와 완전히 구성 자체가 다른 이계지만 주우주들로 만든 결계로 인하여 제약이 바람가의 본가 영역에서는 깨어진 것이다.
차원의 권능이 포함된 주우주들이 완공되기 시작하면 그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람가의 총력으로 주우주들의 건조를 서두르고 있었다.
노리는 것은 단 하나였다.
‘계획대로 되면 바람가와 10중심들이 온전하게 신력과 신체를 유지한 채 이계에서 활동이 자유롭게 된다.
영원한 행복의 유지를 위해 다음으로 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대로다.
겨우 주우주의 주신들 수준이 지배세력의 대부분인 이계에 절대계의 최강의 전력들이 온전하게 구현되는 것이다.
당연히 막을 힘이 없는 이계의 입장에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를 하려고 했다.
하나 자신과 바람가의 후손들이 지키고 있는 이상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계는 절대계의 영향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행성 외곽에서 결계를 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한계였다.
‘약해빠졌으면서도 자존심만 내세우는 한심한 것들-!
계속 나의 방해만 하면, 절대계와 주우주의 모든 정비가 끝나면 다음에는 너희들 차례다.’
행성을 통째로 둘러싸고 결계를 펴고 있는 이계의 신들을 둘러보면서 마음속으로 웃으며 파멸유혼검을 휘둘렀다.
가벼운 움직임이지만 그때마다 달려들던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폭풍에 가랑잎이 날리듯 튕겨지고 있었다.
500만이 넘은 바람가의 후손들과 전부의 대련이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절대계와 주우주도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고 멸망하는 위기도 아닌 단지 단련의 과정이었다.
과거 전부를 걸고도 감당이 힘들어서 무수히 패배했던 1대 10중심과의 치열했던 전쟁을 이겨낸 진리에게 지금은 너무나 평화로운 시기였다.
다른 존재에게는 피가 마르는 생존의 경쟁 속이지만 말이다.
차원의 오리진의 섬뜩한 경고와 화끈한 보상을 받고서 잔뜩 독기를 품고 주신전에서 기다리던 차원의 마도신처럼 말이다.
‘아아-! 정말 세상 요지경일세.
결국 내가 문제였나?
내가 병신이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주신들을 소집 후에 신계주신인 자신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보고에 결재만 하면 되었다.
왜냐하면 긴급 소집이 되었는데도 한 명도 남김없이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여주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의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식의 주신은 주신계의 관리주신과 어느 정도 연합전력의 구성계획이 되어 있었고 태초의 투신들까지 투입할 준비까지 완료되어 있었다.
용건이나 추궁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니 허탈해지는 것이다.
‘아아-! 내가 없어도 신계 참 잘 돌아간다.’
이제 보니 전율의 진군을 포함하여 투입할 수 없는 자신의 직속세력을 제외한 전 신계의 전력들이 이미 거의 세부전술까지 완성되어 결재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가 지식의 주신이 모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주신전에 달려오자마자 공손하게 올린 전쟁계획서의 제목이었다.
‘주신계 동시 함락계획.’
제목부터 휘황찬란한 황금빛의 글자로 지극히 공을 들여 만든 것이 확실한 보고서를 보면서 솟아오르는 황당함을 멈추지 못했다.
이미 다른 주신들의 참고와 검토가 끝났는지 참조서명까지 완료되어있다.
말 그대로 신계주신인 자신이 결재만 하면 끝이었다.
명령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잘 준비를 했으니 감사를 해야 하는데 정말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주신계 함락?
아무리 보아도 정상적인 신들이 만들 제목은 아닌데 이게 무슨 마신왕계와 창조신계의 전면전이냐?
더구나 이런 세밀한 계획과 준비는 한순간에 안 나와.
서로 상의까지 끝냈어.
이것들이 내가 주신장이 되면 하극상 때문에 이렇게 될 것을 아예 모두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아 젠장-! 그런데 세부계획까지 완벽해서 바꿀 수도 버릴 수도 없네.
덕분에 짜증나서 미치겠다.’
거의 완벽하게 전쟁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반발을 우려하여 각 주신들을 개인적으로 참전 설득을 하려던 자신이 완전히 광대 짓을 한 셈이다.
그렇다고 자신도 모르게 이런 계획을 진행했다고 화를 내기에는 명분이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내용도 주신수준으로는 완벽했다.
최대 중급 창조신 정도로 평가받는 강력한 주신장들이 버티고 있는 하위 주신계들을 동시 공략하기 위해서는 역시 주신장과 예비 창조신들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계획의 전제와 제한사항은 자신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하극상을 징계하기 위해서 벌이는 전쟁이니 결코 내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간을 끌어서 혼란이 길어지면, 상위의 창조신들이 개입할 명분과 여유를 주면 오히려 무능력한 주신장으로 낙인이 찍힌다.
어디까지나 철저한 속도전에 근거한 전격전을 벌여야 한다.’
단지 차이는 자신은 1시간이지만 지식의 주신은 1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지식의 주신은 창조신이 되면 주신장조차 능가할 만한 강력한 권능으로 여주신들을 ‘창조신의 군세’로 승급시켜 순식간에 제압을 하고 바로 다른 주신계로 차원이동하여 연속전투를 벌이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주신계간의 전투이니 전뇌계를 활용한 초장거리 도약은 금지되겠지만 차원의 권능을 활용하여 이동시간을 단축하면 하루 만에 완료가 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각 주신계의 신속한 제압을 위해 첨부된 각 주신장들의 권능과 장단점들의 분석은 놀랄 정도였다.
거기에 따라서 선두에 설 여주신들과 전력들의 배치도 기가 막혔다.
‘이걸 모든 주신들이 숙지하고 있다면 정말 내 권능으로 창조신으로 승급된 주신들만으로도 할만하다.
주신계의 예비 창조신들조차 나설 필요가 없다.
창조신의 시각으로 조금만 보완하면 더 없이 좋기는 한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자신의 ‘창조신의 군세’에 대한 내용이 완전히 개방되었기에 나온 계획이었다.
거기에 따른 전력의 상승까지 감안하면 정말 자신은 권능을 발동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었다.
요즘 자신에게 쓸모없는 말만 하고 정작 본인과 태초의 투신들은 약해서 구박만 받던 지식의 주신이 자신만만할 정도의 완성도였다.
‘주신계와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신계의 주신들만으로 다른 주신계를 제압한다면 누가 감히 나에게 덤비겠는가?
확실히 가장 나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왜 전제가 반드시 내가 하극상을 당한다고 되어있는데?
당하기 전에 조언이라도 해주면 안 돼?
일이 벌어지기만 기다렸다는 뜻이잖아?
내 입장으로는 필연적인 상황이라고?
이것들을 전부 그냥-!’
자신의 계획보다 효과까지 더 컸지만 감정적인 불만이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하극상 때문에 힘들게 될 것을 예측하고 철저히 준비를 했다가 완벽한 조치계획을 내미니 완전히 당한 셈이다.
그래서 절대로 논리적이고 냉정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을 했지만 휘하 주신들이 이 계획을 준비하면서 비웃었을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래서 뭐라고 쏘아붙이려고 했는데 옆에서 재미있다는 어조가 들려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와아-! 정말 유능하네요.
이정도로 상위자의 곤란을 예측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다니 대단해요.”
차원의 오리진님의 감탄하는 소리가 신계주신의 영광의 자리 바로 뒤에서 울린다.
그리고 감격에 찬 지식의 주신의 목소리도 울리는데 심각하게 거슬렸다.
“바람가의 오리진님께 칭찬이라니 더없는 영광이옵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칭찬을 하고 감사를 한다.
그 가운데에 낀 자신은 전혀 할 일이 없다.
지금 주신전에서 가장 강하고 높은 존재는 자신이 아니었다.
신계주신의 영광의 자리 뒤에 높이 솟아 오른 상위자의 자리에 차원의 오리진님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모든 것을 보고 있으신 것이다.
빌려주신 ‘10중심의 서명’의 사용법을 알려주시고 바로 저 상위자 자리를 만들어서 앉아 계시는데 용건이 끝났으면 그만 가시라는 말은 당연히 할 수가 없었다.
‘바람가의 교육대로라면 버릇이 없다고 맞아죽을지도 모르지.’
회의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서류까지 들추고 계신 것이 전혀 가실 생각이 없어보였다.
저기에서 지식의 주신이 바친 전쟁계획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계셨다.
겨우 주신계의 전쟁계획을 창조주와 동급인 존재가 흥미가 있을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왜 창조주님을 만나러 안 가시고 여기 계시지?
나를 그렇게 못 믿겠나?
그만 가시면 안 되나?
부담되어서 미치겠네.’
조금만 기분이 나쁘면 바로 두들겨 패고 너무 힘의 차이가 나서 꼼짝없이 맞아야 하는 상위자가 바로 뒤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불편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휘하 주신들이 보고 있으니 불만도 안 생길 리가 없다.
여기에 차원의 오리진님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라서 저 기가 센 주신들이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극도의 공경의 예를 표시하고 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면 당장 반박할 기세였던 주신들이 저러니 완전히 딴 세상과 같았다.
‘아아-! 여기 난장판이라던 내 신계 맞아?
누가 신계주신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전쟁준비가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는데 당사자인 자신은 전혀 몰랐으니 화가 안 나면 이상했다.
뒤에 차원의 오리진님이 계셔서 악착같이 참다가 발작이 일어날 지경이다.
결국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는데 차원의 오리지님의 지시가 떨어졌다.
“아주 잘 했으니 웃으면서 칭찬하세요.”
“이번에 정말 잘했다.
아주 고맙다.”
속마음과는 전혀 반대로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억지미소의 표정과 거짓 치하에 말하는 당사자나 듣는 지식의 신조차 어색하기가 짝이 없었다.
이런 이유는 차원의 마도신과 신계주신이 되고서 좋게 얽힌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식의 주신의 입장으로서는 툭하면 여기저기 전쟁과 분란을 일으키는 차원의 마도신이다.
그래서 본의가 아니게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야 했기에 전혀 본심이 아닌 칭찬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는데 차원의 오리진님의 밝으면서 소름이 끼치는 의미를 가진 혼잣말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이 주신전에 울렸다.
“어라? 신족들이 분위기가 왜 이럴까요?
신계주신이 치하를 하는데 하급자가 응답이 없다니 이렇게 싸가지가 없을 수 있나요?
요즘 신족은 기강이 많이 해이해졌네요.
창조주님에게 신족들 버릇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한마디를 해야겠네요.
그런데 여기 499주우주 창조신장이 승가람마인가요?
아-! 칭호를 고르다가 본가까지 와서 고생을 자초한 그 아이군요.
오래간만인데 직접 만나서 기강부터 잡아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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