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4화
23권
일족의 관리는 후계에게 맡겨놓고 수련에만 매진했던 그들이 일족의 존폐조차 흔들리는 너무나 커다란 피해와 관리영역이 줄어드는 것을 참지 못하고 참전준비를 하고 있었다.
힘이야 기존의 지배층들을 능가할 정도지만 절대계의 정기를 흡수한 창조대신보다는 약하다.
오리진의 강함은 일족의 생성과 강화에 있지 직접전투에는 별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약한 놈들이야 죽든 살든 관심도 없지만 이들만은 달랐다.
‘저놈들은 죽으면 안 되는데 싸우려고 하네.
저들만은 기존의 지배층처럼 바로 대체할 수가 없어.
하나라도 죽으면 회색영역의 발전도가 바로 떨어진다.’
주우주에서 대부분의 정기생산을 총괄하는 창조대신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큰일이지만 절대계에서 자연 생성되고 자신이 만들어낼 정기라면 감당할 수 있다.
하나 절대계 일족의 오리진은 그렇게 안 된다.
오리진이 죽으면 일족까지 극도로 약화되는 것을 감안해야 했다.
지금 참전하려는 오리진들이 전멸하는 날이면 자신조차 아찔할 정도의 정기가 추가로 필요하다.
저들은 결코 대체 불가능한 강자들인 것이다.
‘진리의 말대로라면 오리진인 이들은 절대계의 보물이다.
이렇게 대책 없이 잃으면 큰일 난다.’
지금도 자신이 만들어낼 창조신장성의 정기까지 포함되어 아슬아슬하게 진리의 허용범위선인데 절대계 오리진들의 전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정말 무사하지 못한다.
회색영역의 발전도가 바닥까지 떨어지자 진노한 진리의 파멸유혼검이 가차 없이 자신을 두드리는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주우주보다 2써클 이상의 우위의 발전유지는 모든 행동을 용서받는 10중심에게 걸린 유일한 의무다.’
그런데 이 중요한 발전유지가 위태로운 것이다.
자신이 직접 개입하면 전쟁을 멈출 수는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자신이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히려 불을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 될지도 몰랐다.
‘대신족은 모르지만 오리진들은 죽어도 나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후계들을 하극상으로 죽여 버린 것이 나이니 말을 들을 리가 없지.’
하극상을 처단할 때는 속이 시원했는데 덕분에 회색영역의 일족들에게 정당하게 개입을 할 명분이 없었다.
아니 오리진들이 후계를 죽이고 자신들의 영역의 절반이상을 강탈하여 대신족에게 준 회색의 절대자를 따를 명분이 없다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반발을 당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오리진들이 면전에서 말을 안 듣거나 대들면 자신이 분노하여 직접 처단할 확률이 너무나 컸다.
창조대신들에게 오리진들이 죽는 것을 막으려 하다가 자신이 성질을 못 이겨 다 죽여 버리면 당연히 안 하니만 못하다.
“아아. 이거 큰일 났다.
결국 붙네.”
쿠우우웅-! 쿠우우우우-!
전투준비를 완전하게 마친 오리진들이 드디어 창조대신들과 격돌하기 시작한다.
겨우 인간크기의 오리진들의 돌진에 여기저기서 거대행성 크기의 창조대신들이 무참하게 뒤로 튕겨지면서 날려진다.
이제까지 다수를 상대해도 우세했던 창조대신들이 당황해하는 신언과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렸다.
절대계의 오리진들의 힘에 호위를 하던 주신들이 마치 폭죽처럼 터져나가는 것이었다.
오리진들의 기습적인 공격에 일순간에 엄청난 타격을 받은 대신족이다.
그러나 흑염창조대신 성멸(星滅)에게 전투력이 밀려서 대신족 서열 2위이지만 실질적인 지배자인 대의(大義)가 나선 순간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웅-!”
‘절대계의 오리진들이 드디어 직접 전선에 나섰는가?
모든 창조대신들은 행성장갑을 벗고 본체를 해방하라.
이들만 잡아내면 전쟁은 끝이다.
회색영역은 대신족의 것이 된다.
패배자에 재활용 신족이란 오명을 이 순간 벗는다.’
“우우우우우-! 웅-!”
‘주신들을 물러나라-!
방해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종족의 명운을 건 총력전이다-!
예비 창조대신들과 주신들은 물러서서 최대한 종족권능을 발동하여 지원하라.’
여기저기서 긴급명령이 쏟아져 나오고 대신족의 주신들이 마치 썰물처럼 전선의 후방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아무리 강대한 절대계의 오리진들이라도 대신족의 공간이동은 진리가 직접 추가한 엄청난 수준이라 막을 수가 없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창조대신들의 변화에 주신들 따위는 신경을 쓸 수가 없다는 점이 맞았다.
은색의 행성 표면이 갈라지면서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신멸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파우우우우우우우웅-! 쿠우우우웅-!
전선을 일순간에 가득 메운 신멸포의 난사를 막아낸 어렵게 오리진들은 다음에 보이는 광경에 경악을 하고 말았다.
은빛으로 빛나는 완전 갑옷을 입고 수많은 신기까지 장착한 투신들이 거대한 행성크기의 신체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마치 구속구에서 풀려난 듯 신력조차 급상승하고 권능의 위력조차 강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체행성장갑이라는 봉인에서 해방된 창조대신들이 신기를 자신들에게 겨누자 엄청난 위기감이 밀려왔다.
‘무섭군. 이것이 대신족의 창조대신들의 진정한 힘인가?’
절대계의 오리진인 자신들조차 구속된 행성상태의 창조대신은 만만치가 않은 상대였는데 해방되고 나니 힘의 격이 달랐다.
이제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목숨을 거는 전투는 두렵지 않으나 오리진인 자신들이 죽으면 회색영역의 대부분의 일족들의 권능이 급락하고 여기에서 도망을 쳐야 할 것을 생각하니 섬뜩한 위기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상대가 저렇게 나온 이상 다시 물러갈 수도 없다.’
이제 오리진으로서 일족의 명운까지 걸어야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절대계에서도 최상급의 강자들인 오리진들의 입에서 저절로 한탄과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진리시여.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이시여.
정말 우리들을 모두 처분하고 대신족으로 교체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리 우리가 잘못했다하나 너무 하신 처사이시오.”
회색의 절대자도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흑염의 절대자와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를 악물고 10중심이 되었는데 하급자들이 하극상을 벌여서 성질대로 처리한다고 이런 사건을 벌였다.
‘일일이 다 죽이고 다니기 귀찮아서 대신족을 끌어들였는데 사태가 심상치가 않다.’
절대계의 정기를 최대한 흡수하고 해방된 창조대신들의 능력치가 굉장히 높은 것이다.
물론 10중심의 일족에 비해서는 초라할 정도이지만 기존의 절대계의 일족들에게는 확실히 위험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대신족이 주우주 출신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거의 같은 수준인데 저렇게 강해지면 주우주에 비해 2써클의 우위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신족을 회색영역의 지배종족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다른 10중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신족 전체를 주우주에서 뽑아올 수도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절대계의 정기를 최대한 흡수하여 저렇게 강력해진 대신족보다 다른 영역에서 2써클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러니 대신족 자체를 절대계에서 전부 배제하겠다고 10중심들이 모두 몰려올 확률이 컸다.
‘실제로 10중심 간에 그런 선례가 몇 번 있었지.
흑염의 절대자 하나도 만만하지가 않은데 한 명이라도 더 왔다가는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답이 없겠다.’
절대계의 규격조차 벗어날 정도로 강한 일족들을 위험을 감수하고 시험적으로 만들려던 10중심이 다른 10중심들에게 단체로 두들겨 맞고 백지화시킨 적이 있는 것이다.
대신족을 절대계에서 당장 내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저기까지 오는데 커다란 희생을 감수했는데 받아들일 리가 없다.
‘배고파 싸우는 개들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듯이 창조신장성을 몇 개 던져주면 안정되리라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배고픈 늑대정도였군.
대신족도 저렇게 강해졌으니 좋은 말로 하면 안 들을 것이니 내가 직접 나서서 코아로 싹 쓸어버려?
모두 신령연옥에 봉인해서 권능만 사용할까?
그게 몸은 힘들겠지만 마음은 편하겠군.’
대신족이든 회색의 영역의 오리진이든 전부를 처리할 힘과 권능이 자기에게 있는데 고민은 낭비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예상외의 상황에 빠지자 짜증이 밀려와 그냥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쉽게 처리하려고 하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회색의 절대자가 되어 새로 만든 신령연옥(神靈煉獄)의 용량이면 대신족과 오리진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그냥 다 죽여서 흡수하고 혼자서 운용을 하자.’
간단하게 모두 처분하고 혼자 움직일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어깨에 뭔가가 가볍게 떨어졌다.
툭-!
10중심이며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신조차 감지를 못한 것에 경악한 회색의 절대자의 입이 딱 벌어졌다.
무엇보다 지극히 익숙한 감촉인 것이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슬쩍 어깨를 내려 보니 역시 목검이 있었다.
조건반사적으로 어깨부터 시작한 소름이 몸 전체에 쫙 퍼져서 꼼짝도 못하게 했다.
“!!!”
‘파멸유혼검? 마도신의 오리진님도 이제 나를 이렇게 못하는데?
유일용신제는 아직 서열전을 하고 있으니 그럼 진리께서?’
결론에 놀랐으나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뒤에 아무런 생명반응도 없는 것을 보니 파멸유혼검만 499주우주에서 공간을 관통해서 구현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직접 앞에 나타나지 않으신 것을 보니 얼굴도 보이기 싫으신 것이다.
엄청 화가 나신 모양이야.
큰일 났다.’
지금 자신은 워낙 찔리는 것이 많은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돌아보는 순간 두들겨 맞을지도 몰라 그대로 바짝 얼어붙었다.
역시 진리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부하들이 뜻대로 안되니 또 힘으로 다 처분할 생각을 하는 것이냐?
현자로서 개인적인 능력은 좋은데 다른 쪽은 아주 아슬아슬하구나.
사회경험과 부하관리 능력이 부족하면 자포자기를 하지 말고 잘 아는 남에게 물어보면서 운영해라.
그리고 회색의 영역은 활기가 넘치는 지금이 딱 좋으니 더 이상 정리할 필요가 없다.
너의 처음 생각대로 창조신장성을 만들어 전장만 제한하도록 하라.”
“예!”
“현자계열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답게 잘 처리해라.
대신(大神)에게 이야기는 해놓겠으니 가서 영역운영에 대해 교육을 받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10중심인 너 위에는 이제 나밖에 없다.
번영을 시키면서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최상위 지배층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이다.
이제 가급적 직접 사고를 치지 말도록 하라.
10중심의 위엄을 지키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진리의 느릿하면서도 아무 감정 없이 경고하는 목소리에 마치 군대에 처음 들어온 신병처럼 바짝 군기가 들어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조금 성격이 다른 곤란에 처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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