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92화 (403/2,000)

제 492화

23권

신전 안에 가득 찬 피 냄새로 보아서는 과거의 버릇이 도진 것으로 판단이 되니 열이 받은 것이다.

그런데 마치 몸을 던지듯이 표범무늬와 같은 짐승가죽으로 중요한 곳만 가리고 안에서 달려오는 당사자의 모습을 보니 허탈해졌다.

“푸아아아-! 여기 있습니다!”

입술은 생피가 묻어있고 주변에 붙어있는 것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깃털들이었다.

신전을 가득채운 피의 냄새와 신전 내부를 다시 정밀조사를 해보니 짐승의 피와 먹다 남은 비둘기의 일부가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아니군.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비둘기가 반쯤 먹혔는데도 아직 살아있었다.

기겁을 할 일이다.

‘누가 야만족들의 태양신이 아니랄까 봐서 피도 빼지 않고 살아있는 채로 먹고 있느냐!’

신계에서 비둘기를 잡아먹는 것도 말도 안 되는데 조리도 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그대로 뜯어먹다니 다른 신들이 알면 경악할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식생활이 이러니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킹킹킹-!

개가 신음하면서 내는 울음이었다.

그리고 대신일신(代神日神) 쿠에자나가 등 뒤로 숨긴 양손에 목을 잡혀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는 개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한숨이 나왔다.

저렇게 숨기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보나마나 신계에서 돌아다니는 개를 비둘기와 같이 밀림에서 사냥하듯이 잡아 왔을 것이 뻔했다.

바로 생으로 먹으려다가 갑자기 자신이 들어 닥쳐서 다짜고짜 신령연옥에 감금한다고 하니 놀라서 그대로 들고 온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계관리주신이 비둘기와 개를 사냥해서 산채로 잡아먹어?

이걸 어이할꼬?’

입가에 비둘기 피와 깃털을 바른 채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쿠에자나를 보니 뭔가 속에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비둘기를 입으로 물어뜯는 모습을 연상하니 울화가 아닌 속의 음식물이 넘어오려는 것이었다.

뭐라고 혼을 내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입맛이다.

아무리 신이 시켰다고 엄청난 수의 인간을 인신공양까지 하는 야만스런 신도들을 다스렸으니 이렇게 바뀐 것을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소문이 나면 이런 개망신도 없다.’

“음-! 음식은 익혀먹고 가급적 시켜 먹어라.”

가까스로 뒤집어지는 속을 다스리고 힘겹게 내뱉은 말에 쿠에지나가 자신이 어떤 몰골인지 알았는지 황급하게 입술에 묻은 피와 깃털을 털어내고 빠르게 대답을 했다.

“예. 그렇게 하겠어요.”

“그 개는 그냥 풀어줘라.”

“예.”

조금 아쉬운 표정을 한 쿠에지나가 그대로 쥐고 있던 개를 슬쩍 문 밖으로 던졌다.

깽깽-! 깽깽-!

산채로 먹힐 위기였다가 살아난 개가 짖으면서 바로 도망치는 소리가 차원의 마도신의 귀에 한참을 울렸다.

자신은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밑에서 돌아가는 꼴을 보니 자꾸 어지럽고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뱃속이 정말 안 좋아.

머리도 울리는 것을 보니 이게 바로 죽을 병인가?’

아예 정신줄을 놓고 그대로 쉬고 싶었으나 곧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이런 빌어먹을-! 기본적으로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창조신의 신체가 어떻게 병으로 죽을 수 있냐?

약한 생각은 그만하지 못해.

이러다가 자멸을 하겠다.’

몇 억년을 넘게 살면서 잘못을 계속하여 더 이상 신족으로서 출세할 가망성이 없는 일부의 신들이 자멸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갈 정도로 추락하지는 않았다.

하나 자신의 부하들이 뭔가가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신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모은 것이 바로 자신이니 세상을 원망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더 말을 하면 폭발할 것 같아서 용건만 간단하게 말했다.

“다른 주신계와의 주신전을 벌일 때 창조신으로 임시 승급시켜 줄 것이니 주신장만 남기고 전부 태워버려.”

“예.”

비록 제물이 있어야 하지만 주신까지 불태워 소멸시키는 창조신급 태양의 권능이다.

주신상태로도 그 정도 위력인데 창조신의 신격이 되면 주신들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쉽고 간결하게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다른 주신의 신전으로 이동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서열 2위의 주신장 페미니스트의 주신계는 조용한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

주신전에 모인 예비 창조신들 전부를 능가할 것 같은 신력이 은은한 노기에 싸여서 울리고 있었다.

주신장인 페미니스트는 관리주신의 장황한 주변상황과 현재의 문제점, 미래의 진행과정을 길게 들었지만 내용은 하나였다.

“그만 정리하라.

차원의 마도신은 상위 주신계에 대한 업무방해는 하극상이니 관리주신인 너의 목을 가지고 와서 직접 사죄를 하라.

아니면 전쟁이라고 하는 것인가?

단독으로는 승산은 없기에 다른 주신계와 연합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겠지?

이미 2위부터 9위까지 모든 주신계에 이 공문이 갔으니 동맹은 쉽고 이길 수 있다.

반드시 전쟁을 하기 싫으면 너의 목을 정말 가지고 가야하나?”

사건의 원인과 현 상태, 조치사항을 간단하게 정리를 한 주신장에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숙이고만 있는 관리주신이었다.

‘페미니스트의 지시에 의해 가볍게 도발을 한 것인데 설마 바로 전쟁에 가까운 선전포고를 해올 줄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상위자의 명령에 의해 한 일이나 돌아가는 사정이 심상치가 않다.

가장 전쟁을 반대해야 할 상대방 관리주신까지 거의 전면전과 같은 신계 강제침투와 왜곡까지 한다.

이러면 전쟁은 피할 수 없는데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목이었다.

‘약한 여성을 가호하고 보호하여 영원한 아군이라는 페미니스트의 권능과 성향은 반드시 남성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

그 동안의 일을 보면 나만 당했는데 설마 이번에도 그러지는 않겠지.’

남신이라 이제까지 겪은 위기가 마치 영화처럼 떠오른다.

여기의 주신계의 관리주신은 워낙 격무이고 특별해서 여신은 무리이다.

신계주신의 권능에 의하면 자신이 여신이었으면 걱정은 없는데 주신계에 전쟁이 나면 여신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죽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신인 자신이 맡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상승시키고 있었다.

이제까지 거의 그래왔었다.

물론 상위자가 부하에게 아무런 도움은 고사하고 책임만 지고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면 이미 원수와 같다.

그래서 이미 마음속에서 존칭을 지운지는 오래되었다.

‘여신의 무조건적인 보호는 남신의 완벽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이 무슨 불공평한 일인가?

이래서 내가 여기만은 피하려고 했는데 서열 1위의 관리주신을 노리려면 2위인 여기의 관리주신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내가 남신이라서 이 상황에서 내가 살 수 있는 확률은 절반미만이다.

과연…….’

막말로 자신의 목이 아니었다면 서열 1위의 주신계와 전면전을 하는 미친 짓을 권하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주신계와 협력을 한다 해도 너무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차원의 마도신이 가진 차원권능의 기동성을 생각하면, 어중간하게 전력을 모았다가는 각개격파를 당하고도 남는다.

전능의 휘와의 전투와 전쟁자료를 분석한 결과 차원의 마도신이 공격을 하면 주신장은 반드시 주신계의 핵으로서 제 자리에 위치해야 막아낼 수 있다.

주신장이 자리를 비우면 본인의 주신계가 박살이 날 것을 알면서 도와주러 오기는 힘들다.

‘전능의 휘보다는 약하나 차원의 마도신의 성향과 권능은 전쟁의 상대로는 지극히 곤란하다.

그래서 도발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전능의 휘보다는 상대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밀어붙이게 하디니 이런 꼴을 당하게 만들었다.

예비 창조신 저것들은 서열 1위를 쉽게 차지할 기회를 놓쳐 화가 난 페미니스트를 싸우자고 부추겼으면서 또 모른 척이군.

또 남신인 내가 약한 여신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하나?

예비 창조신들이 어떻게 나보다 약할 수가 있나?’

약한 여성보호와 강화에 권능이 집중된 페미니스트의 신계이다 보니 예비 창조신들도 모두 여신들이다.

아니 약한 여신에게 강한 남신들이 높은 자리를 할당하고 양보하라고 노골적으로 법제화까지 되어 있으니 도전할 기회조차 거의 얻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신족은 남신이 더 전투능력이 강하니 다른 예비 창조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신계주신의 권능에 의해 강화되면 최상위권이지만 그래도 본인자체가 약한 것은 어쩔 수 없기에 직접 싸우면 열세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차원의 권능과 페미니스트의 권능이 직접 충돌하면 분명 모든 신력상승이나 신체강화는 풀린다.

나머지는 서로의 전력으로 싸워야 하는데 약한 여신들이 서열 1위의 주신계에 모여 있는 최상의 예비창조신들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점을 페미니스트가 놓칠 수 없으니 내 목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

아니 예비 창조신으로서 지극히 뛰어나고 우수하기에 여성이라면 무조건 통하는 광역권능조차 발동이 가능하다.

그런 현명한 머리를 가진 상위자가 부하 하나만 희생시키면 넘어갈 수 있는 전쟁을 감수를 할 리가 없다.

그래서 보고 전에 다른 주신계와 사전 동맹까지 했지만 자신은 남신이기에 여신이기에 또 무슨 양보나 희생을 하라고 겁부터 나는 것이다.

목이 날아갈 것 같은 예상되는 결과에 긴장을 하다못해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다.

그런데 의아스런 말이 흘러나왔다.

“차원의 마도신이 정말 그렇게 강한가?

9개 주신계를 상대로 이렇게 쉽게 전쟁을 하자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개를 들고 제대로 설명하라.”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들어서 자신의 주신장을 쳐다보았다.

보자마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허어-! 정말 적응이 안가는 용모로군.

모든 신력을 외모에 쏟나?’

성적취향이 지극히 정상적인 남신인 자신조차 흘릴 정도로 아름다운 남신이 거기 있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찬란하게 빛나는 긴 머리카락은 하늘거리면서 신력에 의해 파도치면서 영광의 의자를 덮고 있었다.

완벽 그 자체인 얼굴은 쳐다보고 있으면 관리주신의 이성조차 흔들릴 정도이고 앉아있는 자세에서도 천상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미 주변의 여신만으로 이루어진 예비 창조신들은 모두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쳐다보고만 있다.

저들이 이미 후궁이기도 하기에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인증전 상대인 마신왕 후보조차 매혹시켜 탈락시켰다는 소문에 설마 했는데 보자마자 이해가 갔었지.’

관리주신이 자신의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자 페미니스트의 얼굴에 짜증이 솟았다.

대부분의 신들은 남신과 여신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보면 저런 멍한 모습이 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억년을 나를 모신 관리주신조차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저런 꼴인가?

모두 나만 쳐다보고 멍하게 있으면 도저히 제대로 된 회의나 보고가 안 되잖아?

그렇다고 얼굴을 가리면 여신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내니 그럴 수도 없다.’

초기에는 자신의 권능을 극대화시켜주는 아름다움 용모에 감사했지만 주신장이 된 이제는 정말 힘들게 했다.

더구나 자신을 따르는 여신들은 본인이 직접 나서서 싸우는 것을 결사반대하면서 모든 것을 해주었다.

덕분에 직접 싸우면서 손에 피를 묻힌 적은 주신시절 마신들과의 인증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영웅신인 전능의 휘는 대놓고 기둥서방이라고 비웃고 다른 하위서열들도 전쟁에 관련해서는 무시하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아니 본인들의 주신계의 여신들을 빼앗길까봐서 철저히 봉쇄했다는 말이 맞았다.

‘이 용모와 권능으로 여성에게 무조건적으로 통하고 따르게 한다는 절대적인 효과가 다른 남신들의 공분을 사버렸지.’

실제로 이곳의 예비 창조신 여신들 대부분이 다른 주신장들의 반려나 후궁이, 직계였다가 자신을 사모해서 넘어왔으니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반려들이 아예 연을 끊고 넘어오려고 한 적도 많은데 그러면 정말 전쟁이 날 지경이라 최고위 창조신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무마도 많이 했다.

‘덕분에 완벽하게 자신의 후계로 생각하시던 아버님이 나를 다시 생각하시는 계기가 되어버렸지.

이래서는 안 된다.’

여성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런 모습과 권능을 가진 자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창조신으로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자각하고 있었다.

여성의 영원한 아군이라는 것은 남성의 완전한 적이란 소리였다.

‘나도 남신이고 대부분의 창조신이 남신이니 문제는 심각하다.

그렇다고 남신이 나를 보고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윽-! 위험-!’

약간 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감정을 알아챈 관리주신은 다급하게 시선을 일부러 어지럽혀서 직접 보지 않음으로써 이성을 되찾았다.

이런 편법이라도 발휘하지 않으면 자신의 성정체성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지독한 권능과 용모였다.

빠르게 이성을 수습한 관리주신이 허공에 빛으로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창조신계가 파악한 차원의 마도신의 자료를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수정사항이 생겼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