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1화
23권
듣고 보니 과연 저렇게 당하고도 포기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
가지고 온 서류에 사진은 없었는데 나중에 직접 면상을 보면 더욱 납득이 갈 것 같았다.
그라고 약간 이상했던 권능도 이해가 갔다.
‘리아스나가 전투를 거부할 가능성까지 포함시켜야 하겠군.
이런 결과면 미남계도 무시를 못하겠어.’
그러나 뭔가 계속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의자에서 일어나 치료실 밖으로 이동을 하려던 차원의 마도신의 뇌리를 갑자기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여성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은 불합리하다.’
주우주에는 완벽한 권능이란 없는데 어긋나 있었다.
이것이 계속 꺼림칙한 원인이었다.
“잠깐-! 여성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남성들은 어떻지?”
여기에 모든 문제가 있었다.
“…….”
이 질문에 굉장히 곤란한 표정을 지은 히메지나가 조금 말을 돌려서 말했다.
“평판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여성 위주로 배려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성들에게는 소홀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비교가 되어서 다른 남성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 악의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변호와 같은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차원이 마도신이 칼날과 같은 기세로 자른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라-!
아니 최악의 평가로 말하라.”
필요하면 신계주신의 절대 명령권까지 동원할 기세에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그의 신성이 새로운 남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 손해를 받은 남성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들은 여성의 노예이자 애완동물이며 극단적으로 남성의 적이자 배신자라고 하더군요.”
“허-!”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쪽 편에서 찬양을 받는다면 다른 쪽에서는 저주를 받는다.
어딘가의 아군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적군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강자라면 자신의 주관과 기준을 세울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적이 생기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적을 만들지 않고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코 자신의 기준을 밝히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무시하고 하나의 신성으로까지 끌어올렸다면 보통의 상대가 아니다.
아니 전 세력의 절반인 남성을 적으로 돌리고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면 경시하는 마음을 버려야 했다.
“좋은 정보 아주 고맙다.
리아스나가 복수의 직전까지 저렇게 흔들린다면 너희들은 다른 주신계를 맡아라.
그 놈은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예?”
갑자기 주신전에서 빠지라는 말에 당황한 히메지나를 쳐다보면서 추가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마신왕 후보일 때의 너희들은 일반 창조신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예비 창조신에게 너희들이 당했는지 알겠다.
놈의 예비 창조신 때의 이름은 ‘레이디 퍼스트’다.
그 신성은 약한 여성의 보호를 우선으로 하여 보호하는 신성한 것이다.
그러나 보호의 전제조건으로서 여성을 약자로서 규정한다.
즉 여성은 이 신성 앞에서 영원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여신도 어지간한 각오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너도 짐작은 하고 있었겠지?
그래서 리아스나가 마신을 포기하고 신족이 되자 혼자서는 이길 수 없음을 알고 같이 신족이 되어 다시 싸울 기회를 노린 것이 아닌가?
인증전에 싸우지도 못하고 패배해서는 돌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불완전한 신족전환으로 문제가 생겨 바로 정령계로 보내지는 바람에 기회도 잡지 못했다.
상대는 부전승을 거둔 덕분에 주신장이 되고서 권능을 강화까지 했다.
이러한데 과거의 힘조차 되찾지 못한 너희들만으로는 이길 도리가 없다.
아니 접근조차 곤란하겠지.
이 신성은 철저하게 여성인 너희들 편이니 싸우기는 고사하고 바로 배신할 확률조차 있다.’
“…….”
끼이이이익-!
회복실의 문을 열어젖힌 차원의 마도신이 서류 몇 장을 추가해서 히메지나에게 던졌다.
그 내용을 본 히메지나의 눈이 커졌다.
주신장들에 의해 분석된 상세 내용이라 거의 비밀인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과거 너희들을 속였던 예비 창조신 ‘레이디 퍼스트’는 지금은 주신장 서열 2위 ‘페미니스트’다.
과거에는 단지 여성인 적을 약자로서 규정하여 힘을 약화시켰다면 지금은 그 약한 여성의 보호를 신성으로 하여 주변까지 영향을 끼치는 광역권능으로 진화했다.
자신이 이끄는 여성은 투신으로서 남성과의 싸움에 최대한의 힘을 발휘하게 한다.
또한 적군인 여성은 배신하게 하고 내부에서 남성들과 싸우게 만든다.
신족과 마신족을 가리지 않고 여성에게 절대적인 이 권능으로 서열 2위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여성만 효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마신왕들이 철저하게 남성마신 만으로 압박을 해서 현재의 서열만을 유지하고 정식 창조신이 못 되고 있다.
이렇게 당해도 싸다.”
자신들을 속여서 정령계로 보냈던 과거의 적은 너무나 강해져 있었다.
여성에게만 통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주신장 서열 2위이면 거의 중급 창조신이란 소리였다.
다만 마신왕과 인증전을 통과를 하지 못해 주신장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설명대로라면 여신들은 상대하기가 무리였다.
“겉으로는 여성의 영원한 아군과 같은 권능을 가진 적에게 여신이 보통의 각오로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신생(神生)의 쓴 맛 단 맛 다보고 아무 감각이 없으면 모를까 철부지로는 무리다.
페미니스트를 상대로는 보통의 강함과 의지를 가진 여신으로는 이길 수 없다.
적의 명분과 배려에 의해 투지를 잃고 상대의 권능에 동화되어 결국 배신하겠지.
그러니 주신전이 시작될 때까지 회복에만 전념해라.
정보가 세어나갈 우려가 있으니 외부와 어떠한 연락과 만남도 금지한다.”
“!”
사실상의 연금조치였다.
그것도 적에게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최악의 의심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회복실의 욕조에서 과거의 생각으로 울먹이는 리아스나의 상황을 보면 부정할 수 없다.
‘위치를 아셨으니 당장 찾아가려고 하실 것이니 확실히 이런 방법이 좋기는 하지만 이러면 안 되는데.’
주신장 서열 2위 페미니스트를 마신왕님들과 일족에게 명령받은 본래의 임무대로 처치하기 전에는 돌아갈 일족도 마신계도 없다.
차원의 마도신이 말한 대로 적을 이기기 위해 신족으로의 전환까지 감수하고 기회를 노렸다고 변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이 연금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잠시만-! 여기 외에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는 저희들이 어떻게 배신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저희들의 복수를 약속하셨지 않나요?
그것은 어쩔 생각이신가요?
저희들을 배제하고 직접 하실 생각이시면 계약에 어긋납니다.”
무엇보다 여기의 신계관리주신들은 만만한 존재가 전혀 없을 정도로 무섭다.
신계주신에게 배신자가 될 우려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개인 신전에 봉인 조치를 받은 사실을 다를 주신들이 알면 무사할 리가 없기에 다급하게 외친 히메지나를 뒤돌아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생각인지 알지만 승리에 불리한 가능성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진리는 약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데 진리에게 칭호를 받은 절대자인 내가 여성 전부를 약자로 만들어내는 권능과 신성을 가진 놈을 용납할 것 같으냐?
내 조치가 불만이라면 대답을 해봐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을 지키기 위해 패배를 할 확률이 큰 너희들을 내세워야 하나?”
“그것은…….”
계약을 파기하는 한이 있어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할 말을 잃었다.
이제까지 계약의 완수를 최우선으로 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를 모습이다.
입을 다문 자신을 쳐다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차원이동으로 사라져갔다.
“회복에 전념하라.
전쟁 시작의 수준을 보고 결정하겠다.
그 상태로는 싸우게 하지 않겠다.
강자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알겠습니다.”
‘진리의 강함과 승리 추구에 대한 무조건인 추종이다.
진리에 대한 잠재적인 광신자.
이것이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의 기본 성향인가?’
신계주신이 그에게 ‘근원’의 칭호를 받은 절대자이니 당연히 그들의 성향도 조사했다.
그 결과는 너무나 간단하고 황당했다.
‘끝없이 강해지고 승리한다.
그 외에는 전부 무시한다.’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은 바람성에 벌레로 만들어 보내는 영원의 심판을 하는 무자비한 관리자인 진리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무 조건 없이 힘을 준 은인이기에 철저하게 따른다.
진리에게 인정을 받고 칭호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지려 하고 방해가 되면 기존의 질서와 충돌하기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우주와 절대계의 수많은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이 강함만을 쫓아서 끝없이 현실에 도전하다 사라졌고 그만큼 질서도 뒤흔들렸다.
강함에 모든 것을 걸었기에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진리의 심판을 각오하고 전력을 발휘하는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의 능력은 3써클의 신격의 차이조차 뛰어넘는다.
토벌을 하려다 반대로 소멸된 신계가 엄청난 수라는 사실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자택연금 조치를 어떻게 풀까 잠시 고민을 하다 차원의 마도신의 말대로 지금은 힘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의 숙적과 승부를 내든 아니면 다른 주신계로 투입을 되든지 일단 자신들의 힘이 쓸모가 있어야지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자신도 회복실의 욕조에 누워서 어느 정도 경계를 위해 남겨두었던 여력을 남김없이 회수하고 전력으로 복구에 들어갔다.
울기만 하던 리아스나도 이제 어느 정도 현실을 파악했기에 거기에 동조하여 회복에만 집중을 시작했다.
차원의 마도신도 말은 담담하게 하고 다른 주신전으로 이동은 했지만 속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임명식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극상적인 상황이 빠르게 진행된 상황을 파악해낸 것이다.
‘전능의 휘에게 눌려서 찍소리도 못하던 만년 서열 2위 페미니시트가 이 하극상 사태의 원인이었어!
하위서열들이 워낙 철저하고 신속하게 뭉치고 도발해서 이상하다 했더니 서열 2위 자식이 완전히 주도했군.
이게 완전히 미쳤나?
내가 열이 받으면 바로 밑인 자신부터 조질 것을 예상 못하나?’
상급자 길들이기 같은 문제는 직위가 상부의 결정대로 임명되는 어느 조직이나 있는 일이다.
서열 1위가 물러나고 서열 2위가 물려받으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곳에서 나타나서 1위의 자리를 차지하면 큰 문제가 생기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당연히 1위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 것이라고 믿었던 서열 2위가 가장 불만이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열 2위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경험과 강함은 거짓이 아니기에 하극상이 심해져서 서열 1위가 분노하면 자신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도한 상급자 길들이기에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하여 조직이 흔들리고 무너지면 본인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아니 날 얕보고 있다는 사실이 정확하겠군.
남성신이자 영웅신으로서 혼자서 활동한 전능의 휘에게는 페미니스트의 여성을 강화시키고 적의 여성을 약자로 만들고 자기편으로 만드는 광역권능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
어중간한 강자로 이루어진 군세 따위는 불가해의 8시조 앞에서 소멸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차원신계의 여신들은 전능의 휘를 막아냈다.
이러면 탐낼 만도 하지.
주신장인 나는 하위 서열을 충동질하여서 흔들어서 주신계에 전념하게 하고 자신은 시간과 노력을 들려서 전능의 휘조차 막은 강력한 여주신들을 손에 넣고서 내게 덤빌 생각이냐?
그러면 이 빌어먹을 자식의 권능이 여신들에게는 치명적이라서 가만히 놔두면 아예 내 신계가 자연스럽게 넘어갈 확률까지 있어.
그러기 전에 이 기회에 어떻게든 완벽하게 박살을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핵심 지배층만이 아니라 주신계들까지 완전히 세계폭탄 코아로 파괴시킨다.’
죽도록 고생을 하면서 아니 수없이 죽을 위기를 극복하면서 만들어온 차원신계다.
여기에 죽으면 진리의 심판이 있기에 살 떨리는 공포를 참아가면서 보상을 노리고 전장에 뛰어들어 여기까지 왔다.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이란 자리는 힘겨운 삶의 보상과 같다.
그런데 그 보상을 노림을 받자 이성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분노한 마음을 다스리면서 이동해 온 곳은 대신일신(代神日神) 쿠에자의 개인 신전이었다.
‘정당한 대가가 있다면 주신조차 불태우는 태양의 권능을 창조신으로 만들면 주신장을 제외한 모든 주신들을 감당할 것이다.
태양의 권능의 회복도 아주 양호하군.’
본인의 권능인 태양의 신력이 가득한 신전의 문안으로 이동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고 흠칫 놀랐다.
개인 신전 안에 익숙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하나 어디까지나 전장에서 그렇지 신계의 개인 신전에서 풍겨져 나올 리가 없다.
‘피 냄새? 그것도 살아있는 채로 뿜어져 나온 상태다.’
불길한 생각이 스친다.
과거 인신공희(人身供犧)라며 불리면서 신력과 권능상승을 위해서 무수한 산 제물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야만신으로 매도되어 정령계로 보내진 과거가 있는 여신이다.
그러나 합당한 제물만 있으면 주신조차 불태우는 창조신급의 태양권능이 있어서 대신족의 핵까지 주어서 끌어들였다.
물론 산제물은 다시는 안 받겠다고 계약에 명시했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놀라서 바로 소리를 질렀다.
“대신일신(代神日神) 쿠에자나! 어디 있느냐?
당장 나오지 못할까-!
지금 바로 나오지 않으면 신령연옥(神靈煉獄)에 처박아버리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