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90화 (401/2,000)

제 490화

23권

간단한 사실의 통보로 원하던 결과를 얻은 차원의 마도신은 모처럼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이들의 참전은 끝났지.

원수를 갚고 일족의 인정을 되찾는 길도 되니 반대할 리가 없다.

이렇게 참전시킬 다른 주신들도 하나하나 설득한다.’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이렇게 개인적으로 설득하지 않고 전체가 모인 장소에서 이야기하고 반발이 생기면 전능의 휘의 주신장전처럼 화를 내고 판을 엎었을 것이다.

차라리 전투를 벌이는 것이 낫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남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짜증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면 돌파만을 알던 자신도 조금은 변했다.

‘주신들의 설득 정도야 10중심들의 서명을 받는 것보다 너무나 쉬운 일이지.

전능의 휘와 주신전 때도 이렇게 각개 설득하고 시작할 것을 내가 너무 편한 길만 찾고 순진했지.’

이번 10중심의 서명을 받는 일을 해보면서 심하게 당해보니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너무나 쉬워 보여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작은 변화가 부른 좋은 결과에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었는데 황당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 현실을 부정하던 리아스나가 발작적으로 일어서며 외친 것이다.

“이건 아니야-!

내가 직접 찾아가서 확인을 하겠어.”

지금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잠시 생각했던 차원의 마도신의 분노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어리석은 어린 것이-!

저들과 주신전을 앞두고 있는데 적을 찾아가서 물어봐?

또 전부 망칠 생각이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당장 이리 오너라-!

몇 대 엉덩이 맞고 철들면 다시 이야기 하자.”

“꺅-! 꺅-! 도와줘-! 히메지나-!”

“리아스나님…….”

그렇게 당했으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랑 타령하는 꼴을 보니 열이 받아서 알몸이고 뭐고 붙잡아서 무릎에 엎드리게 하고 엉덩이가 부풀도록 때려놓았다.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를 쳤지만 겨우 주신정도로는 이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의 힘과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 아는 히메지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침묵을 한다.

이것이 영광스런 과거로 돌아갈 유일한 기회임을 아는 까닭이다.

‘인증전 상대의 예비 창조신의 미남계에 넘어가서 신족이 되었으니 일족의 기대주이든 희망이고 뭐고 절대 돌아갈 수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다시 싸워 이기는 수밖에 없지.

승리하여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만이 그나마 일족에게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잡는다.’

하지만 지금 반응을 보니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연인인지 원수인지 모르겠으면 이번 주신전에 박살내놓고 자신의 위치를 찾은 다음에 다시 시작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말에 망설이는 리아스나였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패배하면 두고두고 엉덩이를 칠 것이라는 말에 두려운 눈빛으로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힘에 굴복했으니 여유가 생기면 다시 사랑 놀음을 하려 하겠지.

이런 철부지를 전쟁에 써먹으려니 지극히 불안하고 심란하다.’

이 상태로는 보나마나 전장에서 무슨 짓을 할지가 당연하니 한숨을 푹푹 쉬면서 훈계에 들어갔다.

아니 살살 달래는 중이었다.

“휴우-! 다시 말하겠는데 연인인지 원수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배반한 놈은 또 하게되어있다.

만나서 오해라고 밝혀져도 네가 정령계에 처박힌 사실은 바뀌지 않고 또 그렇게 된다.

이것이 운명이다.

무슨 뜻이냐 하면 어차피 원수 될 놈은 네가 아무리 잘해도 어차피 원수가 되니까 유리할 때 끝장을 내야하고 불리하면 피하라는 이야기이다.

마신족에서 신족으로 전직이 되어 권능이 하락된 넌 지금 아주 불리한 상황이고 상대는 주신장이 된 지극히 유리한 상황이지.

갈수록 너와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번에 그 놈을 완전히 죽이고 관리하는 주신계까지 박살을 내면 신계의 징계로 다시 예비 창조신이 될 수도 있어.

그럼 대등해지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훌쩍거리면서 손자국모양으로 빨갛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손으로 가린 리아스나의 눈에서 언뜻 빛이 스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엇인가 해답을 찾은 것 같은 표정이고 눈물도 멈추었다.

‘사랑이 아무리 숭고해도 결국 상대를 동등한 상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가 창조신으로 까마득하게 위로 올라간 이상 겨우 중급 주신인 자신도 올라서지 않으면 대등한 관계가 형성될 리가 없지.

하나 창조신이 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러나 올라갈 수 없다면 상대를 끌어내리는 것도 계략의 좋은 방편이지.

이걸 보니 분명히 어리석지는 않군.

하긴 마신왕 후보가 되는데 머리가 나쁘면 가능할 리가 없지.’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었다.

사랑을 위해서 자신을 포기할 정도의 결단력이면 반대로 상대방을 포기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릎 위로 제압했던 몸을 그대로 다시 치료실의 욕실로 이동시키고 히메지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승산은?”

“창조신으로 승급시켜 주신다면 절반정도예요.

하지만…….”

차마 말을 못하지만 리아스나가 들어간 치료실 쪽을 바라본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만약에 리아스나가 상대를 보고 지금처럼 흔들리는 날이면 싸우지도 못하고 패배한다.

그렇다고 철이 없는 리아스나지만 고집은 엄청나기에 억지로 싸우게 했다가는 합동권능을 제대로 발동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본래의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할 것이 당연했다.

이것이 그녀들의 합동 절명기 멸신 폭렬뇌염(滅神 爆裂雷炎)의 최대장점이자 단점이다.

혼자서는 약간 뛰어난 정도지만 둘이 힘을 합치면 차원일족의 오리진이 되기 전의 나도 무서울 정도로 강력해진다.

그러나 합동권능으로서 거의 최상급의 위력을 발휘하는 대신에 단독으로 싸우거나 협동이 안 되면 엄청나게 약해진다.

‘둘의 호흡이 어긋날수록 약해진다는 점이 약점이다.

개인으로서 그녀들은 약간 우수한 정도이기에 따로 싸울 수는 없다.

이제 이 이상은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다.’

남은 것은 히메지나와 리아스나가 어느 정도로 의사를 통합해서 과거의 연인과 싸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것만은 윽박지르거나 혼을 내서 어쩔 수 없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의문이 생겨서 물어보았다.

아무리 망각을 모르는 신이라고 해도 영원한 사랑 따위는 없었다.

이건 사랑이라기보다는 거의 광적인 집착에 가까웠다.

“상대가 어떻기에 저 꼴이 되고도 이렇게 죽고 못 사는 것이냐?”

그 말에 히메지나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을 했다.

“외모만을 따지면 정신체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을 정도로 잘생겼지요.

다른 여마신들도 얼굴만 보고 신족에 대한 본능적인 증오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호감을 표시할 정도였으니까요.

아직 어리시고 남성에 대한 경험이 없으신 리아스나님이 첫눈에 반하시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습니다.

전 지금의 저런 행동도 이해합니다.”

“…….”

완전히 배신당하고도 저렇게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히메지나가 담담하게 과거를 기억하면 말을 계속한다.

“키도 크고 이상적인 몸매에 여성을 먼저 고려하고 배려하는 너무나 자상한 성격이었습니다.

물론 출신도 최고위 창조신의 직계로서 정신체 중에서 가장 상위의 신분이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예비 창조신이었고 권능역시 거의 절대급의 강자였기에 마신왕 후보 중에서 최상위였던 저희들이 인증전의 상대로 배정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창조신으로 올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마신왕님들의 명령까지 받았습니다.”

“…….”

듣고 있자니 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전형적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고 있었다.

“더구나 악기를 들고서 노래를 하면 주변의 신들이나 마신들이 행동을 중지하고 들을 정도였고 춤 또한 따라올 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춤의 신이나 노래의 신들조차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청할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가끔 연회에서 만드는 요리를 맛을 보면 마신들도 칭찬이 자자할 정도였습니다.”

“…….”

여기쯤 되자 슬슬 화가 치미는 것을 넘어서 궁금증이 생겼다.

‘뭔가 이야기가 이상해진다.

왜 투신이 악기와 춤을 배웠지?

전투에 도움도 안 되는 유혹계열의 권능을 배울 리는 없는데?

더구나 요리까지 전문가 이상으로 했다고?

뭐에 쓸려고 그런 시간낭비를 해?

잡기에 능해도 본질적인 힘이 부족하면 그대로 끝장이 날 것인데?

이거 정상적인 신이 맞아?

권능에 대한 자료도 뭔가 이상하기는 했어.’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런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의문이 자꾸 생기는 차원의 마도신을 살짝 쳐다본 히메지나가 꿈꾸는 것 같은 시선까지 보여 가면서 상대를 회상한다.

“더구나 여성의 일이라면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종족의 구분 없이 희생적으로 도왔지요.

그리고 여성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웃음을 지으면 모두 넋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예비 창조신이었으니 신족과 마신족들 여성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

저절로 할 말이 막혀지는 설명이었다.

겉은 요염한 척 하지만 지극히 냉정한 히메지나였다.

그런데 저렇게 찬사를 할 정도면 언급한 사항들이 모두 보통의 수준이 아니란 뜻이다.

‘한 마디로 여성들의 이상형이라는 소리네.

얼굴도 신족 최고로 잘 생기고 강하면서 키도 크고 몸도 좋으니 기본은 완벽하군.

여기에 출신도 좋고 가무에 능하고 요리까지 잘한다면 할 말이 없네.

여기에 여성의 문제라면 종족구분 없이 최우선으로 도와줘?

이건 뭐 어디 연애소설의 주인공도 아니고 이렇게 완벽하냐?

이런 비합리적인 놈을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보았으니 홀랑 넘어가서 저 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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