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4화
23권
창조신계까지 보고가 되면 이제 물러서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내용을 바꾸면 정말 반역죄로 처단을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것을 관리주신은 이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만은 안 되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장전을 벌이면서 박살이 나던 주신계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전능의 휘가 핵으로 없었지만 단신으로 서열 1위의 주신계를 장난처럼 박살을 냈었다.
문제는 자신들의 주신계가 그 꼴이 되면 참을 리가 없으니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9개의 주신계와 싸우면서 자신의 주신계만이 멀쩡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이긴다고 해도 상대나 자신들이나 결코 무사하지 못 한다.’
그러나 중간에 조율을 하려고 해도 반역죄로 처단을 한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제 머리가 욱신거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주신장의 명령을 받았으니 해야 했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자신뿐이다.
이런 때 말 한마디를 잘못하는 날이면 바로 개전을 위한 제물이 되는 수가 있다.
‘주신장과 예비 창조신들이 전쟁을 한다고 저렇게 좋아하는 꼴을 보니 반대했다가는 무사하기 힘들다.
그러나 정말 이 내용을 그대로 보내야 하나?’
방금 주신장이 말한 내용을 글로 적어보니 협상은 고사하고 바로 싸우자고 달려들지 않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자신이 안한다면 주신장이 직접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도신이라서 관리신의 능력도 만만치가 않다.’
옆에서 업무방해를 한다고 전쟁을 하겠다는 성향인데 부하가 방해가 되면 어찌될지는 뻔하다.
차원의 마도신과 예비 창조신들이 개전을 위해서 자신들의 개인 신전으로 돌아가자, 혼자 남아서 다른 주신계로 보낼 전언과 창조신계로 보낼 공문을 작성하는 관리주신의 얼굴은 굳어만 갔다.
머릿속에 마치 아침식사를 하자는 식으로 편안한 어조의 주신장의 말이 소용돌이 쳤다.
‘그럼 전쟁을 하자.’
아무리 투신이라고 하지만 참혹한 전쟁을 언급하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당연하게 승리를 확신하면서 어떤 위기나 패배의 느낌도 없는 당당한 선언에 겁을 집어먹거나 망설이는 예비창조신들은 아무도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과 직접 싸워보았고 결과조차 알기 때문이다.
‘거의 완벽한 광역권능을 가진 창조신을 하위의 창조신들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 전투능력도 전능의 휘님께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주신장을 확실히 능가하고 있다.’
그러니 9개의 주신계를 홀로 상대하는데 자신조차 이길 수 없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가 클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서열은 유지되겠지만 맨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인망도 고민이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작성한 문서를 권능을 이용해 바로 비밀처리를 하고 보냈다.
‘생각해보니 지금 창조신이 된 차원의 마도신님에게 주신장으로서 잃을 인망도 없으니 전쟁을 해도 손해 볼 것이 없어.
초임 상관을 길들여 보겠다고 단체로 시비를 건 놈들이 잘못이지.
이제 나도 전쟁이다.’
관리주신들에게 공문을 보내자마자 바로 폭주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쟁도발 내용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지독했다.
공문 접수를 하고 처리를 담당하는 자신들의 목을 들고 주신장에게 직접 사과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정확한 사정을 알기위해서 다른 관리주신들이 직접 권능으로 불법침투를 하려고 했다.
신체가 움직이지 않아도 신계는 서로 연결이 되어있기에 능력만 있으면 원거리에서도 정보파악이 가능했다.
그걸 남김없이 막아내면서 일일이 답신을 달아주었다.
“나보다 하위서열 주제에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라.
그러게 좋은 말로 하면 들었어야지.”
어디에도 관리주신으로서 정치적인 묘사나 표현도 없는 직설적인 조롱에 상대방이 황당해하는 것을 느끼면서 슬슬 즐거워졌다.
‘정말 속이 시원하군.’
쓸데없는 트집을 잡는 이들의 농간에 가장 화가 나고 짜증이 난 것은 자신이었다.
단지 자신은 혼자고 하위서열들이 단합해서 덤비니 불리하다 생각하고 참았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주신장이 저렇게 과감하게 나오니 인내했던 과거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클-! 생각해보니 어차피 전쟁인데 이런 것을 참고 넘어갈 필요가 없군.
우습게도 내가 지키는 신계에 불법침투를 하려한 보답이다.
이거나 처먹어라.”
모처럼 관리주신으로서의 모든 권능을 동원해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번개와 같은 신력이 주신전 전체를 울리기 시작한다.
파지지지지지지직-!
주신계의 신계를 경유하여 관리주신의 권능으로 상대방의 주신계에 강제로 침입을 한다.
그리고 그대로 모든 회선을 차단하고 상대방의 알림판 전부에 공문내용을 띄웠다.
서열 2위와 10위까지의 모든 신계의 업무화면에 동일한 내용이 출력된다.
누가 보아도 충격적인 내용이 주신계의 모든 신들에게 공개를 해버린 것이다.
‘이번 하극상적인 업무거부와 방해에 관련된 총책임자의 목을 들고 주신장이 직접 사과하러 와라.
이건 서열 1위의 정식지시다.
거부하면 하극상을 처벌하기 위해 바로 전쟁이다.’
모든 신계의 기능을 일시 중지하고 공문만 띄워서 상대의 주신계 전부에 알려버린 것이다.
권능만으로 침투를 했지만 각 관리주신들의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을 확인을 했다.
주신계의 신계자아의 일부권한을 일시적으로 제어하여 직접 그 얼굴들을 보니 통쾌하기 짝이 없었다.
몸과 신력이 떨릴 지경이었다.
우우우우우웅-!
당황한 것은 당연히 당사자가 되어버린 상대 관리주신들이 더욱 심했다.
모처럼 서열 1위 주신계가 주신장의 교체로 흔들려서 공동대응을 했었다.
과연 효과가 있어서 쩔쩔매기만 하던 서열 1위 관리주신이 갑자기 전쟁과 같은 반격을 했다.
신계에 침투하려는 자신들의 권능 전부를 되받아치고 방어체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비밀공문까지 공개해버릴 줄은 상상도 못한 관리주신들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을 죽여서 목을 들고 와서 사과하러 오라는 말도 안 되는 협박공문이었다.
반송을 하거나 내용변경조차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보다 혼자서 어떻게 동급의 관리주신이 관리하는 각 주신계의 방어체계를 돌파했는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이 사태를 무마하고 방어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관리주신들의 귀로 비웃는 목소리가 울렸다.
“클클클-! 어느 영역이든 서열 1위는 특별하다.
하위서열들이 모여서 힘을 합쳐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지.
초월적인 권능 앞에서 정석만 지키는 방어체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잠시 혼란해진 틈에 기회다 싶어서 한꺼번에 덤벼들더니 꼴좋다.
각자 주신장들에게 이 일에 설명을 잘 하고 목 간수를 해봐라.”
어떻게든 품위를 지키면서 대화를 하려던 이제까지의 서열 1위의 관리주신의 언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어찌 대처를 할지 모르는 관리주신들이었다.
더구나 직접 목숨이 달렸으니 더욱 그러했다.
상대의 주신계에 살짝 장난을 쳐놓고 빠져나온 관리주신은 소리 높여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클클클클-! 다시 생각해보니 대화보다 전쟁이 나쁘지는 않아.
관리주신인 내가 말하기는 그렇지만 약한 놈들이 겁도 없이 단체로 덤비는 이런 때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구타가 효과적이지.
전능신족의 오리진이시며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영웅신이신 전능의 휘님께 단련 받은 우리는 저들보다 강하다.
주신장도 예비 창조신들도 최상위에 각 고위신들도 최고의 서열들이지.
부동의 서열 1위의 주신계가 어떤 위력인지 철저하게 보여주마.”
주신장이 워낙 호전적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자신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아니 서열 1위가 되자 그동안 직접도전을 하는 자가 워낙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상황을 바랐는지도 몰랐다.
관리주신의 최고서열에 도달하고 나서 전력을 다해서 싸워본지가 가물가물할 지경이었다.
너무 오래 살아서 사라졌던 삶의 열정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1대 1이면 싱겁지만 9명 정도면 즐겁겠군.
나도 어디 마음껏 날뛰어 볼까?”
바로 주신계에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 놓기만 했던 방어체계와 공격체계를 바쁘게 손보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라도 관리주신들의 목을 들고 직접 사과를 하러올 주신장은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전원이 그럴 리는 없으니 전쟁은 반드시 일어난다.
전공을 세우면 창조신과 동격인 주신장의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보상이기도 했다.
반대만 해서 방해가 되면 처분당할 확률이 크니 차라리 공을 세우는 쪽으로 행동을 신속하게 변화시킨 것이다.
그런 관리주신의 빠른 태세전환을 쓴 웃음을 지으면서 확인하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오리진이 된 차원의 권능으로 이미 차원신계뿐 아니라 주신계까지 손바닥을 쳐다보듯이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아니 주신계가 만들어낸 항성계 규모의 차원결계안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파악할 수 있다고 보면 되었다.
권능이 최대한 강화되는 신계 안이라면 감정의 변동까지 파악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망설임을 보이다가 바로 투지로 바뀌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반대파라 쓸데없는 짓을 하리라 생각하고 주시하고 있었는데 또 예상이 빗나갔다.
아니 오히려 대놓고 도발을 하는군.
최대한 다툼은 피하나 닥치게 되면 용서가 없다.
이게 강자의 자신감과 행동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