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3화
23권
주신장이나 원탁의 예비 창조신들 모두가 투신의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니 드디어 전력으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할 뿐이다.
흥분이 어느 정도 가시자 차원의 마도신은 담담하게 말을 시작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서도 분명히 정해야 했다.
‘창조신계에 주신장전을 벌이겠다고 보고할 명분으로 개인의 명예로는 통하지 않는다.
서열 1위인 내가 하위 서열의 하극상을 처벌하겠다고 하기에는 직접적으로 덤비지 않고 있는 이상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건 서열 1위인 자신이 다스리는 주신계의 기강유지를 위해서다.
하위의 주신계들이 벌이는 고의적인 업무방해와 질서문란을 징계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보고해야 통한다.
개인의 명예가 아닌 주신계의 질서유지를 위해서라고 주장해야 한다.
이 전쟁이 개인적인 분풀이가 아닌 주신계의 발전을 유지하가 위한 수단이라고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개인적인 참전보상을 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주신계를 위해 자의로 참전을 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
무상으로 참전으로 하라면 얼마나 참가할지 의문이지만 어쩔 수 없다.’
주신장인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면 하위 서열들이 무시하고 방해해도 상관없다.
하위서열이 방해해서 주신계의 일이 곤란해지고 서열이 떨어진다고 해도 개인서열은 결투에서 지지 않는 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 주신계의 서열은 종합평가이기 때문에 이런 지시 관계나 업무협조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전쟁이기에 개인적인 보수를 지불해서는 안 된다.
“이건 주신계의 위신 때문에 벌이는 전쟁이다.
그러니 참전대가는 없다.”
“…….”
그 말에 예비 창조신들의 얼굴에서 약간 실망의 빛이 스쳤다.
500주우주와의 정령계 전투의 보상으로 얻은 정기로 엄청난 부자인 차원의 마도신이기에 어느 정도는 대가를 기대했다.
‘지금 말은 싸워도 대가는 따로 줄 수 없다.
순수하게 주신계의 투신으로서 주신계를 위해서 참전하란 뜻이로군.’
하나 어차피 지금 원하는 것은 승리자로서의 명예이지 정기가 아니었다.
다른 주신계의 예비 창조신들보다 자신들이 상위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다.
하나 그것을 직접 증명한 적은 없었다.
오로지 창조신계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서열을 믿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힘만을 감안해서 서열을 다시 확인하라는 이번 창조신장님의 지시로 엄청난 서열변화가 일어났고 그로인해 신뢰성은 무너졌다.
지금 차원의 마도신이 도전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였고 자신들도 하위서열에게 무수한 도전을 받을 것이다.
몇 번을 이겨도 이길 승산만 있다면 최상위 서열인 자신들에 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하위서열에 패배하면 단숨에 밑으로 떨어질 것이고 수없는 싸움 중에서 상성이 최악인 존재를 안 만나 패배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필요 없는 위험과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힘을 보여야 했다.
서열 1위의 주신계의 최상위 예비창조신으로서 하위서열을 확실히 누를만한 힘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차원의 마도신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창조신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예비 창조신의 위치에서는 눈앞의 정기보다 승리자로서의 명예가 더욱 소중했다.
강자로서 명예를 손쉽게 얻는 방법은 자신의 힘만을 믿고 덤비는 하위서열들을 가볍게 처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승리를 대량으로 얻는 방법은 전쟁이 유일했다.
즉, 이 전쟁은 주신장 서열 1위인 차원의 마도신의 흔들리는 위신을 세워 주신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휘하의 모든 투신의 명예와 서열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간단한 의사교환도 필요 없이 서로의 타오르는 눈빛만을 확인하고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복창했다.
“주신계를 위해 오로지 승리로서 강자임을 증명하고자 하옵니다.”
무보수라는 말에 절반이상은 이탈하리라고 생각했던 차원의 마도신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곧 흐뭇한 웃음이 떠올랐다.
‘예상이 확실하게 빗나갔는데 기분은 좋군.’
과거의 입장과 환경만을 생각해서 잠시 잘못 생각했다.
이들은 용병신이 아닌 신계의 정식 투신들이었다.
용병신들은 보수가 없이는 누구도 싸우지 않았다.
단지 정식으로 신계에 소속된 일부의 투신들만이 희생적으로 싸워왔다.
‘신계를 위한 희생은 투신의 영광이자 명예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대신족과의 전투나 마신족과의 전투에서 웃으면서 죽어간 투신들을 많이 보았다.
이들은 생명을 바친 대가를 바라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조금 알 수 있었다.
‘아차하면 죽어나가는 하위의 존재들에게는 생존이 우선이나 삶이 보장된 상위의 존재에게는 명예가 더 중요한가?
아니 혼자서 살아남아도 되는 용병신과 부하들을 이끌어야 하는 신계주신의 차이일수도 있겠군.
정확히 맞을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로 이해하자.
부하들이 이러니 그럼 나도 조금 변해야 하겠군.’
모처럼 기분이 좋게 웃으면서 양손을 펼치면서 말했다.
“훗-! 좋다.
주신장으로서 주신계를 위한 전투에 개인적으로 대가를 줄 수 없으나 하나만은 추가하마.”
예비 창조신들의 숙였던 고개가 들려졌다.
마도신의 신력보다 무엇인가 더욱 농밀하고 강력한 신력과 권능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권능이지만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고 추측되는 신력이 움직이면서 신언이 되어 주신계 전체에 인증되어갔다.
“주신계를 위해 아무 대가없이 참가하여 공을 세운 투신에게 약속하겠다.
그들을 ‘특별’하게 생각하겠다.”
“!!!”
예비 창조신들의 얼굴에서 더없는 놀람이 떠올랐다.
비록 후계는 아니나 후계를 위협할 정도로 강대한 투신이었기에 지배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안다.
‘특별이란 것은 약속한 창조신의 무조건적인 가호를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지.
부하 투신에게 이런 것을 걸어도 되는가?
반드시 완벽하게 이길 생각인가?’
지도자가 특별한 대상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약점과 마찬가지이다.
부하들에 대한 공정한 상벌이야말로 가장 쉽게 권력을 유지하는 길이기에 모두 똑같은 부하로서 취급해야 한다.
그 이유는 어떤 가혹한 지배도 같이 당한다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지만 일부가 특별취급을 받는다면 바로 반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별이란 없다.
그렇게 귀찮고 위험한 대상을 왜 만드나?
신계주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똑같은 약자이자 부하이다.
그게 제일 다스리기 편하다.’
어떤 신계주신이 취기로 말한 본심이지만 지배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지도자나 지배계층에게는 특별한 존재 따위는 운명을 같이하는 후계나 일족 외에는 없다.
그 정도는 누구나 납득하니 넘어가지만 그 외에 특별한 대상을 만드는 것은 지배자로서 지극히 위험한 행위이다.
그래서 창조신정도의 상위 지배계층에게 특별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무게는 엄청나다.
‘창조신의 특별이란 어느 정도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무수한 부하를 이끄는 상위자로서 지극히 위험하다.’
창조신의 가호라니 너무 과한 보상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이해도 된다.
기본적인 생각과 기준에서는 파격은 태어나지 않는다.
받은 대가만큼 충성을 해야 한다는 투신 따위는 어디든지 넘쳐난다.
용병신도 아니면서 목숨을 걸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후퇴하는 위선자들은 많이도 보아왔다.
‘그런 쓰레기들은 진짜 전쟁에서 쓸모가 없었다.
승리를 위해서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싸우는 투신들이 결국 분위기를 주도하고 결국 전쟁까지 좌우한다.
하나 이런 특별한 부하들을 쉽게 얻을 수 없다.
나도 그들을 다르게 대우하고 보호해야 했다.’
일부의 투신들이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목숨을 걸고 신계에 충성을 하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파격이다.
규정과 법칙을 내세우면서 지배의 기본만을 잘 지키는 지휘관은 결코 이런 부하들을 만들 수 없다.
부하들에게서 파격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휘자로서 특별함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공정성을 무너트려 지배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특별이란 부담을 감수하면서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보다 차라리 정기를 주는 것이 더 낫다.
정기는 다시 얻을 수 있으나 무너진 공정성을 다시 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나 주신계의 승리를 위해 지금 그것을 차원의 마도신이 하려는 것이었다.
‘창조신에게 특별한 대상이란 것은 후계와 일족 외에는 없다.
하나 이번에 공을 세운 투신에게 분명 보상으로 약속을 하셨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한다면 반역을 하지 않는 한 처분을 당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는 것과 같았다.
새로이 서열 1위의 주신장이 된 차원의 마도신의 강력함은 직접 싸워본 자신들이 잘 안다.
앞으로 신계에서 고위 창조신이 될 것이 분명했고 그런 존재의 특별함이 된다는 것은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었다.
창조신의 후계조차 부럽지 않는 배경이 생기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예비 창조신들이 서로의 의지를 교환하고 양손을 얼굴 앞으로 모았다.
그리고 고개만이 아니라 허리까지 죽이면서 커다랗게 복창을 했다.
“충(忠)-!”
전장에서 부하로서 지휘자에게 목숨을 걸고 명령을 수행하겠다는 구호가 울렸다.
그 결언한 의지에 차원의 마도신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똑같이 양손을 얼굴 앞에 모으고 응답했다.
“성(誠). 그 마음 진심으로 받으마.
어차피 크게 벌여야할 전쟁 한꺼번에 처리한다.
관리주신.”
“핫-! 예-!”
관리주신은 다른 주신계가 갈수록 협력은 고사하고 업무방해가 심해서 문제가 커졌다.
그래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지급으로 보고를 올린 것을 후회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부름에 놀라서 크게 대답을 했다.
다급하게 응답하고 일어서면서도 생각은 복잡했다.
‘단지 위력시위나 삼엄한 경고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 설마 바로 다른 주신계와 전쟁을 하겠다고 나설지는 몰랐다.
이걸 어떻게 막지?’
전쟁만은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데 예비창조신들이 더욱 달아올라서 폭주하듯이 적극적으로 나서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서 직접 지목을 당하자 더욱 당황했었다.
그리고 그 당황함은 다음 이어지는 말에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우리와 직접 지시 관계에 있는 서열 2위와 서열 10위의 주신계에게 모두 통보하라.
이번 하극상적인 업무거부와 방해에 관련된 총책임자의 목을 들고 주신장이 직접 사과하러 와라.
이건 서열 1위의 정식지시다.
거부하면 하극상을 처벌하기 위해 바로 전쟁이다.”
“컥-!”
이번 사태의 총책임자이면 당연히 각 주신계의 관리주신들이다.
주신장에게 자신대신 신계의 모든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관리주신의 목을 쳐서 들고 오라는 요구가 들어 먹힐 리가 없다.
아니 자신의 목을 치라는 보고를 하는 관리주신들이 제대로 설명을 할지도 의문이다.
영원히 사는 신이라도 죽으면 신체를 잃기에 타격이 대단히 크다.
신격도 하락하는데 이 손해를 보완하려면 상위의 신의 조력과 긴 시간과 엄청난 정기가 들어간다.
고위의 신일수록 복구가 힘든 것이 당연하기에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주신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피해야 한다.
그런데 냉정한 판단을 할 리가 없다.
‘전쟁을 하기 싫어서 사과를 하려면 보고하는 관리주신의 목을 가져오라니?
나라도 주신장을 설득하여 어떻게든 전쟁을 하려고 하겠다.
이건 완전히 선전포고다.’
서열 2위나 3위의 주신계 정도라도 하나면 어렵지만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둘 이상이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서 열세다.
그런데 1개도 아니고 9개 주신계 전부에 선전포고를 하라는 차원의 마도신의 배포에 질릴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말을 순화시켜서 이 일을 무마하거나 사과로 끝나야 하나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는 관리주신에게 날벼락과 같은 명령이 들려왔다.
“창조신계에게도 보고하라.
하위 주신계가 정당한 지시거부로 인해 혼란이 생긴 책임을 물어서 총책임자를 직접 단죄하고 해당 주신장의 사과를 받겠다.
이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주신전을 벌여서 직접 처벌하겠다.
여기서 만약 단어 하나라도 바꾸면 너를 신계 반역죄로 다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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