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9화
23권
깜짝 놀란 가이아나와 여주신들의 표정을 쓱 흩어보고 다시 시선을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신왕의 살기와 투기를 일으켰다.
그러자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성마신이며 마신왕인 자신조차 전율시킬 여마신이 그것을 느꼈는지 자신을 향해 살기와 투기가 가득어린 미소를 지었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도 알았는지 각자 투기와 권능을 올리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정령주신들의 거대 인공 괴수신들도 반응을 하면서 각자 괴성을 지른다.
그 머리 위에는 이미 정령주신들이 서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또 언제 손을 대었는지 각자의 거주지에서 성벽이 돋아나고 방어 장치의 모습이 드러난다.
반짝이는 대신전만이 가득 찼던 화려한 신계가 살벌한 전쟁요새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벌서 2번이나 박살이 나더니 아예 요새로 신축을 해버렸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변형을 보이는 것은 주신전이었다.
차원방벽을 형성하고 있는 우주수의 주변으로 검은 벽돌모양의 마력체들이 떠오르면서 입체적으로 구성된 마법진을 구현한다.
그 마력진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은 지독한 살기와 투기였다.
마신왕인 자신조차 건들면 죽는다는 감이 물씬 풍겨올 정도의 강력한 마력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돌변한 신계의 모습에 쳐다보던 가이아나와 여주신들이 기겁을 했다.
“에?”
방금 전까지 평화로운 신계에서 마신왕이 살기를 일으키자마자 순식간에 전쟁직전의 최전선의 요새로 바뀌었다.
전지의 성은 예상대로의 반응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저절로 마신으로서 미소가 떠올랐다.
하극상과 배신이 일상인 마신계도 이렇게 철저하고 빠르게 전투요새로 전환되지 않는다.
전투준비태세에 점수를 매긴다면 최고 만점이었다.
이제는 신계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는 전쟁터의 한복판이었다.
“호홋-! 정말 좋은 전장이네.
보상이 너무 좋으니 위험해도 감수해야지.’
잠시 웃다가 살기와 투기를 거두고 가이아나에게 말을 했다.
전능의 휘가 창조력이 믿을 만 했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도저히 몇 만 년을 기다릴 여력이 없었다.
‘마신왕이 되자마자 보이지 않는 견제와 압박이 심각해진다.
파악이 되자마자 달려들어 오겠지.
시간이 없어.’
차후에 위협적인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암수와 음모는 마신족의 기본이다.
전능일족은 영웅신인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전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이 약점에 확신이 생기면 철저히 노리고 본격적으로 달려들어 올 것이다.
그러니 다른 마신왕이 함부로 덤빌 수 없을 정도의 세력을 빨리 복구를 해야 했다.
최고위 창조신성의 신계에서 모든 전능일족의 여주신들이 회복하여 자리를 잡는다면 어떤 마신왕도 무시하지 못한다.
전능의 휘에게 맡기면 수십만 년을 걸려도 힘든 일을 여기서는 초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그러니 목숨을 걸기에 충분했다.
가이아나에게 단 하나의 장난기도 없는 엄숙한 어조로 명령했다.
“전능일족의 여신들은 여기서 승부를 보아야 하겠다.
전능일족의 상급 여주신인 너도 죽음을 각오하고 물러서지 마라.
반드시 신계주신대리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
갑자기 신계주신대리의 자리에 목숨을 걸라고 하자 창백해진 가이아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신계는 이렇게까지 변했다.
그렇다면 자신도 변해야 한다고 납득을 했다.
그리고 치료를 받기 위해 온 같은 일족의 여주신들에게 들은 일족의 상황은 언제나 외줄타기처럼 위태로웠다.
오히려 변방의 독립신계에서 지낸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신족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신족까지 되어 일족을 위해 희생해온 자신의 오리진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응답했다.
그러나 전지의 성이 투기를 멈추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여신혈맹의 구역에서 신력을 합일한 최고위 신이상의 신력을 보이는 여신형상의 빛의 거신이 형성되었다.
그 머리 안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8명의 여주신들이었고 심장부근에는 4명의 관리 여주신들과 5명의 주신급의 신들, 수백 명의 고위여신들이 몸체를 이룬다.
이것이 완성형이라는 뜻이라는 것처럼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피부의 질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러자 정령주신 구역에서도 거대한 뱀 형성의 인공 괴수신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뱀의 머리 위에서 각자의 신기를 빼들은 정령 여주신들이 살기를 줄기줄기 뽑아내면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더구나 땅 위에서도 정령 여주신들과 합세한 거대 늑대형상의 인공신들이 신계 전체를 뒤흔들 포효를 지르고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빛으로 이루어진 거신과 뱀과 늑대들이 노리는 형태를 취하게 된 이곳은 이미 전장이었다.
‘이들은 모두 더 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력으로 과거의 위세와 권능을 복구하고 대결을 준비해왔다.
전능의 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를 정도로 더 강해졌다.’
과거의 원수들이지만 같은 신계이고 신계주신의 전투금지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신력과 세력을 회복했다.
반대쪽도 그렇게 나오니 당연히 긴장감은 최고조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런 와중에 창조신을 넘어서는 마신왕의 살기와 투기는 한없이 날카로워진 위기감과 투쟁심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잠깐 신계 분위기를 확인을 해보려다가 또 다시 내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 되어버린 전지의 성의 입에서는 정말 욕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건 약간만 건드려도 폭탄이었다.
“치이이이이-! 또 이게 무슨 일 일까나?
그 정도 자극에 또 내전이라니 이게 어떤 신계이려나?
그런데 개입을 해야 하나?”
아무리 보아도 양쪽의 세력이 너무 강하고 호전적이다.
신격을 떠나서 최고 수준의 주신들이 10여명이 있고 거기에 받쳐주는 고위신들도 수백 명을 넘어간다.
여기에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까지 얻으면 창조신이라도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아직 신력의 원을 회복하지 못한 전능신족의 여주신들은 겨우 최고위 신급이니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이다.
아군의 힘이 부족하면 적의 세력을 줄이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었다.
‘지금 충돌을 하게 해서 전력을 줄일까나?
안 돼-! 지금 가이아나가 여기 신계주신 대리다.
저들이 신계전력의 8할 이상인데 내전으로 대폭 감소하면 신계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계주신이 부재중이니 신계주신대리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결국 말려야한다는 결론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신계였다.
어떻게 저런 반골들만 모아놓고 무사하며 거기에 일까지 부려먹고 있는지 기가 찰 지경이다.
특히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을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배층으로서 신격은 부족하지만 우월권능과 엄청난 집념으로 신계를 잘 운영하고 있었다.
거기에 저 빛의 거신 형태의 신력통합의 권능도 전능의 휘와 싸울 때보다 더욱 발전했다.
신계를 2번이나 복구하는 격무에서 거기에 저렇게까지 권능을 보완하고 발전까지 했다니 유능함에는 박수를 치고 싶은 생각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어떤 심정으로 저들을 포기를 못하는지 알겠다.
저 정도 전투력에 이런 관리능력이라니 거의 동급 주신보다 3배 이상 강하다.
그리고 정령 여주신들도 거의 그 정도가 되는 존재가 10명 정도라니?
어디서 이 정도 수준의 여주신들을 모아놓았지?’
감탄도 잠시이고 양쪽 세력이 전진하면서 거의 충돌직전의 형상을 보자 급한 마음에 직접 날아갔다.
상급 주신인 가이아나와 태초의 투신들도 저런 수준의 통합신력이 발휘하는 전장에 들어서면 인원수에 밀려서 얼마 못 견디고 당할 것이 확실했으니 직접 나서야 했다.
더구나 인공 괴수신 2체가 날뛰자 하루 만에 신계가 반파되었는데 지금 가동된 것만 해도 200체가 넘으니 아차하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부서져 버린다.
‘신계 멸망의 위기를 알면서도 저들은 충돌을 피할 것 같지가 않았다.
이미 1번이상은 신계를 날려먹은 전적들이 있으니…….’
자신의 신계가 아니지만 일단 내전이 시작하게 한 책임이 자신의 도발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말려야 했다.
양 세력의 충돌을 하려는 지점에 다가가자마자 마력의 손톱을 한없이 길게 뽑아내서 전면으로 날렸다.
사가가가가가가각-!
1,000억이 넘는 마신왕의 마력의 손톱이 양 세력의 진영 사이를 가르면서 충돌을 멈추게 한다.
그 틈을 노리고 전지의 성이 충돌지점에 도착하여 일단 말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신계주신도 아니고 신계관리주신의 오리진이며 손님이란 명목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인지 한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자신의 마신계도 아니니 죽이지는 못하고 제압만 해야 하는데 워낙 수준들이 높으니 쉽지가 않다.
의뢰로 생각하고 하면 위험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최상급 수준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설마 이걸 노리고 나를 아무 대가없이 신계에 머물게 해주고 여주신들을 치료까지 해준 것이 아닐까나?’
마신왕이 의뢰를 받으면 기본이 1,000억이다.
거기에 전투 외에 이런 식으로 신계의 안정이나 운영까지 돕는다면 적어도 2,000억 이상의 일이다.
창조신 이상만 되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주신성을 살 정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런 대가를 받아야 하는 마신왕인 자신이 겨우 신계에서 휴양하고 몇 명의 여주신들을 치료해 주는 것을 이런 식으로 상쇄하고 있었다.
‘이러면 거의 공짜라고 할까나?’
신계주신대리가 전능일족의 가이아나만 아니라면 이러지 않겠지만 아주 고약하게 되었다.
게다가 전능일족의 여주신들의 신력의 원의 치료와 회복에 이 신계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 자꾸 끌려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나 지금 그런 생각보다 또 다시 벌어지는 내전을 막아야 했다.
그 짧은 시간에 벌써 3번째의 내전상황이라니 이것이 정식 사건화가 되면 정말 전능일족 여주신의 능력을 의심받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전능일족의 오리진으로서 그런 오명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그렇다고 가이아나에게 맡겨놓자니 이들이 너무나 강해서 무리니 직접 이렇게 나서야 소리를 쳐야 했다.
“당장 멈추지 못 할까-!
신계 내에서는 전쟁금지라는 신계주신의 명령을 모두 무시할 생각이냐?
모두 정령계로 추방되고 싶으냐?”
그 말에 양쪽의 살기와 투기의 상승이 멈추었다.
기본적으로 신계주신의 명령을 거부하면 반역자가 된다.
어지간한 힘이나 필요성이 없으면 용서받지 못하고 정령계로 다시 추방된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은 정령주신들로 인하여 과거처럼 신계에 필수적이고 압도적인 전력이나 입장이 아니기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직 부활 후 얼마 되지 않아 신계관리까지는 여력이 없는 정령 여주신들은 더욱 신계주신의 지원이 절실하기에 이를 부득 갈면서도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검은 그림자와 같은 수백 명의 마신들이 시야를 온통 뒤덮으면서 덮쳐왔다.
전율의 진군의 종족권능인 분신체들의 총공격이었다.
그 뒤로 역시 살기어린 미소를 띤 전율의 진군이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는 검은 마력의 안개를 피어오르면서 곧장 날아들고 있었다.
“전지의 성-! 또 싸우고 싶었구나?
나도 그랬지.
네 상대는 역시 내가 해주겠어―!”
“전율의 진군-! 너-!”
퍼퍼퍼퍼퍼퍼어어어어억-!
다급하게 끌어올린 마력의 방어막으로 동시에 퍼부어지는 분신들의 마력의 손톱공격을 견디어낸 전지의 성이 소리를 쳤다.
당장 반격을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또 다시 이 신계는 거의 반파될 것이다.
마신왕에 도달한 자신과 초월권능을 2개 동시에 발동시킨 전율의 진군의 전투는 주변을 초토화키기에 충분했다.
신계파괴를 막기 위해 이렇게 뛰어 들었는데 자신이 그러면 완전히 망하는 것이다.
자신과 거의 동격의 마신이 발산하는 고농도의 마력과 투기에 반사적으로 치솟는 살기를 성마신의 힘으로 억누르고 외쳤다.
“넌 또 왜 이러는데?
여긴 승자가 전부인 마계가 아닌 대화가 우선인 신계야.
너를 재생시킨 차원의 마도신의 신계란 말이야-!
신계주신이 부재중일 때 너의 임무는 주신전과 신계의 수호지 내전의 진압이 아니야.
또 신계를 전부 부술 생각이 아니면 당장 전투를 멈춰-!”
그 말에 전율의 진군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을 쫓아온 전율마신족과 진군마신족의 원로들을 오른손으로 저지하면서 참전을 막았다.
그리고 약간의 미안한 감정을 담아서 이야기했다.
“아-! 깜박했다. 미안.
옛 부하들을 보고 주변에 살기와 투기들이 하도 진해서 내 고향인 마계인지 알았지.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데도 손님이라고 도와주고 있는데 미안하네.”
천연덕스러우면서 싸울 기회를 놓친 아까운 표정을 숨기지 않는 전율의 진군은 천생 마신족이었다.
마신족은 본래 적의 약점을 결코 놓치지 않는 맹수 그 자체였기에 자신이 약해진 이때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지 계속 도발을 하고 있었다.
과거 몇 번이나 부딪쳤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한 강적이 허점만 보이는지 공격을 퍼붓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하나 신계주신의 소환신으로서 주신전의 수호자인 자신의 입장을 알기나 할까나?’
당장 맡은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똑바로 하라고 쏘아붙이고 하는데 신계 전체를 울리는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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