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475화 (386/2,000)

제 475화

23권

다시 기초수련으로 돌아가는 후손들을 순식간에 가로질러서 거대한 기와로 지어진 한옥에 도착했다.

석재로 이루어진 문을 열고서 그 안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전면에 보이는 것은 향이 피워진 향로들이었다.

거의 작은 아이 크기의 커다란 황금 향로들이 줄지어져 있고 그 수는 모두 108개이다.

여기는 선조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장소이면서 바람가들이 죽으면 마지막에 도착하는 위령소였다.

물론 영원체를 초월한 자신으로 인하여 가문의 비원을 이룬 모든 선조들의 영령은 바른 흐름 안에 들어섰기에 의미는 없다.

또한 후손들도 태어나는 순간 영원체에 도달하기에 더 이상 여기는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바람가의 본가에서는 가장 귀중한 곳이었다.

선대의 업적과 기리는 마음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도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과거의 선조들의 업적을 생각하고 안정을 취하고 결심을 다지는 것이다.

그래서 각 향로에는 각 대의 가주들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당시에 이룬 각자의 권능과 오의들이 적혀있었다.

그래서 이곳이야말로 바람가의 역사이며 전부인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의 향이 없는 빈 향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109대 한진안. 절대해의 8시조(絶代解의 八始祖).’

자신의 이름과 권능이 적혀있는 향로를 뭔가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본 진리는 말없이 새로운 향들을 공간에서 꺼내서 1대의 바람가의 가주부터 각 향로에 차례대로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108대 한진호의 향로에 향을 꽂고서 양손을 모으고 묵념을 했다.

“소자는 아직 건강하옵니다.

바람가도 발전 중이옵니다.

그러니 심려하지 마옵소서. 아버님.”

108대 한진호의 이름 옆에서는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始祖)’라고 적혀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향로의 바로 앞에는 절반 정도 크기의 향로가 또 하나 놓여있었다.

거기에 적힌 이름과 권능은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그드라실.’ 이었다.

태어나게 해준 것은 바람가 108대 한진호였지만 영원체로서 길러준 것은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이었다.

그 공적을 기려서 특별히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묵념을 끝낸 진리는 자신의 품에서 다시 향을 꺼내 사이안의 향로에 꽂고 불을 붙였다.

더욱 엄숙한 표정으로 피어오르는 향 연기에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한다.

“곧 이옵니다.

여기도 다음 세대교체가 시작되면 혼란과 피해가 커지기 전에 바로 끝을 낼 것입니다.

그 흐름을 주제하는 것은 이전과 똑같이 저와 바람가, 절대계가 될 것입니다.

선봉에는 스승님들과 아버님들의 이름을 이어받은 10중심과 일족들이 설 것이며 이들은 그 공적으로 영원히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그리고 바람가의 아이들은 보다 완벽한 영원체로서 이계를 발전으로 이끌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끝이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나는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짝-!

가볍게 가슴 앞에서 양손을 마주치는 합장의 자세를 취한 진리의 모습이 새롭게 피어올린 향 연기에 가려져 갔다.

그리고 그 향 연기에 10명의 인영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모두 진리를 보고 만족한 듯이 웃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완전히 굳어있는 자신의 얼굴과는 완전히 달랐다.

‘1대 10중심들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자 아버지들이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말이야.’

영원체를 능가하는 신체의 강함을 얻었으나 정신은 따르지 못해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을 보다 못한 자신이 나서서 쓰러뜨릴 때의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과거를 생각하다가 마지막 결투의 모습을 투영한 진리가 10명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다시 웃음을 떠올렸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패배하여 최후를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에서도 웃는 여유를 그때 배웠는데 지금 웃지 못 할 이유가 없었다.

“하핫-! 그래, 아직이었군―!

나의 맹세의 완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아-! 가자-! 나의 혈족이며 후손들아-!

무의미하게 끝없이 반복되는 죽음과 삶을 우리 손으로 주재하여 의미가 있게 하자.

나는 진리로서 절대계를 넘어 이계에도 ‘영원한 행복’을 실현하리라.

여기가 끝이 아니라면 그 너머에서도 똑같이 완수할 것이다.

아무리 반복되어도 상관없다.

나는 진리이기 전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바람가의 109대 한진안 이로다.”

진리고 양손으로 앞으로 밀어붙이자 위령소의 모든 벽이 문이 된 것처럼 열어젖혀지면서 찬란한 빛이 내부를 비춘다.

쿠우우웅-!

내부의 새롭게 향이 피어오르는 향로들이 들어온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찬란하게 번쩍였다.

그러자 위령소를 둘러싸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던 모든 바람가들이 목검을 잡은 채로 향로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묵념을 한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바람가의 머리위로 진리의 말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현재에 불만이 있느냐?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고 현명해져라.

그럼 세상이 곧 너희들의 것이 될 것이다.

바람가는 무가(武家)다-!

그러니 힘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증명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수백만의 바람가들이 진리에 일제히 응답하는 목소리가 검은 빌딩들을 뒤흔들었다.

주우주 창조주의 자격이 있는 영원체 500만 명 이상이 모여 전력으로 힘을 쌓고 권능을 높이는 이곳은 바람가의 본가였다.

모두 신력이 1,000조가 넘는 영원체들이 뿜어내는 신력이 하늘을 뒤덮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거의 포화상태인 듯 행성바깥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이계의 신들이 막아놓은 결계를 뒤흔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파열될 것 같은 방어막에 비친 공포에 젖은 이계의 신들의 얼굴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그들의 수준은 아무리 보아도 10억의 신력을 가진 주신들이 대부분이고 창조신은 거의 없다.

그런데 1,000조가 넘는 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절대권능까지 보유한 영원체를 감당이 가능할 리가 없다.

더구나 하나 둘도 아니고 500만이 넘으니 정말 견디기가 불가능한 압박일 것이다.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투신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광경을 화면으로 비추고 있는 회색의 절대자는 스산한 비웃음을 보냈다.

“쿡쿡쿡-! 약하군. 정말 약해.

투신 주제에 투기에 기절을 하다니 어디의 잡신(雜神)들이신가?

저러니 10중심들이 이계를 쳐다보지도 않지.

그래 바람가의 본가를 본 감상이 어떤가? 현재의 나.”

“…….”

차원의 마도신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당연히 숨이 넘어갈 정도로 놀랐다.’

말만 10중심급이 500만이지 직접 보니 어처구니가 없는 힘이다.

거기에 모두가 영원체라고 감안하면 10중심과 90억이 넘는 일족들이 절대계의 주도권을 놓고 골치를 썩는 이유를 알만했다.

‘아니 마도신의 오리진님 정도의 강자가 18명만 넘어가도 끝장이다.’

9명이 10중심의 발을 묶고 나머지 9명이 각자의 바람성을 타격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일족 전부를 10중심과 동격의 신격을 부여하는 절대 종족권능이라고 해도 시간제한이 있다.

최고위 일족이 겨우 1시간이 한계이고 하위 일족이라면 몇 분 정도다.

그 짧은 시간제한 안에 저 수많은 바람가를 타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저기에 서열 2위이지만 개인 전투력은 1위인 유일용신제가 가세하면 10중심이라도 위험하다.

더구나 영원체는 말 그대로 영원하다.

어떤 강한 힘에 당해도 신력의 소모도 신체의 죽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이 원상복귀가 된다.

현자계열 최강의 오의인 이그드라실이 아니라면 감당이 불가능한 존재이고 10조 정도의 신력을 가진 영원체들이 주우주의 창조주를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100배의 신력을 가진 존재들이 저렇게 수백만이 우글거리면서 아직도 부족하다고 수련에 매진을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바람가에는 1,000조의 신력을 가진 영원체들이 500만이 있다.

그리고 1만 년에 1명씩 늘어난다고?

영원체에 오리진의 권능까지 가진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필요한 것이지?

바람가의 극히 일부만 동원해도 절대계와 주우주, 이계까지 점령하고 다스리는데 아무 이상도 없겠다.

도대체 뭐 하러 10중심들과 일족들이 필요한 것이지?’

그런 의아스러움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데도 진리가 하는 일이니 그냥 넘어가야했다.

괜히 알아보았자 머리만 아프다.

여기서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정말 두들겨 맞아서 아프다는 뜻이다.

진리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여쭈어야 보아야 하는데 절대 곱게 알려주실 리가 없다.

아니 본인조차 모르는 것을 물었다고 치도곤을 당할 확률이 컸다.

“이제 믿을 수 있겠냐?

내가 그랬잖아?

진리의 대리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진리가 이계를 박살을 내고 받은 영역은 생명체가 아예 없는 죽은 우주다.

암석과 가스행성밖에 없으니 아무 할 일이 없지.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지배자들의 협조요청인데…….”

회색의 절대자의 로브에 가려진 입에서 살벌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잔혹한 조치를 말한다.

“킥킥-! 싹 무시해.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놈들은 모두 죽여 버리면 조용해질 것이다.

거기에 지배자 중의 책임자들을 반 죽여 놓아서 다시는 못 오게 해.

그렇게 몇 번 본때를 보이면 제발 돌아가 달라고 사정을 할 것이니 그때 되돌아오면 돼.”

“…….”

이계에 파견을 간다고 하니 진리가 직접 ‘차원 창세신 코아’라는 이름까지 내려주자 갑자기 이렇게 친절해진 미래의 자신이다.

현재 이계의 상황과 진리의 의도, 더구나 대리임무를 수행할 곳까지 차원의 권능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옆의 10중심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이 거치적거리는 것들은 전부 죽이라고 말하고 있다.

진리의 대리파견이 무슨 파괴신의 임무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10중심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진짜 그런 모양이다.

무슨 속사정이 있는 것이 확실한데 그보다 갑자기 친절하게 변한 미래의 자신이 거슬렸다.

무엇인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10중심이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황당하다.

“무슨 생각이냐?

아니 뭘 원하나?”

“아-! 그게 말이지…….”

허를 찔린 것처럼 잠시 말을 멈춘 회색의 절대자의 입에서 결국 본론이 나왔다.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을 내게 주고 이계로 가라.

아니 성멸과 동화한 회색의 바람성이 필요해.

이계에서 성멸이나 바람성이 필요할 리가 없으니 내가 맡아서 잘 활용해 주지.”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