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7화
23권
이제야 이렇게 밀리는 이유를 알았다.
방금 전에 이데아라는 이계를 구현하는 권능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신체능력이 강화된 이유는 마도신의 현실부정의 힘으로 서로의 능력을 증폭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삼위일체답게 이 힘의 보조와 증폭은 2명이 무너져도 1명이 남아있으면 원상복귀가 된다는 점이었다.
‘차원의 창조신은 회복, 회색의 절대자는 마도와 방어, 과거는 근접을 담당하는가?
각자가 특이할 정도로 강화된 권능분야로 서로 보조를 하면서 힘을 합치고 있다.
더구나 종족권능이고 결국 한 몸이라서 거의 힘의 소모가 없으니 정말 모두를 한꺼번에 쓰러트리지 않으면 끝이 안 난다.
동급의 강자 3명을 동시에 말소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10중심이라도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흑염의 권능은 광역이 아닌 단일대상에 근접으로 특화되어 있어서 더욱 안 돼.’
다수의 상대로 하는 다른 10중심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흑염의 권능은 근접전과 단독전투에 특화되어 있기에 어려웠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몸에서 빛이 사라지자 완전히 회복된 회색의 절대자와 과거의 회색이 다시 덤벼들려 한다.
방금 전까지 받은 타격은 차원의 마도신의 신력에 완전히 회복되고 능력까지 향상되었다.
신족의 창조신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회복력과 방어력에 집단적인 강화능력까지 극도로 강화되어 있다는 증거다.
‘창조신은 어지간한 부상 따위는 금방 회복한다.
이들을 동시에 쓰러트리지 못하면 헛일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남은 유일한 방법은 회복력을 능가하는 타격을 계속 입혀야 한다.’
회복을 능가하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정신체를 상대하는데 기본적인 전략이다.
물론 이들을 상대로 그렇게 하려면 회복을 맡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을 먼저 완전히 부셔야 했다.
이 정도로 물러설 수도 있지만 갓 10중심이 된 존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정도라면 자살하는 것이 나았다.
“이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죽여주리라.
일단 회복을 담당하는 너부터 죽인다.
다시 보이면 죽인다고 했지?
각오해라-! 차원의 마도신-! 어?”
먼저 회복을 담당하는 차원의 마도신을 배제하는 전투방식으로 결정한 흑염의 절대자의 눈에는 전투영역을 벗어나서 뒤도 안돌아보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차원의 마도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슈하하하하하학-!
차원의 공간이동까지 최대한 동원하는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지는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에 순간 멍해진 흑염의 절대자의 귀로 폭소를 터트리는 회색의 절대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카하하하하핫-! 역시 눈치가 가장 빨라졌어.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현재의 나.”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을 멋대로 가지고 논 너만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자신들의 회복을 담당하는 중요한 아군이 전투현장에서 도주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를 소리만 지껄이는 모습에 점점 머리가 아파자지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단체로 미친 것들.
회복을 맡은 현재가 빠졌는데 너희들이 나를 이길 것 같으냐?”
“카카카카카카카-! 나의 권능의 영역은 절대계 전부를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문제 나가지.
그럼 현재의 나인 차원의 마도신의 회복권능이 가능한 최대한 영역은 어느 정도일까?”
“!!!”
겨우 사태를 알았다.
도망친 것이 아니라 숨은 것이다.
그것도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알려주어도 쫓을 수 없는 거리로 말이다.
차원의 권능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창조신을 뒤쫓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
“지역우주(Local Universe)의 100배인 대구역 우주(Major Sector)다!
거기에 차원의 권능까지 가졌기에 광역 권능도 없는 근접 전문의 흑염으로는 알아도 결코 쫓아갈 수도 없지.
너는 차원의 마도신을 잡을 수 없으니 회복이 안 될 이유는 이제 없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이제 네 체력이 떨어지면 마지막이다.
솔직히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지만 이기는 건 결국 우리다.
잘난 척도 여기까지다.
빌어먹을 흑염 자식아.”
“…….”
항성계 정도는 박살내며 추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대구역 우주정도가 되면 정말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차원의 권능으로 차원도약까지 하며 도주하는 적을 뛰어서 추적하는 것은 다른 10중심에게도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전투를 준비하는 회색의 절대자의 말대로 이런 식으로 끝없이 회복하면서 자신의 체력을 소모시키면 결국 당하는 것은 자신이 될 수 있었다.
하나 이렇게 당하고 얕보이면서 물러설 수 없기에 이를 악물고서 전투의지를 고양시키는 흑염의 절대자로 귀로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튕겨낸 바람가의 파멸유혼검을 찾아왔는지 오른손에 꽉 쥐고서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다.
“이걸 왜 던져?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리고 뭐 어째?
다음 흑염의 절대자에게 서명을 받아?
그게 언제 가능한데?
흑염의 절대자가 나온 것이 500억년동안 처음이라며?
너 나를 도울 생각이 아예 없지?
이럴 바에는 차라리 흑염의 절대자에게 잘 보이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흑염의 절대자에게 붙지 마라.
현재의 나. 다 잘 될 거야.
기운을 내.
난 미래의 너로서 내가 잘되기를 언제나 마음속에서 바라고 있었다.
나는 너이니 당연한 일이다.”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냐? 이 미친 미래 자식아-!
내 현실부정의 생명이나 물어내라-!
그게 어떤 것인데 너 같은 쓰레기통에 내가 왜 처박았지?”
“나도 넌데 쓰레기통은 조금 심하다.”
“다들 안 싸울 것인가?”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가 미래에게 바락바락 따지고 과거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만 하고 있다.
저런 광경을 쳐다보고 있자니 허점을 노리고 공격을 할 생각은 전혀 안 들고 점점 머리만 어지러워지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사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저렇게 아무 제한 없이 같은 시간대에서 힘을 합해 싸운다는 것 자체가 현자로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과거에 문제가 생기면 현재는 당연히 엄청난 소멸의 위기를 겪는다.
세계의 흐름에 어긋나는 것을 바로잡는 자연스런 수정 과정이기에 아무리 10중심이라도 영향을 벗어날 수 없으니 자제를 해야 한다.
그런 위험부담을 마도신의 현실부정으로 감소시킨다고 하더라도 영향이 그렇게 큰데 저렇게 대놓고 사용을 하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사고방식이었다.
‘아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고 있다.’
슬쩍 대신과 다른 10중심들을 쳐다보니 재미있어하면서 완전히 구경거리로 여기고 있다.
거기에 결계를 친 상태에서 잔뜩 긴장을 하면서도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맥이 풀렸다.
언제나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우열을 가리는 10중심의 결투로는 결코 안 어울렸다.
‘더 이상은 광대 짓이군.
그래도 저 회색 놈은 끝장을 내야하는데…….’
하도 황당한 상황에 사그라지는 투기와 살기를 다지고 3명이 모여서 말다툼을 하는 장소를 눈으로 훑었다.
다행히 3명 모두 모여 있었다.
‘잘하면 뇌음 파호톤의 최대 출력으로 전부 말소시킬 수 있을지도…….’
하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준 미래로는 아주 잘해야 과거 하나만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
현재와 미래는 공격하려는 순간 바로 튀어서 잡을 수도 없었다.
‘정말 현재나 미래나 기막히게 잘도 도망 다닌다.’
그 이후에는 정말 회색이 말 한대로 얼마 후에 차원의 마도신에 의해 과거가 재생되어서 끝없는 전투만을 반복하니 망설여진다.
그런데 또 희극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차원의 마도신이 대놓고 자기편에 붙겠다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흑염의 절대자님.
여기에 서명만 해주시면 마음에 안 드신 놈을 처치하는데 조력하겠습니다.”
“야-! 나는 미래의 너라니까-!
너의 영원한 아군을 배신할 생각이냐?
저놈은 너무 잘난 녀석이라 결국 우리 적이 될 것이니 지금 처리해야 해-!
결코 서로를 이해 못한다고.”
“닥쳐-! 주신장이 되어 신족의 창조신인 내가 왜 절대계의 10중심에 적을 만들어야 하냐?
창조신장님에게 무슨 꼴을 당하라고?
그리고 어디서 사기를 쳐?
미래에서 온 현재로 온 너이니 현재인 내가 죽어도 아무 영향이 없는데 무슨 영원한 아군이야?
그리고 이 따위로 불성실하게 의뢰 처리를 할 바에는 내 완전한 생명이나 물어내라.
이 자살희망자 미친 자식아-!”
“자기가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상대를 객관적으로 잘 파악하다니 정말 성장했구나. 현재의 나.”
“???”
미래의 자신을 배신하고 의뢰를 위해 자기편에 붙겠다는 현재나 그것을 보고 화를 내지 않고 대응하고 칭찬까지 하는 회색의 절대자를 보니 정말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끄으으응-! 이것들 진심인 것 같은데?
정말 회색의 절대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맞나?
아무리 보아도 아닌데?
보기만 해도 머리가 쑤시는군.’
흑염의 절대자는 이들을 더 이상 진지하게 상대를 하다가는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았다.
더구나 만만치도 않고 정말 회색이 말한 방식대로 끝없이 싸우면 승부가 어찌될지는 미지수였다.
앞으로 자기 영역에서 무슨 짓을 하든 가급적이면 관여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이 오른손에 잡고 있던 파멸유혼검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칭호를 가진 절대자가 아닌 바람가의 오리진의 것 같았는데 어마어마한 절대 권능들이 머물고 있어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나와 황금, 유일용신제를 제외한 다른 10중심이 서명을 하고 회색의 이그드라실에 의해 유지가 되고 있군.’
아마 모든 것이 저기서 시작한 것 같았다.
투기와 살기가 가라앉으니 ‘진실의 침묵’으로서의 능력이 바로 진행과정과 결과를 판단한다.
‘바람가 오리진의 수작인가?
진리의 불멸성을 10중심에게 훼손을 시켜 반역의 징조로 삼을 생각인가?
그렇게 하면 우리가 강해졌다고 오히려 기뻐하실 것인데 지배자로서 진리를 잘 모르는군.
하긴 혈족인 바람가에게는 친할아버지로만 존재하시니 당연한 일이지.’
진리에 대한 도전이나 능력의 증명은 10중심에게 손해는 고사하고 칭찬을 받을 일이다.
‘내 능력을 증명할 아주 좋은 기회다.’
아니 요즘 하도 추태를 많이 보여서 이쯤해서 능력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치도곤을 당할 위험조차 있었다.
‘영원한 발전을 위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강자를 무엇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진리에게 반역자보다 무능한 약자가 더 큰 중죄이지.
그런데 요즘 너무 약한 모습만 보여드렸어.
아주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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